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에서 깼을 때 약간의 숙취가 있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신 후 찬물샤워를 했더니 몸이 개운해졌다. 의자에 앉아 테라스 너머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아침 풍경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이젠 5박 6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를 떠날 시간이다. 집주인의 자동차를 타고 10분 만에 버스터미널에 왔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터미널 대기실로 들어갔다. 30분이 더 지났을 때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서 프놈펜행 에어버스에 탑승했다. 5시간여의 버스 이동은 동남아시아에서는 흔한 일인데 이번처럼 분주한 버스는 처음이다. 운전기사를 제외한 승무원이 무려 4명이나 더 있었고 이동하는 동안 여러 번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아침으로 빵과 음료가 든 도시락, 따뜻한 커피, 점심으로 치킨버거(3가지 중 선택), 사탕이 시간순으로 ..

오늘은 특별한 일정을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늦게 숙소를 나왔고 바로 자전거대여소로 가서 도시형 자전거를 3$에 빌렸다. 안장은 쿠션이 있고 좋았는데 페달과 운전대의 구조가 내 체형과 맞지 않아 어색했다. 천천히 페달을 밟아 단골 식당으로 향했다. 현지인만 찾는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식당에서 사흘 동안 그들과 좁은 공간에서 함께 아침을 먹었다. 불현듯 낯선 외국인이 그들 삶에 끼어들었을 때 반색하기보다는 그들과 삶을 함께해 준다며 좋아했다. 그들의 마음은 전혀 차갑지 않았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내가 지나가기만 해도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내일부터 이곳에 올 수 없다는 것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 쉽사리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어 ‘어꾼(감..

밤새 비가 내렸다. 새벽에 일어나 테라스로 나오는데 문 앞에 깔아놓은 매트가 흠뻑 젖어 있었다. 또한, 어젯밤에 널어놓은 빨래도 마르기는커녕 더 많은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새벽 어스름이 사라지고 해가 뜨자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건조해졌다. 오전 7시에 숙소 인근의 오토바이 대여점에 갔다. 오토바이를 선택하면 오토바이 작동방법, 주유구 위치, 비상시 대처 방법 등을 설명해 주고 바퀴의 공기압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오토바이를 내어준다. 돈을 지급한 후 헬멧을 쓰고 망설임 없이 오토바이를 운전했다. 어제 아침을 먹었던 식당으로 출발! 식당 앞 도로에 오토바이를 주차하자 모두 나를 쳐다봤다. 헬멧을 벗는 순간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는 식당 주인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바깥이 아닌 안..

하룻밤 사이에 무릎과 종아리 근육의 경련은 완전히 사라졌다. 밤새 종아리 근육이 아파 깰 때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진 것일 뿐, 충분한 휴식을 통해 이미 회복되었다. 오늘도 해가 뜨기 전에 깼다. 밤새 드리워진 커튼을 젖히고 어스름이 깔린 바깥세상을 유리창 너머로 바라봤다. 포트로 물을 끓여 테라스에 앉아 진한 밀크커피를 마신 후 샤워를 했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었다. 오전 7시가 지나 자전거를 타고 숙소를 나왔다. 숙소가 있는 좁은 골목을 벗어나 대로로 나서자 톤레사프가 있는 남쪽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약 500m 이동했을 때 초등학교 맞은편 식당을 보고 멈춰섰다. 관광객은 전혀 없는 오직 현지인들만 이용하는 식당,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간판도 없는 현지 식당이었다. 아무 망설..

별빛이 흐르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본지가 대체 언제였던가? 한국에서는 이런 광경을 좀처럼 보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숙소를 나와 계단으로 향하는 테라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새벽 공기마저 나를 취하게 했다.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 40분부터 자전거를 타고 어둠 속을 달렸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 뜻하지 않게 부족했던 단백질 공급도 받았지만, 낮과 달리 새벽 공기는 시원하고 상쾌했다. 어둠 속에서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이 내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입장권 검사를 마치고 자전거를 앙코르와트 서문 해자 무지개다리 앞 입구 공터에 주차했다. 오토바이는 주차장에 주차해야 하지만 자전거는 특별한 경우가..

운동화 대신 크록스로 갈아신었다. 에어컨의 찬 바람을 즐기며 들뜬 마음을 진정시킨 후 대기실 의자에 앉아 인스타에 글을 쓰고 있었다. 자정이 지나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왔고 승무원이 대기실로 찾아와 탑승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줬다. 출발 시각보다 30분쯤 일찍 버스를 탔고 내가 예약한 1층 13A 좌석에 들어가 피곤한 몸을 바닥에 뉘었다. 새벽 1시 금속이 깎이는 듯한 거친 소리를 내며 버스는 출발했다. 실내의 모든 조명이 꺼진 슬리핑 버스는 적막했지만, 커튼이 쳐진 좌석은 생각보다 포근했고 에어컨의 찬 바람으로 인해 서늘함을 느낄 정도였다. 이미 베트남과 태국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 봤지만, 캄보디아의 슬리핑 버스는 또 달랐다. 선잠이 들었다가 깼다를 반복했다. 서너 번 버스가 정차하는 느낌이 있었고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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