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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유럽 2탄 - 7일차(6/2),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등 파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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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아침을 맞았다. 물론 나에게만 한정된 의미겠지만. 어제 얼마나 피곤했으면 6시간이나 잤다. 나에겐 쉽게 있을 수 없는 수면시간이다. 오전 645분쯤 호스텔을 나왔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손꼽아 기다린 주말이다. 일요일 아침, 파리 시내는 한가로움 그 자체다.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건 나를 비롯한 다수의 여행객뿐이다. 가끔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한적한 거리를 달리고 있을 뿐이다.

 

 

 

어젯밤의 격렬했던 시위는 광장 동상에 낙서로까지 이어졌나 보다.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광장 청소와 동상 낙서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반대 시위는 이해할 수 있는 데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에 낙서는 올바른 시위행태는 아닌 것 같다. 근데 하루아침에 낙서가 지워지기는 할까?

 

 

 

 

루브르 박물관의 아침은 호젓하게 걸으며 구경하기 좋은 시간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제 오후 같은 군중의 무리는 보이지 않았다. 내부 구경이 아닌 외부만 구경하는데도 웅장한 규모가 지닌 고풍스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어제 셀카봉이 부서졌다. 궁하면 통한다고 나름의 방법을 모색하여 멋진 셀카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이 많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사진이다. 이런 사진을 편안하게 찍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이른 아침뿐이다.

 

 

 

 

 

뛸르히 가든 분수 주변 녹색 의자에 앉았다. 아침부터 매섭게 부는 바람에 분수가 물방울을 퍼트리고 있다. 저 멀리 콩코르드 광장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이집트의 오벨리스크가 오늘따라 더 애처롭게 보이는 걸 무슨 이유일까?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통제된 곳이라 더 그렇게 생각나는 걸까?

 

 

 

센강을 가로지르는 인도교를 지나 오르세 미술관에 갔다. 오전 930분 입장 시간보다 45분 먼저 도착했지만 벌써 줄이 있었다. 점점 거센 바람이 불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도 줄을 서야만 했다. 더디게 가는 시간을 원망하며 온몸으로 바람과의 사투를 벌였다. 6월인데 왜 이렇게 추운 거야.

 

 

 

입장은 1분의 오차도 없이 정시에 이루어졌다. 가방 검사까지 철저하게 끝나야 오르세 미술관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여행 전 미술책도 읽고 인상주의 화가들에 관한 공부도 열심히 했었다. 막상 내 눈 앞에 펼쳐진 엄청난 규모와 양의 미술품을 마주하니 머리가 하얘지고 말았다. 그냥 당황스러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망칠 순 없어 심호흡을 크게 하고 차근차근 작품을 감상하며 걸었다. 그러는 동안 깊은 곳에 숨어 있던 학습된 기억이 서서히 떠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작가와 그림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에 왔다. 내가 가장 만나고 싶었던 모네와 고흐의 작품이 있는 곳이다. 물론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빠짐없이 다 감상했다. 이곳에 있으면 가장 뼈저리게 느껴지는 것이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다. 이런 기회가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는데, 조금 더 공부하고 왔어야 했는데, 작품을 감상하면 할수록 아쉬움을 한가득 갖게 된다.

 

 

 

 

 

단순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 작가가 무슨 상황에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알게 되면서 그림에 문외한이었던 나 같은 사람도 점점 그림에 스며들고 있다.

 

 

 

오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아쉬움을 한가득 남기고 오후 1시로 예약한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여행을 다니면서 온종일 박물관과 미술관에 머물렀던 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나의 지적 수준도 높아졌고 나만의 여행방법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무한대 모양의 전시관에서 모네의 수련 8개 작품을 군중 속에 섞여 감상했다. 사진을 찍으려는 노력보다 전체적인 그림 형태와 붓 터치에 신경을 쓰며 감상했다. 이틀 후에 쥐베흐니 모네의 집과 정원에 방문하기 전 그의 작품을 먼저 보게 되어 더 의미가 크다.

 

 

 

오랑주리 미술관을 나와 파리 시내를 걸었다. 뛸르히 가든을 지나 정원을 지나갔다. 한 번도 내가 가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신선한 충격을 주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늦은 점심인지 이른 저녁인지는 모르겠지만 터키식당에 들어갔다. 닭고기, 붉은 밥, 양배추 볶음, 감자튀김으로 조합된 음식을 주문했다. 이름은 정확히 몰라도 양은 푸짐했고 맛도 좋았다. 맥주를 마시려다 환타로 바꿔 마셨다. 맥주는 샤워하고 호스텔 내 침대에서 마실 생각이다.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긴 하루였다. 내가 머무는 호스텔의 8인실 사람들이 매일 바뀌다 보니 3일밖에 안 지낸 내가 터줏대감이 되었다. 내일은 몽생미셸을 가야 하니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한다. 새벽부터 부산스럽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해 놓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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