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용눈이오름



새벽부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날씨가 맑았다면 일출을 보러 성산일출봉을 다녀왔을 겁니다.


제주여행을 시작한지

오늘로서 어느새 일주일이나 되었습니다.





여전히 거센 제주도 겨울바람을 뚫고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하고 있는 용눈이오름을 찾았습니다.


서사면 기슭에는 정상부가 주발모양으로 오목하게 패어 있는

아담한 기생화산과 원추형 기생화산인 알오름 2개가 딸려 있어서 

눈이오름은 여러종류의 화구로 이루어진 복합형 화산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368개 오름은 저마다 긴 역사와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오름의 형세가 누워있는 용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용눈이오름이라고 하며

오름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분화구가 용의 눈처럼 보인다고 하여 용눈이오름이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주차장은 한가했습니다.


겨울에 찾는 용눈이오름은

혼자여도 좋지만 아는 사람과 같이 와도 아주 좋은 곳입니다.





오름의 비경을 보며 걷다보니 영화 늑대소년이 생각납니다.


 철수(송중기)와 순이(박보영)가 신나게 내달리며

마음껏 즐거워하던 그곳에서 영화의 여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까칠하던 순이가 철수와 더불어 공을 차면서

마음껏 웃고 달리던 장면은 용눈이오름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남북으로 비스듬히 누운 용눈이오름은

부채살 모양으로 여러가닥의 등성이가 흘러내려 기이한 경관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용눈이오름은 북동쪽의 정상봉을 중심으로

세 봉우리를 이루고 있으며 그 안에 동서쪽으로 다소 트여있는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습니다.







바람이 분다.

아름다운 풍광이 나타났다.

나는 이곳에서 바람을 맞았다.

- 뚜벅이 바람맞은 날에 - 


바람은 무서울정도로 거칠게 불었지만

오를만한 오름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용눈이오름에 올라섰습니다.






용눈이오름은 오랜 사진 작업을 통해

세간에 오름의 진가를 알린 두모악의 고 김영갑 작가가 가장 사랑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어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다녀오고

오늘 용눈이오름에 올라서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용눈이오름에 올라와서 보니

몸이 고단할때 자연치유할 수 있는 힐링장소로서, 

제주의 멋진 경관을 돌아보고 싶을 때에도 아주 제격인 곳입니다.


지미봉,

은월봉,

두산봉,

우도,

성산일출봉,

대왕산,

수산봉

까지 훤히 다 보였습니다.






남거산,

유건이오름,

모구리오름,

후곡악,

궁대악

까지 훤히 다 보였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풍요가

사람의 마음도 넉넉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오름의 전사면은 잔디와 함께 풀밭을 이루는

아름답고 전형적인 제주오름의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풀밭에는 말들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오름이 넓지는 않지만 그 품안이 넓게만 느껴집니다.





용눈이오름의 또다른 매력은

능선이 만들어내는 곡선의 관능미일 겁니다.


흐린 겨울하늘을 배경으로 유연한 곡선을 보여주는 능선은

나무 하나가 없어 그늘이라고는 없지만 왠지 그 길을 걷고 싶게 만드는 마법이 있습니다.





비록 억새꽃이 졌지만 억새 가득한 용눈이오름에서

다짐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다랑쉬오름을 쳐다봤습니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지만

나의 옷차림과 표정은 억새의 포근함을 닮아 있습니다.

[제주여행]김영갑갤러리두모악



부산스럽지 않은 제주 겨울의 늦은 오후에

천연한 제주자연을 오롯이 찍은 사진작가 고 김영갑을 만나기 위해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하고 있는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찾았습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서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20여 년간

제주도만을 사진에 담아온

김영갑 선생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김영갑 선생은 2005년 루게릭병을 얻어

4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과 이별을 하셨습니다.


투병 중에도 두모악 만들기에 전념해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개조하여 2002년 여름에 두모악 문을 여셨습니다.








두모악 입구에 첫발을 디디면

 깡통인형이 '외진 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한발자국 더 걸어들어가면

아름다운 자연이 가득한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김영갑은 1982년부터 제주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다 제주의 자연, 아니 제주에 반해 1985년 아예 제주에 눌러 앉았습니다.


그는 왜 제주를 선택했을까요?





요즘 우리들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때 여행을 선택합니다.


여행하면 떠오르는 장소가 제주입니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는 우리의 삶과 다르게

평온하게만 보이는 제주의 삶이 쉼터처럼 보이기때문입니다.


그도 그런 맘이었을까요??








그는 병마가 막 그를 찾아왔을 때

폐교인 삼달분교를 손수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장을 채운 각종 식물들과

조형작품들이 연이어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조그마한 공간인 이곳에다 제주의 바다를 비롯하여 

한라산과 오름, 중산간 그리고 들판과 구름까지도 모두 들였다 놓았습니다.


그의 마지막 숨은

그가 스스로 일군 공간에서 거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뼈가 이곳에 뿌려졌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는데

30분도 안 걸릴만큼 두모악은 크지 않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에 두모악을 찾아서

내부전시장인 두모악관과 하날오름관은 구경하지 못하였고

정원과 야외 전시장만을 구경하였습니다.








각자의 정해진 위치에서

제 멋을 맘껏 뽐내고 있는 투박해 보이는 조형물들도

제주 특유의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위치와 모양으로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사색에 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갤러리 뒷편의 무인찻집을 찾았습니다.


갤러리와 어울리는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캡슐커피, 코코아, 한방차, 허브차 등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늦게 두모악을 찾아왔기에

소박하지만 깨끗하게 꾸며진 무인찻집에서도 오래 머물수가 없었습니다.






두모악에 머무는 동안에는

예술가의 숭고함 혼이 담긴 고요함이 전해주는 말에 귀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사진작품만을 감상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

야외에 전시된 다양한 조형작품도 감상할 수 있으며 추억의 공간인 폐교에서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시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방문하게 된다면

갤러리에서 사진작품을 감상하고, 야외 전시장의 조형작품들을 천천히 산책하면서 구경한 후

무인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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