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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의 겨울산행

 


가리산은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에 걸쳐있는 산입니다.

정상에는 3개의 봉우리가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발 1,051m의 명산입니다.


 

 


홍천고개에서 가리산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산행코스는

홍천고개~가삽고개~가리산 정상~무쇠말재~합수곡~가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로 이어진 약 9.3km의 거리입니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약간 쌓여 있는 경사지의 등산로를 올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힘겹게 능선부에 올라서서 아이젠을 착용했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산행을 이어갔습니다.


겨울이 되기전 떨어진 나뭇잎들이 두껍게 쌓여 있었고

그 위에 눈까지 쌓여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미끄러웠습니다.



 


눈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산행전 홍천고개에서 잠깐 보았던 주변풍광은 이내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가삽고개까지는 능선을 타고 끊임없이 오르막길이라서 연신 숨이 차오릅니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서 멈추었습니다.


가리산은 가래나무가 많아서 가래산이라고도 불렀다고 하는데

현재는 가래나무는 찾아보기 힘들고 신갈나무 등 참나무류의 숲이 울창합니다.


신갈나무 등 참나무에 주로 기생생활을 하지만

엽록소가 있어 초록색을 띠고 있는 겨울살이가 흰눈이 내리는 날이라서 잘 보였던 것입니다.



 


벌써 4년동안 겨울산행의 동반자였던

아이젠을 다시금 확인한 후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비좁은 등산로를 따라서 무작정 걷고 있는

앞서가는 사람들의 아이젠을 착용한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낙엽과 눈이 발을 잡아 당기는 것 같았습니다.



 


가리산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만에

먼저 산행을 시작한 한 무리의 다른 등산객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비좁은 등산로를 일렬로 움직이기에 잠시 저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가삽고개를 지나면서 그들을 모두 추월했습니다.

흰 눈이 내린 등산로에 흰 도화지의 여백처럼 여백이 생겼습니다.


산 정상부 능선에는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층에는 두릅나무, 철쭉, 싸리나무, 산초나무 등 수많은 관목류가 보입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그 여백에

피나물, 애기똥풀, 양지꽃, 등 수많은 야생화가 피어날 것입니다.



 

 

어느덧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너무 눈이 많이 내리기에 점심을 먹을 장소를 찾는다는 것이 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행동식을 먹기로 했습니다.

곶감과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땅콩, 깨 등으로 만든 한과류로 주전부리를 했습니다.

겨울산행에는 열량이 높은 행동식이 최고입니다.


 

 


가리산 2봉에 올랐습니다.

함박눈과 안개로 주변 풍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 바로 옆의 큰바위 얼굴만 보일 뿐입니다.


가리산 2봉 정상의 바위는 사람얼굴과 너무 닮아 ‘큰바위얼굴’로 불리웁니다.
가리산 아래에 펼쳐진 고산준령들과 소양호를 응시하는 큰바위 얼굴은 가리산을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큰바위 얼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250년 전 조선 영조시대에 가리산이 있는 홍천 두촌면 천현리에 한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선비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활달해 공부를 잘 했고 틈틈이 가리산 정상에 올라 책을 읽고 휴식을 하면서 호연지기를 키웠습니다. 20살 때 과거에 장원급제 한 후에는 판서까지 올랐습니다. 그후 판서가 앉아서 공부하며 호연지기를 키우던 가리산 2봉 암벽이 조금씩 사람얼굴을 띠며 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가리산 큰바위 얼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리산 큰바위 얼굴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주변지역에 사는 선비들이 가리산 2봉정상에 올라 학업과 호연지기를 키워 과거에 급제하는 이가 많았다고 합니다.


 

 


소양호를 조망할 수 있는 3봉을 다녀온 후

다시 2봉의 큰바위 얼굴을 지나 1봉인 가리산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2봉에서 바라보는 가리산 정상은

순식간에 함박눈처럼 흰 물감으로 색칠하여 물들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눈이 쌓인 급경사지의 구간을

설치된 안전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갔습니다.



 


가리산의 산 이름인 가리는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말하는 순 우리말로써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으로 생긴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가리산 정상 남쪽에서 홍천강이 발원하여 북한강의 지류인 소양강의 수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느덧 함박눈이

소나무 가지의 솔잎마다 하얀 솜이불을 덮었습니다.


점점 더 눈이 많이 내리기에 서둘러서 하산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가리봉 정상에서의 하산길도 쉽지는 않습니다.

흰 눈이 쌓여 있으며 곳곳에 얼음이 얼어서 상당히 미끄러운 암반길을 안전로프를 잘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갔습니다.



 


가리산 정상에서 하산을 하다가 바위에 매달려 있는 고드름을 발견했습니다.


고드름은 흘러내리던 물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길게 얼어붙어 매달린 얼음을 말합니다.

고드름은 얼음이 녹고 얼 수 있도록 영상과 영하의 기온이 함께 있어야 생긴다고 합니다.





가리봉 정상에서 비교적 평탄한 지점까지 하산을 했습니다.

이제는 무쇠말재를 거쳐 합수곡기점을 지나 가리산 자연휴양림으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합수곡 기점을 지나고

가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의 모노레일까지 하산을 했을때 함박눈을 더욱더 거세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늦게 하산을 했더라면 하산길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하산을 한 후 주차장 화장실에 들어가서 거울을 보았습니다.

머리에 쓴 비니에 쌓였던 함박눈이 녹아 어느새 얼음이 되고 말았습니다.


함박눈으로 인해 아름다운 가리산의 주변풍광은 보지 못했지만

2016년 들어 처음으로 눈꽃산행을 신나게 했기에 그것만으로도 만족한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