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홀연한 출현이었다. 50여 분 동안의 짧은 비행이 나에게 준 것은 실로 엄청났다. 한 번의 큰 충격에 이은 마찰음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했다는 증거였다. 하늘에서 마주한 뜨거운 햇살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제주국제공항은 석양이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해가 지자 제주 하늘은 먹장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았고 빗방울이 한두 방울 후두두 쏟아졌다. 설상가상으로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는 내 숨통을 바짝 쪼였다. 이번 제주여행은 무계획 여행이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제주에서 난생처음 거대한 설산과 맨발로 마주한 사람처럼 당황스러웠다. 일단 입국장으로 나와 빈 의자에 앉았다. 핸드폰으로 오늘 숙박할 모텔과 내일 한라산 등산을 위한 신청을 마쳤다. 처음부터 계획한 일정이 아닌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는 ..

[제주 백패킹 7일차 – 제주공항]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춥지도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랜턴을 켜 놓고 소란스럽지 않게 배낭을 꾸렸다. 이번 제주 백패킹은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야영했다. 텐트, 보온 옷(우모복), 보온 신발(다운 슈즈), 경량 침낭, 담요, 랜턴, 라디오, 소형냄비, 소형버너, 시에라컵이 전부다. 40L 배낭에 모든 장비를 다 넣었다. 배낭을 어깨에 짊어졌다. 왜 이렇게 가볍지! 새벽어둠을 뚫고 걸었다. 제주 백패킹의 유종의 미는 공항까지 걸어가는 것이었다. 새벽어둠을 뚫고 날이 밝을 즘 공항에 도착했다. 이른 새벽 한산한 도로의 여명이 아름다웠다. 배낭을 수화물로 맡기고 보안 절차를 마쳤다. 탑승구로 향하는 길에 면세점을 구경했다. 신축된 18번 탑승구로 향했다. 평소보다 한적한 ..

[제주 백패킹 6일차 – 이호테우해수욕장] 알람 소리에 깼다. 한 번도 중간에 잠에서 깨지 않고 푹 잤다. 내일 아침 비행기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이 실질적인 마지막 야영하는 날이다. 숙소를 예약할지 다른 곳에서 야영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화장실을 다녀왔다. 라디오를 켠 후 물을 끓여 커피를 마셨다.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바람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202번 버스를 타고 현사마을에서 하차했다. 월요일 오전 11시, 해송 숲 야영장. 내가 이호테우해변을 구경하려고 그곳에 간 것 아니었다. 빨간색과 하얀색의 트로이 목마 등대 때문도 아니었다. 야영장에서 야영할 수 있는지 확인하러 간 것이었다. 여기도 다른 야영장과 다르지 않았다. 인적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텐트로 야영장은 꽉 찼다. 나의..

[제주 백패킹 5일차 – 금릉해수욕장]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다. 아침에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불었지만, 오후쯤이면 약해질 것이다. 서귀포에서 하룻밤 편안하게 쉰 숙소를 나왔다. 202번 버스를 타러 갔다. 오늘은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금릉해변 야영장으로 갈 생각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2시간을 이동하여 금릉해변에 도착했다. 금릉해변의 바다는 3월의 파도로 가득했다. 해변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고운 모래 입자가 바람에 흩날렸다. 야영장이 조금 변했다. 작년 6월, 이곳에서 야영했었다. 그 당시 야영장을 정비한다는 현수막이 있었다. 오늘 와서 보니 야영장이라고 쓴 안내판을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해안가에 방풍림으로 워싱턴 야자나무를..

[제주 백패킹 4일차 – 올레 휴] 술기운에 잠이 들었다. 새벽엔 비까지 내렸다. 바람은 밤보다 더 강하게 불어왔다. 동트기 전 일어나 고민을 시작했다. 오늘 어디로 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하룻밤 더 야영할 것인가? 결정하기 전에 커피를 마셨다. 따뜻한 온기가 서서히 온몸에 퍼졌다. 비 때문에 배낭 꾸리기가 쉽지 않겠지만 여기를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사전 투표를 했다. 배낭을 메고 화순리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침 공기는 새벽보다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전 투표 현수막을 보고 안덕면사무소까지 걸어갔다. 1.5km의 오르막을 배낭을 메고 걸었다. 사전 투표로 인해 예정에 없던 왕복 3km를 더 걷게 되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길가에 핀 매화를 보고 이제는 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사전 투표를 마..

[제주 백패킹 3일차 – 화순금모래해수욕장] 밤은 추웠다. 한낮의 따뜻함은 어둠이 가져가 버렸다. 물론 불량 핫팩이 문제였지만 숲은 내 생각보다 더 추웠다. 보온 옷(우모복)과 보온 신발(다운 슈즈)로 완전무장하고도 침낭 속에서 몸을 움츠렸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보니 아침이 밝았다. 어둠이 떠난 순간 나는 잃어버렸던 힘을 되찾기 시작했다. 아침 명상을 했다. 화장실에 뜨거운 물이 나왔다. 이런 호사가 다 있었다. 용모를 단정히 한 후 휴양림 내곽을 산책했다. 텐트로 돌아와 커피와 크런치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텐트 옆 빈 데크 공간에서 반가부좌를 했다. 아침마다 하는 20분 명상을 붉은오름에서 했다. 내가 늘 꿈꾸었던 모습이었다. 오늘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안개가 숲을 조금씩 점령하고 있다. 예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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