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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유럽 - 7일차(6/13),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로바 / 오스트리아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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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xbus 정류장, 빈

 

 

 

 

새벽에 홀로 깨어 좁은 공간의 침대에서 넓은 창문을 바라봤다. 녹색의 잎이 얼마나 무거운지 가지가 땅으로 휘어져 포물선을 그렸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떠들고 있었다. 오전 6시가 지날 때까지 침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긴바지를 입고 Flixbus 정류장으로 갔다.

오늘은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슬라바로 가는 날이다.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브라티슬라바는 빈에서 1시간 2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버스는 빈 공항을 거쳐 달리던 속도 그대로 국경을 지나쳤다. 어떠한 검문검색도 없었다. 이윽고 버스는 Most SNP에서 멈췄다.

 

조형물
골목계단
Most SNP 다리

 

 

 

 

브라티슬라바 성
브라티슬라바 정원

 

또 다른 나라에 발을 디뎠다.

일주일 만에 4개국이다. 낯선 곳이지만 전혀 낯설지가 않은 장소처럼 여겨졌다. 눈앞에 보이는 브라티슬라바성으로 향했다. 초입 부분에 조형물이 서 있는데 Most SNP 다리건설로 사라진 시나고그 탑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성이다 보니 당연히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야 했다.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길 계단에 그늘이 져서 시원했다. 성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힘도 들지 않았다. 브라티슬라바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고 특히 Most SNP 다리가 눈에 띄었다. 성은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성 뒤편 바로크 양식의 정원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브라티슬라바 성벽마을
성 마르틴 대성당
성 마르틴 대성당 앞 광장

 

 

 

 

성에서 내려와 중세시대의 성벽이 남아 있는 곳을 지났다. 현대와 중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었다. 중세 성벽을 걷다 보면 고딕 양식의 성탑이 있는 성 마르틴 대성당이 나왔다. 성탑은 도시방어의 요새로도 사용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었다. 내부는 엄숙한 분위기였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빛이 은은하게 내부에 퍼져나갔다.

 

구시가광장
청동 조각상

 

구시가지에 들어섰다.

많은 단체관광객이 구시가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많다 보니 관광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었다. 식당들이 영업을 시작했고 야외 테라스에는 커피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파리의 개선문과 비교하면 허접해 보이는 미카엘 문을 통해 예전 사람들은 구시가지로 들어왔다. 이색적인 청동 조각상을 마주했다면 구시가지 광장에 서 있는 것이다. 광장은 만남의 장소였고 평화로웠다. 구시가지는 작은 규모이지만 건물 사이의 골목들이 아기자기하고 특색 있었다.

 

Jasmin  식당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브라티슬라바성 밑에 있는 Jasmin 식당에 갔다. 중국 요리전문점이라 당면, 채소, 달걀, 두부를 넣은 볶음면과 생맥주를 주문했다. 중세 성벽을 마주하고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했다. 간장과 칠리소스를 첨가하면서 연신 젓가락질을 했다. 일주일 만에 매콤한 것이 몸에 들어가니 숨죽여 지내던 몸의 피들이 들끓는 듯 용솟음치고 있었다. 맥주까지 마셨는데 겨우 12.9유로 나왔다.

 

 

 

 

 

공원 의자

 

국립극장에서 Most SNP 버스 정류장까지는 공원이 형성되어 있었다. 우거진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쉼터로서 좋은 장소였다. 식당가를 따라 나무 아래 의자들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 Billa에서 사 온 맥주를 마시며 포도를 먹었다. 외국에서 이렇게 한적하게 쉬고 있는 나 자신이 좋았다. 그렇게 1시간 넘게 앉아 있었고 나만 아이스크림을 안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선 맥주를 마시는 내 모습이 더 이상했을 것이다.

 

구도심
아이스크림

 

다시 구도심을 걸었다.

빈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도 아이스크림을 샀다. 콘에 파스타치오와 브라우니 두 종류를 올렸다. 가격이 4유로인데 맥주와 포도 가격의 2배였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아이스크림이 빨리 녹아 연신 혓바닥으로 빨아 먹어야 했다. 아이스크림이 딱히 맛있는 건 아니고 여름이니까 먹는 것 같았다. 난 맥주가 훨씬 더 좋다.

 

Most SNP  다리
Most SNP  다리에서 바라본 강가와 브라티슬라바 성

 

Most SNP 다리를 한 바퀴 돌고 Flixbus를 탔다.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새 빈에 도착했다.

 

알베르티나
왕궁 정원, 모짜르트 동상
호프부르크 왕궁
성 슈테판 대성당
오레파극장

 

호스텔로 돌아와 샤워한 후 맛보기 빈 도심 여행을 떠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이동했다. 많은 서양 음악가들이 이곳을 본거지로 삼은 이유를 아주 조금 알 것 같았다. 오페라극장을 가는 도중에 우연히 발견한 Naschmarkt가 인상적이었다. 역시 시장은 꼭 방문해야 한다.

오페라극장을 시작으로 알베르티나, 왕궁 정원, 호프부르크 왕궁,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에서 성 슈테판 대성당까지 짧은 시간 동안 돌아보았다. 빈 여행은 내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오후 9시가 넘으니 가스등이 켜지고 도심의 상가는 하나둘 문을 닫았다. 어둠과 조명 사이에 중간 빛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빈의 밤은 그렇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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