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과 다른 점이 없었다.

125,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서관을 나왔다. 왕복 8차선 도로의 인도를 걸었다. 수년 동안 보아오던 흔한 거리의 풍경이 펼쳐졌다.

10분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사이 태양은 조금 더 높이 떠올랐다. 햇살이 지표면으로 엄청난 광선을 내리쬐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이 순간 계절이 변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햇볕은 따뜻했다.

2월의 어느 수요일, 하늘은 구름 한 점도 없다. 모든 게 밝고 고요하며 바람마저 향기롭다. 향기는 새롭지 않았다. 오랫동안 맡아오던 익숙한 냄새였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켰다.

햇살의 온기가 열린 창문 사이를 통과하여 실내로 들어왔다. 바람의 향기에 햇살의 열기가 더해져 방안으로 퍼져나갔다.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

떡볶이는 가래떡에 채소 등을 넣어 볶거나 끓인 음식이다. 유튜브(youtube)에서 떡볶이를 검색했다. 백종원의 요리 비책을 보고 황금비율 양념장 제조법을 습득했다.

주방에 들어섰다.

냄비에 물을 붓고 진간장, 설탕, 고춧가루를 섞은 뒤 양배추와 대파를 잘게 썰어 넣었다. 뽀글뽀글 끓어오를 때 삶은 달걀과 어묵을 넣고 졸이기 시작했다. 떡볶이 고유의 색깔이 드러나고 특유의 향이 코를 찔렀다.

 

 

떡볶이를 먹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기 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커피를 마시고 양치질을 했다. 입안이 상쾌해졌다. 나는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오후에 자전거를 탔다.

선글라스로 바꿔 쓰고 두꺼운 장갑을 꼈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 안장을 장갑 낀 손으로 닦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도 안장을 닦았다.

 

 

햇볕 속으로 뛰어들었다.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굴렸다. 한참 동안 그렇게 했다. 가고 싶은 곳을 가서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왔다. 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수목원에 도착했다.

수목원 가장자리를 천천히 걸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쪼개지듯 빛의 파편이 쏟아졌다. 추운 겨울은 천천히 물러가고 있었다.

 

 

남은 오후를 집에서 보냈다.

혼자 집에 있었다. 나는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좋다. 할 일이 있었고 방해받기 싫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때때로 라디오를 듣거나 낮잠을 잤다.

마당으로 나갔다.

자갈이 깔린 마당에 우두커니 섰다. 지붕 위까지 올라간 감나무를 바라보았다. 이파리를 떨군 가지는 외로움이 가득 박혀 있었다. 오후였지만 마당은 그늘져 서늘했다.

 

 

도로의 밤은 환했다.

어두운 도로는 가로등이 밝혔다. 가로등은 왕복 8차선 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졌다. 도시에는 어둠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골목의 밤은 어두웠다.

어둠 속을 말 없이 천천히 걸었다. 굉음을 지르며 요란하게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바라봤다. 매캐한 경유 냄새가 골목까지 끼쳐왔다.

 

 

졸음이 몰려왔다.

오늘 하루의 일들이 아득히 멀어져갔다. 몸 안의 긴장감이 빠져나가고 몽롱함이 찾아왔다. 더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넓은 방 한쪽 구석에 누웠다.

방 안에는 책상, 작은 옷장 2, 탁자 2, 40인치 텔레비전이 있었다. 미닫이 유리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탁자 위 조명을 껐다. 고요한 몸짓으로 어둠에 녹아들어 잠들었다.

이 모든 일이 수요일 하루에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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