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푹 잤다. 잠들고 일어날 때까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아직 퇴근하지 못한 능선 위쪽의 달을 올려다봤다. ‘우리를 지켜줘서 고마워. 근데 너 많이 외롭구나!’ 텐트에서 가부좌하고 명상을 했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났다.

텐트 밖으로 날이 밝기 시작했다. 하화도에서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배를 탈 시간이 밀물이 밀려오듯 빠르게 다가왔다. 서쪽 바다의 먹구름을 보고 조금 빠르게 야영지에서 철수할 준비를 했다. 아침의 바닷바람은 차가웠고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쏟아지지는 않았다.

배낭을 다 꾸리고 주변 정리까지 마친 후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봤다. 봄과 가까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섬과 섬의 공간은 더없이 가깝게 느껴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보이지만 현실은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멀었다. 상화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야영지를 벗어나자 하화도 선착장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영어회화를 들으며 걸어갔다. 구름 사이로 이따금 비추는 햇볕은 따뜻했지만, 여전히 바닷바람은 차가웠다. 선착장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선착장 주변을 걸어 다녔다. 배가 올 때까지 하릴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뱃고동이 울렸다. 상화도에서 출발한 배가 10분 먼저 도착했다. 하화도에 들어올 때와 반대로 개도 제도를 거쳐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이틀 만에 다시 진남시장에 왔다. 점심은 먹고 헤어져야 할 것 같았다. 옛골집에서 내장국밥에 순대를 먹었다. 물론 나는 여수생막걸리도 먹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끝이 났다. 혼자보다 둘이라서 더 좋았던 순간이었다.

 

 

내가 하룻밤 거쳐야 할 곳이라 느껴지는 곳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찾아왔다. 자기가 마음 편하게 느낀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누가 이야기해준다고 삶을 이해할 수는 없다. 언제나 나는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는 중에 고난도 겪으면서 삶의 의미를 배우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이렇게 또 한 계단에 올라섰다.

 

 

 

영하 4도였는데 춥지 않았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다. 텐트 밖으로 나왔을 때는 어제 아침과 같은 강풍은 불지 않았다. 세상은 하루 만에 평온을 되찾았다. 어두컴컴한 세상에 새벽 어스름이 깔린 바다는 적색 편광이 돌산도 위로 멋지게 퍼져나간다. 노지 야영의 가장 좋은 점은 온전한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의 모습, 끊임없이 출렁거리는 파도의 생성과 소멸,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색채의 웅장한 변화를 어떤 장벽도 없이 관조할 수 있다.

갑자기 배가 아팠다. 자연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지형이 아니라 잰걸음으로 백야 선착장 화장실까지 갔다. 어둠의 보자기에 싸여있던 고요한 마을이 새벽부터 소란스러웠다. 일단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백야도 여객선 대기실로 향했다. 환하게 불 밝힌 대기실 문을 열었을 때 따뜻한 공기가 나를 맞아주었다. 오늘은 배가 뜨는구나!

야영지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무엇보다도 배가 뜬다는 사실이 더 좋았다. 여유롭게 1155분 하화도행 두 번째 배를 타기로 했다. 야영지에서 철수하기 전에 물을 끓여 커피를 마셨다. 커피 한 잔의 여유, 그래 이 맛이지. 야영 후 마시는 커피가 가장 맛있다.

 

 

 

백야 선착장에 차를 주차하고 백호산으로 향했다. 백야도는 흰 섬이란 뜻이다. 섬의 주봉인 백호산 정상 바위들이 하얀색을 띠어서 섬이 하얗게 보인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등산로 1구간으로 백호산에 올라 등산로 2구간으로 하산하는 3.8km 구간을 이용하였다.

웅장한 삼나무 숲길을 지나니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급경사지를 한동안 오르다 보니 더위가 느껴졌다. 백야 선착장과 저 멀리 돌산도가 보이는 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성두는 더웠는지 여러 겹 껴입은 옷을 벗었다. 잠깐의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산을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계가 확 트인 바위가 나타났다. , 기분 좋다. 백야대교, 힛도, 그리고 어제 우리가 야영했던 장소도 눈에 들어왔다. 세상은 높은 곳에서 멀리 보아야 훨씬 아름답다.

1봉에 올랐더니 주변 바위에서 하화도가 가깝게 보였다. 3시간 후면 저곳에서 하루를 보낼 곳이기에 더 정감이 갔다. 그 뒤로 희미하게 나로도도 보였다. 능선 주변에는 어느새 진달래 꽃봉오리가 맺혔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봄은 우리 곁으로 한걸음 다가왔다. 능선을 따라 제2봉과 제3봉을 거쳐 등산로 2구간으로 하산을 했다.

 

 

매표를 마치고 하화도행 태평양 3호를 탔다. 16개월 전 개도에 갈 때 이 배를 탔었다. 그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배가 뜨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사선을 타고 백야도 선착장으로 나왔었다. 이번에도 제도, 개도를 거쳐 하화도로 간다. 뱃길이 낯설지가 않았다. 배가 개도에 닿았을 때는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흐뭇했다. 배는 개도 북서쪽을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이며 출발한 지 40여 분 만에 하화도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야생화 공원으로 이동했다. 다른 섬에 비해 이동 거리가 짧아서 좋았다.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공원 잔디밭에 야영지를 구축했다. 캔맥주 한잔의 여유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저녁은 섬 식당에서 사 먹기로 하고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그러는 동안 침낭과 우모 복을 따스한 햇볕에 널어놓았다.

와쏘식당에 저녁 예약을 했다. 선착장에서부터 유유자적 꽃섬길을 걷기 시작했다. 계절상 꽃을 볼 수는 없었지만, 꽃 대신 주변 풍광을 눈에 담고 향기 대신 바닷내음을 품에 안았다. 꽃섬길을 따라 조성된 여러 조형물과 관목 조림지를 보고 가슴이 탁 막혔다. 특히 꽃섬다리(출렁다리)와 데크는 천혜의 자연자원에 대한 최악의 테러행위였다. 능선에서 바라본 섬섬옥수 같은 섬들의 아름다운 모습만이 위안이 되었다.

 

 

 

이른 저녁을 먹으러 예약한 와쏘식당에 들어섰다. 당연히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고 메뉴 선택에 대한 권한도 없었다. 주인장이 내어주신 서대회정식에 개도막걸리를 마셨다. 오후 7시가 막 지났을 뿐인데 섬의 밤은 더욱 짙은 어둠에 휩싸였다.

섬 밖으로 하늘이 어두워졌다. 밤이 점점 깊어갔다.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체 야영지로 돌아왔다. 섬에서의 밤은 또 다른 세계처럼 인식되었다.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봤다. 가시거리에 있는 섬들도 깊은 잠자리에 들었다. 깨어있는 것은 섬마을에 설치된 조명시설뿐이었다.

섬은 도시의 모든 소음에서 벗어난 곳이다. 그래서 섬은 적막감이 감돌았지만 잠을 자야만 한다는 게 더 아쉬웠다. 그런 나를 섬 공기가 부드러운 감싸 안으며 보호해줬다.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이 많은지 별은 잘 보이지 않았다. 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내가 보는 세상은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늦은 밤까지 의자에 앉아 시간의 흐름에 항거했다.

어둠은 더욱 칠흑 같은 밤으로 변했다. 나는 텐트에 들어갔다. 텐트 밖의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와 바람에 흔들리는 텐트에 명암을 드리웠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사위가 아직은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다. 온돌방이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려고 창문을 조금 열었는데 찬 공기가 확 밀려 들어왔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바람은 포악한 괴성을 질렀다. 어제와는 완전히 딴 세상이다.

오전 7시가 지나 아침을 먹으려고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온몸을 강타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게 아니라 몽둥이로 때리는 것 같았다. 정말 인정사정없이 불어댔다. 이렇게 바람을 맞다가는 온몸에 멍이 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어제와 달리 너무 추웠다.

오픈 시간 전이라 커피는 포기하고 모텔로 돌아왔다. 모텔 방의 온기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약속 시각까지 온돌방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일정대로 목적지에 못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It’s my life(중략).”

전화벨은 고요한 모텔 방의 정적을 깨웠다. 성두가 10분 후에 도착한다고 해서 배낭을 메고 모텔 입구로 나갔다. 2022 12월에 규슈여행을 함께 다녀오고 1 3개월 만이었다. 아침에 못 마신 커피를 사 들고 진남시장에 갔다. 점심때 먹을 회와 간식으로 먹을 토스트를 사서 차로 돌아왔다. 바람은 여전히 멈출 기미가 없었다. 차에서 토스트를 먹고 해안도로를 따라 백야항으로 향했다.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백야도 여객선 대기실은 굳게 닫혀 있었고 입구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A4용지에 적혀 있었다. ‘금일 기상악화로 인하여 입, 출항이 통제되었습니다. 061-686-6655 태평양해운.’ 이미 짐작했었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때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내가 처한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배가 뜨지 않는다고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대체 야영지를 찾아 백야도와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야영할 곳은 생각보다 많이 있을 테니 어떤 걱정도 들지 않았다. 우린 야영 전문가니까.

제일 먼저 백야등대로 향했다. 등대 아래 바닷가에 해양낚시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관광객이나 낚시꾼이 많이 찾는 장소였다. 다음으로 백호산 자락 남쪽 몽돌해변에 갔다. 상화도와 하화도가 한눈에 들어왔고 인적이 없어 한적하고 좋았다. 하지만 탁 트인 곳이라 바람을 막아주지 못했다. 그다음으로 화백해안길은 바다와 맞닿은 곳이었고 물결이 바람에 출렁거리며 연신 흰 물거품을 만들었다. 바람이 멈추길 기다리는 어선은 파도가 만들어낸 너울에 육중한 몸체가 좌우로 흔들렸다. 힛도는 마땅한 야영지를 찾을 수 없었다. 힛도에서 산을 넘어 삼섬으로 걸어가 봤지만 마을 공동양식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안포리 해안가를 따라 안일초등학교까지 바닷가마을을 돌아다녔다.

어느덧 오후 2시가 지났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백야등대에 왔다. 이곳이 우리에겐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었다. 바람을 피해 전망대 한쪽에 아기자기한 자리를 마련했다. 양지바른 곳이라 따스한 햇볕이 내리쬈다. 소주가 아닌 위스키에 회를 먹기 시작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든든해지니 한결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이미 마음속에 야영지를 정했기에 급할 이유가 없었다. 해가 지기 1시간 전에 그곳으로 이동했다. 서풍이 불어오고 성난 파도를 일으키며 포효하는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바다와 맞닿은 절벽 위의 옛 해안초소가 있던 자리를 야영지로 정했다. 야영준비를 거의 다 마쳤을 때 저 멀리 낭도 넘어 고흥반도 쪽으로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었다.

저녁을 먹고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어두워진 바다를 바라봤다. 암벽에 뿌리를 내리고 위태롭게 서 있는 해송이 바람을 막아주었고 야영지 주변의 찔레 덩굴이 우리를 보호하듯 사주경계를 섰다. 바닥은 칡덩굴과 낙엽들이 깔려 푹신한 감촉이 포근함을 더해줬다. 무엇보다도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조용하고 아늑한 장소라 좋았다.

야영지의 텐트는 아늑한 요람처럼 작은 공간이지만 그 무엇보다 평온했다. 매트 위에 놓인 침낭 안에서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강풍이 만들어낸 성난 파도 소리와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도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의욕 없이 지내는 일상의 느린 흐름 속에 갑자기 큰 파도가 몰아쳤다. 야영하다 보면 현실 속에서 표류 중인 나를 일깨우며 삶의 방향을 잡고 더 적극적으로, 더 멀리, 더 깊이 있게 행동할 수 있게 만든다.

나는 야영을 통해 신체의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자연으로 들어가 내적 성숙을 확장하고 있다. 자연 속에 헐벗은 채 내동댕이쳐졌을 때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살기 위한 처절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삶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된다.

과연 삶이란 무엇일까? 또 그 삶을 살아가는 나는 누구일까?

 

카톡이 온 것은 어제 오전 910분이었다. 2월도 오늘이 지나면 하루밖에 남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이 연령대의 속력으로 흐른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의식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서서히 곪아가는 종기 같은 내 마음을 한순간에 해방해준 카톡이 그런 순간에 온 것이다.

말보다는 행동이 빠른 나이기에 순식간에 모든 것을 결정했고 일정을 조율했다. 삼일절 연휴가 코앞이지만 어렵사리 왕복 기차표를 예매했고 내일 묵을 여수 숙소도 예약했다. 멈춘 것 같은 심장이 다시 요동치며 뛰기 시작했을 때의 쾌감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세심하게 계획된 여행도 좋지만, 때론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이 삶에 더 많은 활력소를 준다. 자 떠나자. 매화가 활짝 핀 남쪽 섬으로. 이제 남은 건 백패킹 배낭을 꾸리는 일만 남았다.

 

 

가슴이 설레는 아침이다. 이것저것 백패킹 장비를 찾느라 아침부터 분주히 집안을 돌아다녔다. 텐트, 침낭, 우모 복, 매트, 탁자, 의자, 버너, 코펠, 가스, 랜턴, 핫팩, 위스키, 견과류, 라면, 햇반, 김치, 고추 절임, 커피, 세면도구를 방에 늘어놓고 테트리스 오락게임을 하듯 배낭에 차곡차곡 넣었다.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소일거리삼아 집에 필요한 식재료를 사기 위해 두 곳의 마트를 다녀왔다. 하늘은 점점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지만 비는 아직 내리지 않았다. 점심을 먹은 후 여수로 떠날 시간이 되었을 때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이런 짐이 하나 더 늘겠는걸.

큰 배낭을 메고 우산을 쓴다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평일 한가한 오후였지만 지하철은 이상하리만치 사람들로 북적였다. 집을 나온 지 40분 만에 서대전역에 도착했고 다시 40분을 기다리고 나서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연휴 전날이라 기차는 만석이었다. 다행히도 어제 기차표를 급하게 예약할 때 앞 좌석을 선택할 수 있어 큰 배낭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서대전에서의 짧은 정차를 마친 여수행 무궁화호 1503은 소름 돋을 정도로 큰 쇳소리를 내면서 출발했다. 3시간 4분간의 긴 장편 영화를 보는 이제 막 보기 시작한 듯 창밖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점점 빠르게 사라지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바뀐 것은 구례구역에 도착했을 때였다. 기찻길 주변으로 매화가 봄을 알리듯 활짝 피어있었다.

 

 

여천역에서 내렸다. 비가 내려 해가 지기 전인데도 어스름이 깔린 분위기였다. 큰 배낭을 메고 우산을 쓴 채 빗속을 걸었다. 오늘 묵을 모텔은 여수시청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2km 남짓을 직진만 하면 된다. 버스를 탈 때 수반되는 기다림, 버스 내 공간확보, 도로정체를 겪는 것보다 육체적으로는 힘듦을 선택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진남시장으로 향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왔다식당으로 향했다. 뜨끈한 내장국밥에 여수생막걸리까지 배부르게 저녁을 먹었다.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는 비가 그친 상태였다. 어둠이 장악한 세상에 항거라도 하듯 여수 거리는 밝은 빛깔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수시청 옆 골목의 밤 경치는 휘황찬란했다. 날씨는 온화했고 산책하듯 골목을 걷다 보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가 선소유적지 안내판을 봤고 자연스레 발걸음이 가막만 최북단으로 향했다. 이곳은 고려 시대부터 선소마을을 형성하여 배를 만들었던 장소로 왜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이순신 장군이 나대용 장군과 함께 거북선을 만든 곳이다. 또한, 뒤로는 병사들의 훈련장과 적의 동태를 살필 수 있는 망마산이 자리한 천혜의 요새이다. 밤이라 인적이 없어 더욱 쓸쓸한 선소유적지, 배를 매어두던 계선주가 있는 자리에서 바라본 야경이 아름다웠고 지금도 그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내가 다시 모텔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8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다. 603호 문을 열었을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온기는 나를 둘러싼 모든 액운을 스르륵 녹여버렸다. 간단한 샤워 대신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몸을 담갔다. 하루의 피로를 푸는 순간이었다. 이보다 더 좋은 기분은 오늘 없었다. 모텔의 온돌방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뜨거웠다. 요를 깔고 최후의 만찬을 즐기듯 몸을 지진다. 이때까지 몇 시간 후에 찾아올 기상변화를 짐작하지 못했다.

 

어젯밤 문자 한 통이 왔다. 늘 오는 스팸 문자겠지.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대학 동기의 모친상 부고 문자였다.

죽음. 50대인 나에게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하나의 사건이 되어버렸다. 잠들기 전에 수원행 기차표를 예약했다. 30년 전에 가본 수원은 내 기억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오후 126분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기차는 만석이었고 각자의 목적지에서 내리고 새롭게 타는 사람들이 반복될 뿐이었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영어회화를 들으면서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눈 쌓인 풍경에 가끔 눈을 돌렸다.

수원역을 벗어나자 정면으로 쭉 뻗은 도로가 펼쳐졌다. 버스를 타지 않고 양지바른 길을 따라 그냥 걸었다. 한파가 막바지라서 음지는 엄청 추웠고 점퍼가 아닌 외투를 걸친 나는 더 추위를 느꼈다. 20여 분을 걸었을 때 팔달문과 마주했고 아무 생각 없이 팔달산을 올랐다. 성벽을 따라 걷다가 서장대에서 수원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성벽을 따라 화서문과 장안문을 지나 화홍문까지 왔다. 성벽 길을 내려와 방화수류정을 감상하고 하천길을 따라 걸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430분이었다. 천천히 성빈센트병원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조의금 봉투를 쓰고 8호실로 향했다. 방명록에 서명하고 조의금을 조문함에 넣었다. 상주 자리에 상주가 없어 기다리다 조문객과 이야기 중인 상주를 발견했다. 어색하지만 조문객과 상주의 예를 갖추고 조문을 마쳤다. 저녁을 먹고 혼자 소주를 마시면서 빈소에 남아 있었다. 일가친척을 제외하고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끔 두세 명의 지인들이 찾아왔다. 점심때 대학 동기 2명이 다녀간 것을 제외하고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어색한 것보다는 오랜 시간 뻘쭘하게 혼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싫었다.

인터넷의 발달은 조문 방식도 바꿔놓았다. 먼 거리이지만 마음을 내어 찾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는 이미 지난 것 같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계좌에 조의금을 이체하고 카톡으로 조의를 표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과연 인간관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담배 피우러 나가자는 상주의 말에 밖으로 나왔다. 그때가 오후 730분이었다. 상주가 담배를 피우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장례식장을 나왔다.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무거웠다. 세상은 네온사인이 어두워진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거리의 인파를 지나 수원역까지 터벅터벅 걸었다. 낯선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쓸쓸한 기분을 음악으로 달래며 밤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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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새벽 5. 이불 밖을 벗어났을 뿐인데 온몸이 서늘하다. 비가 내렸고 그 비가 눈으로 변했다. 그리고서 겨울다운 한파가 찾아온 것이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보일러를 가동한다. 화장실 입구 왼쪽 벽면에 있는 전원을 어둠 속에 누른다. 문을 열고 화장실 불을 켠 후 보일러 스위치를 다시 확인한다. 길게 뻗은 연통이 용트림하듯 큰 소리를 내지며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마치 뱃고동 소리처럼 새벽하늘에 우렁찬 외침으로 절규한다.

엄마 방으로 간다. 어둠 속에 텔레비전이 켜져 있고 이미 깨어 있는 엄마는 밀크커피를 마시고 있다. 방 안 공기에는 달곰한 커피 향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듯 내 코를 자극한다. 포트에는 이미 끓은 물이 있다. 방 불을 켜고 나도 커피를 탄다. 잠자느라 당이 떨어졌는지 입에 대기도 전에 냄새에 푹 빠져버린다.

 

오늘은 일찍 집을 나선다. 크리스마스 때에 맹추위가 기성을 부리다 연말이 되면서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50대에 들어선 나에게 죽음이 한 발짝 더 다가왔다는 의미이다. 삶 속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내 삶을 더 충만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육체가 움직일 수 있을 때 마음이 원하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그게 나이니까.

한파가 지나고 기온이 예년 기온을 회복한 것 같다. 아침을 먹고 배낭에 이것저것을 챙겨 넣는다. 오랜만에 계룡산을 갈 생각이다. 107번 버스를 타고 동학사정류장에 왔다. 주차장과 도로에는 눈이 쌓여 있다. 터벅터벅 도로를 걷는다. 오늘은 동학사로 가서 천정골로 하산할 생각이다. 구름이 점점 산을 집어삼키고 있다. 나는 점점 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동학사를 지나 등산로 초입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쉼 없이 걷는다. 물도 먹지 않고 쉬지도 않고 정상까지 한 번에 올라간다. 주차장에서 관음봉 정상까지 정확히 1시간 30분이 걸렸다. 오랜만에 산행의 짜릿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구름에 휩싸인 산은 나를 지워버리고 있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기 전에 하산을 시작한다.

바람은 구름을 뚫고 갑사에서 불어와 산릉을 넘어 동학사로 향한다. 올해의 온갖 사연들이 바람에 실려 와 상고대가 피어있는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내 마음을 세차게 때린다. 시계가 없어 삼불봉을 오르지 않고 남매탑으로 내려간다. 허기진 배를 전투식량으로 채우고 천정골로 하산을 한다.

 

요즘 하루가 신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여행준비를 마치려고 한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독일로 유럽여행을 갈 계획이다. 아직 5개월도 더 남았지만, 하루하루가 설레는 기분이다. 일정을 계획하고 세부적인 것들을 알아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뭔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것은 삶의 활력을 준다. 그 뭔가가 난 여행이니까 더 좋다.

이제 하루 남았다. 정확히 12시간 30분 남았다. 올해도 이렇게 지나가는 건가? 스스로가 분주해진다. 내년도 계획도 세우고 올 한해를 정리해야 한다. 할 일이 많은데 머리는 쇠망치에 맞은 듯 띵하다. 차분차분 한가지씩 저리를 해야 하는데. 내년에는 화려한 한량이란 신조로 현실의 비루한 한량을 벗어나 보자.

 

비가 내린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이라 구슬피 우는 건가? 아니면 묵을 때를 씻어버리고 싶은 마음인가? 세상은 고요한 적막이 어둠과 함께 찾아왔다. 가로등 불빛이 대로에 띄엄띄엄 희망의 빛을 발산할 때 그곳에서 한줄기 비가 불빛을 가른다. 오늘은 저무는 해를, 내일은 떠오르는 해를 기다릴 테지. 그게 인생이다.

 

Good By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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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다.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비가 내린다. 시계를 보니 오전 459분이다. 알람이 울리기 바로 직전이다. 커피를 마시려고 텐트에서 나온다. 버너에 불을 켜고 물을 채운 냄비를 올려놓는다. 물이 끓는 소리가 빗소리에 맞춰 화음을 더한다. 스테인리스 컵에 카누를 쏟고 끓은 물을 붓는다. 진한 커피 향이 수증기로 변해 원두막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세상은 점점 그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산을 쓰고 야영장을 걷는다.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비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내 다리를 적신다. 잔디에서 야영하던 사람들은 어수선하지만 분주하게 텐트를 철수하고 있다. 나는 매표소 앞 의자에 앉아 비가 내리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본다. ‘아무래도 온종일 배가 내리겠는걸다시 빗속을 걸어 원두막으로 돌아온다. 원두막에 도착했을 때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의자에 앉아 가장 편한 자세로 빗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비는 쉬지 않고 떠들기 시작한다.

 

태양을 볼 수 없는 날이다.

샤워기의 물줄기처럼 광기가 어린 냉기를 품은 비가 내린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세상은 멈춘 것 같지만 실상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비가 끼를 부리기 시작하면 의미 없이 내리는 빗줄기는 없다.

낮술을 먹는다. 할 일이 딱히 없을 때는 술을 먹는 게 최고의 해결책일 수 있다. 술안주는 라면이다.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수프와 면을 넣고 330초를 끓이면 된다. 소주 1 : 맥주 2의 소맥을 스테인리스 컵에 제조한다. 소맥을 마시고 라면 국물을 마신다. 비가 오는 날엔 라면 국물이 최고다. 낮술과 마시며 녹음이 가득한 곶자왈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흐르지 않을 것 같은 하루도 끝내는 저물고 만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며 보낸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분다.

곶자왈을 지나온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나를 깨운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침의 싱그러운 합창이 나의 귀를 간지럽힌다. 텐트가 있는 원두막을 밖으로 나오니 곶자왈의 향기가 내 오감을 자극한다.

오두막은 시원하기보다 서늘하다. 서늘함 때문에 스웨터를 입은 야영객들이 부산스럽게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그들 시야에 민소매를 입은 내가 야영 전문가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재빠르게 철수준비를 마친다. 밤새 폭우로 곶자왈을 뒤흔들던 하늘은 회색 구름만이 둥둥 떠 있다.

 

새로운 아침, 새로운 하루다.

이제 야영은 끝났지만 계속 야영을 하는 듯한 잔상이 눈앞을 떠나지 않는다. 곶자왈에서의 야영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도시에 머무를 때와 다른 방향으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버스를 타는 것으로 이번 야영을 마무리한다. 이제 다시 회색빛으로 물든 소음 가득한 도시로 돌아갈 시간이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4일간의 곶자왈에서의 야영은 내 영혼에 짙은 자국을 남겼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때의 일들이 세월이 지난 다음에도 되새김질하고 싶어서이다.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간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떠나자!

 

 

 

햇살 가득한 아침이다.

음울하고 축축한 날씨가 이어지는 동안 거친 비바람 속에서 지내온 내 몸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기분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맑은 하늘을 본지도 오래된 듯한 느낌이다. 청명한 하늘은 내 안의 우울한 감정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다.

곶자왈에 들어서면 녹음이 드리워져 있고 위에는 큼지막한 나무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나뭇잎은 바람에 살랑거리고 상쾌한 공기는 내 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간다. 우거진 수관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 어둠과 균형을 이룬다. 곶자왈에는 난대와 온대 수종이 함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푸르른 잎을 가득 채운 곶자왈은 어떠한 시련도 이겨내고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산책길에서 곶자왈을 바라보면 싱그러움이 가득한 이끼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지표를 뒤덮고 있다. 이런 곶자왈을 걷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감각의 모든 세포가 깨어나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순식간에 찾아낸다. 곶자왈 어느 지점에서 꽃을 피운 투구꽃을 발견했을 때처럼 특별할 것 없는 사소한 일상이 작은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즐거움을 양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즐거운 일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아무 볼품없는 도시 거리보다는 곶자왈이 훨씬 흥미 있고 가치 있는 장소이다.

 

여기는 큰지그리오름이다.

넓은 곶자왈 저편에는 완만한 산등성이의 여린 오름 곡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곶자왈은 평평하고 넓은데 오름에 가깝게 다가오니 날이 선 칼날처럼 경사가 급하다. 걷는 속도에 완급조절을 하고 리듬감을 살려 오름에 올라선다.

심장이 요동치고 호흡은 거칠지만, 확 트인 시야에 아늑함을 느낀다. 저 멀리 사람이 길게 엎드려 있는 듯한 한라산의 곡선에선 느슨함을 느낀다. 이곳의 조망은 보는 방향에 따라, 시각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 느낌과 아름다움이 다를 것이다.

가을 햇볕은 따스하다기보단 뜨겁고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는 풀벌레를 유혹이라도 하듯 흐느껴 울어댄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경험한 만큼만 느낄 수 있다.

 

구름이 많이 낀 맑은 날이다.

오름에서 내려와 다시 곶자왈을 되돌아 걸어간다. 휴양림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탄다. 왼쪽 창가 자리에 앉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본다. 한적한 버스는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포장도로를 막힘 없이 내달린다. 순식간에 종점에 도착한다.

서귀포다. 뚜벅뚜벅 인도를 걸어간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났을 때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간다. 1인용 식탁에 앉은 후 주문을 한다. ‘순대 백반하고 막걸리 주세요늦은 점심을 먹는다. 허기진 위장을 가득 채울 때까지.

저녁 찬거리를 산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다시 야영장으로 간다. 이미 해는 서산으로 기울었다. 잔디밭 야영데크에 자리한 사람들은 이미 불을 밝히고 있다. 야영장 도로에 설치된 조명 빛에 의지한 체 원두막으로 걸어간다. 그곳에는 내 손톱만큼 자란 초승달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밤은 외롭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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