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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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여행 3일차]

 하카타에서 나가사키 가기,

나가사키 여행[하시마(端島), 군함도(軍艦島), 구라바엔, 나베칸무리야마 공원, 오란다자카, 사이사키야(さいさき屋 築町店), 메가네바시(めがねばし), 안경교(眼鏡橋), 스와 신사, 일본 성인식, 나가사키 공원, 쓰키미 다옥(月見茶屋)],

하루요시야키토리(春吉焼鳥)

 

일출

 

동이 뜨지 않은 아침과 마주했다.

날 것 느낌이 물씬 풍기는 어둠은 우리를 미지의 어느 지점으로 인도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손을 마주 잡듯 어둠을 꽉 잡지 못했다.

다치면 안 되니까

문뜩 날카로운 새벽 공기가 내 손바닥에 상처를 남긴 것처럼 찌릿한 느낌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어떤 상처가 남아도 우리는 한 걸음씩 새벽 공기를 뚫고 걸어야 했다. 이 순간은 슬픔에서 기쁨으로 바뀔 때의 색감처럼 어둠에서 빛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 같았다.

오늘은 나가사키를 가겠다는 결심만으로도 즐거운 날이다.

 

에키벤 판매점
3 번 탑승구
RELAY KAMOME 5 특급열차
소고기 덮밥
무알콜 아사히맥주

 

기차여행에 마음이 들떴나 보다.

예전 북해도(홋카이도) 하코다테역에서 산 장어 덮밥이 생각났다. 도시락(에키벤) 판매점은 아직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무엇을 먹을지 고민에 빠졌다. 정확히 오전 7시에 문이 열렸는데 내가 원하던 장어 덮밥은 없었다. 잠시 고민 끝에 소고기덮밥을 골랐고 전자레인지로 데운 후 계산을 마쳤다.

오전 716, 기차를 탔다.

RELAY KAMOME 5는 하카타에서 다케오 온센(武雄溫泉)까지 가는 특급열차다. 3번 탑승구에서 3호차에 탑승한 후 10-C 좌석에 앉았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탑승객이 생각보다 적었다. 기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소고기덮밥 냄새가 열차 안에 가득 퍼지기 시작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냄새 때문이기도 했지만 배고파서 게걸든 사람처럼 순식간에 도시락을 비웠다. 어젯밤에 잘못 산 무알코올 아사히맥주로 기름진 입을 헹구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기차 밖 풍경

KAMOME 5  신칸센
다케오 온센역
JR 북규슈 레일패스 3일권과 기차 좌석표
나가사키역

 

금강산도 식후경

배가 부르니 기차 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빠르게 철길을 달려가는 기차의 속도만큼 추수를 마친 농촌 들녘을 끝없이 지나갔다. 서대전에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목포로 갈 때 보는 풍경과 아주 비슷했다. 다만 논에 밭고랑을 만들어 이모작을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여기가 일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냥 한국의 농촌 풍경이라 생각할 것이다.

기차를 갈아탔다.

다케오 온센에 도착하니 맞은편에 KAMOME 5 신칸센이 기다리고 있었다. 1호 차고 좌석은 4-C였다. 진회색 특급열차에서 흰색 신칸센으로 갈아타고 나가사키로 향했다. 특급열차보다 좌석이 넓고 편안했으며 무료인터넷에 충전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맘에 든 것은 신칸센은 정말 빨랐다. 31분 후인 오전 9, 우리는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나가사키 거리
나가사키 항구모습
데지마 워프

 

나가사키역을 빠져나왔다.

바다와 인접해서 그런지 날은 맑은 데 바람이 차가웠다. 기차역에서 나온 후 공사 중인 건물을 우측으로 돌아 인도를 따라 걸었다. 낯선 곳이지만 익숙한 듯 행동했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을 때 조급하지 않게 왕복 6차선 도로를 건넜다.

딱 이 정도 속도로 걸으면 적당할 것 같았다.

메가미다리(女神大橋) 너머 바다로 길게 뻗은 해안지형, 나가사키의 대표 야경명소 이나사야마 전망대, 평화로운 바다 풍경과 비교하면 적막감이 감도는 여객선 터미널과 데지마 워프를 지나 수변공원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나가사키를 눈에 담기 시작했다.

 

미쓰비시 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
하시마 ( 端島 )  일명 군함도 ( 軍艦島 ) 라 불리는 안내 사무실

 

일본 역사의 어두운 면과 마주했다.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軍艦島)라 불리는 안내 사무실과 인접 거리에 군함도 디지털 박물관이 있다. 바다를 마주하고 전범 기업 미쓰비시 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도 있다. 하루에 두 번 출항하는 배를 타고 많은 일본인이 군함도를 방문하고 있었다. 일본은 여전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징용은 모든 일본 국민에게 적용됐다.’라고 주장하면서 조선인을 일본 국민으로 취급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런 반성 없이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글로버 가든 (Glover Garden,  구라바엔 )
오히려 산 중턱에서 바라본 풍경
나베칸무리야마 공원 전망대

 

경사진 골목을 걸었다.

글로버 가든(Glover Garden, 구라바엔)을 외곽으로 끼고 돌면서 나베칸무리야마 공원으로 향했다. 인공적인 요소와 색채가 너무 강한 구라바엔에 620엔의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들어가 보고 싶진 않았다. 오히려 산 중턱에서 바라본 풍경이 자연스럽고 고상하며 우아한 품위가 느껴졌다.

아름다움의 본질은 색깔 속에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푸른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녹음이 우거진 산 등 일상생활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 대부분에는 색깔이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 색의 대비가 있어야 아름다움이 극에 달할 수 있다. 나는 기쁜 표정으로 나베칸무리야마 공원 전망대에서 드넓게 펼쳐진 나가사키 항구풍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곳엔 산, 바다, 도시, 하늘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늘어지게 잠들어 있는 고양이
구라바엔 스카이 로드에서 경사진 엘리베이터
아이와 엄마

 

엘리베이터를 탔다.

나베칸무리야마 공원에서 내려와 구라바엔 입구에서 수직 엘리베이터를, 구라바엔 스카이 로드에서 경사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평지로 내려왔다. 오토바이 위에서 늘어지게 잠들어 있는 고양이처럼 몸은 편했지만,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공자묘를 지나 오란다자카로 향했다.

오란다자카는 네덜란드식 주택이 있는 유서 깊은 거리를 말한다. 힘겹게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라가면서 무어라 종알종알하는 어린아이와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응원해주는 엄마의 모습이 한없이 정겨웠다. 호기심이 왕성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무언가에 걸려 무릎과 손바닥이 땅에 닿아도 벌떡 일어나 박수 다섯 번을 치며 씩 웃는 아이의 모습은 더없이 귀여웠다.

아이의 시선으로, 때론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정말 즐거울 텐데.’

 

사이사키야 ( さいさき 屋 築町店 )
오늘의 추천메뉴
생면
온(溫) 소바, 계란덮밥, 단무지 먹방

 

배가 고팠다.

차이나타운과 하마노 아케이드를 지나쳐 쓰키마치에 있는 사이사키야(さいさき屋 築町店) 소바전문점을 찾았다. 간판을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봐도 어떤 음식을 파는 식당인지 몰랐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메뉴판을 보게 되었고 출입문 왼쪽에 놓인 오늘의 추천메뉴를 발견했다.

そば(소바) 또는 うどん(우동)’

밖에서 볼 때는 조용했던 내부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끌벅적했다. 출입문 왼쪽 창문으로 생면을 뽑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오늘의 추천메뉴를 사진으로 보여주며 주문했다. 종업원이 뭐라고 연신 말을 하는데 우리가 못 알아들었지만 '온면(溫麪)'이란 단어가 들리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 소바, 계란덮밥, 단무지

계란덮밥은 허기진 배를 채울 만큼 양도 많았고 식욕을 한층 더 돋웠다. 바람이 불어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딱 어울리는 온() 소바의 육수는 전혀 짜지 않았으며 무언가가 숙성된 깊은 맛이 느껴졌다.

'소바가 육수에서 살아있다.'

 

하트 모양의 돌
메가네바시 ( めがねばし ) 는 일명 안경교 ( 眼鏡橋 )

 

다시 혈기가 왕성해졌다.

나가사키 최대의 번화가 하마노 아케이드를 걸었다. 오전보다 많아진 사람들은 활기찬 걸음을 걷는다. 이곳에서는 상점 구경보다 사람 구경이 더 재미있다. 나카시마 강이 흐르는 북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을 중심으로 좌우에 평범한 일본식 가옥이나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10여 개가 넘는 오래된 돌다리가 있었다.

그중 메가네바시는 돌로 만든 아치형 다리를 통칭하는 말이다. 메가네바시(めがねばし)는 일명 안경교(眼鏡橋)라 불린다. 다리 자체와 수면에 비친 모습이 합쳐져 안경처럼 보이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메가네바시 상류 방향 산책로에서 하트 모양의 돌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나카시마 강을 유유히 헤엄치고 다니는 잉어처럼 상류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꼬마들의 가위, 바위, 보
스와 신사 대문
녹나무
일본 성인식

 

꼬마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뭐가 그리 유쾌한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꼬마들은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계단을 내려오고 엄마들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그 뒤를 쫓아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아기자기한 꼬마들의 신나는 놀이를 도로에 서서 한참을 바라다보았다. 나도 잠시지만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꼬마들이 내려온 계단을 올랐다.

여러 개의 도리이(とりい)를 지나니 스와 신사 대문이 보였다. 비탈진 계단은 비탈진 마을이 많은 나가사키를 상징한다. 그 왼쪽으로 병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녹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대문을 지나는데 기모노를 예쁘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을 발견했다. 20세 성인이 된 날을 기념하려고 후리소데를 입고 스와 신사를 찾은 것이다. 후리소데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입는 기모노 중에는 가장 격식을 갖춘 것으로 의상 전체에 색감이 넘치는 무늬가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나가사키 공원내 수목

 

스와 신사 옆에는 나가사키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은 나가사키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며 잉어와 거북이가 헤엄치는 가장 오래된 분수를 재현해 놓았다. 나가사키 중심부에 위치하여 접근성도 좋고 주변이 녹음으로 둘러싸여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었다.

나무껍질을 보고 언뜻 떠올랐다.

배롱나무, 모과나무, 노각나무처럼 뱀 껍질 모양으로 색깔을 달리하는 나무껍질 모양. 그런데 이 나무 이름을 모르겠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수평선을 바라보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번져나가듯 모호해진다. 이처럼 뭉개버린 듯 짓눌린 녹음이 숲과 나무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곳은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기에 나는 여전히 가을의 정중앙에 서 있었다.

 

쓰키미 다옥(月見茶屋)
보타모치 (ぼたもち)

 

쓰키미 다옥(月見茶屋)에 들어갔다.

우동 전문점이지만 덮밥류도 있고 보통은 우동에 보타모치(ぼたもち)를 함께 먹는다고 한다. 오늘 하루도 나가사키 이곳저곳을 많이 걸어 다녔다. 허기도 달래고 잠시 쉬어도 갈 겸 말차와 함께 보타모치만 맛보기로 했다.

보타모치(1인분 5) 580

보타모치는 찹쌀과 멥쌀을 섞어 쪄서 팥고물이나 콩가루를 묻힌 떡을 말한다. 인절미와 아주 비슷한 것이 아니라 똑같았다. 생각보다 보타모치의 크기가 커서 잠시 당황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낱개로 시켰을 텐데. 일본어를 못하는 우리가 잘못이지. 약간 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꽤 좋은 맛이었다. 말차와의 궁합이 아주 좋았다.

 

나가사키역
JR 북규슈 레일패스 3일권과 기차 좌석표
하카타역
나카스 크리스마스 트리
나카 강

 

나가사키 여행은 끝이 났다.

오후 443분 출발하는 KAMOME 44 신칸센을 타고 다케온 온센에서 RELAY KAMOME 44 특급열차로 갈아탄 후 17분 연착한 오후 630분에 하카타역에 도착했다. 친구 K와 헤어져 각자의 저녁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카스와 텐진거리를 걸었다. 이미 어둠의 보자기가 세상을 뒤덮고 있었지만, 크리스마스 조명장식과 거리의 네온사인이 나카 강에 반사되어 두 배의 빛으로 힘을 합쳐 어둠에 저항하고 있었다.

 

하루요시야키토리 ( 春吉焼鳥 )
생맥주와 메뉴판
닭과 돼지 꼬치, 하이볼
고독한 뚜벅이

 

하루요시야키토리(春吉焼鳥)에 갔다.

딱 한자리 남은 문 앞 좌석에 앉았다. 내 귀에 들리는 건 일본어, 눈앞의 메뉴도 일본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일본사람이었다. 여기서 당황하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호기 있게 한마디 했다.

나마비루

생맥주를 마시며 닭과 돼지 꼬치를 주문했다.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켰다. 그곳에 닭 계() 돼지 돈()이 있었다. 메뉴판에 아는 한자가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생맥주를 다 마시고 하이볼을 주문했다. 하이볼이 너무 싱거웠다. 위스키 소량에 얼음과 탄산수만 많이 넣은 것이다. 하이볼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꼬치를 먹었다. 이곳에서의 고독한 기분만큼 어느새 밤이 깊어졌다.

호텔로 돌아가 진한 버번위스키 JIM BEAM이나 마시자.’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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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여행 2일차] 

JR 북규슈 레일패스 교환 및 지정석 예약

후쿠오카 시내 유람

(스미요시 신사, 구시다 신사, 캐널시티 하카타, 오후라 공원, 키와미야 함바그, 오키요 식당, & LOCALS Ohorikoen 등)

 

호텔에서 바라본 하늘
Yanagi Bridge(나카강)

 

하루가 지나갔다.

아니 눈 깜짝하는 사이에 하루가 흘러갔다. 커튼을 젖히고 밖을 내다봤다.

내 마음은 화창한데 하늘의 구름은 연회색이구나.’

어차피 오늘 날씨가 흐린 건 변함없을 테니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맑음으로 바꾸어야겠다.

나카 강이 바다로 흐른다.

물의 도시 후쿠오카는 아침이 되어서야 말끔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도로 왼쪽으로 달리는 차들, 마스크를 쓰고 잰걸음을 걷는 사람들, 밤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각양각색의 간판들, 나카 강의 힘찬 흐름만큼이나 우리도 오늘 하루를 활기찬 걸음으로 시작했다.

 

스미요시 신사

 

우리나라보다 긴 녹색 신호등을 통과했다.

스미요시 신사의 무뚝뚝한 콘크리트 도리이를 발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발견되는 십자가가 이곳에서는 신사의 도리이로 대신하는 것 같았다. 신사를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비둘기 몇 마리를 제외하고는 그 흔한 나뭇잎조차 흩날리지 않았다. 신사 마당은 누군가에 의해 머리의 가르마를 타듯 정갈하게 비질이 되어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신사를 찾는 일본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너나 할 것 없이 무언가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는 모습에서 신앙의 깊이가 느껴졌다.

 

하카타역 JR  레일패스 교환소
레일패스 지정석 신청서
하카타역 레일패스 교환창구
JR  북규슈 레일패스 3일권

 

[JR 레일패스] JR 북규슈 레일패스 교환 및 지정석 예약, 기차타는 방법은?

 

하카타역에 왔다.

클룩(KLOOK)에서 구매한 JR 북규슈 레일패스 3일권을 교환하고 여행에 필요한 지정석 예약을 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는 교통 패스를 이용하여 여행을 다니는 것이 매우 경제적이라는 것을 이전 6번의 일본여행으로 알고 있었다.

오전 930분이 막 지났을 뿐인데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지정석 신청서를 작성했다. 월일, 출발역, 도착역, 출발시각 등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교환창구의 직원분과 말은 잘 안 통해도 친절하고 꼼꼼하게 지정석을 예매해 주셨다. 줄을 서고 30분 만에 오늘 해야 할 단 한 가지 중요한 일은 끝이 났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후쿠오카시를 유람하고 다니면 된다.

 

키와미야 함바그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하카타역에서 2분 거리이고 하카타 시외버스터미널과 같은 건물에 있는 키와미야 함바그에 갔다. 오전 1030분밖에 안 되었는데 우리 앞에 10팀이나 줄을 서고 있었다.

‘30분이나 남았는데’ ‘그냥 갈까?’ ‘기다릴까?’

우리의 선택은 기다림이었다. 바람이 불어 쌀쌀한 날씨였지만 줄을 서서 기다렸다. 30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줄을 서 있는 동안 주문이 진행되었다. 우리도 메뉴판을 보고 세트메뉴로 주문을 했다.

정확히 오전 11시에 식당에 들어섰다.

식당은 6명씩 3, 18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테이블이나 의자 간격이 넓은 것은 아니었다. 테이블마다 물, 앞치마, 젓가락 2, 물티슈가 놓여 있었다.

 

내부모습
함바그 숯불구이
함바그 스테이크

 

줄을 선 순서대로 음식이 나왔다.

사전에 주문을 다 받아놓고도 음식은 한참이 지나서야 나왔다. 그동안 함바그 만드는 과정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10분이 더 흐른 후 우리에게도 음식이 나왔다. 함바그 스테이크가 생각보다 작아서 L로 주문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함바그 스테이크를 제외하고는 모든 음식이 무한리필이라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앞치마를 착용했다.

조그만 크기로 고기를 떼어내어 둘 위에 평평하게 펴서 앞뒤로 뒤집으며 구웠다. 젓가락이 왜 2개인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나무젓가락으로는 음식을 먹고 스테인리스 젓가락으로는 함바그 스테이크를 구웠다. 잘 구워진 함바그 스테이크를 기본 소스에 찍어 밥과 함께 먹었다.

정말 맛있다.’

함바그 스테이크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 미소국, 샐러드도 리필했다. 시간이 지나 돌이 식어서 함바그 스테이크가 잘 안 익었다.

 

이시체인지
ㅗㄹ
후식 아이스크림
계산서

 

이시체인지

뜨거운 돌로 바꾼 후 다시 함바그 스테이크를 구웠다. 소고기 향을 가득 머금은 연기를 내뿜으며 함바그가 치직, ~~~소리를 내며 익어갔다. 먹고 굽고의 반복이 쉴 새 없이 계속되었다. 샐러드를 또 리필했다. 어느새 배가 불렀고 함바그는 종적도 없이 내 뱃속으로 사라졌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수저로 한 입 떠먹으니 기름졌던 입안이 말끔해지는 것 같았다. 수저로 떠먹는 횟수가 증가할 수로 머리가 점점 띵해졌다. 아이스크림 리필은 무리였다.

카드로 결제를 마쳤다.

23,168(세금 포함)이고 11,584엔이었다. 시당 밖으로 나오니 대기 줄이 길었다. 우리가 지금 이곳에 왔다면 당연히 그냥 갔을 것이다. 뜨거운 돌에 직접 구워 먹는 신선한 소고기 함바그 스테이크는 황홀할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다.

 

일본 직장인 점심 도시락 구매현장
Jotenji-dori Ave
골목

 

여행에 정해진 길은 없다.

다만 낯선 곳을 걸어가는 과정에 무언가를 발견하는 기쁨이 있을 뿐이다.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빌딩에서 나와 도시락을 사려고 골목에서 줄을 서는 광경을 목격했다.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이 불과 500엔 내외의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모습이라 한참을 서서 구경을 했다. 기회가 있다면 도시락을 사서 먹어보고 싶었다.

내가 한 여행이 정답은 아니다.

이 세상에 정답이 있는 여행은 없다. 낯선 곳에서는 관심사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여행방식이 달라진다. 구시다 신사 앞 좁은 골목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번화한 대로변보다는 으슥해 보이는 이런 골목에서 난 삶의 냄새를 맡는 것을 즐겼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구시다 신사
천년넘은 은행나무
기온 야마카사의 장식 수레

 

구시다 신사는 평범하고 깔끔하고 고요했다.

757년에 세워진 신사로 불로장생과 상업 번성의 신을 봉안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신사 입구 왼쪽에 하카타 제일의 고목이 서 있었다. 줄기는 거대했고 잎은 여전히 무성했다. 천년이 넘은 불로장수의 신성한 나무로 알려진 은행나무였다.

신사에는 커다란 기온 야마카사의 장식 수레가 있었다.

기온 야마카사는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축제이다. 축제 기간은 매년 71일부터 15일까지로 13세기 중반에 역병 퇴치를 빌며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명성황후 시해 당시 사용됐던 칼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교차로와 골목
자전거 주차장
가와바타 시장

 

후쿠오카시 도보로 유람은 계속되었다.

캐널시티 하카타에 잠시 들렸다. 쇼핑을 거의 하지 않는 우리에게는 즐거운 장소로 여겨질 수 없는 곳이다. 오히려 주차장에 주차된 자전거의 모습에 더 눈이 갔다. 자전거 주차장도 놀랍지만 일사불란하게 정렬된 그 모습에 더 놀랐다.

정말 일본다웠다.’

우리는 교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넜다.

냇가, 강가란 뜻의 가와바타(かわばた) 시장을 걸었고 나카스와 텐진을 스쳐 지났다. 인적이 드물어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바닷가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눈치챘다.

정답은 한가지가 아니라 사람마다 달라야 한다.

나름의 여행방식으로 낯선 장소를 즐기면 그게 곧 여행이 된다. 여행은 어쩌면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과 마주하는 것이다.

 

오키요 식당

 

 

오키요 식당은 선어 시장회관 1층에 있었다.

해산물 전문 식당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일부러 찾아간 식당이다. 어차피 일본말을 모르니 밖에 전시된 모형 음식들을 보고 주문할 생각이었다. 모형 음식과 실제 음식은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에겐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점심을 먹기에 오후 2시는 늦은 시간이었다.

여전히 홀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온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식사하러 들어왔다. 마치 우리나라 여느 식당에 들어선 것처럼 실내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본에서 내가 찾던 그런 분위기의 노포 식당이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사인 액자들이 이곳이 어떤 식당인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메뉴판
주문 완료

 

예상했던 것처럼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진으로 보여준 모형 음식은 이미 품절이었다.

'어떡하지?'

1~2분 정도의 짧은 순간이 지났을 때 한 청년이 다가와 영문으로 된 메뉴판을 주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두 눈을 크게 뜨고 그 청년을 바라봤다.

What kind of food do you recommend?

um……. I recommend this one, that one.

seafood bowl(海鮮丼 1,200)

special seafood bowl(特上海鮮丼 2,000)

OK... we have them.

청년이 추천한 메뉴는 해산물 덮밥(카이센동, かいせんどん)이었다.

 

special seafood bowl(特上海鮮丼 2,000엔)-위, seafood bowl(海鮮丼 1,200엔) - 아래
영수증

 

5분쯤 더 지났을 때 음식이 나왔다.

두 음식의 가격 차이 때문에 청년이 음식을 나르면서 누가 special(特上)을 먹을 것인지 물었다. 내가 친구 K에게 양보했다.

'많이 먹고 힘내'

식당에서 공짜로 주는 쓰디쓴 말차에 분노하지 말고.

다양한 종류의 회는 신선하고, 두꺼웠으며 씹으면 씹을수록 혀에 느껴지는 고소함이 좋았다. 내가 직접 와보고 먹어보니 왜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식당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신선하고 맛있는 회덮밥을 먹고도 가격은 3,300엔밖에 안 나왔다. 오전 8시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정식가격도 750엔이기 때문에 아침을 거르지 않는 나에게는 최고의 식당이다.

'여행 중 절대로 2번 이상 같은 식당을 가지 않는다'

아 소신을 지켜야 했기에 재방문은 다음 여행에서 하기로 했다. 다음에는 간장에 적당히 잘 조린 생선조림 메뉴를 먹어보고 싶다.

 

오호리 공원

 

배가 너무 불렀다.

3시간도 안 되어서 푸짐하게 두 끼를 먹었다. 더 열심히 걸어야 또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호리 공원 방향으로 골목을 걸어갔다. 모퉁이에서 긴 줄을 발견했다. 면발은 굵은 우동으로 유명하고 미슐렌에 선정된 시나리였다. 두 눈 질끈 감고 모른 척 지나쳤다.

오후라 공원에 들어섰다.

우리처럼 공원을 걸으며 즐겁게 산책을 하는 사람,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 풍경을 흘낏 쳐다보는 사람, 자전거에 아이를 앞뒤로 태우고 바람을 가르며 내달리는 사람,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듯 삼삼오오 트랙을 힘차게 달리는 사람, 호수 가장자리에 이름 모를 수초를 끌어내는 공원 관리자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있었다.

 

& LOCALS Ohorikoen
내부모습
말차

 

망설임 없이 & LOCALS Ohorikoen에 발을 들였다.

오호리 공원 남쪽에 있는 이곳은 새롭게 꾸며진 만큼 넓은 창을 통해 오호리 공원을 바라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따뜻한 바람이 너무 시끄럽지 않게 천장에서 아래로 붙어왔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창밖 풍경은 오가는 사람들만 시시각각 변할 뿐인데도 색다른 장면처럼 여겨졌다.

천천히 말차를 음미하며 마셨다.

너무 뜨겁지 않은 말차를 빨리 마시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은 전혀 없었다. 그저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창밖의 모습을 보며 웃고 이야기하면 그만이었다. 그것만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여겼다.

 

오호리 공원의 긴 그림자
텐진 거리

 

긴 하루였다.

우리가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는 해가 서쪽 하늘로 기울기 시작했다. 서쪽의 해는 동쪽으로 걸어가는 우리 그림자를 점점 길게 만들었다. 오후가 저녁으로 기울면서 오후라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점점 생동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한낮보다 서늘해진 텐진의 어둠을 뚫고 밤 골목을 걸은 후 나카 강을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이곳저곳에서 밤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이 시끌벅적 떠들면서 우리 주위를 지나쳤다.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구글지도, 하카타역-Cross Life Hakata Yanagibashi 1.4km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에서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동안  총 6박을 숙박했습니다.

 

하카타역 및 하카타 버스터미널에서

1.4km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 외부모습

 

주소

〒810-0003 福岡県福岡市中央区春吉1丁目6−5

 

전화번호

+81927333900

 

1층 로비, 리셥센 및 셀프체크인/무료 에머니티(칫솔, 면도기) - 아고다 홈페이지 사진참조

 

신축호텔이라 외관 및 내부시설이 깨끗합니다.

리셥센에 한국말을 하실 수 있는 여직원이 계셨습니다.

 

호텔내부 어느곳이든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층 식당 및 휴게실 - 아고다 홈페이지 사진

 

2층에는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과 휴게실이 있습니다.

 

2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정면의 조그만 방에 얼음이 나오는 기계와 전자렌인지, 세탁기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아쉽지만 정수기는 비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11층 1105호 컴포트 트윈룸 - 소파베드

 

아고다앱을 이용하여 여행 40일전에 예약을 했습니다.

(아고다 VIP / Platinum으로 예약시 할인해택을 받았음)

 

총 금액은376,746원 결제를 하였으며

1인 기준 188,373원씩 지불하였습니다.

 

11층 1105호 컴포트 트윈룸 - 소파베드

 

창문을 열리지 않지만

소파베드 뒤편, 창문 벽 아래 환기시설이 있습니다.

 

청소와 정리는 매일 해주시고 생수 3병을 매일 주십니다.

냉장고 위에 커피포트와 컵도 있습니다.

 

네플릭스, 유튜브 등

양한 채널을 볼 수 있는 TV가 있습니다.

 

화장실

 

세면대 및 화장실(비데 설치됨)과 샤워실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거품비누, 수건, 드라이기, 컵, 삼푸, 린스, 바디워시 등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잠옷

 

냉난방기와 공기정정기가 있습니다.

 

특히.. 잠옷이 있어

푸근한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7번 일본여행(오사카/동경 등 본토 종주, 대마도 종주, 오키나와 종주, 북해도 종주)을 왔는데

이번에 숙박한 후쿠오카의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가 가성비 및 모든면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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