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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_백패킹 4탄(9월 여수여행)

나만의 글쓰기/여행이야기

by 배고픈한량 2022. 9. 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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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819, 내 생일이다.

푹 자고 일어나니 새벽 350분이다. 새벽에 내가 바라던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백야도와 금오도 사이 다도해에 떠 있는 섬, 나는 그 섬의 청석해수욕장 암반 위에 있다. 조용히 하늘을 바라본다.

요즘은 도통 별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예전에 본 별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하거나 기억 못 하거나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현재 내가 보는 별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혼자서 별을 만끽하는 이런 순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단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영혼이 정화된다는 말로는 부족함이 있다. 하늘을 날아서 달과 별 사이를 내 멋대로 여행을 다니는 공상에 빠져든다. 새벽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먹태를 안주 삼아 생일 술로 맥주를 마신다. 나에게 행복은 이런 것이다.

 

개도 청석포해수욕장 암반위 텐트
개도 밤하늘에 뜬 별
생일술

 

나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백패킹을 할 수 있기에 행복하다.

마음만 먹고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먹으면 바로 실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백패킹은 간결하고 소박하다. 최소한의 생존 도구를 가지고 주어진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흔적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방식이 나만의 신성한 백패킹이다.

내 인생은 멋지게 전개되고 있다.

자아를 찾아 멀리 세상을 떠도는 것은 익숙한 곳에서의 평온함보다 낯선 곳에 있을 때의 서먹서먹함을 더 느끼려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하룻밤 거쳐야 할 곳이라 느껴지는 곳에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찾아간다. 자기가 마음 편하게 느낀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더 나이 먹기 전에 알았으면 좋겠다.

 

신성한 백패킹
성난파도

 

태풍으로 배가 결항되다.

오늘만 결항이 아니라 내일까지도 심하면 모레까지도 결항 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개도에서 탈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선(개인 소유의 선박)을 탈 수밖에 없다. 사선의 출항시간이 오후 5시다. 배낭을 꾸려 개도 여객매표소에 놓고 섬의 안 가본 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소일한다. 오후가 되니 아침나절과 비교하면 파도도 더 높아지고 바람도 강풍이다. ‘날씨가 더 안 좋아지면 안 되는데.’

사선을 타고 사선을 넘는다.

정각 오후 5시에 사선을 탄다. 6명인데 나만이 여행객이다. 사선으로 개도에서 백야도까지는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선은 바다의 표면을 미끄러지듯 내달리다가 파도와 부딪치며 요동을 치곤 한다. 이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몸서리를 친다.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한 후 안도의 한숨을 쉬며 우여곡절이 많은 개도 백패킹을 마무리한다.

 

태풍영향으로 배가 결항되다
여석마을
갯마을식당
갯마을식당에서 사선을 기다리며
사선을 타다

 

세상이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잡아내자.

백패킹은 내가 시도해온 여행 중에 가장 흥미진진한 경험이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면 과감하게 미지의 장소로 떠나야 한다. 속세의 편안함을 버리고 불편을 감수함으로써 어떤 깨달음과 자신의 정체성을 얻게 된다. 자연 속에 머물면서 몸과 마음과 정신을 맑게 하면 숨겨진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나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다. 나를 크게 혹은 작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오직 내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백야항
백야항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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