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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장태산 휴양림 - 식이편

나만의 글쓰기/여행이야기

by 배고픈한량 2021. 8. 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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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여행을 떠나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짐은 단출하지만, 실속 있고 가벼워야 한다. 여행은 낯선 장소의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어디를 갈지 정하지 않아도 늘 새로운 길과 만나게 된다. 여행의 가치는 여행에 저당 잡힌 시간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행자의 삶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더우면서 시원한 순간

 

장마철 하늘은 온종일 잿빛 구름이다. 요즘 날씨가 왜 그런지 궁금하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같이 두꺼운 잿빛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새벽엔 비가 오고 낮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소나기를 퍼붓는다. 여름 날씨는 내게 어리광을 부리는 듯하다. 소중한 것을 주머니 깊숙이 숨겨둔 어린아이처럼.

녹음이 한층 더 짙어진 메타세퀘이어 길을 걷는다. 무성한 가지가 만들어낸 그늘은 도시의 활화산 같은 열기를 차단해주고 있다. 맴맴 맴맴 당차고 길게 매미가 울어댄다. 천적을 피해 오랜 세월 숨어 있던 매미가 딱딱한 껍데기를 깨고 자유의 함성을 쉼 없이 내지른다. 내 가슴속에도 뜨거운 피가 휘도는 느낌이다.

자연은 누군가를 더 좋아하지 않고 세상 만물을 공평하게 대한다. 햇빛이 구석구석 빠짐없이 비추는 것도 누군가를 더 좋아하거나, 누군가를 더 싫어하는 차별은 없는 것이다. 자연은 안락함과 편안함을 제공하는데 사람만이 자기 분수에 만족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의 무게

 

비 내리는 숲에는 물을 머금은 이끼가 있다. 이끼는 무질서하게 얽혀 있고 나름의 기하학적 무늬를 이루고 있다. 세월이 만들어낸 이끼의 진한 초록색이 돌에 달라붙어 넓은 초원을 이루고 있다. 초원에 자리를 잡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허공에 떠다니는 듯하다.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분다. 습도는 점점 높아만 간다. 낮의 햇살은 먹장구름에 갇히고 곧 비가 쏟아질 듯 후텁지근하다. 얼굴에 땀 줄기가 흐르면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시원한 곳을 찾아 피서를 떠난다. 하늘은 폭포수처럼 비를 쏟아내고 있다.

비가 들이친 자리에 빗방울이 맺혔다. 빗방울이 더해지는 순간 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빗방울처럼 오래된 기억들도 어느 순간 맺혔다가 스르륵 사라진다. 빗방울처럼 기억은 층층이 쌓여 흔적만 남겨 놓고 사라지고 추억을 가슴에 새길 뿐이다.

최대한 숨을 크게 들이쉬려고 노력했다.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비릿한 냄새가 난다. 땅에서 불쑥 솟아오른 듯, 형제바위 사이로 보이는 세상은 호수의 물안개처럼 잔잔하게 얼어붙은 안개를 하늘로 빨아들이고 있다. 비가 내리면서 햇빛조차 비치지 않는 푸른 숲은 이른 아침의 호수를 연상케 하고 있다.

 

걷고, 보고, 찍고, 사색하기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을 견뎌내면 소나기가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듯 삶의 쉼표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비록 짧은 국내 여행이지만 낯선 장소에서 만나게 될 모든 것이 색다른 경험으로 남게 될 것이다. 걷고, 보고, 찍고, 사색하는 동안 여행지를 명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방랑벽인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여전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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