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의 전원을 켜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지금은 술친구가 된 K형의 전화였다. 벌써 32년 된 인연 사이에 긴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내일과 모레 일정이 어떻게 되나?” “특별한 것은 없는데요.” “그럼 울진 놀러 가자.” “좋아요.” K형은 내가 저녁을 먹을 때쯤 전화를 종종 한다. 전화를 끊고 보니 부재중 전화가 이미 와 있었다. 늘 그렇지만 저녁을 먹느라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울진 일정은 이렇게 잡혔다. 아침 8시 20분, K형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침은 비교적 선선했지만, 자전거를 20분 넘게 타고 온 나는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벌써 더위를 느끼면 안 되는데 예년보다 빨리 날씨가 더워지는 것 같았다. 우리에겐 루틴 같은 것이..

4월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석양이 질 무렵, 차는 고속도로를 달려 남쪽으로 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둠은 한층 더 짙은 먹색이 되었다. 차창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은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2시간이 지났을 때 공기에서 생선 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나는 통영에 왔다. 월요일 오전 6시 51분, 첫배를 타고 두미도에 가야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 번째 방문이다. 통영여객터미널 인근에 숙소를 정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불 켜진 식당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낼 아침 또한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월요일 새벽 5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나는 일어났다. 간단히 세안하고 짐을 꾸려 숙소를 나왔다. 이른 새벽이지만 서호시장은 활기찼다. 불 켜진 식당에서 복국을 먹었다. 어두..

꽃피는 4월이다. 갑천 변 벚꽃은 이미 꽃을 피워 벚꽃 터널을 만들었다. 제방에 심어진 샛노란 개나리꽃과 어우러져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 새벽 공기는 차갑지 않았다. 식목일을 보내고 다음 날 새벽이 되었다. 밤새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다 온몸이 찌뿌드드한 상태로 일어났다. 냉수로 세수를 하고 계절과 어울리는 봄옷을 입었다. 오늘 난 머리털 나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섬으로 출발했다. 지난 10년 동안 강진, 해남, 완도를 갈 때마다 수없이 지나갔던 그 길이었다. 유성에서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정읍IC로 빠져나왔다. ‘띵띵 띵띵’ 내비게이션은 광주까지 가라며 한동안 경고음을 울렸다. 그런 울림을 완전히 무시하고 한갓진 시골길을 달렸다. 어느새 내비게이션도 경로 재탐색을 통해 내 의도를 알아차렸..

올해만 두 번째 방문이다. 오후 3시 40분, 보름 만에 다시 단양을 향해 출발했다. 맑은 하늘 아래를 달리던 차는 어느새 비구름 속에 갇히고 말았다. 포세이돈의 삼지창이 대지를 때린 듯 하늘의 수문이 열렸다. 오늘의 맑음은 어제의 비로 대체되었다. 비는 창문 표면으로 한두 방울씩 떨어졌고 와이퍼를 느린 속도로 작동시켰다. 제천을 지날 때는 많은 비가 내렸다. 비의 양에 비례해 와이퍼 속도를 빠르게 또는 느리게 조절했다. 와이퍼는 비를 닦고 되돌아오면서 창문을 조금씩 흐리게 만들었다. 2시간 후, 차는 고속도로를 달려 북단양IC를 지나쳤다. 비는 내리고 또 내렸다. 단양에 도착했지만 비는 그치지 않았다. 봄비는 겨울 가뭄에 바싹 메말라 죽어가던 대지를 촉촉이 적셨다. 대지는 봄비로 인해 생명수를 얻은 셈..

[프롤로그] 나는 지금 여행기를 쓰고 있다. 여행기는 ‘방랑자 in JEJU’라는 제목이다. 나는 어째서 제주 백패킹을 여행기로 쓰고 있는가? 백패킹은 10년 동안 꾸준히 해왔던 나의 모험 여행 중 하나이다. 특히 제주에서의 백패킹은 언제나 특별한 나만의 순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증가하는 시점이다. 이런 시국에 다른 사람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했고,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제주 자연과 함께했다. 그 순간들을 내 가슴속에 한 번 더 새기고 싶었다. [내가 늘 가고자 했던 곳] 배낭을 메고 집을 나왔다. 6박 7일간의 제주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예정이다. 지하철역에서 교통카드를 충전했다. 유성온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반석역에서 하차했다. 6번 출구로 나가 오송행 B1 버..

음악을 듣던 나는 책으로 눈을 돌렸다. 책꽂이에 두서없이 쌓여둔 책들의 제목을 훑어내렸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에밀레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등이 눈에 들어왔지만, 오늘따라 어떤 느낌도 들지 않았다. 나는 두꺼운 매트가 깔린 탁자 옆으로 갔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다섯 권의 책들이 놓여 있었다. 전기장판이 켜진 매트 위에 이불을 덮고 앉아 벽에 등을 기댔다. 손을 뻗어 책들을 한 권씩 훑어보았다. 그중 책 한 권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책을 손에 들고 다시 한번 제목을 살폈다.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이다. 나는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노안이 찾아온 눈동자에 선명한 글씨가 펼쳐졌다. 무언가에 홀린 듯 이불 속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나는 책에 빠져버렸다. 온몸에 전기가 통하듯 부르르 떨렸다. 가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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