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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유럽 2탄 - 6일차(6/1), 프랑스 파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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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리 시내 구경을 하는 날이다. 런던에서와 마찬가지로 새벽 별 보기 운동이라도 하듯 적막한 어둠 속 파리 거리에 나를 내놓았다. 구글맵을 보고 호스텔과 가까운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했다. 파리의 새벽 거리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일출을 보겠다는 의지로 몽마르트르의 거대한 계단을 숨차게 올랐다. 이정도 계단은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올라다니는 내가 대견하다. 푸니쿨라가 있었지만 이른 시간이라 시험 운행만을 하고 있었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가까워지면 TV에서 봤던 몽마르트르 계단이 보인다. 그곳에 서면 파리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여기가 진정 파리란 말인가?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아침을 맞았다. 비록 흐린 날씨여서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파리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관광객이 전혀 없는 이 순간만큼은 몽마르트르의 모든 것이 내 소유가 되었다.

 

 

 

발길이 닿는 대로 골목과 골목을 다니며 오래전 이곳에서 지냈던 예술가들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맛보고 싶었다. 벽에 갇힌 남자의 조각상 앞에서 비에 젖어 흙탕물이 묻은 20달러 지폐를 주웠다. 이런 횡재가 다 있나. 마지막으로 고흐가 살던 집을 보고 물랭루주 건물을 지나 개선문으로 향했다.

 

 

 

정해진 길은 없었다. 무작정 걷다 보면 뜻하지 않게 주말 벼룩시장이 열리는 장소도 지나게 되었다. 내가 걸어가는 모든 길이 여행의 일원이 된다. 마들렌 사원에서 콩코드광장을 거쳐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개선문으로 가려 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주변 일대가 통제되어 통행이 금지되었다. 여러 번 길을 되돌아 나와야 했다. 아마도 코앞에 닥친 파리 올림픽 준비 때문이겠지만.

 

 

 

 

 

귀족들의 마차가 다니던 샹젤리제 거리는 매연을 마구 내뿜는 자동차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인도를 물청소하는 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개선문의 웅장함에 어울리게 샹젤리제 거리도 넓고 길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다. 신호위반으로 경찰에 붙잡힌 차량이 딱지를 끊기고 있다.

 

 

 

개선문을 지나도 에펠탑을 보이지 않았다. 언제쯤 에펠탑이 보일까? 하나둘 관광버스가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니 조만간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급해진 마음만큼 서둘러서 이동했다. 샤요궁에 도착했을 때 파리하면 떠오르는 그것, 에펠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사진으로 담기엔 에펠탑이 너무 거대했다. 어떻게든 사진에 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만큼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셀카봉까지 부서져 멋진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주변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어쩜 하나같이 그리 사진을 못 찍는지 모르겠다.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Thank you’, ‘Merci’를 외쳤지만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이에나 다리 아래 센강으로 내려가 에펠탑을 바라봤다. 코를 찌르는 지린내와 버려진 쓰레기가 가득한 그곳이 아이러니하게도 사진 명소였다. 가까이서 보는 에펠탑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더 거대하고 웅장했다. 비르하켐 다리로 이동했다. 이곳 역시 에펠탑을 조망할 수 있는 사진 명소다. 그 유명세만큼 사진찍기 좋은 장소였다.

 

 

 

에스프레소와 바게트로 아침을 먹었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걸어 다닌 다리에도 휴식이 필요했다. 야경이 이쁜 앵발리드를 지나고 센강을 따라 시테섬 방향으로 걸었다.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은 센강을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뛸르히 가든과 꺄후셀 가든을 거쳐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했다.

 

 

 

 

 

내일은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을 관람할 예정이다. 관람하지 못하는 루브르의 외부라도 구경하고 싶었다. 르부르의 상징인 유리 피라미드 주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오기로 하고 시테섬으로 발길을 돌렸다.

 

 

 

 

 

 

 

저 멀리 퐁뇌프 다리가 보이고 시테섬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센강을 따라 관광객을 가득 실은 유람선들이 다리 밑을 빠른 속도로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갔다. 나도 유람선을 탈 생각이지만 정확한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화재 복구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끝으로 시테섬을 벗어나 조르주 퐁피두 센터로 향했다.

분수 안에 재기발랄한 조각품이 있는 스트라빈스키의 분수를 지나면 거대한 파이프가 건물 외곽에 돌출된 특이한 건축물을 볼 수 있다. 이곳이 조르주 퐁피두 센터다. 파리 시내 도보여행은 이곳에서 끝났다.

 

 

 

오후 3시쯤 호스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낮잠을 자는 것으로 휴식을 취했다. 오후 8시쯤 야경을 보러 호스텔을 나섰는데 낮보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추웠다. 경량 점퍼를 입고 있었는데도 쉽사리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파리 시청사 광장에서 인도 치킨 롤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셨다.

이곳 파리도 주요 명소마다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반전시위가 끝이질 않고 일어나고 있다. 때론 과격한 시위를 경찰들이 진압하는 모습도 여러 번 목격했다. 계속해서 찬바람을 맞아가며 야경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다. 으슬으슬 떨리는 몸을 움츠리며 호스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미술관 관람을 할 예정이라 평소보다는 한결 여유로운 아침을 시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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