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문자 한 통이 왔다. 늘 오는 스팸 문자겠지.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대학 동기의 모친상 부고 문자였다.

죽음. 50대인 나에게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하나의 사건이 되어버렸다. 잠들기 전에 수원행 기차표를 예약했다. 30년 전에 가본 수원은 내 기억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오후 126분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기차는 만석이었고 각자의 목적지에서 내리고 새롭게 타는 사람들이 반복될 뿐이었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영어회화를 들으면서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눈 쌓인 풍경에 가끔 눈을 돌렸다.

수원역을 벗어나자 정면으로 쭉 뻗은 도로가 펼쳐졌다. 버스를 타지 않고 양지바른 길을 따라 그냥 걸었다. 한파가 막바지라서 음지는 엄청 추웠고 점퍼가 아닌 외투를 걸친 나는 더 추위를 느꼈다. 20여 분을 걸었을 때 팔달문과 마주했고 아무 생각 없이 팔달산을 올랐다. 성벽을 따라 걷다가 서장대에서 수원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성벽을 따라 화서문과 장안문을 지나 화홍문까지 왔다. 성벽 길을 내려와 방화수류정을 감상하고 하천길을 따라 걸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430분이었다. 천천히 성빈센트병원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조의금 봉투를 쓰고 8호실로 향했다. 방명록에 서명하고 조의금을 조문함에 넣었다. 상주 자리에 상주가 없어 기다리다 조문객과 이야기 중인 상주를 발견했다. 어색하지만 조문객과 상주의 예를 갖추고 조문을 마쳤다. 저녁을 먹고 혼자 소주를 마시면서 빈소에 남아 있었다. 일가친척을 제외하고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끔 두세 명의 지인들이 찾아왔다. 점심때 대학 동기 2명이 다녀간 것을 제외하고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어색한 것보다는 오랜 시간 뻘쭘하게 혼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싫었다.

인터넷의 발달은 조문 방식도 바꿔놓았다. 먼 거리이지만 마음을 내어 찾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는 이미 지난 것 같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계좌에 조의금을 이체하고 카톡으로 조의를 표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과연 인간관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담배 피우러 나가자는 상주의 말에 밖으로 나왔다. 그때가 오후 730분이었다. 상주가 담배를 피우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장례식장을 나왔다.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무거웠다. 세상은 네온사인이 어두워진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거리의 인파를 지나 수원역까지 터벅터벅 걸었다. 낯선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쓸쓸한 기분을 음악으로 달래며 밤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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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새벽 5. 이불 밖을 벗어났을 뿐인데 온몸이 서늘하다. 비가 내렸고 그 비가 눈으로 변했다. 그리고서 겨울다운 한파가 찾아온 것이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보일러를 가동한다. 화장실 입구 왼쪽 벽면에 있는 전원을 어둠 속에 누른다. 문을 열고 화장실 불을 켠 후 보일러 스위치를 다시 확인한다. 길게 뻗은 연통이 용트림하듯 큰 소리를 내지며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마치 뱃고동 소리처럼 새벽하늘에 우렁찬 외침으로 절규한다.

엄마 방으로 간다. 어둠 속에 텔레비전이 켜져 있고 이미 깨어 있는 엄마는 밀크커피를 마시고 있다. 방 안 공기에는 달곰한 커피 향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듯 내 코를 자극한다. 포트에는 이미 끓은 물이 있다. 방 불을 켜고 나도 커피를 탄다. 잠자느라 당이 떨어졌는지 입에 대기도 전에 냄새에 푹 빠져버린다.

 

오늘은 일찍 집을 나선다. 크리스마스 때에 맹추위가 기성을 부리다 연말이 되면서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50대에 들어선 나에게 죽음이 한 발짝 더 다가왔다는 의미이다. 삶 속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내 삶을 더 충만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육체가 움직일 수 있을 때 마음이 원하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그게 나이니까.

한파가 지나고 기온이 예년 기온을 회복한 것 같다. 아침을 먹고 배낭에 이것저것을 챙겨 넣는다. 오랜만에 계룡산을 갈 생각이다. 107번 버스를 타고 동학사정류장에 왔다. 주차장과 도로에는 눈이 쌓여 있다. 터벅터벅 도로를 걷는다. 오늘은 동학사로 가서 천정골로 하산할 생각이다. 구름이 점점 산을 집어삼키고 있다. 나는 점점 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동학사를 지나 등산로 초입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쉼 없이 걷는다. 물도 먹지 않고 쉬지도 않고 정상까지 한 번에 올라간다. 주차장에서 관음봉 정상까지 정확히 1시간 30분이 걸렸다. 오랜만에 산행의 짜릿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구름에 휩싸인 산은 나를 지워버리고 있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기 전에 하산을 시작한다.

바람은 구름을 뚫고 갑사에서 불어와 산릉을 넘어 동학사로 향한다. 올해의 온갖 사연들이 바람에 실려 와 상고대가 피어있는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내 마음을 세차게 때린다. 시계가 없어 삼불봉을 오르지 않고 남매탑으로 내려간다. 허기진 배를 전투식량으로 채우고 천정골로 하산을 한다.

 

요즘 하루가 신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여행준비를 마치려고 한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독일로 유럽여행을 갈 계획이다. 아직 5개월도 더 남았지만, 하루하루가 설레는 기분이다. 일정을 계획하고 세부적인 것들을 알아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뭔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것은 삶의 활력을 준다. 그 뭔가가 난 여행이니까 더 좋다.

이제 하루 남았다. 정확히 12시간 30분 남았다. 올해도 이렇게 지나가는 건가? 스스로가 분주해진다. 내년도 계획도 세우고 올 한해를 정리해야 한다. 할 일이 많은데 머리는 쇠망치에 맞은 듯 띵하다. 차분차분 한가지씩 저리를 해야 하는데. 내년에는 화려한 한량이란 신조로 현실의 비루한 한량을 벗어나 보자.

 

비가 내린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이라 구슬피 우는 건가? 아니면 묵을 때를 씻어버리고 싶은 마음인가? 세상은 고요한 적막이 어둠과 함께 찾아왔다. 가로등 불빛이 대로에 띄엄띄엄 희망의 빛을 발산할 때 그곳에서 한줄기 비가 불빛을 가른다. 오늘은 저무는 해를, 내일은 떠오르는 해를 기다릴 테지. 그게 인생이다.

 

Good By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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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설쳤다. 새벽까지 마신 술 때문인지 잠이 깊게 들지 않았다. 4시간이지만 '자다 깨다'를 수없이 반복한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여명이 밝아오기 전에 조식을 먹으러 갔다. 무열 형, 진호 형, 내가 맥주 3병을 커피잔에 나눠마시며 고수를 잔뜩 넣은 쌀국수와 베이컨으로 해장을 한다. ‘겨우 2.3%인데.’ 우리에게 맥주는 더이상 술이 아니다.

 

오늘이 여강(리장)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리장 다부객잔에서 편안하게 이틀을 보냈다. 오전 8, 짐 정리를 한 후 체크아웃을 한다. 아침이라 기온도 낮고 바람이 스산하게 분다. 나도 모르게 옷깃을 세우고 있다. 버스를 타고 흑룡담공원(黑龙潭公园)으로 향한다. 도로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이 탄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흑룡담은 옥룡설산의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이 옥수채를 거쳐 이곳에서 호수를 이룬다. 수정같이 맑은 물에 비친 옥룡설산의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다. 호수 주변으로 버드나무, 고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심겨 있다. 오전이라 해가 들지 않는 곳이 많아 쌀쌀했다. 공원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여강(리장)은 티베트로 향하는 차마고도의 시작이다. 옥룡설산 등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여강(리장)은 한눈에 봐도 분지이다. 오른쪽 차창으로 옥룡설산의 모습을 보며 흑룡담에서 버스로 1시간 20여 분을 왔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호도협으로 향한다. 호도협 호랑이 동상 오른쪽으로 금사강이 흐른다. 금사강은 황금색 모래가 있는 강을 뜻한다. 버스로 5분을 더 가면 호도협 입구에 도착한다. 우리는 유료로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씩씩하게 계단으로 내려갔다. 옥룡설산도 다녀왔는데 이 정도는 우습다.

 

 

 

협곡에 한걸음 가까워질수록 금사강은 포효하듯 울부짖고 있다. 호도협(虎跳峡)은 포수에게 쫓기던 호랑이 한 마리가 강물 한가운데 바위를 디딤돌로 삼아 단숨에 강을 건넜다 하여 불리게 되었다. 거대한 호랑이 동상이 금사강과 바위를 배경으로 설치되어 있다. 걸음을 멈추고 호도협을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굉음 속에서도 이상하리만큼 편안함을 느낀다.

협곡을 뒤로하고 계단을 오른다. 호도협은 옥룡설산(운남)과 하바설산(예전 티벳)을 사이의 거대한 협곡이다. 그 산세가 험해서 설산의 비취색 물이 가파르게 굽이치는 곳이 많아 역동적이며 박진감 넘친다. 물은 아래로 흘러 양쯔강을 흘러간다. 협곡의 전체 길이는 23km이다. 호도협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 차마고도의 일부이다. 

 

이제 차마고도로 가자.

 

 

 

 

 

호도협에서 차마객잔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한다. 차량은 호도협을 출발하여 가파른 비탈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코너를 돌 때마다 먼발치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장엄한 협곡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20여 분이 지난 뒤 작은 마을에 들어선다. 가파른 설산에 기대어 사는 소수민족 마을이다. 앞에는 기암괴석이 거대한 산맥을 이루는 옥룡설산이 펼쳐지고 뒤로는 하바설산 끝자락에 기대어 선 자그마한 객잔 차마객잔(茶馬客栈)’이 나를 반긴다.

 

차마객잔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전망대로 올라간다.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거대한 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평지보다는 하늘과 가까운 곳이라 가볍게 내리쬐는 햇살도 한여름 직사광선보다 더 뜨겁다. 탁 트인 시야에 끝없이 펼쳐진 협곡, 협곡 사이 벼랑에는 좁은 길의 흔적이 실타래를 늘어놓은 듯 길게 이어져 있다.

어떤 시설도 필요치 않다. 그저 편안하게 앉아 사위를 둘러볼 수 있는 의자 하나면 충분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암벽의 웅장함이 있는 풍경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흐르는 시간을 붙들고 싶다. 우리는 샹그릴라에서 생산된 블랙야크 맥주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차마객잔의 매력은 전망만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한국 사람들의 흔적은 음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토종 닭백숙, 돼지고기 김치 볶음, 마파두부, 오이 등 그 어떤 음식을 내와도 우리 입맛에 맞았다. 맥주를 마시면서 토종닭 다리를 손에 쥐고 뜯어먹는다. 토종닭이라 약간 질기지만 한국에서 먹었던 그 맛이다.

객잔 내부에 가득한 한글로 쓴 낙서의 흔적들. 지금은 사라진 종로 피맛골 어느 주점의 정겨움이 이곳에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마파두부에 밥을 비벼 먹었다. 식당을 나오기 전 옥룡설산이 내다보이는 유리창에 네임펜으로 흔적을 남긴다.

 

하늘그린 차마고도를 오다.

가을비 내리는 날 다시 올게요.

2023. 11. 24.

 

 

 

 

차마객잔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또다시 맥주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 옥룡설산을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유쾌한 시간은 없는 듯하다. 떠나는 아쉬움을 단체 사진으로 마무리하고 차마고도로 향한다. 마당 한쪽에 부겐빌레아가 차마고도에 대한 우리의 열정을 말해주는 듯 빨갛게 꽃을 피우고 있다.

 

 

 

차마고도(茶馬古道)는 티베트와 인접한 쓰촨과 윈난 지역의 차()를 티베트고원의 말()과 물물교환하던 오랜 옛길(古道)을 말한다.

이젠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아무나 갈 수는 없는 차마고도를 걷는다.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까지 천천히 걸으면 약 2시간이 걸린다. 소수민족 마을을 지나고 설산의 벼랑의 좁은 길을 걷는다. 옥룡설산과 하바설산이 만든 신비한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두 눈에 담아둔다. 차마고도를 걷고 있는 이 순간, 깊고 험준한 협곡이 만들어낸 길에서 삶의 처절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길의 음지는 봄, 가을의 서늘함이 있고 길의 양지는 뜨거운 여름의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늘에 닿을 듯한 옥룡설산 위로 더운 한낮의 태양이 마지막 빛을 발산한다. 셔츠를 벗어 머리에 뒤집어쓰고 메리야스만 입은 채 걷는다. 그때 척박한 이곳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발견한다. 생명이 있는 곳이라면 어떻게든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길은 종단구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완만하다. 어느 모퉁이를 돌았을 때 작은 천막이 눈에 들어온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소수민족 할머니가 차, 음료, 맥주 등을 팔고 있다. 모른 척 지나갈 수 없어 캔맥주를 샀다. 냉장고가 없는데도 손에 쥔 맥주는 차갑다. 한 모금씩 나눠마시고 계곡으로 이어진 길을 계속 걷는다. 어느새 중도객잔이 있는 마을에 들어섰다.

 

한 번쯤 걸어보고 싶었던 그 길을 이렇게 걸었다.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탄다. 꼬불꼬불 경사진 벼랑길을 빠르게 내려간다. 운전에도 등급이 있다면 운전사는 최소 4단 이상일 것이다. 호도협을 지나쳐 버스로 왔다.

 

 

 

버스를 타고 여강(리장) 시내로 향한다. 아침에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젠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속하고진까지 2시간이 걸렸다. 이곳은 리장고성과 같은 모습이지만, 사뭇 다른 느낌이다. 리장 고성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 속하고진은 높은 봉우리 아래 위치한 마을이란 뜻이다.

윈난 원두커피를 찾아 인적 드문 골목을 재빠르게 걷는다. 주어진 시간은 40분이지만 커피를 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나는 해외여행을 다닐 때마다 그 나라, 그 지역의 커피나 차는 꼭 사 온다.

 

 

 

순식간에 서쪽 하늘 아래로 해가 사라졌다. 순식간에 찾아온 짙은 어둠은 상점의 불빛에 희석되어 엷어지고 있다. 저녁을 먹으러 한식당 백운정(白雲亭)에 왔다.

얼마나 많은 삼겹살을 구웠는지 식당 바닥이 기름기로 미끈거린다. 우리도 이에 질세라 뜨거워진 불판에 삼겹살을 굽는다. 고기 굽는 냄새에 몸이 반응한다. 소맥 한잔 마시고 고기를 가득 넣은 쌈을 먹는다. 물론 공깃밥, 김치찌개, 된장찌개도 덤으로 먹는다. 이번 여행 중 식사 중 이렇게 화기애애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특히 볶음밥은 신의 한 수였다.

 

승남아~ 잘 볶았다.’

 

 

 

여강(리장)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버스를 타고 서둘러 여강 산이공항으로 향한다. 오후 1025분 청두(성도)행 비행기의 탑승수속을 마치고 현지가이드와 이별을 했다. 이후 일정은 특별한 것이 전혀 없었다. 자정에 도착한 청두(성도)에서 첫날 숙박했던 천부국제호텔에서 잠깐 잠만 잔 후, 오전 6시에 청두 텐푸공항에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어느덧 여행을 다녀온 지 2주가 지났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확실해지는 기억보다 더 정확하게 내 삶을 기록하기 위해 언제나 여행기를 쓴다. 이번 여행기를 쓰는 동안 여행을 되새김질하다 보니 감회가 새롭다. 사람은 삶을 보는 관점과 삶을 사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함께하면서 큰소리로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있었기에 그 순간이 행복했다. 언제나 함께 웃었던 그 순간의 기억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벽의 어스름이 찾아오기 전 어둠에 휩싸인 리장고성은 적막하다. 터벅터벅, 현대를 벗어나 오래전에 존재했던 마을로 들어서면 낯선 땅이 주는 신선함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조용한 골목을 걷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엔 눈에 익은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에게로 쏟아지는 별빛. 별을 본지도 무척 오랜만이라 그저 멍하니 하늘을 응시한다. 아주 오래도록.

 

조식을 먹기 전에 커피를 마신다. 텅 빈 위장에 쓴 액체가 흘러 들어가면 잠자고 있던 위액이 기지개를 켠다. 이때의 짜릿함이 너무 좋다. 여행을 왔다고 아침을 먹는 것은 아니다. 아침 식사는 오래된 나의 습관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고수와 파를 잔뜩 넣은 쌀국수를 먹는다. 역시 해장엔 쌀국수만 한 음식은 없는 듯하다. 한국에서 수육을 막국수와 함께 먹는 것처럼 베이컨을 쌀국수와 함께 먹었다.

 

어허. 맛있는데!’

한 그릇 더 먹어야지

 

 

 

버스를 타고 옥룡설산(玉龍雪山)으로 향한다. 차 안에는 고산증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결국, 현지가이드를 통해 고산증약과 산소통을 구매한다. 산소통은 이해하는데 고산증약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4,000m급 산을 여러 번 다녀본 내 경험상 고산증은 약이 없다. 적응의 문제인 것이다. 그냥 재빠르게 하산하면 모든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내 눈은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광경을 쉽게 포착한다. 옥룡설산은 여강(리장)에서 20km 떨어진 서북부 웅장하게 서 있다. 아침 해가 떠오르며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옥룡설산의 고혹적인 자태에 순식간에 매료된다. 이는 지금까지 내가 본 네팔 히말라야산맥의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스위스 체르마트의 마터호른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부실만큼 찬란하고 화려하다.

 

 

 

여강(리장)시내를 출발한 버스는 공원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해발 3,000m가 넘는 곳이라 다들 고산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여기서 친환경 공원 버스로 갈아타고 빙천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이동을 한다. 버스가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는 동안 벌써부터 산소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케이블카 탑승장은 해발 3,356m이다.

 

 

 

 

케이블카를 타면 눈앞에 아찔한 풍경이 펼쳐진다. 함께 탄 사람들이 고소공포증 때문에 안절부절 어찌할 줄 모른다. 상대적으로 난 평온하다. 베트남 사파의 판시팡,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운터베르그, 스위스 루체른의 리기 등 지금까지 타본 케이블카(로프웨이) 중에서 가장 편안했다. 10분 만에 해발 1,150m를 단숨에 올라온다. 케이블카가 도착한 빙천공원은 해발 4,506m이다. 오랜만에 높은 곳에 갑자기 올라왔더니 머리가 어지럽고 띵해진다. 이곳에서 무산소로 해발고도를 174m 더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라 시계가 좋았다. 옥룡설산은 13개의 봉우리가 이루어졌고 최고봉인 샨지두(扇子陡)봉은 해발 5,596m이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은빛 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다. 전망대에 서서 주변 풍광도 바라보며 짧지만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4,680m 전망대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고소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쉽게 닿을 수 없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일념으로 모두들 고산증을 이겨내며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발을 디딘다. 데크는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다. 많은 사람이 고산증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산소통으로 산소를 마시고 있다. 그렇게 걷다 쉬기를 반복하며 목적지에 다다른다. 빠르고 느림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올라왔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 선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혼자서 하산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운무가 빠르게 밀려오고 있다. 경험상 조만간 이곳은 운무에 휩싸이게 된다. 해가 운무에 가려지기 시작한다. 아침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체하지 않고 홀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을 시작했다. 겸손함을 느끼게 만드는 웅장한 대자연의 신비는 운무와 함께 사라지고 있다. 머리로 이해한 것을 가슴으로 공감하는 순간이고 아는 만큼 느낄 수 있었던 날이다.

 

인생은 짧은데 오늘은 유독 긴 시간 속에 사는 것 같다.

 

 

 

다시 공원 버스를 타고 두 번째 정거장에 내렸다. 이곳은 옥룡설산의 눈이 녹아 흐르는 계곡이다. 계곡물에 비친 달빛이 푸르다 하여 람월곡(蓝月谷, Blue Moon Valley)이라 불린다. 대자연이 만들어낸 에메랄드빛 호수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이 결혼사진을 찍고 있었다. 공원 버스에서 내려 계곡 사이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계곡물은 옥빛인데 계단식 인공구조물이 그 빛의 아름다움을 퇴색시키는 것 같다.

 

속이 헛헛하다. 배가 고픈 거 보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짧은 람월곡 산책을 마치고 공원 버스를 탄다. 다시 공원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걸어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옥룡설산을 바라보니 먹구름이 자욱하다. ‘비가 내리겠는데.’

대부분 사람이 미세하게 느끼는 고산병 증세와 입에 맞지 않는 중국 음식으로 표정이 좋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추장을 가져온 것이다. 내가 맥주를 마시며 중국 음식을 먹는 동안 밥에 고추장을 비벼 맛있게 먹는다.

 

 

 

비가 내린다. 처음엔 우박도 떨어졌다. 오후 1시부터 시작하는 인상여강쇼를 보기 위해 우비를 챙겨 입고 자리에 앉는다. 내리는 비는 아랑곳없는 듯이 공연은 시작된다. 차마고도를 오갔던 나시족을 비롯한 마방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상여강쇼는 세계적인 감독 장예모가 리장에서 탄생시킨 작품이다.

 

2006년부터 옥룡설산 일대 500여명 주민이 직접 참여한 공연으로 차마고도 소수민족의 애환과 설화를 담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깎아지른 벼랑과 설산을 오갔을 것이다. 역동적인 춤을 보고 있자니 그 당시 마방들의 기개가 전해지는 듯하다. 목숨을 걸고 차마고도로 떠나는 남자들과 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여인들의 일상 등이 전개된다.

이런 장엄한 공연을 실로 오랜만에 본다. 언어가 달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배우들의 행동으로 모든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공연의 끝에는 나시족의 축복을 받는 순서가 있었다. 소망의 손길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골짜기를 가진 옥룡설산으로 향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자기 마음속의 해와 달, 샹그릴라를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이상향, 도원경(桃源境). 유토피아, 샹그릴라를 찾아 떠나자

 

 

 

 

 

비가 그쳤다. 버스를 타고 여강(리장) 시내 방향으로 이동을 한다. 해발고도가 낮아지니 다들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나시족을 대표하는 만신을 모시고 있는 동파만신원과 옥과 같은 물이 흐르는 곳인 옥수채를 차례로 방문한다. 동파만신원에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나시족의 상형문자가 벽화로 곳곳에 새겨져 있다. 옥수채는 동파 문화가 시작된 곳이며 여강(리장) 시내로 흘러드는 식수의 발원지이다. 옥룡설산에서 녹아내린 물이 옥수채에서 흑룡담을 거쳐 시내로 흘러간다.

 

오늘 하루도 길게 느껴진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려고 하다 보니 그만큼 일정이 많고 고되다. 저녁을 먹기 전에 90분 동안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특히 발 마사지가 피로를 풀어준 특효약이 되었다. 한결 가벼워진 몸을 향기 가득한 자연산 버섯 샤브샤브를 먹어 몸의 영양을 보충했다.

 

국물이 끝내주네!’

 

 

 

빔에 리장고성을 걷는다. 리장고성은 송나라 때부터 건설되어 약 1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나시족의 도시이다. 1996년 발생한 진도 7 지진에도 훼손되지 않은 견고한 목조건축물이 즐비하다.

검은 천막으로 둘러싸인 밤하늘의 별빛보다 더 강렬한 빛이 빛나고 있다. 하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검고 리장고성의 거리는 샛노란 색 빛으로 출렁인다.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긴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아를의 밤의 카페그림처럼 불타오르는 노랑을 표현한 듯하다.

 

사쿠라 카페에 들어섰다. 이곳은 라이브카페이다. 중앙무대에선 노래가 한창이고 목재로 만들어진 독특한 실내장식이 눈에 띈다. 실내에서 음악도 들으며 술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아름다운 고성거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 먹어본 최고의 맥주가 있어 더욱 좋았다.

 

Panda Wushi

맛있어요!’

 

 

 

리장고성은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따라 거스르지 않는 물처럼 산다. 강물, 돌다리, 오래된 거리와 건물, 초록의 나무가 어우러져 동화 같은 풍경이다. 낮의 차분함과 밤의 화려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곳이다. 카메라의 셔터를 멈출 수가 없었다.

 

패키지 공식일정은 끝이 났지만, 우리의 일정은 새벽까지 끝나지 않는다. 어젯밤과 똑같이 야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치 어제의 모습을 Ctrl + C 해서 Ctrl + V를 한 것 같다. 오늘 하루는 평소보다 이야기가 가득한 하루였다. 새벽까지 무열 형, 승남이와 술잔을 기울이며 각자의 생각을 디자인했다.

 

전통에 녹아내린 현대적인 감성이 리장고성의 매력이 아닌가?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눈을 감고 있다고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다. 아침의 어스름이 한낮의 강렬한 빛을 알지 못하듯 내 배고픔도 알지 못할 것이다. 홀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어젯밤의 숙취를 고수를 잔뜩 넣은 쌀국수로 치유하면서 여행의 고단함과 설렘을 절반으로 나누어 가진다. 먹다 보니 어느새 쌀국수를 세 그릇이나 먹고 있다.

 

해는 어김없이 떠오른다. 다만 안개에 휩싸여 수줍어하는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중국 서남부 분지인 쓰촨성의 중심도시 청두(성도)에 서 있다. 청두(성도)는 땅이 기름지고 물이 풍부해 하늘의 곳간이라는 뜻의 천부지국(天府之國)으로 불린다.

버스를 타고 청두(성도) 시내로 향한다. 천부국제호텔이 청두 외곽에 위치해서 차창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고즈넉하다. 버스 출발과 동시에 여행일정과 관련된 현지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가이드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눈은 창밖을 바라본다.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풍경이지만 거리가 놀랄 정도로 너무 깨끗하다. 길가에 흔히 너부러져 있는 쓰레기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어느새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는 도심으로 접어들고 있다. 오토바이, 자동차, 버스 등이 넓은 도로에 가득하다. 한국에서도 자주 경험하지 못하는 출근길 교통혼잡이 생경하다. 버스는 대로를 벗어나 우회전을 한다. 대로보다는 훨씬 한적한 도로에 접어든 것이다. 호텔을 출발한 지 1시간 30여 분이 지나서야 무후사(武侯祠)에 도착했다.

 

 

 

 

이곳 청두(성도)는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가 세운 나라 촉한(蜀漢)의 중심지이다. 제갈량이 출병하면서 후왕에게 적어 올린 글, 출사표를 시작으로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기억은 못 하는데도 삼국지를 책으로 읽은 보람은 있었다. 부릅뜬 눈이 인상적인 용맹한 장비(왼쪽), 백성을 돌보는데 헌신적이었던 유비(가운데), 충성과 절의가 하늘보다 높은 관우(오른쪽)도 모셔져 있다. 그들을 바라보면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영웅심이 느껴진다.

유비가 삼고초려로 모셔올 만큼 뛰어난 지략가인 제갈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名垂宇宙(명수우주 - 이름이 온 천하를 울린다)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당나라 시인 두보가 제갈량을 기리며 쓴 시의 한 대목이다. 무후사는 제갈량을 기리기 위해 만든 사당이고 중국에서 유일하게 임금과 신하가 함께 모셔진 사당이다. 유비가 묻혀있는 능을 한 바퀴 돈 후 무후사를 나왔다.

 

여러분은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중 누구를 더 추앙하는가?

 

 

 

무후사 옆 금리거리(锦里)로 들어섰다. 금리는 삼국시대의 옛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전통거리이다. 우리나라 인사동과 비슷한 거리이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았는데 스타벅스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옛 건물에서 맛보는 현대의 커피 맛은 어떨까?

이 순간만큼은 쓴 커피보다는 시원한 것이 필요하다. 두리번거리면 거리를 걷다가 시원한 맥주를 파는 가게에 들어선다. 우리에게 주어진 40분은 맥주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너무 비싼 맥주 가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30mL 하이네켄 6병이 280위안(50,400). 오전 1030분부터 맥주를 마시며 청두(성도)에서 호사를 즐기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거리는 점점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맥주를 다 마시고 금리거리를 쏜살같이 걷었다. 외국에 나오면 하나쯤은 꼭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이곳에선 쓰촨성의 전통 직업인 귀 청소부에게 귀 청소를 받는 것이다. 최저금액인 30위안(5,400)으로 이색적인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꽉 막혔던 곳이 뚫린 것처럼 시원하다. 집합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아 여유로운 체험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청두(성도)에 가면 귀 청소는 꼭 받아보세요.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향한다. 아침을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여행을 다니다 보면 늘 배가 고프다. 매운맛의 본고장에서 훠궈(火鍋)를 맛볼 기회가 생겼다. 훠궈는 청나라 4대 황제인 강희황제 때부터 먹던 음식으로 맵고 진하게 끓인 육수에 고기, 채소, 해산물 등을 담가 먹는 음식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식당에 들어선 순간 특유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먼저 각자 취향에 맞게 소스를 만든다. 난 참기름에 고수, , 마늘을 가득 넣고 비볐다. 나는 군침이 도는데 커다란 냄비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다. 백탕(白湯)은 고기나 채소로 낸 육수이며 홍탕(紅湯)은 백탕에 쓰촨 고추, 산초 등을 넣은 것이다.

한국 사람 입맛에 맞추느라 홍탕도 그리 맵지는 않았다. 나는 주로 다른 사람들이 먹지 않는 소나 돼지 부속물(특히 천엽)을 소스에 찍어 먹었다. 간간이 맥주를 마시며 소스에 첨가된 고수와 마늘의 알싸하고 얼얼한 맛을 중화시켰다. 사천지역은 습도가 높아 훠궈를 먹으면 체내의 습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매운 음식을 먹고 땀까지 흘리니 한결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나만 너무 잘 먹는 거 같아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청나라의 옛 모습을 간직한 관착항자(宽窄巷子)에 왔다. 청나라의 관리들이 살던 곳으로 주택, 화원, 상점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터벅터벅 천천히 골목을 걷는다. 나는 몇백 년 전으로 돌아가 청나라의 어느 골목에 서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현대인들이다. 내 존재를 숨기기 위해 오가는 사람들 속에 나를 던진다. 그들과 함께 거리를 구경하고 고서점, 상점 등을 둘러본다.

 

사실 중국 전통차를 마시며 천극을 구경하고 싶었다. 하지만 1시간의 자유시간은 무엇을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북경에 경극이 있다면 쓰촨성에는 천극이 있다. 천극은 희극의 일종으로 지역마다 각기 다른 특색이 있다. 천극의 가장 큰 특징은 변검이고, 변검의 가장 큰 특징은 가면으로 그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다.

 

골목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느 건물 앞에 변검을 쓴 천극 배우가 부채를 들고 서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서 신서유기 촬영지를 천천히 둘러보며 걷는다. 겨울이지만 낮 기온은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처럼 따뜻하다.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자유여행으로 왔다면 이곳에서 오래 머무르며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천극도 구경하고, 쇼핑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또다시 버스를 타고 춘희로로 이동했다. 춘희로는 젊음의 거리이고 유명 고가브랜드 매장이 즐비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과 비슷한 거리이다. 춘희로의 IFS 몰에는 성도를 상징하는 대형 판다가 외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인도에 서 있는 우리는 마치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무언가 결심한 듯 쇼핑과 거리가 먼 중년 남자들은 술집을 찾아 거리를 헤맨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술을 마실 공간은 없었다. 그렇게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합장소로 돌아온다. 아무리 패키지 코스라지만 왜 이곳에 왔는지 다들 의아해하는 분위기이다.

 

 

 

어제저녁을 먹은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표정들이 어둡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패키지여행에 나도 진이 다 빠진다. 어찌 되었건 청도(성도)에서의 일정은 여기까지이다.

오후 550분쯤 청두(성도) 텐푸공항에 왔다. 오후 815분에 여강(리장)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가이드와 헤어졌다. 이틀 후에 이곳 현지가이드와는 다시 만날 것이다. 생각보다 무척 까다로운 보안검사를 마치고 204 게이트로 향한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탑승 게이트 거리가 왜 그렇게 멀던지 20분은 걸은 것 같다.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지친 몸을 의자에 기댄 체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죽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지루하면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그냥 서성이고, 흡연자들은 흡연실을 찾아 공항을 돌아다닌다. 여행 하루 만에 표정이 피곤함에 곤죽이 되었다.

예정된 탑승시간보다 일찍 탑승이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비행기가 일찍 뜨지는 않았다. 비행기는 어둠 속에서 활주로를 힘차게 달려 허공을 날았다. 절대로 편안하지 않은 1시간 5분의 비행을 마치고 여강(리장) 산이공항(丽江三义机场)에 도착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활주로를 잠시 걷는다. 이곳은 해발고도가 높지만 나는 아무런 증세도 느끼지 못한다.

 

이곳 현지가이드와 만나 리장 다부객잔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을 시작한다. 버스 안에서 내일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듣는다. 핵심은 내일 옥룡설산을 오른다는 것이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40분이 걸렸다. 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로써 기나긴 공식일정은 끝이 났다. 방 배정을 마치고 각자의 숙소에 짐을 풀었다. ~!!

 

 

 

 

우리가 그냥 잘 사람들인가? 술집을 찾아 밖으로 나왔다. 리장고성의 bar 거리는 너무 멀고 숙소 앞 야시장으로 향한다. 꼬치를 굽는 숯불에서 흰 연기가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 삼아 춤을 추고 있다. 테이블을 세 개 붙여놓고 목욕탕의자에 앉는다. 맥주는 기본이고 안주로 각종 꼬치, 굴찜, 볶음국수, 쌀국수 등을 주문하여 먹는다. 우리의 밤은 낮보다 훨씬 즐거워 보인다.

 

오예~(La la la la)

넌 네게 oh yes 네 말은 다 yes

이렇게 Say Yes

Let’s go party, come on!

 

(중략)

 

내게로 Y 멋쟁 E

여기에서 놀면 어때?(yes yes yes)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감에 잠을 설쳤다. 불면증에 걸린 사람처럼 한밤을 지새운 것 같은 느낌이다. 불청객처럼 어둠 속에서 눈을 두리번거린다. 오른손을 더듬어 책과 안경 사이에 놓여있는 휴대전화를 집어 든다. 오전 31. 시간을 확인하는데 짧은 헛기침이 나온다.

 

어스름한 새벽에 집을 나섰다. 기온은 영상이지만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는데도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시린 발을 분주하게 움직여본다. 여명이 밝아오는데 아직도 달은 밤보다는 희미한 모습으로 하늘을 배회 중이다. 세상이 한층 밝아졌을 때 114번 버스를 탔다. 차창 밖으로 햇살이 눈에 부시다. 세상은 늘 그렇듯 환하게 미소 짓는다. 오늘 아침은 유독 화창하다.

 

 

 

집을 나선 지 2시간이 지나간다. 서대전에서 6, 북대전에서 6명을 태운 버스는 대전을 벗어나자 거침없이 고속도로를 내달린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강렬한 햇살을 커튼으로 가린다 해도 따가움이 느껴지듯 여행의 들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편안한 우등좌석에 몸을 기대어 차창으로 스쳐 지나가는 익숙한 겨울 풍경을 바라본다. 또 이렇게 한해가 또 지나가는구나!

 

어느덧 버스는 인천대교를 달리고 있다. 5개월 만에 다시 인천공항에 왔다. 인제에서 온 이 부장이 합류하여 총 13명 완전체가 결성되었다. 예전에 느꼈던 인천공항의 북적거림은 전혀 없다. 하나투어 데스크에서 중국 복수비자를 받고 서둘러 E17~21 카운터에서 사천항공 탑승수속을 마쳤다. 5분간의 기다림을 끝내고 보안검색대로 향하는 순간 새로운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Some doors close forever, others open in most unexpected places.

(어떤 문이 영원히 닫힐 때 가장 예상치 못했던 다른 문이 열린다.)

 

공항의 한산함은 면세점까지 이어진다. 평일 낮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면세점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린다. 내 발걸음이 멈춘 곳은 주류를 판매하는 곳이다. 장식장에 진열된 술 중에서 Glenfiddich 위스키에 두 눈이 꽂힌다.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술을 산다. 오늘 밤은 뜻깊은 저녁이 될 테니까.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탑승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행기는 활주로에 큰 마찰음을 남긴다. 허공에 몸이 놓였을 때 기분이 왜 그리 이상한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 .’ 20분이 지났을 때 안전띠 해제 음이 울린다. 비행기가 수평을 잡고 안정이 되었을 때 기내엔 묘한 음식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냄새는 내 허기진 위장을 뒤틀리게 하고 입안에는 어느새 침이 고인다.

짧은 시간 동안 비좁은 항공기는 모든 것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음료, 기내식, , 음료가 승무원들의 움직임에 맞춰 승객에게 주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부산물들이 회수된다. 그 순간이 지나면 조명 불은 희미해지고 시끄럽지만 고요한 기내에서 혼자만의 시간에 빠진다.

 

열린 창으로 햇빛이 반사되어 더욱 하얗게 빛나는 11월의 솜이불 같은 구름을 바라본다. 허공 위에 펼쳐진 백옥같은 양탄자는 먼지 낀 티끌까지 깨끗하게 씻어주는 느낌이다. 이번 여행에 기억해야 할 것은 오직 깨끗한 마음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여기서 깨끗하다라는 뜻은 마음씨나 행동 따위가 떳떳하고 올바르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은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잠이라도 들었으면 좋을 테지만 두 눈은 멀뚱멀뚱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1분이 한 시간 같은 느낌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좁은 복도를 서성이다 화장실을 다녀온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다.

 

 

 

 

 

이국적인 것은 없었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전혀 없다. 한 시간의 지루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버스가 있는 공항 밖으로 나온다. 이곳엔 다른 세계의 또 다른 어둠이 장막을 두르고 있었다. 이곳은 안개로 유명한 청두(성도)이다.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한다. 거리의 가로등 불빛은 안개에 가려져 희뿌옇게 번져 보인다. 저녁은 중국 음식이다. 어떤 요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모두가 음식 특유의 향 때문에 선뜩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오직 나만이 그 맛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풍성한 음식을 앞에 놓고 모두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술이 등장한다. 각자의 취향대로 중국 술, 위스키, 맥주를 마신다. 오늘 저녁처럼 술잔을 든 순간보다 더 유쾌한 시간은 없을 듯하다. 술 한잔에 작은 추억 하나가 몸으로 스며든다. 입과 코끝에 쾌쾌한 마라(麻辣) 냄새를 느끼자 다시 한번 이곳이 중국임을 실감한다.

 

 

 

천부국제호텔에 도착하여 방 배정을 했다. 나는 무열 형과 같은 방이다. 삼삼오오 옆 방에 모여 월드컵 지역 예선 한·중전 축구경기를 본다. 경기 내내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를 마신다. 컵라면은 저녁을 제대로 못 먹은 배고픈 하이에나의 차지가 된다. 이강인 선수가 찬 코너킥을 손흥민 선수가 헤딩으로 골을 넣는다. 아주 자연스럽게 고함을 지르고 손뼉도 친다. 그 바람에 또 건배하고 소주를 마신다. 마치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처럼 술잔은 쉼 없이 돌고 돈다.

 

취기가 돌아 바람을 쐬려 밖으로 나갔다. 호텔 주변 공원을 지나 동료들이 있는 곳까지 걸었다. 호텔에서 청두(성도) 시내까지는 너무 거리가 멀다. 인근 식당에서 꼬치와 맥주로 청두(성도) 시내로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랜다.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인과 아무 의미 없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것이 그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인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라도 밤을 즐기고픈 그네들의 마음은 내가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시길.’

 

여행도시 성도(1박)-여강(2박)-성도(1박)

 

(주)하늘그린, (주)가을 회사 동료들

 

사무실 해외워크샵으로 하나투어 패키지를 이용함

 

일정 : 45일 사천항공

출발 : 2023.11.21.() 14:25 17:15, 3U3974, 03시간 50분 소요

도착 : 2023.11.25.() 09:00 13:25, 3U3973, 03시간 25분 소요

 

사천항공

 

 

[1일차] 인천, 성도

인천

인천(ICN) 출발(14:25) 성도(TFU) 도착(17:15), 03시간 503U3974

성도(成都天府国际机场)

가이드 미팅

석식 (현지식[중식])

천부국제호텔로 이동

 

 

 

[2일차] 성도(무후사/금리거리/관착항자/춘희로IFS), 여강

조식 (호텔식)

가이드 미팅

무후사(武侯祠)

- 제갈량을 모신 사당 무후사

중국 3세기를 풍미한 유비, 장비, 관우를 비롯하여 촉나라의 여러 명장을 거느린 전설의 전략가 제갈공명, 그 제갈량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사당입니다. 무후사라는 이름은 제갈량이 죽은 후 붙여진 시호인 충무후(忠無候)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삼국지의 역사 속 인물들을 한곳에서 느껴보세요

금리거리(锦里古街)

- 삼국시대 옛 거리의 모습을 간직한 금리 거리

삼국시대의 옛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전통의 거리로, 여러 골목 사이로 전통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맛있는 먹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쇼핑센터와 먹거리가 각각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합니다. 관광객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금리 거리에서 중국 전통 먹거리를 먹으며 쇼핑 거리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중식 특식 (사천 샤브샤브-훠궈(火锅))

관착항자(宽窄巷子-넓고 좁은 골목)

- 촉한과 청나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거리

사천성 성도가 촉한의 도읍으로 정해지고 형성될 무렵부터 있던 터를 청나라 강희대제 때 발전시켜 조성한 거리입니다. 청나라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둔 거리이며 이곳에 이르면 마치 세월이 몇백 년 전으로 돌아간 듯 청나라의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촉한과 청나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거리의 분위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춘희로 IFS (春熙路步行街)

- 성도 젊음의 거리

춘희로 중심에 위치한 IFS 몰에는 성도를 상징하는 대형 팬더가 외벽을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특별한 사진 촬영과 함께 IFS 몰 내의 많은 쇼핑몰과 푸드코트 등을 여유롭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석식

여강이동(丽江市), 여강산이공항(丽江三义机场)

성도(TFU) 출발(20:15) 여강(LJG) 도착(21:40), 01시간 253U6687

가이드미팅

리장 다부객잔으로 이동

 

 

[3일차] 여강(옥룡설산, 람월곡, 인상여강쇼, 동파만신원, 옥수채, 여강고성)

조식 (호텔식)

옥룡설산(玉龍雪山)

- 옥빛 용을 머금은 거대한 설산

여강의 빼놓을 수 없는 상징, 옥룡설산은 이름 그대로 1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 설산입니다. 여강의 20km 떨어진 서북부에 웅장하게 서 있는데, 여강 시내에서 이곳의 주봉을 볼 수 있습니다. 주봉은 5,500M에 달하며, 아래쪽으로는 구채구의 비취색 물빛을 연상케하는 백수하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 산맥이 마치 은색의 용이 춤을 추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옥룡'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옥룡설산은 중국에서 손꼽히는 명산으로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습니다.

람월곡(蓝月谷)

Blue Moon Valley 람월곡

옥룡설산의 눈이 눈아 흐르는 계곡물에 비친 달빛이 푸르다 하여 람월곡으로 불립니다. 옥룡설산 풍경구에 있으며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옥빛물을 모아 계단식 인공구조물을 만들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백수하와 함께 고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중식 (현지식[중식])

인상여강쇼

- 목숨을 걸고 차마고도로 떠나는 마방의 이야기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한 마방들의 삶과 애환을 표현하고 있는 공연입니다. 목숨을 걸고 차마고도로 떠나는 남자들과 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여인들의 일상 등이 전개됩니다.

동파만신원

- 나시족의 신성한 성지

나시족을 대표하는 만신을 모시고 있는 나시족의 신성한 성지입니다. 나시족은 자체적으로 문자와 언어가 있어 곳곳에 벽화로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동파 상형문자는 여강에 살고 있는 나시족들이 사용하던 문자로서 중국에서 제일 처음 발견된 갑골문자 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문자입니다. 1400개의 단자가 있으며 단어가 풍부하고 세밀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화되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상형문자입니다.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세요

옥수채

- 옥 같은 물이 흐르는 곳

옥수채는 옥과 같은 물이 흐르는 곳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곳은 나시족의 성지이면서, 동파 문화가 시작된 곳입니다. 여강 시내로 흘러드는 식수의 발원지로, 옥룡설산에서 녹아내린 물이 이곳에서 흑룡담을 거쳐 시내로 스며듭니다.

석식 (현지식[중식], 버섯 샤브샤브)

여강고성, 여강고성 나이트투어

- 800년 전 모습을 간직한 동화속 마을, 리장고성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여강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나시족의 거주지입니다. 나시족의 독특한 양식한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돌로 만든 다리, 강물, 푸른 나무와 오래된 거리가 어우러져 동화 같은 마을 풍경을 연출합니다. 낮의 차분함과 밤의 화려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곳입니다.

리장 다부객잔으로 이동

 

[4일차]

조식 (호텔식)

가이드 미팅

흑룡담(黑龙潭公园)

- 흑룡담 공원

여강 시내 북쪽의 상산 밑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호수공원인 흑룡담은 나시족의 건축과 문화를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알아볼 수 있는 곳입니다. 공원 내에는 푸른 버드나무 고목과 누각, 정자 등이 서로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흑룡담의 호수 물은 수정같이 맑은 물로 유명합니다. 옥룡설산의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이 호수를 이루는데 호수에 비친 옥룡설산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호도협으로 이동 (2시간 소요)

호도협(虎跳峡)

차마고도의 시작

호랑이가 뛰어넘은 협곡이라는 뜻의 호도협은 여강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옥룡설산과 합바설산을 가르는 거대한 협곡으로 그 산세가 험해서 가파르게 굽이치는 물길이 많으며, 계곡의 움직임이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칩니다. 페루의 마추피추와 뉴질랜드의 밀포드와 더불어 세계 3대 트래킹 코스로 통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 차마고도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중식 특식 (오골계 백숙) - 차마객잔(茶馬客栈) 닭백숙

호도협 미니 트레킹

-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호도협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핵심 코스입니다. 산세가 완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즐기는 호도협 미니 트레킹! 차마고도의 시작인 호도협 곳곳에서 수백 년 전 차마고도의 흔적을 엿보며 대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세요.

여강으로 이동 (2시간 소요)

속하고진

- 천년의 향기를 간직한 차마고도 쉼터

높은 봉우리 아래 위치한 마을이라는 뜻의 속하고진은 리장 고성의 외곽과 옥룡설산 밑에 위치한 고성입니다. 티벳과 사천을 잇는 차마고도의 교역지였던 이곳은 나사족의 선조가 이 지역에 정착하여 처음 세운 마을입니다. 리장 고성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석식 (현지식[한식])

여강 공항으로 이동 후 국내선 탑승

여강(LJG) 출발(22:25) 성도(TFU) 도착(23:40), 01시간 153U6688

천국국제호텔로 이동

 

[5일차]

가이드 미팅

조식 (도시락)

- 이른 오전 출발로 조식은 간단한 도시락(과일, 생수, , 음료)으로 제공

공항으로 이동

성도

성도(TFU) 출발(09:00) 인천(ICN) 도착(13:25), 03시간 253U3973

인천

잠에서 깬다.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비가 내린다. 시계를 보니 오전 459분이다. 알람이 울리기 바로 직전이다. 커피를 마시려고 텐트에서 나온다. 버너에 불을 켜고 물을 채운 냄비를 올려놓는다. 물이 끓는 소리가 빗소리에 맞춰 화음을 더한다. 스테인리스 컵에 카누를 쏟고 끓은 물을 붓는다. 진한 커피 향이 수증기로 변해 원두막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세상은 점점 그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산을 쓰고 야영장을 걷는다.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비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내 다리를 적신다. 잔디에서 야영하던 사람들은 어수선하지만 분주하게 텐트를 철수하고 있다. 나는 매표소 앞 의자에 앉아 비가 내리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본다. ‘아무래도 온종일 배가 내리겠는걸다시 빗속을 걸어 원두막으로 돌아온다. 원두막에 도착했을 때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의자에 앉아 가장 편한 자세로 빗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비는 쉬지 않고 떠들기 시작한다.

 

태양을 볼 수 없는 날이다.

샤워기의 물줄기처럼 광기가 어린 냉기를 품은 비가 내린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세상은 멈춘 것 같지만 실상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비가 끼를 부리기 시작하면 의미 없이 내리는 빗줄기는 없다.

낮술을 먹는다. 할 일이 딱히 없을 때는 술을 먹는 게 최고의 해결책일 수 있다. 술안주는 라면이다.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수프와 면을 넣고 330초를 끓이면 된다. 소주 1 : 맥주 2의 소맥을 스테인리스 컵에 제조한다. 소맥을 마시고 라면 국물을 마신다. 비가 오는 날엔 라면 국물이 최고다. 낮술과 마시며 녹음이 가득한 곶자왈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흐르지 않을 것 같은 하루도 끝내는 저물고 만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며 보낸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분다.

곶자왈을 지나온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나를 깨운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침의 싱그러운 합창이 나의 귀를 간지럽힌다. 텐트가 있는 원두막을 밖으로 나오니 곶자왈의 향기가 내 오감을 자극한다.

오두막은 시원하기보다 서늘하다. 서늘함 때문에 스웨터를 입은 야영객들이 부산스럽게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그들 시야에 민소매를 입은 내가 야영 전문가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재빠르게 철수준비를 마친다. 밤새 폭우로 곶자왈을 뒤흔들던 하늘은 회색 구름만이 둥둥 떠 있다.

 

새로운 아침, 새로운 하루다.

이제 야영은 끝났지만 계속 야영을 하는 듯한 잔상이 눈앞을 떠나지 않는다. 곶자왈에서의 야영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도시에 머무를 때와 다른 방향으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버스를 타는 것으로 이번 야영을 마무리한다. 이제 다시 회색빛으로 물든 소음 가득한 도시로 돌아갈 시간이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4일간의 곶자왈에서의 야영은 내 영혼에 짙은 자국을 남겼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때의 일들이 세월이 지난 다음에도 되새김질하고 싶어서이다.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간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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