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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 서대산 - 식이편

나만의 글쓰기/여행이야기

by 배고픈한량 2021. 11. 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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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면 어김없이 가을이 온다. 당연한 자연의 순리다. 조석으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추석을 보내고 다시 서대산을 찾았다. 여름이 그려 놓은 짙은 녹음 위로 가을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늘로 뻗은 가지에는 생명의 기운을 가득 담은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눈으로 보는 세상은 차갑고 단편적인 모습이지만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따듯하고 휘황찬란한 모습이다.

 

10월의 진달래꽃

 

하룻밤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시간은 타임머신을 타고 흐른 듯 여름이 초겨울로 바뀌어 있었다. 여름에서 겨울로, 순식간에 세월을 잡아먹을 것 같은 수상한 10월 중순이다. 새벽만큼 기온은 내려가지 않는다. 움츠렸던 세상도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능선을 타고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다. 나뭇가지를 흔들며 불어오는 찬 바람 속에 희미한 봄의 꽃향기가 느껴진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핀다. 진달래꽃이다. 진달래꽃이 피었으니 곧 여름이 시작된다는 건가? 추위가 물러가고 더위가 온다는 의미인가?

나는 서대산 암벽 밑에 우두커니 서 있다. 옛길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결국 옛길은 흔적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오소리 등이 다닌 동물 길만이 급경사 사면에 완만하게 이어져 있다. 그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깊은 산 속 계곡의 암반 위로 투명한 액체가 줄지어 쏟아진다. 음침한 분위기 속에 흐르는 폭포수의 소음이 낙엽 썩은 냄새를 잊게 만든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 숨을 깊게 들이쉰다. 참 이상한 현상이다. 암벽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곳곳에 암벽을 타고 폭포수가 흐르고 있다. 눈앞의 암벽은 나를 움츠러들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암벽 앞에서는 차가운 바람만큼 내 마음도 냉랭해지고 만다.

 

산속을 헤매는 이유

 

언젠가부터 숲은 생명을 잉태한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가시에 찔려 피가 나기도 한다. 부지런히 숲속을 헤매는 것에도 가속이 붙는다. , 열매, 녹음, 단풍, 버섯, 폭포 등 형태는 다 제각각이지만 생명력을 가진 모든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숲이 품고 있는 생명을 보고 있노라면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나는 늘 책과 더불어 산을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다. 겨울과 봄에는 산으로 여행을 다니고, 여름과 가을은 주로 책을 읽는다. 계절이 바뀌어 세상이 흥분의 도가니에 젖어 있을 때마다 나를 성장시키는 일에 전념했다. 내가 산으로 가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소중한 생명의 예쁜 몸짓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하늘의 뜻이지만 너무도 일찍 겨울이 찾아오는 것이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없다. 경험을 통해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많이 안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많은 것이다. 경험이 중요한 것은 스스로 겪은 체험이기 때문이다. 안다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것이다. 앎의 활용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잘하느냐, 잘못하느냐를 결정한다. 앎의 활용을 잘하는 쪽으로 힘쓰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경험의 축적은 언제나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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