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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유럽 2탄 - 11일차(6/6), 암스테르담, 로테르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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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하게 잘 잤다. 시계를 보니 오전 5시다. 잠시 뒤척이다 조용히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했다. 어제 오후 반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생각보다 꽤 추워서 긴바지를 입었다. 로비로 나가 아무도 없는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오늘 여행지인 로테르담 일정을 확인하고 날씨가 맑음을 확인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호스텔을 나왔다. 피부로 느낀 아침 공기는 시원했고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다는 춥지 않았다. 배를 타고 중앙역으로 향하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이 배에 탑승했다. 새벽부터 자전거를 타고 어디를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나만큼 부지런하다. 배에서 내려 운하를 따라 걸었다. 버스를 탈 때까지 시간이 충분해서 이번 여행 콘셉트에 맞게 거리를 걸었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고 있다. 암스테르담 외곽 도로에는 차들이 많았고 그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차도만큼 잘 되어있다. 따로 인도는 없어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걸었다. 자전거 도로에 설치된 쓰레기통을 보고 이 나라가 얼마나 자전거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출발 시각보다 40분 빠르게 도착했다. 바로 옆 슬로터디직(Sloterdijk) 기차역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도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곳의 자전거 거치대와 자전거 주차장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네덜란드에서 직접 이런 어마어마한 광경을 목격하다니.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임을 실감했다. 내가 관광지를 비롯해 그 주변까지 끊임없이 걸어 다니는 이유는 사소하지만 이런 것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상의 사소한 것이라도 진지하게 마주하고 싶었다.

 

 

 

오전 850분 정시에 출발한 버스는 덴하그를 경유하여도 5분 일찍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로테르담 중앙역 앞에는 길게 뻗은 길 가운데에 인공 호수를 만들고 한쪽에는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반대쪽에는 녹지 공간을 조성되어 있다. 거대한 플라타너스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분수가 높이 솟구치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호수를 지나면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곳에 거대한 사발 모양의 거울이 있었다. 미술관의 금고로 미술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데포 보이만스 판뵈닝언(Depot Boijmans Van Beuningen)은 외벽이 거울이라 빛과 환경에 따라 건물 외관이 달라진다. 한동안 주변을 서성이며 거울에 비친 모습의 변화를 살폈다.

 

 

 

관광객은 다지지 않을 것 같은 길을 따라 걸었다. 유로마스트(Euromast)가 보이고 그 앞에는 허트공원(Het Park)이 있다.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었는데 관리가 아주 잘 되어있어 녹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사람, , , 곤충 등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공원을 즐기고 있다.

 

 

 

 

공원을 벗어나 마스터널(Maastunnel)에 왔다. 일본의 간몬터널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어 일부러 내려가 봤다. 일본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는데 이곳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했다.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다니는 일본의 간몬터널과 달리 이곳은 사람과 자전거가 다니는 층이 구분되어 있었다. 아무도 없는 터널에서 셀카를 찍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암스테르담과 달리 도심 곳곳에 식수대가 있다. 간혹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긴 했는데 주변이 너무 지저분해 먹고 싶지는 않았다. 유럽은 석회성분 때문에 수돗물을 잘 먹지 않다고 들었는데 호스텔에 머무는 동안 모두가 수돗물을 먹었다. 그러고 보니 런던, 파리에서도 물을 사 먹는 사람은 나를 비롯해 다른 대륙에서 온 사람들뿐이었다.

 

 

 

브어항구(Veerhaven) 한쪽 스웨덴 국기를 단 배에서 한가롭게 낮의 햇볕을 즐기는 이들을 봤다. 점심시간이라 주방에서는 구수한 빵 굽는 냄새가 퍼져 나왔고 삼삼오오 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부러웠다.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연령층이 다양한 것으로 보아 가족임이 틀림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꿈꾸지 못하는 색다른 가족 여행이라 더 부러웠다.

 

 

 

 

 

에라스무스(Erasmusbrug) 다리가 보이는 공원 의자에 앉아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바다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는 탑이 있는 곳이다. 주변에 서식하는 이름 모를 새가 먹을 것을 탐하면서 내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그러고 보면 현지인들은 마트에서 산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공원이나 걸어 다니면서 간단히 점심을 먹는다. 주로 외국인들만 식당에 들어가 비싼 음식을 먹고 있다.

 

 

 

블락(Blaak) 기차역으로 향하면서 해양박물관을 지나게 되었다. 오래된 선박, 유서 깊은 항구 모형, 어린이를 위한 체험형 전시를 볼 수 있었다.

 

 

 

 

 

 

블락 기차역을 중심으로 마켓 홀(Market Hall), 큐브 하우스(Kijk-Kubus), 노테르담 공립도서관(Rotterdam Central Library)등 특이한 건축물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복구보다는 건축을 선택한 로테르담의 건축물은 현대 건축물의 중심지이다. 마켓 홀은 시장과 주거가 공존하는 공간이고 큐브 하우스와 더불어 쇠퇴하는 원도심을 전 세계 여행자들이 제일 먼저 찾는 여행지로 바뀌어 놓았다. 이런 건축물을 직접 보게 되니 기발한 발상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공립도서관에 들어갔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이런 곳을 빠트릴 순 없었다. 우리나라 도서관과 사뭇 다른 조명과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조용함의 대명사인 도서관이 전혀 조용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시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이 도시만의 뭔가 다른 도서관 분위기가 있었다. 내가 읽을 수 없는 독일어로 된 책들만 소장하고 있어 아쉬웠다.

 

 

 

버스를 타기 위해 로테르담 중앙역으로 향했다. 작은 운하 주변에 있는 평범한 집들도 한 폭의 그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정말 멋져 보였다. 걸어 다니다 보면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폼펜브르그 공원(Park Pompenburg)이다. 철길과 마주하고 있는 공원에는 목재로 된 육교가 있었다. 계단을 올라 걷기 시작했는데 이곳이야말로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였다. 운이 좋게도 드라마 또는 영화 촬영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그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오후 420분이 되었는데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Flixbus 앱으로 확인해보니 지연되었다. 처음의 18분이 32분으로 또다시 48분으로 바뀌었다. 하염없는 기다림 속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속내는 타들어 가고 있다. 오후 시간에 촉박한 일정을 잡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지연이었다. 유럽에서 버스로 이동할 때는 아침에 이동하는 편이 지연이 거의 없다.

 

 

오후 58분에 버스를 탔다. 더 이상의 지연은 없었다. 문제는 도로정체가 심했다. 스히폴 국제공항을 거쳐 암스테르담 슬로터디직(Sloterdijk)역에 오후 650분에 도착했다. 아침에 안 가본 거리를 걸어 중앙역까지 걸어갔다. 매번 새로운 길을 걸을 때마다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게 좋아서 하염없이 걷고 다니고 있다. 내 체력이 좋은 건지 아니면 미친놈인지 구분이 되지 않지만.

배를 타고 호스텔로 왔다. 찬물로 샤워하고 평소보다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호스텔 주방으로 내려갔다. 스테인리스 냄비에 물을 끓여 컵라면에 붓고 전자레인지로 햇반을 데웠다. 주방을 점령하고 있는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섞여 네덜란드 빵과 마지막 남은 김치 캔까지 따서 배불리 먹었다. 하루의 피로는 샤워 후에 마시는 소맥이 최고다. 그렇게 암스테르담에서의 또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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