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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베트남 여행]-4일차(12/11), 톤레사프수상마을, 톤레사프자전거여행, 워트 에스베아 템플, 프놈 끄라움, 서바라이 등
배고픈한량 2024. 12. 26. 10:07
하룻밤 사이에 무릎과 종아리 근육의 경련은 완전히 사라졌다. 밤새 종아리 근육이 아파 깰 때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진 것일 뿐, 충분한 휴식을 통해 이미 회복되었다.
오늘도 해가 뜨기 전에 깼다. 밤새 드리워진 커튼을 젖히고 어스름이 깔린 바깥세상을 유리창 너머로 바라봤다. 포트로 물을 끓여 테라스에 앉아 진한 밀크커피를 마신 후 샤워를 했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었다. 오전 7시가 지나 자전거를 타고 숙소를 나왔다. 숙소가 있는 좁은 골목을 벗어나 대로로 나서자 톤레사프가 있는 남쪽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약 500m 이동했을 때 초등학교 맞은편 식당을 보고 멈춰섰다.
관광객은 전혀 없는 오직 현지인들만 이용하는 식당,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간판도 없는 현지 식당이었다. 아무 망설임 없이 현지인이 먹는 음식을 가리키며 빈자리에 앉았다. 오히려 식당 주인과 손님들이 나를 보고 더 당황하는 눈치였다.
쌀국수는 아니고 쌀죽 같은 것인데 정확한 이름은 알 수가 없었다. 진한 육수의 순대국밥처럼 선지, 돼지고기 등이 들어가 푸짐한 양에 영양가도 풍부했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1$(4,000리엘)였다. 바가지는 전혀 없었고 현지인과 같은 금액을 받았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다리에도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갔다. 대로는 남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있어 길을 잃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로와 인접한 재래시장(Phsa Kraom Market)을 만났다. 비교적 큰 규모의 시장이었는데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도심을 벗어나니 대로는 한산했다. 대로를 달리는 차량이 적고 도심과 다른 평온한 마을 모습에 왠지 모를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그러다 마주한 워트 에스베아 템플은(Wat Athvea Temple)은 내 시선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앙코르와트 건축물과 불교사원이 결합한 이 사원은 앙코르와트를 건설한 수리야바르만 2세 때 건설되었다. 나는 앙코르 패스가 있었지만, 사원 안까지는 들어가지 않았고 주변을 맴돌며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승려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대로를 벗어나 마을 길을 따라 시엠레아프주 강으로 향했다. 강변 길을 따라 토목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가 혼재되어 자전거를 타기가 쉽지 않았다. 조그만 재래시장을 지나 강변 길을 따라 남쪽으로 페달을 밟았다.
불편한 자전거 안장과 울퉁불퉁 도로에 엉덩이는 오늘도 아우성을 쳤다. 어제의 운동화 대신 크록스로 신었고 따가운 햇볕을 피하려고 버프까지 써봤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과 마주하는 순간 모든 게 역부족이었음을 바로 알게 되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강변 길을 벗어나 비포장도로에 진입했다. 그냥 이 길로 가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는 숙명처럼 여겨졌다. 그 길 오른쪽에는 들판의 벼가 초록빛을 자랑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이미 어떤 논은 수확을 마쳤고 물소가 한가롭게 낮잠을 자는 인근의 논은 이제야 볍씨를 뿌렸다. 이곳에서는 흔하게 접하게 되는 들판의 풍경이었다.
길은 톤레사프로 이어지는 듯했다. 모래가 많은 비포장도로라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어느 순간에 초록의 들판은 물이 가득한 호수로 변했고 이곳에서는 작은 소형 배로 고기잡이를 하며 생활하는 수상가옥이 있었다. 그곳에서 길이 끝났지만, 관광객들이 돈을 내고 찾아가는 수상가옥보다 진솔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수상가옥을 보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았다.
따가운 햇볕을 피할 그늘이 없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오랫동안 멈춰 서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톤레사프 맹그로브 숲을 중심으로 위쪽에는 흰 구름이 넓게 펴져 있고 그 구름 사이를 새들이 날아다닌다. 아래쪽에는 고기잡이를 위한 어망과 잔잔한 물결에 비친 윤슬이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천천히 페달을 밟아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갔다.
프놈 끄라움(Phnom Kraom)까지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도로의 포장상태가 좋지 않아 자전거의 속력을 내지 못했는데도 엉덩이는 더 아팠다. 산꼭대기에 있는 사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것은 너무 힘에 부치기는 일이기에 중간(앙코르 패스 검사소)에 내려 끌면서 걸어갔다.
9세기에 지어진 이 사원은 캄보디아 고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장소이며 톤레사프와 주변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일출/일몰 전망대인 셈이다. 멋진 전망을 구경하고 자전거를 타고 사원을 내려갔다. 올라올 때의 힘겨움은 이것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다.
씨엠립 남쪽 톤레사프(톤레호수) 주변 수상마을은 농업과 어업이 공존하며 이곳을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업이 활성화되어있다. 하지만 나는 관광객이 다니지 않는 현지인들의 삶의 공간에 들어가 그들의 생활 모습을 만났다. 이런 방식이 내가 가고자 하는 여행이다. 씨엠립으로 돌아온 후 해가 질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낮잠만큼 좋은 보약은 없었다. 테라스로 나왔을 때 하늘에는 회색 구름이 가득했고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졌다. 오후 4시 20분쯤 자전거를 타고 6번 도로를 따라 서바라이(West Baray) 향했다. 편도 11km 정도 거리지만 직진만 하다 우회전을 한 번만 하면 되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남쪽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구름이 많아 일몰을 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서 메본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지만 이미 운영이 종료되었다. 제방 아래서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운동 삼아 다녀오기엔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오고 가는 과정에 마주하게 되는 낯선 풍경이 너무 좋았다. 나에게는 이곳 기온이 무더운 여름 날씨지만 크리스마스트리가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한껏 연말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먹을거리를 샀다. 숙소 인근의 노점인데 저녁이 되면 불야성을 이루기에 무엇을 파는지 궁금했다. 어젯밤 확인을 했고 현지인들의 적극 추천으로 망설임 없이 소맥 안주로 좋을 것 같아 오늘 구매했다. 소맥 한 모금에 젓가락으로 개구리를 집어 먹었다. 야호, 세상에 이보다 좋은 안주는 없다.
여행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즐거운 법이다. 김구 선생님의 바람대로 우리나라가 문화 선진국이 된 이 시점에 우리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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