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피천 은어길

 

나에게 작심삼일이란 단어는 없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듯이 새해 다짐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평소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 시작된 나의 습관들이기가 이제야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같아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새해 첫걸음은 울진이다.

작년에도 5월에 울진에 갔었는데 해마다 한 번씩은 꼭 울진에 가는 것 같다. 이상하리만큼 포근한 날씨에 당황한 18일 오후 230, 검은색 승용차는 아우토반을 달리듯 울진을 향해 고속도로 내달렸다. 울진까지 가는 길 자체도 막힘이 없었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다 빨아들이듯 사위가 맑고 투명한 오후였다.

 

행곡리 처진소나무
광천 징검다리
불영계곡

 

밤의 어둠은 어제처럼 흘러갔다.

나는 어둠의 끝자락 속에 아침을 먹었고 앞으로 나흘 동안 가야 할 장소를 지도에서 살펴보았다. 우리는 왕피천을 따라 걸었다. 마을을 지났고 농로도 걸었으며 징검다리를 통해 하천을 건넜다. 그러다 불영계곡에 들어섰다.

불영계곡의 가장 친한 동반자는 물과 바위였고 그늘진 곳은 얼음이 물을 대신하고 있었다. 계곡 안에는 맑고 투명한 계곡물과 더불어 청량하면서도 야릇한 무언가가 깊숙이 숨어 있는 듯했다.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표현할 수 없는 충만감 가득한 자연의 색감에 고요함까지 더해져 색상의 변화가 그늘에서도 강렬한 힘을 드러냈다.

 

불영계곡

 

불영계곡은 거대한 얼음 바다였다.

얼음 바다 위를 걷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얼음 바다에는 작은 돌들이 드문드문 솟아 있었고 그것은 파도의 흰 물거품처럼 잔잔하게 이어졌다. 계곡 바람은 나를 겁주듯이 격렬하게 불어댔다. 내 걸음은 바람에 전혀 위협을 받지 않을 만큼 당당했다.

물은 쉬지 않고 흘렀다.

겨울이라 물의 형태가 고체로 변해 때론 검박하게 때론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꼬부랑 계곡을 따라 흐름을 멈추지 않고 얼음 아래로 자유롭게 흘러가 버리는 계곡물은 대지의 생명줄이다.

 

불영계곡 도강

 

물 말고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깊은 산속 골짜기를 지나 바다로 흘러가는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물줄기의 시원함과 전기가 오는 듯한 짜릿함을 몸소 체험했다. 얇은 개울을 건널 때 조심스럽게 한 발 내딛는 발걸음에서 전해지는 상쾌함은 어느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이태백이 술에 취하듯 나는 계곡에 취했다.

흐르는 물처럼 자유로운 이곳은 산속에 자리를 잡은 좁디좁은 계곡이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고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며 유유자적 지내기엔 내가 사는 도시보다 훨씬 좋았다.

 

불영사
선유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왕피천

 

탈출로는 그곳밖에 없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계곡의 폭포와 깎아지른 듯 서 있는 바위산들이 나를 둘러쌌다. 그 순간 길 없는 불영계곡에 서 있는 나를 보았고 흐르는 계곡물을 보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산허리를 지나는 예전 36번 국도를 올려다본 것이다.

얼어버린 계곡물 사이로 드문드문 놓여있는 바위를 밟고 건넜다. 가파른 암벽 사이에서 국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지점을 찾았다. 젖먹던 힘까지 손과 발끝에 모아 조심스럽게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국도의 안전울타리를 뛰어넘는 순간 위험을 벗어났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나는 얼마간 국도를 걸었다. 다른 길이 없기도 했고 차량까지 갈 필요가 있었다. 지금 닥친 현실을 더욱 맑고 밝은 눈으로 들여다보며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또다시 불영계곡에 올 거란 느낌이 들었다.

1월 첫째 주 목요일

아침에 나는 카키색 바지에 검은 스웨터를 입고 검은색 목도리를 한 후 아이보리색 점퍼를 입었다. 발목까지 오는 운동화를 신고 검은 장갑을 낀 체 미세먼지가 하늘을 여러 번 덧칠한 희끄무레한 하늘을 올려다본 후 길을 걸었다.

내가 걷는 왕복 8차선 도로는 지하터널을 빠져나온 차량이 학교 앞 횡단보도 앞에서 속력을 줄였고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엄마 손에 이끌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길가에 아무렇게 놓인 공유 전동킥보드는 이용자의 비양심만큼 녹슬어 있었다. 오늘 한낮의 기온이 영상 7까지 올라가는 겨울치고는 따뜻한 1월의 한낮이다.

 

스물다섯 살 여름

나의 첫 해외여행으로 한 달 동안 베트남을 다녀왔다. 그 이후 싱가포르, 인도, 네팔,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라오스, 홍콩, 마카오, 러시아를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10개월 동안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낯선 나라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도시를 봤고 농촌을 봤고 산을 봤고 강과 바다를 봤다. 밤이 되면 지는 해의 자취를 따라 하늘을 봤고 달과 별을 봤다. 하지만 결국 내가 본 것은 낯선 사람들 속에 머물고 있던 나 자신이었다.

 

김연수 작가의 스무살이라는 소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남들이 흘리는 눈물보다 더 빨리 우리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위 문장을 각색하여 내 남은 인생을 표현해 봤다.

똑같은 365일이지만 작년보다 올해가, 똑같은 24시간이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오십 살이 지나고 나면 오십 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오십 살 이후가 오는 것이다.

나는 더는 스무 살이 아니다. 그보다 두 배 반이나 더 나이를 먹었다. 스무 살 때의 내 모습에서 이미 많이 변환 내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십 살, 내 나이다.

생물학적 오십은 작년 가을이었지만 어쨌든 202315일 나는 정확히 만 오십 살이 되었다. 100세 달리기에서 이제 반환점에 도달했는데 나머지 50년을 더 열심히 달려야 하나 아니면 다른 길로 빠질까 고민 중이다.

처음의 40년은 뭣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삼십 대까지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지만 고단한 현실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했다. 사십 대까지는 이기지도 못하는 현실과 치고받고 싸우느라 나를 돌아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될 대로 되겠지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나에게 사십 살 이전은 그런 시절이었다.

사십 대에 들어선 후 최근까지 무척 계획적인 삶을 살았다. 뭐든지 계획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룬 성과도 여럿 있었지만, 삶이 조금씩 지쳐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나는 상상을 한다.

오십 살의 여섯 번째 달에는 자동차를 타고 동유럽을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름 오십 년을 그럭저럭 잘 살았으니까 6월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스물다섯 살에 베트남을 다녀온 후 죽기 전에 전 세계를 여행해야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세웠었다. 돈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여행에 필요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느라 아주 계획적으로 돈을 모았다. 나에게 시간은 언제나 충분하니 망설이지 말고 떠나자!

이제 나의 무대는 유럽으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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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여행경비 - 클릭하면 세부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후쿠쓰시, 미야지다케 신사

 

[여행일정]

6박 7일간의 여행일정은 아래와 같다.

 

1.  11/30() - 1일차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 L카운터 제주공항앞 2PM 집결

 후쿠오카 공항 - 하카타역 - 숙소

저녁식사 후 휴식

 

제주항공, 7C 1406, 16:20 출발
후쿠오카 공항 무료셔틀버스(국제선-후쿠오카공항역)
후쿠오카 지하철(후쿠오카공항역-하카타역, 2정거장/260엔)
하카타역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 6박
저녁식사, 교자전문점 아사히켄

 

 

2.  12/01() - 2일차

하카타 시내구경(스미요시 신사)

하카타역(북규슈 레일패스 교환 및 좌석예약)

카와미야 햄바그

하카타 시내구경(Jotenji-dori Ave, 구시다신사, 캐널시티, 나카스 등)

오키요식당

오호리공원

텐진거리

 

스미요시 신사
하카타역 북규슈 레일패스 교환 및 좌석 예약
카와미야 햄바그
Jotenji-dori Ave
구시다신사 앞 골목
구시다신사
캐널시티 하카타
오키요식당
오호리공원
텐진거리

 

 

3.  12/02() - 3일차

나가사키 여행(북규슈 레일패스 이용)

 

가는편
RELAY KAMOME
하카타(博多駅) - 다케오 온센(武雄溫泉)
오전 7:16 ~ 오전 8:26
KAMOME 5
다케오 온센(武雄溫泉) - 나가사키(長崎駅)
오전 8:29 ~ 오전 9:00

오는편
KAMOME 44
나가사키(長崎駅) - 다케오 온센(武雄溫泉)
오후 4:43 ~ 오후 5:10
RELAY KAMOME 44
다케오 온센(武雄溫泉) - 하카타(博多駅)
오후 5:13 ~ 오후 6:13

 

특급열차, RELAY KAMOME
에키밴(도시락)
신칸센, KAMOME 5
데지마 워프
Gunkanjima Concierge Office, 군함도행 배 선착장
오후라전망공원
Saisakiya Tsukimachiten, 소바전문점
메가네바시 (안경교)
스와신사
쓰키미 다옥(月見茶屋)
후쿠오카, 하루요시야키토리

 

 

4.  12/03() - 4일차

구마모토 여행(북규슈 레일패스 이용)

 

가는편
MZUHO 601
하카타(博多駅) - 구마모토(熊本駅)
오전 8:30 ~ 오전 9:02

오는편
SAKURA 560
구마모토(熊本駅) - 하카타(博多駅)
오후 3:02 ~ 오후 3:41

 

신칸센, MZUHO 601
쿠마모토 노면전차
스이젠지 조주엔
Higashihamaya, 민물장어요리 전문점
Kamiezu Lake(上江津湖)
후쿠오카, 食堂 光

 

 

5.  12/04() - 5일차

모지코, 시모노세키 여행(북규슈 레일패스 이용)

 

가는편
SONIC 5
하카타(博多駅) - 고쿠라(小倉駅)
오전 8:02 ~ 오전 08:55
JR 가고시마 본선
고쿠라(小倉駅) - 모지코역(門司港駅)
오전 9:05 ~ 오전 09:30

오는편
JR 가고시마 본선
모지코역(門司港駅) - 고쿠라(小倉駅)
오후 3:41 ~ 오후 04:05
고쿠라(小倉駅) - 하카타(博多駅)
오후 4:39 ~ 오후 05:27

 

특급열차, SONIC 5
JR 가고시마 본선
모지코역
칸몬연락선 모지항 승선장
시모노세키, 가라토시장
각종 초밥
초밥시식, 간몬
간몬해저터널(関門トンネル人道)
블루윙모지
오뎅 야마구치
고쿠라역
후쿠오카, 부산정 하카타본점

 

 

6.  12/05() - 6일차

미야지다케 신사

우동타이라

후쿠오카 골목여행

 

모지코행 쾌속열차
후쿠마역에서 하차
후쿠쓰시, 미야지다케 신사
후쿠오카, 우동 타이라
후쿠오카 골목여행
나카강
아크로스 후쿠오카
캐널시티 하카타
야나기바시 시장, 포장회

 

 

7.  12/06() - 7일차

숙소 - 하카타역 - 후쿠오카공항-인천공항

 

스매요시 거리에서 바라본 아침
하카타 지하철역
후쿠오카 국제공항(후쿠오카공항역 무료셔틀 이용)
제주항공, 7C1407
선물구입, 면세점
후쿠오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다음편에는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

여행 비용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나는 내 삶을 살고 있다.

나는 거의 매일 책을 읽고 짧은 글을 쓴다. 매일 반복되는 특별한 것 없는 단순한 하루를 살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소신에 따라 당당하게 행동한다. 감정표현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행복이 내 삶의 목적이 아니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는데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려고 노력할 뿐이다. 인간은 본시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려는 생존본능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다. 생존을 위한 활동에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하여서 해 나갈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각자의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유하는 삶이 확실히 존재한다. 집단이 개인보다 우선시 되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은 후 순위가 된다. 자유와 행복은 사회적 동물에게 필요했던 생존 도구이다.

사회 구성원의 삶은 행복할까?

행복하려면 즐거워야 하는데 많은 사람과 삶을 공유한다고 즐거울까? 많고 적음,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친밀한 감정이나 태도가 더 중요하다. 모든 사람과 친밀하게 지낼 수는 없다. 소수라도 나와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자유로운 삶이 좋다.

나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안락함을 포기했다. 자유로운 삶은 생각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 일정 부분 물질에 대한 마음 비움이 필요하다.

돈을 좇기 시작하면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일만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 돈에 집착할수록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어진다. 소유하고 싶은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소유물에 스스로가 저당 잡히고 만다. 결국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결국, 나는 없고 물질만 남는 삶이 되고 만다. 삶은 내가 사는 것이지 물질이 사는 게 아니다. 무언가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더 크게 자유로워진다. 행복은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이다. 삶은 자유를 추구할 때 한 걸음 더 행복에 가까워진다.

돈이 적다고 가치 없는 삶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있다면 인간관계 속 행복을 찾아야 한다. 적게 일하더라도 즐기면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의 삶은 지나칠 정도로 소유 지향적이다.

풍족하게 물질을 소유하려고 평생을 돈을 벌기 위해 살고 있다. 돈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위한 필수품이지만 돈의 씀씀이가 자유와 행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돈에 의존한다고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

소유하지 못한 것을 갈망하면 불행을 느낀다. 더욱더 더 바라는 마음 때문에 만족할 수 없다. 소유한 것에 만족하는 생각과 태도를 가지면 행복을 느끼게 된다. 행복이 눈앞에 있는데 눈뜬장님이 될 것인가?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종종 일상을 탈출하여 나에게 자극을 줌으로써 행복해진다. 행복은 생각만큼 멀리 있지 않다. 가을바람에 낙엽들의 속삭임을 듣는 것과 같다. 어둠이 밝음과 이웃하듯 서로가 만나는 시간이 행복이다. 그래서 늘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행은 생존에 유익한 활동이다.

생존에 필요한 행위를 할 때 행복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여행에 매진하면 그 순간 행복을 느끼고 나의 여행지는 행복한 세상이 된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행복은 뇌를 자극하는 감정의 경험이다.

자 떠나자. 일본 규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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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통

 3대째 향토 음식 계승자의 집이

장림산방이다.

 

황정산 자연휴양림을 다녀온 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대강면 장림산방에 왔다.

 

장림산방 위성지도

 

주소는

충북 단양군 대강면 단양로 142

(지번) 대강면 장림리 101-37

 

전화번호

043-422-0010

 

건물 위쪽에

단양마늘축제 곤드레가마솥밥 금상 수상

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장림산방

 

건물 내부는 천정이 높아서

식당임에도 음식 찌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출입문 벽 상단에

음식으로 고치지 못한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라는 문구가 두 눈을 사로잡았다.

 

식당 내부

 

우리는 능이버섯전골을 주문했다.

식사 조리시간은 20분 소요된다고 메뉴판에 적혀 있다.

 

물을 마시면서 핸드폰으로 뉴스 기사를 검색했다.

 

메뉴판

 

10분쯤 지났을 때 나물과 채소로 만든 9가지 반찬과 함께

능이, 싸리, 두부, 호박, , 콩나물 등이 들어간 능이버섯전골 나왔다.

 

내 인생의 첫 능이버섯전골은 아니다.

 

산을 다니면서 여러 번 먹어봐서 그 맛을 적확히 알고 있다.

버너 위에서 능이버섯전골은 먹음직스럽게 끓고 있다.

우리는 며칠을 굶은 게걸든 사람처럼 바닥이 보일 때까지 끊임없이 먹었다.

 

능이버섯전골

 

공주 시내버스 터미널은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5길 42-21

(지번) 산성동 174-37

에 위치한다.

 

공주 산성시장과 인접해 있다.

 

공주 시내버스 터미널

 

공주 시내버스는

대전시방면

계룡방면

이인/탄천방면

우성/사곡/유구방면

의당/정안방면

세종시방면

이 운행중이다.

 

공주 시내버스 운행시간표

108일 토요일

계절은 가을이지만 기온은 여전히 여름이었다. 나는 계룡산을 찾았다. 천정골에서 등산을 시작한 후 큰배재, 남매탑, 삼불봉, 자연성릉, 관음봉, 은선폭포, 동학사로 하산을 했다. 주말이라 등산로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숲속 나뭇잎은 여전히 녹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1027일 목요일

날씨가 화창한 가을날이라 오랜만에 다시 계룡산을 찾았다. 자동차를 타면 10분 남짓한 거리이지만 버스를 타도 동학사 종점까지 15분이면 도착한다. 습관적으로 천정골로 등산을 시작했다.

 

10월 8일
버스에서 바라본 계룡산 장군봉
10월 27일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을씨년스럽다.

나뭇잎 떨어진 숲에는 무수한 낙엽들이 뒤엉켜 층을 이루고 있다. 계곡에 떨어진 낙엽은 물길을 가로막고 등산로는 낙엽 밟는 감촉과 함께 부스럭 마른 소리가 났다. 나무의 잎은 누렇고 붉게 점점 물들고 있었다.

 

호흡을 조절했다.

평지를 걷는 것처럼 오르막을 쉬지 않고 걸었다. 오버페이스(overpace)를 하면 호흡이 거칠어지고 힘이 많이 든다.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게 속도를 조절하면 비탈이 심한 등산로도 쉽게 오를 수 있다. 평소보다 2분 늦은 37분 만에 큰배재에 도착했다.

 

천정골
큰배재

 

나무는 월동준비를 시작한다.

늦가을이 찾아오면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려고 더는 물을 보내지 않는다. 가지와 나뭇잎 사이에 떨겨층이 있어 바람에 잎이 쉽게 떨어지게 한다. 떨겨층에 막혀 양분이 줄기로 가지 못하면 햇빛을 받아 만들어낸 녹말(탄수화물)은 쌓이게 되고 엽록소가 파괴된다.

 

단풍 색깔은 수종별로 다르다.

붉은색은 단풍나무, 붉나무, 사람주나무 등이 있고 노란색은 은행나무, 생강나무, 자작나무 등이 있으며 갈색은 고로쇠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단풍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단풍이 들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

가을 단풍은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야 하지만 영하로 내려가면 안 되고 일사량이 많아야 한다. 또한, 너무 건조하지 않은 적당한 습도가 유지돼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를 제외하고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붉고 누르게 변한 나뭇잎은 눈을 호강하게 하고 솔솔 부는 가을바람은 이마의 땀을 식혀줬다. 남매탑을 지나면서 물을 마시고 자두 맛 사탕을 입에 물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그림자가 돌계단과 철제계단에 영상처럼 상영되었다. 종아리 근육이 조금 땅겼고 발걸음이 조금 늦춰졌지만 쉬지 않고 계속 걸었다.

 

10월 8일 남매탑
10월 27일 남매탑
10월 8일 돌계단
10월 27일 돌계단

 

산은 매일 조금씩 변해간다.

변화는 관심을 가지고 볼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다. 사방이 확 트인 공간에 마법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 사라질 것 같아 핸드폰을 들고 연신 사진을 찍었다. 굳게 닫혀 있던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나니 지금까지 없었던 세계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곳엔 산과 구름과 바람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삼불봉에 올랐다.

삼불봉에서 바라보던 계룡산 주 능선의 모습이 내 방만큼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 각양각색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계룡산의 가을 풍경은 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나의 안목을 충족하기에 그만이었다.

 

10월 8일
삼불봉

 

계룡산의 매력은 많은 조망에 있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산맥은 시선을 확장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있다. 삼불봉에서 내려다볼 때 불쑥 솟아오른 굴곡진 능선, 주름치마 같은 산맥의 주름, 저수지를 둘러싼 황금 들녘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만든다.

 

가을 낮의 햇살이 산뜻하게 농촌의 들녘에 쏟아져 내린다.

들녘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농촌 들녘을 바라보는 나의 머릿속에 풍성함평화로움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산맥, 호수, 들녘이 이토록 융화되는 농촌 풍경은 흔하지 않다.

 

계룡산 주능선
들녘

 

등산로는 암반을 피해 능선 좌우로 연결된다.

도시의 가로수와 다르게 생긴 나무들이 나를 맞는다. 나무껍질, 줄기, 잎사귀가 도시에서 보던 나무들과는 다르다. 나무는 공간여행을 하지 못한다. , 여름, 가을, 겨울 시간을 통해 여행한다. 지형이 험할수록 생명력이 더욱 강해진다. 나무는 시간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능선은 뾰족한 암반들로 이루어져 있다.

등산로는 흙길, 암반, 목재계단이나 철제계단에 따라 폭이 좁아졌다가 넓어지면서 때론 넓어졌다가 좁아지면서 자연성릉까지 이어진다. 안전울타리 너머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 아래의 광경을 말없이 바라봤다. 저 멀리 동학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숲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연성릉
동학사

 

하늘에 설레고 땅에 평온함을 느낀다.

이 능선을 넘어가면 하늘과 닿고 저 능선을 넘어가면 땅과 닿는다. 하늘이 땅을 품고 땅이 또 하늘을 보듬는다. 나는 하늘을 붙잡고 땅을 붙잡아서 오늘 하루를 즐기고 있다.

 

자연성릉에서 관음봉으로 올라가는 철제계단은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동학사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나뭇잎들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가을에 나무가 잎을 떨구는 건 봄에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해서다.’ 나는 언젠가는 가지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나뭇잎을 뒤로한 채 아쉬운 마음을 간직하고 관음봉에 올랐다.

 

철제계단
관음봉

 

많은 사람이 산을 오른다.

각자 다른 길을 통해 산을 오르지만, 목적지는 같다. 각자 관심 있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여 바라볼 뿐이다. 같은 산을 오르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수많은 발자국이 산에는 교차한다.

산을 오른다는 건 발자국을 산에 남기는 것이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내 발자국이 남는다. 내 머릿속에 그 발자국이 새겨져 있다. 매번 그 발자국을 난 글로 남기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엔 동학사가 아닌 연천봉을 거쳐 갑사로 하산할 생각이다.

 

문필봉과 연천봉
연천봉에서 바라본 문필봉, 관음봉, 천왕봉

 

가을이라도 똑같은 단풍은 없다.

저 멀리 나무와 바위 사이로 색의 물결이 흐른다. 가을엔 흐르지 않는 숲은 없다. 오늘 나는 색의 물결을 따라 이리로 저리로 숲속을 거닌다. 숲에 쌓인 단풍이 내 발자국을 적신다. 떨어진 낙엽에서 바짝 마른 잎 냄새와 가을바람의 선선함을 느꼈다.

 

틈을 발견했다.

한낮인데도 나무 지붕이 햇빛을 막아 숲은 어둠이 내려앉은 듯 고요하다. 다른 식물들과 공존해가며 숲에 활력을 더하는 여백의 공간이며 채움의 공간인 계곡엔 물이 흐르고 있다. 가을바람에 우듬지를 흔들며 갈참나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어느새 고로쇠나무, 고욤나무, 팽나무도 합세한다. 나는 자연이 만들어낸 가락에 장단을 맞추며 갑사로 하산을 했다.

 

계곡

계곡물

갑사

배에서 내린 시간 오전 9

나는 기차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며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을 배회했다. 5분도 되지 않은 사이에 무작정 유달산을 향해 골목을 걸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삐뚤빼뚤 제각각의 형태로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길게 서 있었다. 그리고 구석진 곳에 노란색 리무진 택시가 건물 가까이에 주차되어 있었다.

 

지치지 않고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가진 한정성의 짧은 목포여행이 시작되었다. 배에서 내린 후 두 다리는 날아갈 듯 가벼워 보였지만 배낭을 짊어진 어깨는 천만 근의 쇳덩이가 짓누르는 듯 움츠러들었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으로 맨손으로 계단 난간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슬로아일랜드
목포해상케이블카
목포골목
목포근대역사관 옆 계단

 

노적봉을 뒤로하고 유달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짧은 보폭 다음에는 길고 무더운 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순간으로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타오르는 불꽃처럼 오랫동안 나도 짧은 보폭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누구도 나처럼 빨리 발의 놀릴 수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면서 대학루, 달선각, 유선각에서 본 목포의 항구풍경을 잠깐씩 즐길 수 있었다. 유달산 케이블카, 관운각, 마당바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힘이 소진되었고 얼굴을 흐르는 땀은 눈으로 흘러 들어가 따가웠다.

 

노적봉
대학루에서 바라본 목포시내
일본잎갈나무(히말라야시다) 전정
달선각에서 바라본 목포시내
유선각

 

일등바위에 올라섰다.

이곳이 유달산 정상이다.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 듯 보이는 하나하나의 색조가 숨을 쉬듯 살아 있었다. 초록이 숲 너머 무지개색 지붕의 다양한 건물이 들어서 있고, 에메랄드빛의 바다에 흔 물거품으로 획을 그으며 오가는 배들, 바다 건너까지 연결된 곡선미를 한껏 뽐내고 있는 목포대교, 얇은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달리도를 포함한 다도해의 섬들이 있었다.

뒤쪽으로는 북항까지 이어진 목포 해상케이블카가 바다와 산을 굽이쳐 지나가고 목포 시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었다.

 

유달산 일등바위
목포영웅 촬영지
다도해와 목포대교
유달산 케이블카

 

나는 사람들 틈을 피해 재빠르게 유달산을 내려갔다.

목포 시내를 걷는 동안 들뜬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목포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태생이 똑같은 ‘1972년부터~ 목포원조 맑은뼈해장국 해남해장국을 찾았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도 나왔던 곳이다.

 

원조돼지뼈해장국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팔각회향 추출물을 첨가한 깔끔한 국물맛과 돼지 뼈에 붙어있는 푸짐한 고기가 나를 설레게 했다. 막걸리 한잔 마시고 손으로 뼈를 들고 입으로 최대한 많은 고기를 흡입했다. 마무리로 깍두기를 먹었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맛도 맛이지만 골수를 빨아먹는 재미가 있었다.

 

목포시내 영산로
해남해장국
원조돼지뼈해장국

 

목포는 항구였다.

내 가슴과 자연이 강렬하게 공명하는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왔었다. 바다를 이동시키는 원양의 바람, 바람에 밀려가는 파도의 출렁거림, 파도의 쏠림에 옮겨가는 여객선, 유달산과 바다를 지나가는 목포 해상케이블카 자연과 문명은 구분되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

 

오전이 천국에서의 삶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기차를 타고 목포를 떠날 때 나는 웃음을 지었다. 항구, 여객선, 바다, 갈매기, 목포 해상케이블카, 목포대교, 달리도, 캠핑장, 염전, 석양, , , 유달산 등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을 가슴에 담았다.

 

유달산
달리도 백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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