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유토피아, '이 세상에 없는 장소'를 꿈꾸며 세상을 살고 있다. 현실 상황이 복잡하고 힘들수록 이상에 대한 염원을 끝없이 추구하려고 한다.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유토피아를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삶이 즐거워지려면 마음과 상반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육체와 정신의 조화 속에 즐거움을 추구해야 한다. 나 좋을 대로, 자유와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면 어디에도 없는 곳과 만나는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떠돌이 여행자

 

봄의 산뜻함이 좋고 여름의 싱그러움이 좋다. 가을의 풍요로움이 좋고 겨울의 총명함이 좋다. 내 인생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었다. 인생은 떠돌이 여행자다.

나는 가끔 도보여행하면서 경험주의자가 되고자 한다. 세상의 모든 것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가장 멋진 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은 마음의 길을 따라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사는 것이다.

훌쩍 떠나온 인제 여행이 기쁘다. 공기가 바람에 녹아 솜사탕같이 달콤한 한밤 공기는 싱그러운 냄새를 품고 있다. 지금 이곳은 흐르는 시간이 느려지는 기분이다.

 

숙취

 

간밤에 마신 알코올의 취기가 아직 남았는지 머리가 무겁다. 술이 덜 깼는데 날씨가 화창해 왠지 슬픔이 몰려온다.

함께한 상대와 분위기에 따라 주량은 달라진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지만 많이 마시면 마약과 같은 것이다. 숙취가 주는 지속적인 머리의 통증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을 주고 있다. 아침에 먹은 막국수의 소화되지 않은 것들을 원대리 야산의 급경사지에서 쪼그리고 앉자 비워내야만 했다.

 

숲을 보다

 

숲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내가 처음으로 본 것은 미세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의 생명력이다. 숲속으로 더 들어가니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생명줄을 놓아버린 전도된 나무와 부러진 나무들이 있었다. 본시 아름드리나무들이 들어차 있었는데 폭설에 그 기상이 꺾이고 만 것이다.

숲의 햇빛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더욱 밝은색으로 지면을 비춘다. 바싹 말라버린 낙엽 사이에서 생명력을 키워낸 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숲에 들어왔던 햇빛은 다시 반사되어 숲을 빠져나간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변해 버린다.

 

천상의 화원

 

내가 돌단풍을 본 것은 바로 그때였다. 올망졸망 제각각 놓여 있는 돌들 사이에서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민 작은 생명체 같은 것이 있었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을 거로 생각하는 장소에 생명의 씨앗을 키웠다. 나는 움직일 수 없는 자연의 피사체의 사진을 조심스럽게 찍었다. 그것은 내가 본 백만 송이 돌단풍 중 하나에 불과했다. 지천으로 널려 있는 돌이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돌단풍은 돌이 삶의 지표가 되는 것이다.

한낮의 태양은 하늘 높이 떠 있고 내린천은 미세한 거품을 일으키며 찰랑찰랑 흘러간다.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는 반대편 강기슭, 물에 빠지더라도 열정적으로 건너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봄날의 내린천은 돌단풍의 보금자리이고 물소리의 힘찬 외침 속에서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내린천

 

내린천은 물길이 트면 그 방향으로 흐른다. 어떤 가식적인 치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내린천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주고 있다. 계절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기적과 흐르는 물로 인한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물살이 주는 공포 때문에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았다. 오랜 산행으로 세숫대야에 찬물을 받아놓고 족욕을 하듯 그냥 발을 내린천에 담그고 싶었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바위에 철퍼덕 앉았다. 물이 주는 시원함에 잔뜩 취해서 세수도 했다. 오 맙소사. 1분도 안 지났는데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몸서리치며 얼른 물에서 발을 뺐다.

흐르는 물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물에 반사된 내 머리가 보인다. 이런 것을 보게 되면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내린천의 흐르는 물속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매우 친밀하고 떨어질 수 없는 친한 물고기와 물의 사귐인 수어지교(水魚之交)의 사자성어처럼 그걸 말로 표현하려 노력했지만,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인생

 

시간의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세월은 흐르는 내린천처럼 쉬지도 않고 계속 흘러간다. 때로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완만하게, 때로는 급류를 만난 성난 강물처럼 거침없이, 마치 폭포수처럼 끊임없이 흘러내릴 뿐이다. 인생은 물처럼 흐르기 위해 사는지도 모른다. 흘러가는 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어느새 거대한 바다와 마주하게 된다. 바다는 물이 더해져도 흘러넘치지 않는다.

오늘도 내 인생은 내린천처럼 흐른다.

 

 

얼마 전쯤 서천의 벗으로부터 문득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벗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본래에도 자신만만하고 활달한 벗이긴 하나, 그날의 목소리는 더욱 기운찼다.

서천에 한번 와야것다.”

그려

그렇게 오랜만에 벗을 만난다. 그 잘난 전화기 덕분에 목소리로만 간간이 인사치레를 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벗을 본 것이다.

왔어, 현장에 가봐야 할 거 아녀?”

그려

그렇게 찾은 곳이 종천면에 있는 치유의 숲이다. 치유의 숲 입구에 저수지가 있고 그 둘레를 따라 무장애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본래의 업무인 유아숲 체험시설은 뒷전으로 밀리고 오랜만에 만난 벗은 노린재나무의 가치며, 저수지 옆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신갈나무 고목의 삶터며, 저수지 주변에 살고 있는 수달 이야기며, 끝없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그의 말 끄트머리에 주석을 달 듯 그대의 이야기가 옳으며, 저 정도 크기의 노린재나무면 족히 수십년의 삶을 살아냈을 법하고 또 꽃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하여, 신갈나무 고목의 옆에서 무심한 듯 졸고 앉아 있으며 좋겠다는 이야기며, 수달이 살고 있는 이 삶터가 얼마나 중요성이 있는지 등속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내고 있었다.

오십을 넘은 중년의 두 사내는 마술에 걸린 듯 그렇게 끊임없는 수다를 풀어내며, 오후 시간을 저수지 위에 드리워진 산 그림자에 던지고 있었다.

세시쯤인가 사무실에 도착한 그가 묻는다.

막걸리 할 껴, 소주 할 껴?”

소주

그렇게 우리 둘은 서천특화시장 2층에 자리를 잡았다. 활어회와 쭈꾸미가 상 위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서로의 술잔을 채우기 바빴다. 그렇게 바삐 오가는 술잔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허공으로 유영을 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이야기거나 오랜만에 만나니 정말 반갑다는 등의 이야기는 없다. 그저 수다스럽게 변한 두 중년의 남정네는 활어회가 남을 만큼의 수다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오랜만의 낮술은 기어이 해를 서쪽 바다로 던져 버리고 말았다.

 

며칠 후 다시 인제 내린천에 들었다. 원대리 입구의 원대교에서부터 피아시까지 내린천의 비탈을 따라 걷은 걸음이었다. 인제의 산들은 여지없이 뒤축을 잡아당기고, 폭설에 부러진 고목들과 가시덤불들은 좀 쉬었다 가라고 옷소매를 당긴다.

얼마쯤이나 갔을까, 기어이 나타나서 길을 막는 암벽에 결국 걸음을 멈추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늘 길 아닌 길을 걸으며 쏟아내는 한숨같은 소리를 오늘도 결국은 목구멍 너머로 삼키고 있었다. 결국 나무와 바위에 구걸을 하며 겨우 내린천으로 내려왔다. 거만하게 곧추선 암벽에 그만 기가 죽어 천변에 지천으로 깔린 너럭바위에 주저 앉았다. 여울목인 그곳은 무심히 흐르는 내린천이 아니었다. 물이 많지않은 시기인데도 내린천의 노여움을 표현하기에는 충분한 만큼의 소리를 내며 거칠게 흐르고 있었다.

 

 

[저자소개]

그는 (주)하늘그린 대표이사 권경익이다.

글은 그의 페이스북에서 가져왔고, 일부 오타자 등 간단한 편집만을 했을뿐이다.

 

지난 2월 1일 영덕 출장을 그와 함께 다녀왔다.

소주 한잔 하다가 의기투합이 되어 '여행'이란 꼭지로 글을 쓰기로 했다. 

 

그의 글 '그편'은 홀수번호, 나의 글 '식이편'은 짝수번호

격주로 글을 올릴 예정이다.

 

내 인생의 목표는 성공한 삶이 아니라 성장하는 삶이다. 성장하는 삶을 위해 현재의 자신을 반영하여 삶을 개척해야 한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독서를 통해 삶을 개척하고 있다.

현대인의 문맹률은 낮지만, 이해력은 턱없이 떨어진다. 독서는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뇌의 사고를 읽어나가는 것이다. 미련스러울 정도로 버티며 우직하게 자신의 소신을 믿고 행동하는 사람만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도서관의 도서분류를 기준으로 자기계발, 경제경영, 과학, 소설, 인문학 등 모든 도서를 골고루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인기도서보다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모두 읽고 있다.

쉬운 책, 좋은 책,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 좋아하는 분야, 좋아하는 작가 등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는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읽기 어려운 인문학책일 때 만화책과 청소년용 책을 먼저 읽어본 후 인문학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이유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현실적인 보상보다 즐거움 때문이다.

긍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생각을 유도한다. 원하는 바를 생각하고, 그것에 집중하며, 원하는 바가 실현될 수 있도록 믿어야 한다. 독서를 통해 미지의 세계에 대해 새로움을 느끼고 경이로움을 깨닫게 된다.

순수한 지적 호기심의 충족과 배움의 즐거움을 오늘도 추구하고 있다.

 

읽는 법의 변화

 

정독, 다독, 초서 등 다양한 독서법이 있다.

책을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리면 방금 읽은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 정독해서 읽는다고 해도 아주 짧은 시간에 기억에서 사라진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기억할 수 없다. 독서는 시험공부 하듯 글의 핵심과 문단의 의미를 이해하고 외워야 하는 게 아니다.

읽는 법이 변화되었다. 책은 빠르게 읽어나가야 한다. 나는 핵심단어(Keyword)가 비슷한 책들을 한꺼번에 같이 읽는다. 짧은 문장이라도 가치 있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을 발견하는 게 더 의미 있다. 이런 짧은 문장이 모이면 긴 글이 될 수 있다.

개인 성향이지만 책은 깨끗이 보아야 한다. 밑줄을 긋거나 여백에 메모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책 읽기에 방해가 된다. 메모지를 이용하여 필사하거나 생각을 정리하여 적는다. 생각한 것을 손으로 직접 쓰면서 내용을 음미하게 된다. 기억은 반복으로 얻어지고 오감의 자극이 기억에 도움이 된다.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장소의 다각화

 

예전에는 수입의 10%를 책을 사는 데 사용했다.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다 보니 경제적인 문제로 지역도서관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도서관은 다양한 인생의 주택이 모여 자기 자랑에 취해 있는 곳이다. 기쁠 때는 행복을 노래하고 슬플 때는 괴로움을 나누며 거기서 친구들을 만난다. 모두를 빛나게 하고픈 마음에 나의 독서는 계속된다. 내가 책을 읽어주어야 그 인생에 빛이 난다.

도서관은 많은 이야기가 저장된 곳이다.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듣기 위해선 조용하고 엄숙해야 한다. 오늘도 조심스럽게 보물상자를 열어본다.

아주 가끔 소일거리로 중고책방을 찾는다. 입구부터 종이 특유의 냄새가 코를 통해 몸속 깊은 곳까지 전달된다. 계단에는 오래되어 색바랜 책들이 한층 한층 무겁게 쌓여있다. 이곳에서는 책 속 주인공들과 내가 뒤바뀐 느낌이다.

 

내가 만든 세상에서 살아보자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독서를 하찮다고 소홀히 여기기 쉽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려고 어린아이처럼 생떼를 부리는 모습을 보니 딱하다. 그들은 독서를 언제나 할 수 있다고 믿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감정은 겉으로 드러나 보일 수 있지만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긍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생각을 유도한다. 원하는 바를 생각하고, 그것에 집중하며, 원하는 바가 실현될 수 있도록 믿어야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가슴과 뇌로 생각해야 한다. 성취는 머리가 아닌 노력과 집중력에 달려 있다.

내가 독서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남이 만든 세상이 아닌 내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나만의 글쓰기 > 잎사귀에 적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기는 습관이다  (0) 2021.04.15
메모지에 생각 쓰기  (0) 2021.04.15
1만 시간의 법칙  (0) 2021.03.25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0) 2021.03.19
하루 6시간, 일주일 42시간  (0) 2021.03.03

복잡한 이 세상에 살려면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삶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꼭 해야 할 일은 남기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관둬야 인생이 단순해진다. 단순함이 최고다.

원치 않은 사람들과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두려워하며 견디지 못한다. 난 천성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내 능력을 키우는 데 사용하고 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자.

 

삶을 바라보는 생각의 차이가 인생의 계절을 결정한다. 우리는 같은 계절을 살지만, 사람마다 인생의 계절은 다르다. 계절은 일 년 주기로 순환하지만 한번 흘러간 인생의 계절은 돌아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

다양한 활동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다. 독서는 그중의 하나다. 좋아하는 것을 알았으면 구체적이고 실천이 쉬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하루 한 권씩 책을 읽겠다.', '매일 짧은 글을 쓰겠다'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

혼자 있을 때 내가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일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한다. 자신과 제대로 된 대화에 익숙해지고 진정한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목표를 현실로 이루기 위해 독서에 몰입하기로 했다.

 

자신의 성을 쌓는다.

 

나만의 장점은 계획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꾸준히 실천한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되풀이하는 연습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지독하게 독서에 몰두할 것이고 미친 듯이 빠져서 맘껏 즐길 것이다.

독서는 고독 속에서 혼자 해야만 하는 시간이다. 독서는 외로움을 달래고 마음을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조금씩 자신의 성을 쌓는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

 

1만 시간의 법칙은 특정 분야에서 이른바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적어도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을 일컫는 말이다.

나는 글쓰기에 선천적 재능은 없다. 글쓰기를 위해 독서에 쏟은 시간이 꼭 실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6시간씩 책을 읽으면 일주일에 42시간, 1년에 2,190시간이다. 이렇게 5년을 꾸준히 실천하면 10,950시간이 된다. 올해로 4년째 실천 중이니 고지가 멀지 않았다.

1만 시간을 넘어 1만 권의 독서를 하는 그날까지 오늘도 도전은 계속된다. 연습이 없는 삶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자.

 

이 말이 나를 흔들어 놓았다.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그 일에 최선을 다했느냐가 중요하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지만 자신의 삶을 예단해 버리면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지 못한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지만 최고의 날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난 희망을 품고 산다.

 

'나만의 글쓰기 > 잎사귀에 적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모지에 생각 쓰기  (0) 2021.04.15
나만의 독서법  (0) 2021.04.01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0) 2021.03.19
하루 6시간, 일주일 42시간  (0) 2021.03.03
3년 1,000권 독서  (0) 2021.02.25

비 오는 제주, 갈 곳이 없어지고 할 일도 없어졌다.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문득 그런 날이 있다. 공기에 비 냄새가 섞여 있지만 내 마음을 적시기에 아직 양이 부족하다. 행복을 충만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날씨라는 약간의 결핍이 필요하다.

안개에 물들고 싶은 새벽이다. 어둠을 바라보며 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새벽부터 한라산 산행을 시작한다. 어둠 속에 내동댕이쳐졌지만 익숙함에 곧 안도감을 느낀다. 이 순간도 조만간 지나가겠지.

 

괜찮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짙은 어둠을 내 뒤에 두고 열심히 산을 오른다. 걸음에 집중하다 보니 먼동이 떴고 어느새 편백 숲이다. 위풍당당한 발걸음에 신이 절로 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평범하다, 특별하다'란 말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품 안에 자연을 담을 수 없지만, 마음속에는 나만의 자연이 존재한다. 숲을 지키는 나무는 하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해준다. 숲은 인간의 본보기다. 나무는 홀로 살지 않고 이웃 나무들과 숲을 이룬다.

아직 익지 않은 과실처럼 숲의 냄새도 풋풋하다. 절기는 입춘을 지났지만, 조석으로는 겨울을 실감하게끔 쌀쌀하다. 한낮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한없이 높기만 하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하늘에 닿을까? 바다같이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나룻배처럼 떠다닌다. 나뭇가지 사이로 맑고 투명한 햇빛이 대지에 닿으면 유릿가루처럼 빛을 낸다. 그 빛을 멍하니 바라보면 풋풋한 숲에서도 상큼한 나무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구상나무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면 구상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고사한 구상나무지만 죽은 나무라 생각되지 않는다.

한라산의 아침은 평화롭고 구상나무는 싱그럽다. 푸른 색채에 빛나는 나뭇결무늬가 무성하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얼어 있던 상고대가 녹아 무성한 숲으로 빛을 발산하며 스며든다. 한라산은 높지만 그윽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쉬고 싶을 때는 언제나 그곳으로 찾아가 내 보금자리를 만든다. 자연의 의연한 기상과 늠름함에 매료된 순간이다. 기분 좋다.

산은 구름에 기대어 살고 구름은 바람에 기대어 산다. 기대어 산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살아갈 만한 곳이다. 오늘 내가 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파도처럼 바람에 출렁이는 맑은 하늘이다.

한라산만 52번째

 

눈부시게 맑은 날 한라산 정상에서 백록담을 쳐다본다. 한반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하늘보다 더 청량한 세상의 첫 공기를 마신다.

세상의 주인은 자연이다. 한 생명으로 세상에 나온 것처럼 세상을 자연으로부터 빌려 한평생을 사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에 대한 소유욕은 자연을 황폐화한다. 끊임없는 소유욕은 언젠가 화마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자연이 원금이라면 자연이 사계절 동안 우리에게 주는 모든 것은 이자다. 세상 이치가 이자로 먹고살아야 한다. 원금으로 먹고살기 시작하면 금세 황폐해지고 만다. 물질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을 정복하려고만 한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한라산의 아름다움은 끝이 없고 어느 등산가의 욕망도 무궁무진하다. 구름으로 뒤덮인 날, 비바람이 부는 날,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 비록 환상적인 풍경을 못 보고 허공을 향해 고함만 지르다 가도 그저 좋았다. 복 받게도 오늘은 청량한 봄 날씨다. 나는 오늘의 한라산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금산 인제 금산 인제 금산. 쳇바퀴치고는 좀 긴 걸음들을 무시로 옮기고 있었다.

 

인제에 들어 처음 찾은 곳은 상남면 미산동이다. 미산약수교 앞에 서서 개인약수를 품은 계곡을 바라본다. 올라가는 길이 눈에 선하고, 마음은 이미 저 앞으로 가고 있었다.

동행한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내린천에서 솟구치는 날카로운 바람에 흠칫 놀라 벌써 저만큼 나아간 정신을 끌어당긴다. 지역과 사람과 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아직은 찬 바람 속을 날고, 급히 한마디 보태느라 개인약수는 잊은 지 오래다. 그렇게 소개인동이며, 의식동 등을 돌고 돌아 인제의 짧은 걸음을 마쳤다.

다음날 곰배령을 찾아들었다. 기린면의 골짜기며 산봉우리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림들이다. 오랜만에 스쳐 가는 그리운 풍경들, 방동리와 진동리의 골짜기들은 가만히 웅크린 채 숨죽여 봄을 준비하고, 곧추선 봉우리들은 아직 떠나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겨울을 무심한 듯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설피 마을까지만 겨우 걸음 하였다. 더 갈 수 없는 곰배령은 진부령 너머 해금강처럼 다음에 오라고, 좀 더 따스한 날에 걸음 하라고, 그렇게 그리움 짙은 손짓을 한다.

또 그리움이야! 허허허.’

 

다시 찾은 인제는 여전히 겨울을 털어내지 못하고, 제 죄인 양 새색시 걸음을 하는 내린천의 흐름은 시리게 곱다.

북사면에 기대어 사는 나무와 바위들은 여전히 추위에 떨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도 따스한 볕이 드는 남사면 나무들의 허물을 벗듯 허연 기운을 가지 끝으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래 얼마 남지 않은 게야!’

내린천을 따라 걸었다. 길 아닌 길을 걷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삶의 틀 안에서, 그 길이 결국 길벗들의 길이 되리라는 소망으로, 그렇게 그날도 거친 걸음을 하였다. 그래도 내린천을 곁에 두고 걷는 걸음이, 호위무사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변곡점마다 곁에 서서 지친 걸음을 다독여주는 인제의 봉우리들과 함께 걷는 걸음임에, 그날도 걸음만큼 행복했었다.

 

금산에 들었다.

천내리며, 길곡리며, 신안리며, 산안리 등을 돌고 돌았다. 제법 온기를 품은 볕이 골짜기마다 내려앉고, 삶터마다 작은 연둣빛 생명을 밀어 올리고 있다. 물론 잠깐 이는 바람 곁에는 아직도 찬 기운이 동행한다.

금산의 산들은 인제의 산들을 닮았다. 그 풍채와 상관없이 곧추선 봉우리들은 어깨를 으쓱대며 제 자랑질이 한창이다. 곧추선 만큼 깊은 것이 골짜기요, 그 걸음은 한없이 거칠어진다.

때론 한 걸음을 앞쪽에 놓지 못하고 주저앉을 때가 있다. 그 정도쯤 인제와 금산은 거칠게 닮았다. 그 길 아닌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길벗들의 길을 본다.

 

머지않은 날에 인제에 들 것이다.

이미 곰배령이며 백두대간의 걸음을 예정해 놓은 것으로 묶인 걸음의 서운함을 달래는 중이다. 작년 봄에 걸음 하였던 방태산의 가식 없는 선물 보따리들이 눈에 선하다. 얼레지, 바람꽃, 박새, 모데미풀, 연영초 등속은 기어이 백만 송이의 꽃으로 고운 화원을 그려내었다.

그만큼이 아니라도 좋다. 연둣빛 움틈이 시작되는 날 인제의 봄을 마중하러 갈 것이다. 오늘 금산에서 노란 첫봄을 보았다. 이미 남쪽에서 물밀 듯 밀려드는 봄소식을 듣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신안리 고운동 골짜기에 핀 생강나무꽃은 올해 나의 첫봄이다.

 

 

 

[저자소개]

그는 (주)하늘그린 대표이사 권경익이다.

글은 그의 페이스북에서 가져왔고, 일부 오타자 등 간단한 편집만을 했을뿐이다.

 

지난 2월 1일 영덕 출장을 그와 함께 다녀왔다.

소주 한잔 하다가 의기투합이 되어 '여행'이란 꼭지로 글을 쓰기로 했다. 

 

그의 글 '그편'은 홀수번호, 나의 글 '식이편'은 짝수번호

격주로 글을 올릴 예정이다.

취미가 독서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성인 10명 중 5명은 1년 동안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종이책 연간 독서율이 52.1%이고 독서량은 6.1권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로 제일 많이 꼽은 것은 성인의 경우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 이용(29.1%)’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까지 가장 많은 사람이 꼽았던 시간이 없어서(27.7%)’를 밀어냈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매체 이용 다변화가 독서율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을 보여준다.

그 외 책 읽는 것이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 13.6%, ‘다른 여가활동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11.9%, ‘책을 읽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5.4%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은 독서의 적이다.

 

편리한 디지털 기기로 대표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무분별한 사용은 통제력을 잃어 중독성이 높다. 스마트폰 중독의 문제점은 검색을 통해 쉽게 정보를 얻는 데 있다. 두뇌 활용과정을 거치지 않아 깊은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든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몰입과 의존성을 줄인다는 신조어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의 사용시간을 줄이고 종이책 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생각하기 위해서는 질문이 필요하다. 질문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을 이끌어야 스스로 깨닫게 된다. 질문은 생각의 정리를 돕고 판단능력을 키운다. 또한, 타인을 존중하며 토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대사회에 적응하려면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독서만큼 좋은 습관은 없다. 독서는 삶의 일부분으로 매일 시간을 내어 꼭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생각을 기준으로 바라본다. 생각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생각의 영역이 좁으면 무슨 일이든 얼토당토않은 일이 되고 생각의 영역이 넓으면 무슨 일이든 가능하게 된다.

맑은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눈 내리는 날, 바람 부는 날, 태풍 부는 날 등 산과 바다처럼 모든 것을 수용해야 한다. 단것만 삼키고 쓴 것을 뱉어내면 생각은 메말라져 외골수가 된다. 생각의 균형을 위해서는 무덤덤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내가 더 강해진다.

 

거울을 보듯 현재를 본다.

 

현재가 있어야 과거와 미래가 있다. 너무 뒤만 돌아보면 뒷걸음만 치게 되고 너무 앞만 보면 현재는 무의미해진다. 삶의 지혜는 현재의 충실함에서 얻게 된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실천하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세월의 경험치가 없는 지식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배운 지식은 계속해서 익혀야만 진정으로 내 지혜가 되는 것이다.

 

'나만의 글쓰기 > 잎사귀에 적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만의 독서법  (0) 2021.04.01
1만 시간의 법칙  (0) 2021.03.25
하루 6시간, 일주일 42시간  (0) 2021.03.03
3년 1,000권 독서  (0) 2021.02.25
거대한 산, 책을 만나다.  (0) 2021.02.20

1997년 나의 첫 해외여행이 시작되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약 1달 동안 하노이를 중심으로 베트남 북부여행을 다녀왔다. 2000, 뉴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10개월 동안 인도와 네팔을 여행했다. 낯선 곳에서 지낸 그때의 삶의 교훈은 인생의 여행자로서 삶에 초석이 되고 있다.

한 달 이상의 장기 여행이 좋은 이유는 여행이 일상이 되고 그 일상 속에 모험을 즐긴다는 점이다. 장기 여행은 정해져 있지 않은 불확실함과 수없이 마주하게 된다. 불확실한 순간과 만남은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인생과 세계관을 변화시킨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준비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 일상을 벗어나면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내 일상이 된다.

 

딱하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땀 흘려 일하고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듯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녔던 그 날들이 그립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 날씨와 상관없이 우울한 습기가 느껴진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소중하다. 한번 흘러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여행자로서 확실한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자유로운 내 모습을 생각하면 할수록 어느 장소이든 간에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한 줄기 바람처럼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다.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밤에 떠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노는 맛

 

1년 전, 나는 제주에 있었고 정확히 오늘 추자도로 향했다. 자연을 직접 보지 않고서 어떻게 글을 쓴단 말인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나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하늘은 맑아졌지만 바람은 멈추지 않아 파도가 심하다. 여행에 있어 파도가 심하게 출렁거리는 게 심각한 걱정거리는 아니다. 멀미로 고생한 여행이라도 보람과 살아있음을 느낀다. 퀸스타 2호 실내공기에 바닷냄새가 섞여 있다.

강풍이 휩쓸고 간 후 하늘도 땅도 그저 좋은 봄날이다. 바닷바람이 등을 떼밀어 추자도 숲길을 즐겁게 걷는다. 온전히 나를 보고 자연을 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이 순간을 누릴까?

사람의 자취가 거의 없는 곳으로 바람을 피해 이곳에 왔다.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연장하고 싶어 나바론 절벽에 가만히 서 있었다. 다시 추자도에 온다면 그때는 지금의 추자도는 아닐 것이다. 지금 난 차갑게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여행길에서는 나라는 사람의 꼬리표를 항상 떼고 다닌다. 유유자적 걷는 방랑의 삶도 참 멋지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봄 하늘, 흰 구름이 떠다닌다. 구름의 이동만큼 세월의 흐름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내 젊은 날의 자취가 구름과 함께 사라진다. 어떤 여행을 하든 간에 경험이 써 내려가는 삶의 드라마는 찬란하게 눈부시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

 

여행은 부자유를 거부하고 세상을 자유롭게 노니는 것이다. 일에 얽매여 삶이 지쳤을 때는 현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휴식과 삶을 찾아 떠나야 한다. 낯선 곳을 여행하면 할수록 바라보는 눈이 뜨이고 엉켜있던 생각의 끈이 실타래처럼 막힘없이 풀리게 된다. 바람의 방향에 자신을 맡기면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