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산행 - 아름다운 동행
저는 SNS에 대해 저만의 생활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트위터를 제외하고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등의 SNS를 전혀 이용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카카오톡도 이용하지 않습니다.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구시대 사람같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SNS를 통한 이야기의 90% 이상이
아무 의미없이 주고받는 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과감히 제 생활에서 그 부분을 제외한 것입니다.
오늘은 충청셰르파의 지역 모임을 겸한
블랙야크 명산100 첫 도전을 하는 도전자들과의 산행으로 계룡산을 찾았습니다.
원래는 아침 10시부터 산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침 7시 3분 이명섭 사다 셰르파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서울남부터미널을 7시에 출발하여 8시 50분쯤 학동삼거리에 도착합니다.
헉... 문자를 다시한번 확인했습니다.
곧이어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처음보는 번호입니다.
처음보는 번호라면 제 핸드폰에 등록이 안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 절대로 낯선 번호의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고 말았습니다.
전날 밤 10시 29분에 김창현 셰르파가 문자를 보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내일 대전 도전자 두분이 함께 갈건데 문셰르파 연락처를 알려줬습니다.
여보세요.
핸드폰에서 낯선 여자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진찍기를 무척이나 싫어하시는 아직까지도 이름을 모르는 위 사진의 도전자이십니다.
전날밤
밴드를 통해 1시간 산행이 일찍 이루어진다는 것과
대전에서 도전자 2분이 함께 계룡산 산행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트위터를 제외한 SNS를 사용하지 않는 저만이 이 모든 사실을 모르거나 나중에 알게 된 것입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즐겁게 산행을 하면은 되는 것이지요!!
이런 저런 사연들로 조금 늦게 합류하기로 한 충청셰르파를 제외하고
서울에서 오신 6분의 도전자분들과 대전 도전자 1분, 이명섭 사다셰르파 그리고 제가
계룡산 동학사탐방지원센터 분기점에서 천정골 방향으로 아주 천천히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큰배재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습니다.
평소같으면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오늘은 1시간 20분이 걸렸습니다.
큰배재로 향하는 등산로 중간의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명섭 사다 셰르파가 횡성 더덕무침을 직접 해 가지고 오셨습니다.
난 무릎이 안좋아서...(연장자)
내년에는 내가 산을 탈 수 없을 것 같아서...(최고 연장자)
저는 돌길이 싫어요...(대전 도전자)
저는 자전거는 많이 타는데 산행은 처음입니다... (젊은 남성도전자)
가만히 도전자들의 사연을 듣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했습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느리지만 결코 느리지 않은 그들만의 계룡산 산행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큰배재를 지나 남매탑에 도착을 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모두들 승리를 한 순간이었습니다.
시야에는 남매탑 주변의 잎이 진 나목위로 겨울바람이 차갑게 불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남의 행복과 비교해서 느끼는 불행이 있는가 하면
남의 불행과 비교해서 얻는 작은 위로도 있습니다.
사연이 각양각색인 명산100 첫 도전자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아무런 사고도 없이 남매탑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있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남매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곧바로 하산을 하지 말고 계룡산 주능선을 볼 수 있는 삼불봉까지만 올라갔다 하산을 하자고 말입니다.
모두들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주저없이 동의를 했습니다.
이분들에게는 두렵지만 셀레는 또 하나의 도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어제밤 살짝 내린 눈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계룡산의 겨울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했습니다.
짧은 거리이지만
급경사지의 돌계단과 철제계단을 올라 모두들 삼불봉에 도착을 했습니다.
모두들 한동안 말없이 계룡산의 주능선을 바라다 보시고 계셨습니다.
아쉽게도 자연은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제가 원했던 겨울설산을 연출되지 않았습니다.
도전자분들이 안개낀 계룡산의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은
갓난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때의 순수함을 간직한 또 다른 세상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정말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모두들 삼불봉에서의 감동을 그대로 간직한 채
동학사 방향으로 남매탑을 지나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동학사 앞을 흐르는 세진정에서는
혹한을 견딘 보상인 봄에 피는 꽃을 구경하기엔 이르지만
청명하게 흐르는 계룡산의 아름다운 물줄기는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에게 공양으로 바치는 쌀인
공양미를 사 가지고 동학사 대웅전에 갔습니다.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합니다.
오늘 명산100 첫 도전자들과 함께한 계룡산 산행은
많은 도전자들이 비록 몸은 조금 불편했지만 마음은 정말로 충만했던 분들이라서 좋았습니다.
동학사를 비추는 오후 햇살은
풀, 나무, 사람을 가리지 않고 골골루 비추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5시간이 훨씬 넘는 계룡산 산행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수고 많이 하셨고 다음에 또 뵙길 기대하겠습니다.
비록 관음봉까지 가지 못해서
5시간이 넘은 오늘 계룡산 산행은 실패라 말하지만
실패라는 씨앗이 나중에는 꼭 성공의 열매가 맺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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