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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유럽 - 6일차(6/12), 헝가리 부다페스트 / 오스트리아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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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 야외 테라스

 

열린 창문 사이로 새벽 청소 차량의 시끄러운 기계음이 들려왔다. 나이가 들다 보니 한번 잠에서 깨면 더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어제 휴무일이었던 Great Market Hall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전 6시부터 영업하니까 지금 나가면 딱 맞겠네.’ 슬리퍼를 신고 고양이 세수만 하고 호스텔을 나왔다.

 

Great Market Hall

 

프라하와 달리 부다페스트의 거리는 한산했다.

오전 6시부터 영업한다더니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열지 않았다. 청과류 상점과 햄, 고기를 파는 상점만이 먼저 문을 열고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황한 나는 주정뱅이처럼 이리저리 거닐다가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역시 커피는 아침에 먹어야 한다.

 

토카이 포도주
아침식사

 

오전 7시가 되자 하나둘 상점 문이 열렸고 내가 점찍어 두었던 상점도 문을 열었다. 카드로 드라이 토카이 포도주를 샀고 남은 헝가리 동전을 사용하려고 상점들을 기웃거렸다. 빵집에서 요구르트와 빵을 사는 것으로 동전을 모두 사용했다. 호스텔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즐거웠다. 호스텔의 야외테라스에서 요구르트와 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이곳 호스텔에서 사람도 만나고, 잠도 자고, 음식도 먹어서 좋았다.

 

Great Market Hall

 

 

 

평소보다 여유로운 아침을 보냈다. 호스텔을 체크아웃하고 다시 Great Market Hall을 찾았다. 분주한 시장풍경이 보고 싶었다. 역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괜스레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을 살펴봤다. 사는 게 다 이런 것이다.

 

헝가리 국립박물관
부다페스트 거리
부다페스트 Keleti역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들린 헝가리 국립박물관, 어느 나라인지 모르지만, 단체관광이 진행 중이었다. 박물관 내부는 구경하지 않았지만, 공원같이 조성된 외부 풍경이 더 맘에 들었다.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추억을 기억하려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도심 속 평범한 모습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기차역으로 걸어갔다. 나는 이방인이라서 모든 것들이 새롭고 특이하게 다가왔다.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른 순간 부다페스트에 작별을 고했다. ‘Thanks, your kindness’

 

부다페스트에서 빈 가는 길
빈 중앙역
Do step inn Hostel

 

빈역까지는 2시간 40분이 걸렸다.

역 바로 건너에 있는 Do step inn Hostel에 왔다. 온라인 체크인과 잠시 사투를 벌이고 20여 분 만에 내 공간에 들어섰다. 왜 많은 사람이 체크인을 힘들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아고다 숙박 후기에 체크인 방법을 자세하게 올려놓았다. 처음엔 빈에서 최고로 저렴한 가격이라 걱정했는데, 이 정도 시설과 접근성이라면 가성비 최고인 호스텔이었다.

 

벨베데레 궁전

 

짐 정리를 마치고 벨베데레 궁전에 갔다.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세게 불었다. 프라하, 부다페스트에서 감동하였던 건축물들이 이제는 그게 그 모습 같아서 빈에서는 아무렇지 않았다. 궁전을 처음 마주한 느낌도 그저 그랬다. 유서 깊은 건축물이 있는 궁전인데 동네 공원처럼 이용되고 있었다. 아무 곳에서나 술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를 버리고, 잔디 말고는 궁전을 관리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궁전 건물을 들어갈 때만 입장료를 낸다지만 궁전 전체의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관심조차 없었던 클림트나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본들 뭐가 그리 좋겠는가? 단지 사진을 찍고 간다는 자기만족에 그칠 뿐이었다. ‘유서 깊다라는 말의 의미를 한참 동안 되새겨 봤다.

 

SALM BRAU, spareribs 와 맥주

 

궁전을 나와 SALM BRAU에 갔다.

야외 테이블에 앉은 후 spareribs와 맥주를 주문했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 그것이 이 식당이 맛집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왔더니 바로 음식도 나왔다. 커다란 돼지갈비와 구운 감자,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한쪽씩 칼로 썰어 접시에 담아 감자와 함께 소스를 찍어 먹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손으로 들고 먹어야 제맛 아닌가? 당연히 손으로 들고 야무지게 뜯어 먹었다. ‘바로 이 맛 아닙니까!’ 접시에 뼈들이 쌓일 때마다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모처럼 빵류가 아니 고기로 식사를 하니 포만감도 좋고 기분까지 좋아졌다.

 

Do step inn Hostel, 공용공간

 

포만감으로 충만한 배를 만지며 벨베데레 궁전을 되돌아 걸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유서 깊은 장소를 대하는 그들의 모습은 영 아니올시다가 많았다. 조금 더 쌀쌀해진 바람을 맞으며 호스텔로 돌아왔다. 샤워하고 맥주 한 캔을 마셨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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