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달마산
일반적으로 변방은 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 지역을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살고 있는 대전을 중심으로 멀리 떨어진 주변부를 변방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에 대전을 출발한 후
광주, 나주, 영암, 해남을 거쳐 완도에 왔습니다.
지금 저는
완도대교 아래 달마산과 두륜산이 보이는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 한 선착장에 서 있습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달마산 암벽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다시 오른쪽 고개를 돌리면
두륜산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 결심했어!!
대전에서 조금 더 먼 변방의 달마산으로 먼저 가자!!
한참을 망설이던 저는
그저서야 변방의 달마산을 뚫어져라 쳤다보았습니다.
완도에서 다시 해남으로 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송지면 서정리에 위치한 미황사에서 달마산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미황사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관광버스에서 내려 산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변방의 달마산 산행은 미황사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미황사에서 달마산 달마봉을 거쳐 귀래봉, 떡봉, 도솔봉을 지나 마봉리로 하산을 했습니다.
미황사는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달마산에 있는 사찰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대흥사의 말사입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 오백나한전, 응진전, 명부전, 칠성각, 요사채 등이 있으며
기타 석조, 당간지주 등의 문화재가 있습니다.
미황사를 잠시 구경한 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완만한 숲길을 걸어간지 채 몇분도 안되어
일렬로 줄을 지어 산행을 하고 있는 등산객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난감한 일입니다.
한 두명이었다면 '실례합니다. 먼저 지나 가겠습니다.' 라고 말했을 텐데.
맨 뒤에서 바라본 줄선 사람들의 선두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한참을 느린보 걸음으로 그렇게 뒤어서 걸었습니다.
결국엔 급경사지의 암반 오르막에서 모두를 한꺼번에 추월할 수 있었습니다.
여유가 생긴 저는 바위에 서서 주변을 바라보았습니다.
송지면 일대와 함께 저멀리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죽도, 서당도, 하마도, 중마도가 차례로 보입니다.
'꿈을 담는 도서관'이 있는
해남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도 보입니다.
서정분교는 마을 사람들이 울력으로 세운 학교입니다.
교정의 돌과 나무 하나하나가 모두 마을 사람들이 달마산에서 캐어 와서 심은 것입니다.
미황사 금강스님은
서정분교는 학교의 폐교를 막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낸 분입니다.
그리고 '꿈을 담는 도서관'이라는 현판의 글씨를 쓴 분이
2016년 1월 15일 향년 74세로 생을 마감하신 신영복 교수님이십니다.
위 그림은 제가 2016년 들어 일곱번째로 읽은
신영복 교수님의 책 '변방을 찾아서'라는 책의 내용을 찍어 편집한 이미지입니다.
지체없이 달마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달마산은 해남군에서도 남단에 치우쳐 긴 암릉으로 솟은 산입니다
달마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상적이었습니다.
봄처럼 따뜻하고 맑은 날, 달마산을 찾은 저는 행운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기 전에 서둘러서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두륜산과 대둔산을 거쳐
완도로 연결되는 13번 국도가 지나는 닭골재에 이른 산백은
둔덕 같은 산릉을 넘어서면서 암릉으로 급격히 모습을 바꾸고 있습니다.
봉화대가 있는 달마산 정상(불썬봉)에서
달마산을 병풍 삼아 서록에 자리잡은 미황사가 보입니다.
미황사는 어여쁜 소가 점지해준 절인 동시에
경전을 봉안한 산이라는 뜻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등산객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로 붐비는 달마산 정상에서
도솔봉으로 향할 시간이 되었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위험한 암릉구간을 이동하여 작은금샘삼거리에 도착을 했습니다.
따뜻한 남쪽지역이라 그런지 겨우내 꽁꽁 얼어 있었던 땅이 벌써 녹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간식으로 곶감을 먹기 위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요즘들어 산행을 할때마다 제가 행동식으로 챙기는 음식이 곶감입니다.
이 곶감은 산 곶감이 아니라
우리집 마당의 감나무에서 가을에 직접 딴 감을 곶감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 감나무는 제가 초등학교 2학년(1982년)때에 아버지와 함께 집 마당에 심었던 나무입니다.
잠깐의 휴식과 행동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한 저는 또다시 암릉을 타고 올랐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인적이 드문 암릉 꼭대기에 흑염소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도 안전로프를 잡고 겨우 올라오는 힘든 이곳에 어떻게 올라왔을까요??
정말로 궁금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이곳을 지나간다는 것을
이 흑염소는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제가 완도대교 아래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 한 선착장에 서서 달마산을 바라본 것 처럼
이곳에서 흑염소는 제가 서 있었던 완도대교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짧은 흑염소와의 만남은
저로 하여금 자연풍경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을 갖게 해준 것 같습니다.
암릉은 달마산 정상을 거쳐
도솔봉(421m)까지 약 8㎞에 거쳐 그 기세를 전혀 사그러트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 암릉은 땅끝에 솟은 사자봉에서야 갈무리 합니다.
대밭삼거리, 큰금샘, 떡봉을 거쳐 도솔암에 도착했습니다.
산길 오솔길을 걸어서가야 도착할 수 있는 사찰이 도솔암입니다.
이 길은 웅장한 바위와 시원한 들녘과 바다가 조망되는 정말로 호연지기의 길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도솔봉에서 신비한 기암괴석 너머로 펼쳐진
산 아래 촌락과 들녘 그리고 바다가 너무나도 청정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마봉리로의 하산길에
맛있는 한라봉을 먹으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이번 달마산 산행은 두 눈으로 자연의 청정함을 만끽하였고
입으로는 제주 한라봉의 상큼함을 맛 보았던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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