[제주 백패킹 4일차 올레 휴]

 

술기운에 잠이 들었다.

새벽엔 비까지 내렸다. 바람은 밤보다 더 강하게 불어왔다. 동트기 전 일어나 고민을 시작했다. 오늘 어디로 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하룻밤 더 야영할 것인가? 결정하기 전에 커피를 마셨다. 따뜻한 온기가 서서히 온몸에 퍼졌다. 비 때문에 배낭 꾸리기가 쉽지 않겠지만 여기를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사전 투표를 했다.

배낭을 메고 화순리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침 공기는 새벽보다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전 투표 현수막을 보고 안덕면사무소까지 걸어갔다. 1.5km의 오르막을 배낭을 메고 걸었다. 사전 투표로 인해 예정에 없던 왕복 3km를 더 걷게 되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길가에 핀 매화를 보고 이제는 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사전 투표를 마치고 다시 언덕을 내려왔다. 안덕 하나로마트에서 포도주와 골뱅이, 파 등을 샀다. 그 이상은 배낭을 넣을 수 없었다. 오늘 야영지에 대한 부푼 희망을 간직한 체 202번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향했다. 서귀포 () 터미널에서 201번 버스로 환승 후 동쪽으로 향했다.

시흥리에서 하차했다.

이동시간만 2시간이 걸렸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농로를 따라 뚜벅뚜벅 오름을 향해 걸어갔다. 경사진 오름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쉼 없이 올라갔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이마와 등의 땀을 순식간에 식혀주었다. 전망대에서 지미봉, 종달리, 우도, 성산항, 성산 일출봉 등을 감상했다. 경치 한번 끝내주네!

 

 

오름 야영을 포기했다.

울진, 강릉, 동해의 산불로 민감한 시기에 오름에서 야영은 할 수 없었다. 아쉬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 경치를 다시 한번 눈에 가득 담았다. 오름을 내려와 종달리를 거쳐 해변까지 걸어갔다. 해안가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더욱 사나워졌다.

내 의지에 상관없이 발이 걸어갔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름을 오르내렸는데 바람까지 나를 막아섰다. 무거운 배낭을 벗어버리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꿋꿋이 그냥 걸을 수밖에 없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이런 고생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를 비웃듯 종달 해변은 고요했다. 서둘러 텐트를 치려고 배낭을 벗었다.

 

 

일기예보를 검색하지 않았다.

서둘러 휴대전화로 일기예보를 검색했다. 일요일까지 제주 전 해안지역에 강풍 주의보가 발령되어 있었다. 이런 날은 해안가에서 야영할 수 없었다. 날은 이미 저물고 있었다. 아고다 앱으로 서귀포에 숙소를 예약했다. 다시 2시간을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갔다. 나흘 만에 샤워했고 빨래까지 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결국 제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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