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첫째 주 목요일

아침에 나는 카키색 바지에 검은 스웨터를 입고 검은색 목도리를 한 후 아이보리색 점퍼를 입었다. 발목까지 오는 운동화를 신고 검은 장갑을 낀 체 미세먼지가 하늘을 여러 번 덧칠한 희끄무레한 하늘을 올려다본 후 길을 걸었다.

내가 걷는 왕복 8차선 도로는 지하터널을 빠져나온 차량이 학교 앞 횡단보도 앞에서 속력을 줄였고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엄마 손에 이끌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길가에 아무렇게 놓인 공유 전동킥보드는 이용자의 비양심만큼 녹슬어 있었다. 오늘 한낮의 기온이 영상 7까지 올라가는 겨울치고는 따뜻한 1월의 한낮이다.

 

스물다섯 살 여름

나의 첫 해외여행으로 한 달 동안 베트남을 다녀왔다. 그 이후 싱가포르, 인도, 네팔,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라오스, 홍콩, 마카오, 러시아를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10개월 동안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낯선 나라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도시를 봤고 농촌을 봤고 산을 봤고 강과 바다를 봤다. 밤이 되면 지는 해의 자취를 따라 하늘을 봤고 달과 별을 봤다. 하지만 결국 내가 본 것은 낯선 사람들 속에 머물고 있던 나 자신이었다.

 

김연수 작가의 스무살이라는 소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남들이 흘리는 눈물보다 더 빨리 우리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위 문장을 각색하여 내 남은 인생을 표현해 봤다.

똑같은 365일이지만 작년보다 올해가, 똑같은 24시간이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오십 살이 지나고 나면 오십 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오십 살 이후가 오는 것이다.

나는 더는 스무 살이 아니다. 그보다 두 배 반이나 더 나이를 먹었다. 스무 살 때의 내 모습에서 이미 많이 변환 내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십 살, 내 나이다.

생물학적 오십은 작년 가을이었지만 어쨌든 202315일 나는 정확히 만 오십 살이 되었다. 100세 달리기에서 이제 반환점에 도달했는데 나머지 50년을 더 열심히 달려야 하나 아니면 다른 길로 빠질까 고민 중이다.

처음의 40년은 뭣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삼십 대까지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지만 고단한 현실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했다. 사십 대까지는 이기지도 못하는 현실과 치고받고 싸우느라 나를 돌아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될 대로 되겠지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나에게 사십 살 이전은 그런 시절이었다.

사십 대에 들어선 후 최근까지 무척 계획적인 삶을 살았다. 뭐든지 계획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룬 성과도 여럿 있었지만, 삶이 조금씩 지쳐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나는 상상을 한다.

오십 살의 여섯 번째 달에는 자동차를 타고 동유럽을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름 오십 년을 그럭저럭 잘 살았으니까 6월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스물다섯 살에 베트남을 다녀온 후 죽기 전에 전 세계를 여행해야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세웠었다. 돈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여행에 필요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느라 아주 계획적으로 돈을 모았다. 나에게 시간은 언제나 충분하니 망설이지 말고 떠나자!

이제 나의 무대는 유럽으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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