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나 텃밭에 물을 주려고 나왔다. 가로등 불빛이 없었더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서 밤이 한층 더 길어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물뿌리개로 조금씩 물을 준다.

사흘 전, 고추를 뽑아낸 자리에 무와 상추씨를 뿌리고 쪽파를 심었다. 어느새 흙 속에 묻혀있던 씨앗이 발아해서 새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옥상에서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을 지켜보며 자연의 신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쪽파
상추
알타리무

 

오늘 나는 개도에 간다.

지하철 안, 남들이 분주하게 출근할 때 나 혼자만이 반바지에 등산화를 신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있다. 무심결에 나를 훑어보는 눈초리가 사방에서 느껴진다. 추석 연휴 후 첫 출근길이라 그런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듯하다.

오늘따라 구슬땀이 흐른다.

아침 기온은 높지 않은데 햇살이 뜨겁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져서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서대전역 대합실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땀을 식히고 있다. 기차를 타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개도 백패킹이 시작되는 것이다.

 

서대전역
개도에서 트래킹중인 나

 

개도 백패킹의 대장정이 시작되다.

750분 서대전역에 도착한 무궁화호 기차는 계룡, 연산, 논산, 강경, 익산, 삼례, 전주, 임실. 오수, 남원, 곡성, 구례구, 순천을 지나 1046분 여천역에 도착한다. 역을 지날 때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로 주위가 어수선하다가 전주를 지나니 확연히 한산하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들녘풍경은 계절이 확연하게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여천역에서 바라본 하늘은 아직 청명하다.

33번 버스를 타고 4 정거장을 지나 내렸는데 진남시장이다. 백야항을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28번 버스로 환승을 해야 한다. 버스는 15분 전에 떠났다고 한다. 다음 버스는 한 시간 후에 있다. 진남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여수 날씨를 검색해보니 오후 3시쯤 한차례 소나기 예보가 있을 뿐 대체로 흐린 편이다. 비 예보는 없어 천만다행이다.

 

여천행 무궁화호
여천역
진남시장 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 나

 

개도 가는방법 1.(여천역에서 버스타기)

 

다시 버스를 타다.

12시쯤 도착한 28번 버스를 타니 승객이 거의 없다. 모든 창문이 활짝 열려 있는데도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버스가 움직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버스가 멈춰 서면 무덥고 바람이 후텁지근하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접어드니 버스는 쉼 없는 질주로 이어진다. 백야대교를 지나고 버스 탄 지 50분 만에 종착지인 백야항 선착장에 도착한다.

폴라포를 먹는다.

오후 120분부터 매표라서 백야도 여객선 대합실에 배낭을 내려놓고 하나로마트로 간다. 인근 식당과 카페는 모두 문이 닫혀 있다. 아침을 먹은 후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맥주를 마시려고 하다가 나도 모르게 폴라포를 집어 든다. 꽝꽝 언 폴라포를 입에 물으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바다는 잔잔하고 백야도는 고즈넉하다.

 

28번 버스
백야도 여객선 대기실
백야도
고즈넉한 백야항

 

매표가 시작되다.

주위를 둘러봐도 개도에 들어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더없이 좋군.’ 승선시간까지 대합실에서 핸드폰을 충전하고 있는데 직원이 언제 개도에서 나올 건지를 묻는다. 개도에서 금오도로 넘어갈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더니 나를 한 번 더 쳐다보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때까지도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태평양 3호를 타다.

매캐한 냄새를 내뿜으며 배는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다. 혼자라 더 넓게 느껴지는 선실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큰 배를 내가 전세를 낸 것 같은 기분이다. 제도를 거쳐 개도까지는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도의 모습은 눈에 더 크게 들어온다. 벌써 내릴 시간이다.

 

 

승선권
태평양 3호
텅빈 선실
홀로 여행중인 나
개도(화산)

 

개도 가는 방법 2.(백야항에서 배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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