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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베트남 여행]-7일차(12/14), 씨엠립에서 프놈펜가기, 비락분탐 에어버스, Vrest Hotel, 왓 프놈, 중앙시장, 프놈펜 왕국, 로열 팰리스 공원, 리버사이드 패스, 야시장 등
배고픈한량 2024. 12. 29. 00:01
잠에서 깼을 때 약간의 숙취가 있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신 후 찬물샤워를 했더니 몸이 개운해졌다. 의자에 앉아 테라스 너머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아침 풍경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이젠 5박 6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를 떠날 시간이다.
집주인의 자동차를 타고 10분 만에 버스터미널에 왔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터미널 대기실로 들어갔다. 30분이 더 지났을 때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서 프놈펜행 에어버스에 탑승했다.
5시간여의 버스 이동은 동남아시아에서는 흔한 일인데 이번처럼 분주한 버스는 처음이다. 운전기사를 제외한 승무원이 무려 4명이나 더 있었고 이동하는 동안 여러 번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아침으로 빵과 음료가 든 도시락, 따뜻한 커피, 점심으로 치킨버거(3가지 중 선택), 사탕이 시간순으로 줬다. 이 모든 것들이 버스요금에 포함된 무료 음식인 것을 버스를 타고 알게 되었다.
이미 지났던 길인데 낯설다. 프놈펜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고 새벽에 지났던 거리를 이번에는 씨엠립에서 환한 빛이 있는 세상을 통해 지나고 있다. 분명 똑같은 길인데 전혀 똑같은 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프레이 프로스(Prey Pros) 호수의 숨 막힐 듯한 아름다움을 조망할 수 있는 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했다. 점심으로 치킨버거를 먹고도 버스는 예정시각보다 30분 늦은 오후 1시 30분에 프놈펜 비락분탐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여행용 가방을 밀면서 호텔로 향했다. 내일 다시 버스를 타고 베트남으로 가야 하기에 버스터미널과 가까운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체크인은 마치고 배정받은 객실은 706호였다. 노트북을 켜고 호텔 와이파이에 접속한 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재빠르게 클릭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귀는 방송 소리에 집중하면서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고 결국 그는 탄핵을 당했다. 누가 봐도 당연한 결과였다.
한 시름 덜었으니 맘 편하게 나가서 놀 생각이다. 내 맡은 소임은 남은 여행 기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다. 어떠한 위협에도 우리 국민은 위대했고 위대하며 위대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위대한 국민이 있기에 희망적이다.
거리의 이발사가 왠지 낯설지 않은 나, 25년 전 인도에서 거리의 이발사에게 이발을 받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거리의 이발사를 보자마자 고향에 온 듯 편안했다. 지난 일요일 어둠 속에 잠시 스쳐 지났던 곳을 6일 만에 다시 돌아왔고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상태로 태양을 마주 보며 환한 세상을 걸어 다녔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왓 프놈이다. 동쪽에 외국인만 입장료(1$)를 내는 출입구가 있었는데 나는 북쪽 울타리 사이의 공간으로 우연히 들어갔다. 도심 속 뜻밖의 녹지 공간인지라 산책하듯 이름 그대로의 언덕 위에 자리한 사원으로 올라갔다.
메콩강 범람으로 떠내려온 네 개의 부처상을 펜이라는 여인이 건져서 이곳에 모셨다고 한다. 그 이후 사원의 이름과 여인의 이름이 합쳐 프놈펜이란 도시명이 생긴 것이다.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경적이 끊이질 않는 도심 거리를 걸어 중앙시장에 왔다. 특별히 살 것은 없었지만 왠지 시장은 방문해야 할 것 같았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호객행위가 끊이질 않았는데 내가 원하던 재래시장의 모습은 아니었다. 웅장한 돔 형태의 건물에 비해 시장 내부는 보잘것없었다.
프놈펜에서 인도를 통해 도로를 걷기가 쉽지 않았다. 인도는 보행자, 장사꾼, 자동차, 오토바이의 주차장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도로는 언제나 자전거, 오토바이, 툭툭, 승용차 등이 뒤섞여 무질서한 흐름을 보였다. 확실한 것은 사고가 거의 나지 않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다. 무질서 속에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규칙이 있는 것 같았다.
프놈펜 왕국 앞 로열 팰리스 공원에 힘겹게 걸어서 도착했다. 주말을 오후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에너지 넘치는 활기찬 목소리와 비둘기 떼의 날갯짓이 교묘하게 공명을 이루는 장소이다. 하늘이 흐리지만 않았다면 황금빛 왕국 건물 위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석양을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리버사이드 패스는 왕궁, 공원, 강이 만나는 곳으로 만남의 장소이며 놀이 공간이다. 프놈펜 강변의 유일한 사당에서는 방생용 새, 향, 연꽃, 공양용 초를 산 사람들이 연신 소원을 빌고 있었다. 음료와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즐비한 이 길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친구끼리 걸어 다니고, 연인들이 음식을 먹으며 데이트를 했다.
강에는 조그마한 낚싯배가 떠 있고 쓰레기 부유물이 떠다니는 곳에서 수영하는 아이들, 강물을 퍼서 농작물에 물을 주는 사람도 보였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강에는 불빛을 밝힌 유람선이 떠다니기 시작했고 더 많은 사람이 야경을 즐기기 위해 톤레사프강에 모여들었다. 나도 그들 속에 섞여 하나둘 켜지는 불빛을 지긋하게 바라봤다.
프놈펜 야경을 구경하면서 리버사이드 패스를 통해 야시장까지 걸어왔다. 어차피 저녁을 먹어야 하니까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을 것 같았다. 주문한 음식을 바닥에 깔린 돗자리에 앉아 먹는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는데 너무 심한 바가지요금에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리버사이드를 벗어나니 대로를 제외하고는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 어둠의 세계였다. 미리 챙겨간 랜턴을 비추며 왓 프놈을 지나 호텔로 돌아왔다.
야시장 인근 노점에서 피자와 치킨을 산 후 받은 캄보디아 잔돈으로 캔맥주 2개를 샀다. 단돈 5$로 저녁을 해결하고 맥주까지 마시는 것인데 야시장에서 내가 먹으려 했던 음식의 절반 가격이었다.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가고 있다. 프놈펜-씨엠립-프놈펜으로 이어졌던 긴 여정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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