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스름이 남아있는 곶자왈 아침 외곽 길을 따라 활기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이름 모를 풀벌레가 아침을 알리듯 큰 소리로 울어댄다. 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길은 꼬불꼬불 길게 이어져 있고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가 길가에 널브러져 있다. 길 좌우가 숲으로 둘러싸여 길 자체는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야영장 입구로 들어선다. 구름이 집어삼킨 곶자왈 숲을 보며 뚜벅뚜벅 걷는다. 비 때문에 더욱 짙어진 잔디밭과 대조적으로 하늘은 흐릿한 회색 색깔이 펼쳐져 있다. 돌담길을 걷는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길에 달팽이가 우아한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다. ‘산딸나무 열매를 다 먹으려면 하루는 더 걸릴 듯….’ 비가 그쳤다. 제주의 가을을 만끽하러 버스를 타고 표선해수욕장에..

나는 이런 욕망을 품지 않는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살고 싶지도 않고,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한 자동차를 운전하고 싶지도 않고, 명품으로 겉모습을 한껏 치장하고 싶지도 않고,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고 싶지도 않다. 나의 욕망은 그들의 욕망은 다르다. 그래서 그들과 같이 달리지 않는다. 솔직히 그들의 욕망 중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은 거의 없다.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욕망의 굴레 속에 지지부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물건중에 신제품은 거의 없다. 옷은 새 옷을 사본지가 10년도 넘었다. 실제로는 옷은 사지만 모두 중고 옷을 산다. 자세히 살펴보면 유일한 신제품은 등산화, 운동화가 전부인 것 같다. 불필요한 지출에 최대한 돈을 최대한 아낀다. 가장 좋아하는 여..

나에게 작심삼일이란 단어는 없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듯이 새해 다짐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평소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 시작된 나의 습관들이기가 이제야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같아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새해 첫걸음은 울진이다. 작년에도 5월에 울진에 갔었는데 해마다 한 번씩은 꼭 울진에 가는 것 같다. 이상하리만큼 포근한 날씨에 당황한 1월 8일 오후 2시 30분, 검은색 승용차는 아우토반을 달리듯 울진을 향해 고속도로 내달렸다. 울진까지 가는 길 자체도 막힘이 없었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다 빨아들이듯 사위가 맑고 투명한 오후였다. 밤의 어둠은 어제처럼 흘러갔다. 나는 어둠의 끝자락 속에 아침을 먹었고 앞으로 나흘 동안 가야 할 장소를 지도에서 살펴..

흐린 날이었다. 이미 해는 떴지만 안 뜬 것처럼 어두컴컴했다. 갈천약수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을 먹고 구룡령으로 향했다. 어제부터 강원도를 뒤덮은 미세먼지로 인해 시야가 황태해장국처럼 희뿌옇게 흐려졌다. 차창으로 보이는 달만이 막 떠오른 햇빛을 받아 뚜렷한 형태로 산을 넘고 있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지나간 것처럼 길이 구불구불하고 험했던 옛길은 어느새 아스팔트 포장길로 변해 있었다. 나는 백두대간에 서 있었다. 뼛속까지 전해지는 강한 울림 때문에 우리나라 등줄기에 나 홀로 선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차가운 바람 속에 구불구불 이어진 구룡령 고갯길의 음침한 그늘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구룡령에서 갈전곡봉까지는 체 4km가 안 되었지만 나는 서둘러 길을 걸었다. 걷다가 능선 아래를 내려다보면 ..

안개가 짙게 끼었다. 새벽 찬 기운을 만난 수증기가 희뿌연 연기처럼 아주 작은 물방울이 되어 세상을 조금씩 집어삼키고 있다. 어제까지 익숙했던 세상은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오전 8시 30분, 어젯밤에 꾸려둔 배낭을 메고 등산화 가방은 손에 쥐고 집을 나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네, 형님 안녕하세요.’ ‘응’ ‘다 왔습니다.’ ‘응, 집 앞에 있어.’ 흰색 SUV는 육중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도로를 달린다. 차창으로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는 풍경에 두 눈이 고정된 체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후배와 이야기꽃을 피워본다. 출근길 왕복 6차선대로는 정체 중이다. 대로를 벗어나 토박이만이 아는 골목길로 들어섰는데 아뿔싸 유성 장날이었다. 시장 도로에서 골목으로 진입하려던 우회전 차량이 도..

배에서 내린 시간 오전 9시 나는 기차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며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을 배회했다. 채 5분도 되지 않은 사이에 무작정 유달산을 향해 골목을 걸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삐뚤빼뚤 제각각의 형태로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길게 서 있었다. 그리고 구석진 곳에 노란색 리무진 택시가 건물 가까이에 주차되어 있었다. 지치지 않고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가진 한정성의 짧은 목포여행이 시작되었다. 배에서 내린 후 두 다리는 날아갈 듯 가벼워 보였지만 배낭을 짊어진 어깨는 천만 근의 쇳덩이가 짓누르는 듯 움츠러들었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으로 맨손으로 계단 난간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노적봉을 뒤로하고 유달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짧은 보폭 다음에는 길고 무더운 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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