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푹 잤다. 잠들고 일어날 때까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아직 퇴근하지 못한 능선 위쪽의 달을 올려다봤다. ‘우리를 지켜줘서 고마워. 근데 너 많이 외롭구나!’ 텐트에서 가부좌하고 명상을 했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났다. 텐트 밖으로 날이 밝기 시작했다. 하화도에서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배를 탈 시간이 밀물이 밀려오듯 빠르게 다가왔다. 서쪽 바다의 먹구름을 보고 조금 빠르게 야영지에서 철수할 준비를 했다. 아침의 바닷바람은 차가웠고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쏟아지지는 않았다. 배낭을 다 꾸리고 주변 정리까지 마친 후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봤다. 봄과 가까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섬과 섬의 공간은 더없이 가깝게 느껴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보이지만 현실은 닿을 ..

영하 4도였는데 춥지 않았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다. 텐트 밖으로 나왔을 때는 어제 아침과 같은 강풍은 불지 않았다. 세상은 하루 만에 평온을 되찾았다. 어두컴컴한 세상에 새벽 어스름이 깔린 바다는 적색 편광이 돌산도 위로 멋지게 퍼져나간다. 노지 야영의 가장 좋은 점은 온전한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의 모습, 끊임없이 출렁거리는 파도의 생성과 소멸,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색채의 웅장한 변화를 어떤 장벽도 없이 관조할 수 있다. 갑자기 배가 아팠다. 자연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지형이 아니라 잰걸음으로 백야 선착장 화장실까지 갔다. 어둠의 보자기에 싸여있던 고요한 마을이 새벽부터 소란스러웠다. 일단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백야도 여객선 ..

사위가 아직은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다. 온돌방이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려고 창문을 조금 열었는데 찬 공기가 확 밀려 들어왔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바람은 포악한 괴성을 질렀다. 어제와는 완전히 딴 세상이다. 오전 7시가 지나 아침을 먹으려고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온몸을 강타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게 아니라 몽둥이로 때리는 것 같았다. 정말 인정사정없이 불어댔다. 이렇게 바람을 맞다가는 온몸에 멍이 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어제와 달리 너무 추웠다. 오픈 시간 전이라 커피는 포기하고 모텔로 돌아왔다. 모텔 방의 온기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약속 시각까지 온돌방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일정대로 목적지에 못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It’s my life(중..

카톡이 온 것은 어제 오전 9시 10분이었다. 2월도 오늘이 지나면 하루밖에 남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이 연령대의 속력으로 흐른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의식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서서히 곪아가는 종기 같은 내 마음을 한순간에 해방해준 카톡이 그런 순간에 온 것이다. 말보다는 행동이 빠른 나이기에 순식간에 모든 것을 결정했고 일정을 조율했다. 삼일절 연휴가 코앞이지만 어렵사리 왕복 기차표를 예매했고 내일 묵을 여수 숙소도 예약했다. 멈춘 것 같은 심장이 다시 요동치며 뛰기 시작했을 때의 쾌감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세심하게 계획된 여행도 좋지만, 때론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이 삶에 더 많은 활력소를 준다. 자 떠나자. 매화가 활짝 핀 남쪽 ..

잠에서 깬다.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비가 내린다. 시계를 보니 오전 4시 59분이다. 알람이 울리기 바로 직전이다. 커피를 마시려고 텐트에서 나온다. 버너에 불을 켜고 물을 채운 냄비를 올려놓는다. 물이 끓는 소리가 빗소리에 맞춰 화음을 더한다. 스테인리스 컵에 카누를 쏟고 끓은 물을 붓는다. 진한 커피 향이 수증기로 변해 원두막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세상은 점점 그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산을 쓰고 야영장을 걷는다.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비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내 다리를 적신다. 잔디에서 야영하던 사람들은 어수선하지만 분주하게 텐트를 철수하고 있다. 나는 매표소 앞 의자에 앉아 비가 내리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본다. ‘아무래도 온종일 배가 내리겠는걸’ 다시 빗속을 걸어 원두막으..

햇살 가득한 아침이다. 음울하고 축축한 날씨가 이어지는 동안 거친 비바람 속에서 지내온 내 몸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기분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맑은 하늘을 본지도 오래된 듯한 느낌이다. 청명한 하늘은 내 안의 우울한 감정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다. 곶자왈에 들어서면 녹음이 드리워져 있고 위에는 큼지막한 나무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나뭇잎은 바람에 살랑거리고 상쾌한 공기는 내 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간다. 우거진 수관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 어둠과 균형을 이룬다. 곶자왈에는 난대와 온대 수종이 함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푸르른 잎을 가득 채운 곶자왈은 어떠한 시련도 이겨내고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산책길에서 곶자왈을 바라보면 싱그러움이 가득한 이끼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지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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