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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유럽 2탄 - 3일차(5/29), 영국 브라이턴, 세븐 시스터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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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화장실 다녀오는 소리에 잠이 깼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130분이다. 잠깐 누워 있다는 게 저녁을 먹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어제 오후 6시부터 잤으니 수면시간은 충분했다. 누워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노트북을 들고 로비로 나갔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제의 기억은 아직 충만해서 손쉽게 글이 써졌다. 로비 통창으로 보이는 바깥세상이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3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다시 활동한 시간이 된 것이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머리카락을 빗질하는 것으로 외출준비를 마쳤다. 소나기와 강풍이 분다는 브라이턴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나서 청바지와 경량 점퍼를 입었다. 물론 우산과 우비도 챙겼다.

 

 

 

호스텔을 나와 이제는 익숙해진 런던 거리를 걸었다. 분주하게 출근하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 활력을 채우고 있다. 그 속에 나를 밀어 넣었다. 20여 분 만에 기차역에 도착했다. 오늘은 기차를 타고 브라이턴을 간 다음, 다시 버스로 이동하여 세븐 시스터즈(Seven Sisters)를 둘러볼 생각이다.

내가 Trainline 앱을 통해 예약한 것은 시간 관계없이 하루 동안 왕복할 수 있는 기차표였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듯 바코드를 찍고 1번 플랫폼에서 759분 브라이턴행 기차를 탔다. 전체가 자유석이라 아무 곳이나 앉으면 된다. 순식간에 변하는 풍경 속도 만큼 파란 하늘을 회색 구름이 뒤덮고 있다.

 

 

 

912분에 브라이턴 기차역에 도착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경량 점퍼를 잘 입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타기 전에 음식료를 사기 위해 ALDI에 왔다. 점심으로 먹을 바나나, 사과, 맥주, 빵을 산 후 입구에서 그래피티 작업을 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러고 보니 바로 옆에 멋진 그래피티 건물이 있었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이층버스를 탔다. 운 좋게도 위층 맨 앞 좌석에 앉았다.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어 처음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햇살이 뜨거워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바람은 강하게 불었지만,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뜨거운 햇살만 쏟아졌다. 하지만 도시와 다른 영국만의 전원생활을 둘러보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뉴헤이븐(Newhaven)이 내 마음을 사라 잡았다.

 

 

 

1시간 30분 만에 세븐 시스터즈 공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모자를 썼다. 지금부터 영국 해안 길(England Coast Path)을 따라 버릴링 골짜기(Birling Gap)까지 약 6.5km를 걸을 생각이다. 주차장에서 쿠크미어강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초원에 방목된 소와 양을 바라보며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은 모래가 아닌 크고 작은 자갈로 이루어졌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우뚝 솟아 있는 흰 절벽은 웅장했다. 어떤 말로도 그 웅장함을 표현할 수 없어 말 문이 막혔다. 그저 감탄하고 또 감탄하며 바라볼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못 오를 것 같은 절벽을 올라갔다.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이 강하게 불어 한걸음 옮기는 것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다시 볼 수 없는 주변 절경을 볼 수 있어 그 어떤 육체적 고통도 참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절벽에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서 길을 걸었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다 보니 보이는 모든 것이 액자 속 풍경화 그림이었다. 가다가 힘이 들면 철퍼덕 주저앉아 쉬면서 빵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바나나와 사과도 먹었다.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충분히 즐길 만큼 즐기다 다시 걸었다. 나는 혼자 이곳에 왔지만 여기서 많은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1시간 50분 만에 버릴링 골짜기에 도착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 바다를 바라보며 신발과 양말까지 벗고 자갈에 앉았다. 저 바다 건너가 며칠 후에 갈 프랑스다. 가방에서 남겨둔 맥주와 바나나를 꺼내 먹으면서 오늘 최고의 순간을 다시 한번 음미했다. 이곳은 꼭 걸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장소이다.

 

 

 

버스를 타고 브라이턴으로 돌아왔다. Fish-and-Chips 먹으려고 미리 검색해둔 식당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후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해변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브라이턴 팰리스 피어를 지나 브라이턴 i360과 뒤집힌 집까지 걸으며 바다와 어우러진 해변 풍경을 구경했다.

 

 

 

오후 458분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호스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나니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어제 먹으려다 그냥 잠들어 못 먹은 컵라면, 햇반, 김치를 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한국에서는 잘 마시지 않는 소주지만 영국 런던에서 마시는 소주는 값비싼 위스키나 와인 부럽지 않았다.

내일을 위해 일찍 침대에 몸을 누였다.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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