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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유럽 2탄 - 13일차(6/8), 암스테르담~브뤼셀, 브뤼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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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알람이 울린 후에 일어났다. 열흘이 지나니 그만큼 여행의 피로도가 쌓이는가 보다. 노트북과 메모장을 에코백에 넣고 로비로 나왔다. 밝은 대낮처럼 환하지만 이제 오전 6시가 막 지났을 뿐이다.

테이블 좌석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네덜란드에서의 일상을 메모장에만 기록했지 노트북에 옮겨 쓰지 않았다. 오늘처럼 시간이 날 때 잊지 않고 기억을 더듬어 기록을 남겨야 한다. 어제 사둔 빵을 커피와 함께 먹으면서 아침 식사를 대신했다. 쓰디쓴 아메리카노가 뇌를 자극하자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전 9시쯤 객실로 돌아가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자고 있다. 여행을 온 건지 잠자러 온 건지 모를 정도로 늦잠을 많이 잔다. 오늘은 암스테르담에서 벨기에 브뤼셀로 유로스타를 타고 이동한다. 오후 115분 기차라서 호스텔 로비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여행 중 때론 이런 시간을 가짐으로써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정오 1215분이 지나 호스텔을 나왔다. 오늘 처음 외부에 나왔는데 도착한 첫날처럼 바람이 심하게 불어 추웠다. 배낭을 메고 여행용 가방을 끌고 배를 타러 갔다. 한 시간 후면 암스테르담을 떠난다. 떠난다는 생각이 드니 왠지 이곳이 벌써 그리워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런던, 파리와 달리 유럽 속의 유럽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곳이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14번 플랫폼에서 맥주를 마셨다. 출발 10분 전에 기차가 왔고 정시에 브뤼셀로 출발했다. 차창으로 보이는 화창한 날씨가 오늘따라 눈에 거슬린다. 이젠 네덜란드를 떠나 벨기에, 룩셈부르크 여행이 잠시 후면 시작된다.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정시에 출발한 기차는 26분 지연되어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했다. 이 정도 지연은 애교 수준이다. 브뤼셀 미디역은 규모가 컸다. 기차역을 나와 호스텔을 향해 걸었다. 신호등이 없는 도로를 가로질러 골목으로 들어섰다. 인도가 평탄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블록으로 되어있어 여행용 가방을 끌기가 체코 프라하 거리만큼 힘들었다. 물론 작년에는 배낭만 메고 다녀서 이런 어려움을 직접 느끼지 않았었다.

 

 

 

20여 분 만에 호스텔에 도착했다. 체크인하면서 97.65유로인 숙박료를 현금으로 지급했다. 3194인실이며 조식이 제공되고 다른 나라처럼 도시세는 부가되지 않았다. 객실에 들어선 순간 비교적 넓은 공간에 깨끗하기까지 했다. 침구를 정리하고 여행용 가방과 배낭의 짐을 사용하기 좋게 정리해 두었다. 커튼을 열면 정면으로 가정집 건물과 아래로는 호스텔의 넓은 마당이 보인다.

 

 

 

 

 

 

오후 450분쯤 호스텔을 나왔다. 길가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이상했는데 다들 이곳에 모여 있다. 그들은 옷을 입고 있는 동상이 오줌을 싸고 있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 나도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막상 와보면 가장 허무한 장소 첫 번째는 브뤼셀 오줌싸게 동상이다. 동상 자체는 작고 좁은 골목 사거리에 위치해 조금만 사람이 모여도 혼잡해진다.

 

 

 

 

 

 

골목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점점 크게 들리는 음악 소리를 쫓아 공원(Fontainas park)에 왔다. 솜사탕, 숯불구이 샌드위치, 각종 놀이시설, 조랑말 체험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목청 높여 신나게 놀고 있다. 이때서야 오늘이 토요일 오후라는 것을 알았다. 숯불에 구워지는 고기 패티가 만든 흰 연기가 내 코를 자극한다. 왜 고기를 샌드위치로 먹냐고. 그냥 먹어야 맛있는데.

 

 

 

브뤼셀 증권거래소 계단은 만남의 장소 같다. 넓은 광장 앞쪽에는 분수가 있다. 이런 분수니 식수대를 몇 번 봤는데 도심의 이런 공간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더운 날에는 물이 주는 시원함이 있으니까.

 

 

 

내가 본 가장 멋진 장소의 스타벅스 매장까지 걸어왔다. 비교적 좁은 브뤼셀 시내를 호스텔이 있는 남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서쪽으로 갔다 북쪽까지 온 것이다. 쇼핑거리는 내가 지양하는 장소지만 어쩔 수 없이 걸었다. 쇼핑거리라는 게 무색하게 바닥과 쓰레기통이 너무 지저분하다. 앞사람을 쫓아 걷다가 놓치면 마주 오는 사람과 계속 부딪히게 된다. 아무 매장이나 들어가 한숨 고르고 나서 다시 걸었다. 이런 장소는 빨리 벗어나는 게 내 상식이다.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된 곳으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 끝에 사람이 모여 있다. 막상 와보면 가장 허무한 장소 중 두 번째는 오줌싸는 소녀다. 브뤼셀 시청사가 있는 그랑플라스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광장을 차단하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멋진 건축물 사진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골목을 걷다가 한글이 눈에 띄었다. 인터넷에서 카피한 듯한 한글 단어다. 핫도그를 파는 곳인데 대한민국과 도깨비는 뭔 연계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한국 사람이 아닌 현지인이 파는 핫도그다. 어릴 적 많이 먹었던 핫도그 맛을 이들에게 설명해줘야 하나? 핫도그는 설탕을 묻혀 케첩을 왕창 뿌려 먹어야 제맛인데.

벨기에 와플을 맛봤다. 기본 3.5유로에 토핑을 추가할 때마다 요금이 달라진다. 초콜릿을 안 좋아해서 가장 평범한 생크림을 추가했다. 원래 이런 거 좋아하지 않는데 벨기에에 왔으니. 같은 돈이면 뜨끈한 순대국밥을 먹을 수 있는데 이럴 때 아재 본성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작은 공원에서 와플을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색소폰 소리가 들렸다. 식당이 밀집된 작은 로터리 같은 공간에서 거리 공연을 시작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삑사리하나 없이 연속해서 곡을 연주했다. 와플 먹다가 이게 웬 횡재인가? 연속해서 5곡을 듣고 주머니 속 잔돈을 모두 모금 통에 넣었다. 음악 들은 값은 지급해야 하니까.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피아노 연주도 들었다. 호스텔에서 햇반, 컵라면 등 남은 한국 식재료를 모조리 저녁으로 먹었다. 여행용 가방 무게가 아닌 부피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앞으로는 모든 음식을 사 먹을 생각이다. 샤워하면서 옷가지도 빨았다. 런던 기차역에서 받은 세탁세제가 효자 역할을 했다. 4인실을 두 명이 사용하니 편안하다.

 

 

 

오후 10시가 지나 그랑플라스로 야경을 구경하러 나갔다. 하지만 행사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라 아무것도 볼 수 없어 그냥 돌아왔다. 지금까지 내가 다녔던 나라의 여느 도시에 비해 브뤼셀의 밤은 조용한 편이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자정이 지났는데 또 한 명의 객실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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