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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유럽 2탄 - 15일차(6/10), 브뤼셀~브뤼허 가기, 브뤼허여행, 헨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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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봐야 오전 6시인데. 어젯밤 일부러 알람을 한 시간을 늦게 맞춰놓았다. 오늘 일정이 여유로워서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커튼을 젖히고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자욱했지만,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다.

 

 

 

조식을 먹으러 갔다. 어제의 기억을 되살려 오늘은 선택과 집중을 했는데 결과는 똑같았다. 아니 더 많은 것을 접시에 담았다. 여행 중에는 점심을 먹지 않고 간단히 해결하는 나에게는 이런 조식이 여행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2주 이상 장기간 여행에는 항상 조식이 나오는 호스텔을 선호하는 이유다. 오늘은 커피까지 느긋하게 마셨다.

 

 

 

외출준비를 마쳤을 때 비가 내렸다. 바람까지 강해 체감온도는 10도까지 떨어졌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럴 수가 있나? 유럽인들이 햇빛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날씨 때문인가보다.

브뤼셀 중앙역에서 8분 지연된 오전 920분 브뤼허행 기차를 탔다. 비가 세상을 비로 물들여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차는 빠르게 질주했다. 헨트를 지나기 전에 기차표 검사가 있었다. 벨기에서 기차표 검사는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한 시간이 조금 더 지난 오전 1030분 브뤼허에 도착했다.

 

 

 

비는 브뤼셀보다 더욱 거세게 내렸다. 그만큼 바람도 강해서 우산을 받쳐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공원을 지나 사랑의 다리로 향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패키지여행을 온 사람들과 내가 동선이 겹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의 호수를 바라보며 사랑의 다리를 건너는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비 오는 브뤼허는 운치가 있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물길을 따라 걷으면 가는 곳마다 사진 명소가 된다. 그곳에서 비 오는 날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본다. 브뤼셀보다는 훨씬 더 골목의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비는 그치는가 싶다가도 한순간에 돌변해 폭우를 쏟아붓는다. 그런 와중에도 관광객을 실은 배들이 운하를 가로지르며 움직이고 있다. Rosary Quay는 브뤼허의 운하지역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이다. 사진과 동영상은 찍었지만 정작 내 사진을 찍지 못했다.

 

 

 

 

브뤼허 종탑이 있는 마르크트 광장에 왔다. 이곳은 브뤼허에서 가장 큰 광장이고 여행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광장 주변을 길드 하우스들이 둘러싸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앵글을 잘 맞춰야 한다. 어렵게 앵글을 맞춰 셀카를 찍었다.

 

 

 

 

마트에 들린 후 브뤼허 마지막 여행지로 가족이 운영하는 양조장(Huisbrouwerij De Halve Maan)에 갔다. 이곳까지 왔는데 수제 맥주를 안 마시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내 평소 소신처럼 점심은 대충 먹어도 맥주는 꼭 마시자라는 것을 실천했다. 거침없이 들어가 Brugse Zot를 주문했다. 식당과 함께 운영되는 이곳은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런 곳에서 아주 편안하게 맥주를 마셨다. 창밖으로는 거세 바람이 나뭇가지를 뒤흔들고 있었다.

 

 

 

브뤼허 기차역으로 돌아와 브뤼셀행 기차를 탔다. 20여 분이 지나 헨트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기차에서 내렸다. 시간이 너무 일러 브뤼셀에 가봐야 특별하게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한번 둘러보자는 심사였다. 기차역에서 중심지까지는 20여 분을 걸어가야 했다. 이게 뭔 대수라고 비가 오거나 말거나 그냥 걸어갔다.

 

 

 

 

 

한적하게 걷던 거리도 중심지와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래된 건축물 사이로 트램이 지나가니 그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헨트 종루를 지나 얀 반에이크의 제단화가 유명한 성 브라보 성당에 들어갔다. 엄숙한 성당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다. 최대한 살금살금 걸으면서 발소리도 줄이려고 노력했다.

 

 

 

성당을 나와 벽화 거리로 갔다. 런던 쇼디치 벽화 거리에 비하면 애들 소꿉장난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해자를 두른 10세기경의 성, 그라벤스틴(Gravensteen)으로 향했다. 갑자기 가는 빗줄기가 폭우로 변했다. 건물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패키지여행 가이드가 신부와 수녀 복장을 하고 설명을 하고 있어 눈길이 갔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길거리 식당에서 감자튀김을 먹었다. 이곳에서 감자튀김을 먹으려고 브뤼허 마트에서 캔맥주를 산 것이다. 용량을 선택하고 주문하면 한번 튀긴 감자튀김을 다시 튀겨준다. 감자튀김은 두 번 튀겨야 제맛이다. 물론 추가 요금(0.7유로)을 내고 토핑을 추가해야 한다. 역시 감자튀김엔 마요네즈가 최고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마요네즈를 찍은 감자튀김 먹었다. 지금까지 이보다 맛있는 감자튀김은 먹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팔면 대박 날 텐데.

 

 

 

헨트에서 오후 425분 기차를 타고 브뤼셀로 왔다. 호스텔에 와서 샤워하고 휴식을 취한 후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오줌싸게 동상을 지났는데 오늘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브뤼셀에서 가장 허무한 장소 중 세 번째 동상인 Zinneke Pis는 실제로 오줌을 누고 있지는 않았다.

 

 

 

날씨가 춥다 보니 따뜻한 국물만 생각났다. 그러다 보면 항상 머릿속에는 베트남 쌀국수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동상 인근의 Pho 18에 들어갔다. 옆자리에 중국계 미국인 부부가 식사하고 있었다. 한국 여행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주문한 쌀국수가 나와 이야기가 중단되었다.

 

 

 

일부러 용량이 큰 쌀국수를 주문했는데도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그랑플라스에 들러 에베라르트 세르클래스의 동상을 만지고 왔다. 손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호스텔에 오후 9시 넘어 들어왔더니 모두 들어와 있었다. 은근슬쩍 포도주 한잔 어떠냐고 운을 띄웠더니 모두 좋다고 해서 술자리를 가졌다. 와인오프너가 없어 결국 코르크 마개를 나무젓가락을 이용해서 병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한방을 쓴 것도 인연인데 마지막 날이 되어서 이런 자리를 갖게 된 것이 아쉬웠다.

캐나다에서 온 막, 남은 여행 잘하고 술 먹고 더는 사고 치지 마. 하루빨리 손이 낫기를 바랄게! 한국인 동생, 그러고 보니 이름을 묻지 않았네. 독일에서 또 볼 수 있으면 좋고. 남은 여행 무리하지 말고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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