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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유럽 2탄 - 14일차(6/9), 브뤼셀~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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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커튼 사이로 햇살이 스며든다. 열린 창문으로는 아침 공기가 햇살을 시기하듯 빠르게 침입했다. 커튼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니 화창한 아침이 인사를 건넨다. 어젯밤에 널어놓은 빨래의 건조상태를 확인하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조식 시간까지 40분이나 남았다. 개인 SNS에 여행기를 남기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그동안 아침으로 사 먹었던 바게트, 크루아상, 사과, 포도, 요구르트, 샐러드, 커피 등과 비슷하게 호스텔의 조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별히 다르다고 느낀 건 빵에 발라먹는 소스류가 다양한 것과 마음껏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을 요량으로 골고루 담았다. 여행 중 매일 먹는 빵이지만 제일 형편없는 맛이다. 버터와 채식소스가 없었으면 먹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유가 밍밍해서 시리얼을 먹는데 힘들었다. 요구르트는 무슨 맛인지 우유와 비슷했고 그나마 과일 화채가 가장 맛있었다. 그럭저럭 식사를 마치고 사과 한 개를 들고 객실로 돌아왔다.

 

 

 

외출준비를 마치고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봤다. 햇살이 세상을 비추는 걸 보니 오늘은 매우 더울 것 같았다. 에코백에 물, 사과, 포도, 모자, 메모장, 부채 등을 넣고 마지막으로 거울 한 번 더 쳐다보고 호스텔을 나왔다.

호스텔에서 7분 거리의 중앙역으로 향했다. 오전 91분 기차를 타고 룩셈부르크로 갈 예정이다. 일요일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했고 기차역 주변에만 사람들이 많았다. 출발 3분 전에 기차를 탔다.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한국처럼 플랫폼에서 표 검사를 하지 않았다. 1등 칸을 제외하고 2등 칸은 아무 좌석이나 앉으면 된다. 한마디로 선착순이다.

 

 

 

 

 

 

우리나라 무궁화호 느낌의 기차다. 속력이 그렇게 빠르지 않았고 도심을 벗어나니 넓은 초원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두 곳의 정차역을 지나고 한 시간 만에 리에주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다른 기차로 갈아타고 룩셈부르크로 향했다. 이전 기차보다 좌석 간격은 조금 넓었다. 기차가 출발하자 표 검사가 진행되었다. 핸드폰으로 저장해 둔 바코드를 보여줬더니 슥 한번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갔다. 룩셈부르크까지는 2시간 30분을 더 가야 하는데 역마다 다 정차했다 출발한다. 조금 달린다 싶으면 이내 멈춰섰다.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다. 지금 막 룩셈부르크에 진입했다는 통신사의 문자였다. 차창 밖 풍경은 이전과 똑같은데 나라가 바뀌었다고 나도 SNS에 호들갑을 떨었다.

 

 

 

 

정시에 룩셈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했는데 거리 모습이 벨기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트램을 타고 가장 먼 곳으로 간 후 걸어서 이동할 생각이다. 룩셈부르크의 대중교통 요금은 내외국인 모두 무료다. 여행객에는 이보다 반가운 것은 없다. 트램을 타고 글라시스 광장까지 편안하게 이동했다.

 

 

 

마침 광장에서는 우리네 먹거리 장터가 열렸고 호기심에 잠시 구경을 했다. 숯불에 굽는 생선과 닭튀김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침이 고이네.’ 광장을 벗어나 작은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터널 같은 곳이 나온다. 그곳을 걸어가면 주변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사람들이 섞여 개별적으로 사진을 찍다가 우연한 계기로 서로 사진을 찍어 주기 시작했다. 이곳의 내 사진도 그렇게 찍은 것이다. 전망대 바닥이 투명해 아찔한 기분이 들었지만 꿋꿋하게 그곳에 잘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초속 2.5m의 속력으로 60m 아래의 마을로 내려갔다.

 

 

 

한적한 마을을 지나쳐 요새가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녹음이 짙은 숲에는 산책로가 있고 주변 식생은 우리나라와 상당히 비슷했다. 그늘의 시원함을 즐기다 포도를 먹으며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간 후 처음에 지나쳤던 작은 공원 의자에 앉았다.

 

 

 

보조배터리를 핸드폰에 연결한 후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발가벗은 상태로 아빠 손을 잡고 분수에서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다른 아이들도 물이 솟구칠 때마다 장난을 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핸드폰을 확인했더니 충전이 되지 않는다. 이런. 어제 보조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은 것이다.

 

 

 

햇볕이 따가워 모자를 썼다. 거리를 걸을 때도 될 수 있으면 그늘이 있는 곳으로 걸었다. 사람들이 많은 것 보니 번화가에 접어들었다. 기욤 2세 광장은 예상외로 한적했고 요란한 음악 소리가 싫어 그랜드 두칼 궁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더운 날씨에 햇볕을 정면으로 받으며 서 있는 근위병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룬트(Grund)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길을 걸었다. 보크 포대까지 천천히 걷다가 마을로 내려가기 위해 도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갔다. 위쪽에서 본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의 마음이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알제트강이 이 마을의 주요 자원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바퀴를 위쪽에서 아래쪽까지 돌았다.

 

 

 

 

아돌프 다리로 이동하면서 숲속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녹음이 우거진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다시 숲속을 걸어 헌법 광장에 갔다. 룩셈부르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City Skyliner가 있고 그 옆이 아돌프 다리였다. 이렇게 룩셈부르크를 천천히 둘러보는 데 4시간이 걸렸다.

 

 

 

오후 516분 기차를 타고 아침의 역순으로 되돌아 브뤼셀 중앙역에 오후 9시에 도착했다. 4시간의 룩셈부르크 여행에 이동시간만 7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룩셈부르크의 더위는 순식간에 잊혔다. 하늘은 흐렸고 바람이 강해 온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추웠다. 기차 타고 이동만 했을 뿐인데 천당과 지옥 같은 날씨를 체험하고 있다.

 

 

 

일요일 오후 9시가 넘은 시각이라 술집을 제외하고는 문을 연 식당이 없었다. 마트도 이미 다 닫아서 굶어야 하나?’ 생각할 때쯤 FRESH NOODLES라는 불 밝힌 간판을 봤다. 이런 날씨엔 따뜻한 국물이 좋지. 마침 잘 되었네.

 

 

 

Leffe 맥주를 마시는 동안 면을 직접 수타로 뽑는 과정을 봤다. 5분쯤 더 지났을 때 돼지고기가 들어간 따뜻한 국수가 나왔다. 솔직히 기대했는데 굵은 면은 덜 익어서 뻣뻣했다. 그나마 국물이 우리네 육수처럼 맑고 진한 풍미가 있었다. 구글맵을 확인하니 일본식당인데 전통 일본식도 아닌 동남아시아 국수 형태가 많이 더해진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고수를 많이 넣어준 것은 맘에 들었다.

호스텔로 돌아왔더니 한국인 여행객이 와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샤워를 했다. 힘든 여정은 아니었는데 이동이 길어 지루했다. 내일은 비 예보가 있는데.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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