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미쳤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오늘 이러고 있나?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다. 장거리 이동에 산행까지 그야말로 강행군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몸을 이끌고 개도 구릉지의 도로를 걷고 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바라보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이온 음료를 마신다. 그리고 걷고 또 걷는다. 이곳이 개도주조장이다. 개인적으로 주조장보다는 술도가라는 단어가 더 좋다.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을 것 같은 이곳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도 없으면 안 되는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 안쪽에 어머님이 보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의 출현으로 당황하시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이 마주치자 ‘어머니 막걸리 주세요.’를 외친다. 감로수가 따로 없다. ‘몇 병 줄까..

개도에 발을 딛는다. 북쪽에는 여수반도, 북동쪽에는 돌산도, 남동쪽에는 금오도, 서쪽에는 고흥반도가 있다. 개도는 주위의 섬을 거느린다는 뜻으로 蓋(덮을 개) 자를 써서 개도(蓋島)라고 한다. 개도에는 엿섯 마을이 있는데 화산, 월항, 신흥, 호령, 모전, 여석이다. 개도에는 마을버스가 운행되었지만, 이용자가 거의 없어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고 한다. 암석해안이 발달해 있다. 개도 남부에는 천제봉(328m), 봉화산(338m) 등 비교적 높은 산들이 솟아 있고 북쪽으로 갈수록 고도가 낮아진다. 섬 중앙부는 구릉지가 형성되어 있다. 대장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5분간의 지하철을 타고, 10분간의 걷기를 하고, 약 3시간의 기차를 타고, 1시간의 버스(2번)를 타고, 20분간의 배 타고 개도에 도착했는데도..

사위가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나 텃밭에 물을 주려고 나왔다. 가로등 불빛이 없었더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서 밤이 한층 더 길어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물뿌리개로 조금씩 물을 준다. 사흘 전, 고추를 뽑아낸 자리에 무와 상추씨를 뿌리고 쪽파를 심었다. 어느새 흙 속에 묻혀있던 씨앗이 발아해서 새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옥상에서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을 지켜보며 자연의 신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 나는 개도에 간다. 지하철 안, 남들이 분주하게 출근할 때 나 혼자만이 반바지에 등산화를 신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있다. 무심결에 나를 훑어보는 눈초리가 사방에서 느껴진다. 추석 연휴 후 첫 출근길이라 그런지 평소와는 ..

6. 양떼목장 알프스가 아니라 대관령이다. 푸른 하늘에 양떼구름이 유유자적 떠다닌다. 드넓은 바다를 고래가 헤엄치듯 푸른 초원에도 양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수확을 앞둔 인근의 양상추밭, 감자밭과 함께 양떼목장은 알프스의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대관령’ 하면 제일 먼저 양떼목장이 떠오른다. 대관령에는 대관령양떼목장, 대관령하늘목장, 대관령삼양목장, 대관령순수양떼목장, 알프스양떼목장, 바람마을양떼목장 등이 백두대간과 인접한 높은 봉우리로 둘러싸인 낮은 경사면에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양떼목장의 즐길거리는 먹이주기 체험과 산책로 걷기이다. 양은 5월 중순에서 10월 말까지 초지 풀이 자라는 시기에 방목된다. 드넓게 펼쳐진 초지를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풀을 뜯는 양떼를 보게 된다...

[프롤로그] 새벽 4시.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알람도 울리기 전인데 눈이 떠진 것이다. 열린 창문의 방충망 뒤편은 여전히 어두웠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처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은 비였다. 두두두두. 빗소리는 커다란 소음을 일으키며 대야에 떨어졌다. 첨벙첨벙. 순식간에 그 소리가 변했다. 벌써 대야에 물이 차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늘 고추에 물은 안 줘도 되겠네.’ 도시는 비에 흠뻑 젖었다. 비가 내리면서 어둠살이 깔린 거리엔 왠지 모를 우울함이 바람과 함께 나부끼기 시작했다. 아침이지만 거리의 가로등과 상점들은 다양한 색깔의 빛으로 어둠을 밀어내는 몸짓을 시작했다. 그들만의 빛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빛의 현란함 속에서도 도시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거리엔 우산을 받쳐 든 사람조차 찾아보기 ..

1년 전 이맘때에 인제를 갔었다. 어느 지역을 간다고 말하는 순간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나는 오늘 인제에 간다. 늘 만나던 노은동 약속장소에서 K형과 만났다. 이른 아침이라 단골 카페는 문을 열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선택된 곳이 파리바게뜨였다. 장거리 여행을 하기 전 승용차에 휘발유를 넣듯 커피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제공한다. 월요일인데도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유성에서 출발하여 청주, 오창, 진천, 충주, 홍천을 거쳐 인제로 향했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후텁지근하게 느껴지던 바깥 기온은 점점 내려갔다. 아침 하늘은 아이가 생떼를 부린 듯 흐렸다. 금방이라도 장대비가 쏟아질 것처럼 엷은 먹색 구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입김을 세게 불면 엷은 먹색 구름이 흩어져 맑은 하늘이 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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