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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경주여행 - 식이편

나만의 글쓰기/여행이야기

by 배고픈한량 2021. 8. 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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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잘 하는 게 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미지의 공간으로 불시착한 내 모습을 상상한다. 난 편안함 속에서 늘 새로운 장소를 갈망한다. 나는 원래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만, 그 시기에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려고 항상 장소를 물색 중이다. 내 인생에서 여행의 꿈은 늘 그렇게 자리한다.

 

기차 여행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간다. 내가 탄 객실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기차는 다른 객실의 사람들을 태우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시 출발한다. 아침 햇살에 밝게 빛나는 시골 풍경은 기차가 달릴수록 빠르게 사라졌다가 이내 느리게 나타나고 있다. 창밖 풍경은 온통 녹색으로 뒤덮인 시골 풍경이다. 기차 여행을 꿈꾸던 지난날의 젊은 시절이 꿈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옅은 먹장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날, 늦여름의 더운 숨결이 불어온다. 불국사의 석교나 석문은 고통과 전쟁, 행운과 번영 등 모든 것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하루의 시간대나 날씨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느껴진다. 나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지냈기에 그들의 소리 없는 몸짓에 더 시선을 기울인다. 고통과 슬픔을 이겨낸 그들은 말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보면서 귀 기울여 내가 말하는 소리를 들어봐

나는 즐거운 떠돌이다. 낯섦을 음미하면서 즐겁게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나는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이 찾아가는 장소에서도 한걸음 뒤로 물러나 진지하게 즐거움을 만끽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자가 훌륭한 방랑자이다. 나에게 방랑은 가장 큰 즐거움이자 죽을 때까지 함께 하고 싶은 소중한 친구이다.

길은 장소를 이동할 수 있는 땅 위의 공간을 말한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걸어 다니는 공간에 나와 다른 사람들의 흔적이 뒤섞여 있다. 곧게 뻗고 시야가 뻥 뚫린 넓은 길을 걷는 것보다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길을 아무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며 떠도는 것이 좋다. 골목길의 매력은 좌우로 조금씩 꿈틀거리며 나아간 길을 따라 무한정 옆길로 샐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름이 만들어낸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길은 우리의 숨은 명품 길이다.

 

밤의 야경

 

어둠의 그림자가 동궁과 월지 사이를 감돌고 있다. 나는 해가 지기 전에 월지 인근을 어슬렁어슬렁 거닐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718, 동궁과 월지의 조명이 켜졌다. 더운 여름날 저녁 풍경으로 이보다 매력적인 아름다움은 없을 것이다. 월지에 빠진 동궁의 그림자는 참으로 신비스러운 풍광이다. 방금 이곳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으며 야경을 즐기고 있다. 야경을 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이곳의 모든 것은 어둠과 불빛이 융화된 듯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숱하게 많은 여행을 다녀도 결국 남는 건 여행의 추억뿐이다. 첨성대를 밝히는 조명을 제외하고 주변은 밤의 어둠에 장악되어 있다. 유구한 역사가 일곱 가지 색처럼 자연스럽게 내 앞에 흘러간다. 새로운 역사가 내 앞에 펼쳐져 있다. 새롭고 밝은 인생이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행복으로 가는 여행

 

나는 종종 시간에 대해 고민한다. 인생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시간여행을 의미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특별히 나를 위한 시간은 많지 않은데, 시간의 흐름이 너무 빨라지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떠나보낸 슬픔은 삶이 무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세월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즐거운 이야기가 생겨난다. 즐거운 이야기가 생겨나는 그 길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나만의 고민거리를 회피하지 않고 대면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갑작스럽게 접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는 여행이다. 여행은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한 활동이다. 여행의 길은 세월의 길이만큼 길지 않지만, 시간에 대한 새로운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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