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래킹 후기 5편 - "아주르 ABC"

 

 

"아주르 ABC"는 네팔어로

우리나라 말로는 "실례합니다. 안나푸르나(A) 베이스(B) 캠프(C)"를 의미합니다.

 

  

 

 

ABC트래킹이 시작된 5일차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ABC에 가는 날입니다. 가슴이 설레어 기분이 들떠 있습니다.

오늘 일정은 MBC - ABC - MBC - 데우랄리 - 히말라야호텔 - 도반 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화장실을 여러번 들락날락한 끝에

먼동이 채 떠오르지 않은 새벽 4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기상을 했습니다.

 

 

 

 

ABC트래킹을 시작한 후 '단순하고 부지런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잉의 시대를 살다온 우리에게 끊임없이 버리고 지독하게 단순해지는 훈련을 시켜주는 듯 합니다.

 

 

 

 

오늘 새벽 새참은 누룽지입니다. 아침식사는 ABC에서 라면을 먹기로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자주 누릉지를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고소증과 추위에는 아주 좋은 음식입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뜨거운 누룽지가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아 시원하다."


외국인들이 들으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말을 연신 내뱉습니다.

저 뿐만아니라 누룽지를 드시는 모든 분들의 입에서 똑같은 말이 나옵니다.

 

 

 

 

 

새벽 5시 50분쯤...

ABC로 향하기 직전에 안나푸르나 남봉과 산맥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름답습니다. 미러리스(위)와 핸드폰(아래)으로 똑같은 사진을 찍어봅니다.

정말로 소중한 것은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드디어 ABC를 향해 힘찬 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은선 대장, 유라시아트렉 서기석 대표, 탠디 현지 어시스턴트 셰르파, 이정수 도전자, 제가 선두에 섰습니다.

 

 

 

 

자네... 자네... (출발... 출발...)

ABC트래킹 후기 2편 제목입니다.

 

그 뒤를 일렬종대를 이루며 나머지 분들이 따라오고 계십니다.

 

 

 

 

비스따리 자누스 (천천히 걸어가세요)

ABC트래킹 후기 2편 제목입니다.


MBC(3,700m)에서 ABC(4,130m)까지는 약 2km정도 거리이지만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평탄해보이는 길조차도 힘겹게 느껴질 뿐입니다.

선두를 제외한 모두 분들이 연신 가뿐숨을 몰아쉬면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ABC트래킹을 하면서 다시금 느낀 것은

인간은 육체노동으로 사는게 가장 정직하고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삶은 나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인생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오늘 내 인생에 아름다운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산군들을 들여 놓았습니다.

자연이 저에게 준 선물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MBC를 출발한지 1시간이 지났습니다.

오은선 대장과 서기석 유라시아트렉 대표가 먼저 ABC로 향했습니다.


지병이 있으신 이정수 도전자가 다리에 통증을 호소합니다.

상당히 놀랐지만, 잠깐의 휴식을 통해 이내 괜찮아지셨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결국 탠디 어시스턴트 셰르파와 제가 이정수 도전자를 호위하면서

선두에서 ABC까지 함께 걷지 않은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살얼음이 언 계곡옆으로 길이 ABC까지 이어집니다.

 

단단한 돌이나 쇠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깨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물은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깨지는 법이 없습니다.

물은 모든 것에 대해서 부드럽고 연한 까닭입니다.

ABC에서 발원한 이 골짜기의 물을 보면 그 앞에 있는 모든 장애물을 대해서

스스로 굽히고 적응함으로써 줄기차게 흘러 드디어 모디콜라가 되는 것입니다.

 

 

 

 

 

저 멀리 ABC가 눈에 들어옵니다.

잠깐씩 멈춰서서 사진도 찍어봅니다. 사진마다 예술작품입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드디어 ABC에 도착을 했습니다.

 

 

 

 

MBC에서 출발한지 1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7시 30분!!!

신체 건강한 정상인들도 쉽지 않은 트래킹 코스인데.. 아무런 사고도 없이... 저와 함께 제일 먼저... 이정수 도전자가 도착을 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신 이정수 도전자에게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등산, 등반, 트레킹에는 싸우는 상대도 없고, 심판도 없습니다.

산을 오르는 것은 경기가 아니라 단지, 나 자신과의 싸움이 있을 뿐입니다.

 

 

 

 

 

15년만에 ABC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인생을 바꾸는 것은 엄청나게 큰 일들이 아니라

평소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던 사소한 것들이 때로는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대변수로 등장합니다.

 

 

 

 

 

아무런 준비도, 대책도 없이... 젊음의 패기만을 가지고 15년전 이곳 ABC를 방문했습니다.

그날의 그 경험이 지금 제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대변수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의 풍요로운 경험이 오늘을 지탱해주고 미래를 살게 만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ABC가 반가웠던지 오은선 대장이 환화게 웃고 있고,

블랙야크 부부셰르파로 유명한 이상철, 김태양 셰르파는 연신 기념촬영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올라올때까지 ABC의 롯지에서 따뜻한 생강차도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1시간 정도 더 지난 8시 45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걱정했던 박정옥 도전자도 도착을 했습니다.

모든 분들이 ABC에 도착을 한 것입니다. 다행입니다. 한명의 낙오자도 없습니다.

 

 

 

 

 

아침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라면입니다.

찬밥을 비롯해 김치와 깍두기가 테이블에 놓이고 드디어 라면이 나왔습니다.

 

 

 

 

냄새 죽이고... 비줄얼 죽입니다. 라면을 먹는데... 갑작스럽게 ABC가 울음바다가 되어버렸습니다.

혹자는 라면(신라면)이 매워서 그렇다는데... 무탈하게 모두 ABC에 와서 저절로 눈물이 흐른것 같습니다.

 

 아마도 기쁨에 눈물일겁니다.

 

 

 

 

 

ABC 트래킹 일정 중 오은선 대장 선두에서 가장 오랜시간 이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침식사로 라면을 맛있게 먹은 후 단체사진을 찍으로 이동하기 직전에 오은선 대장과 함께 안나푸르나 산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사진과 ABC에서의 단체사진은 내 인생의 또다른 추억사진으로 남을 것입니다.

 

 

 

 

ABC에서의 추억이 깃든 단체사진을 찍고...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 추모비가 있는 곳으로 제일 먼저 이동을 했습니다.

 

 

 

 

천상에도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을 그대들이여!


그들앞에 먼저 소주 한잔 따라 올렸습니다.

잠시후, 모든 분들이 모여서 그들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들은 걷지 않은 길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걷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


노랗게 물든 숲속에 둘로 가라진 길.

이 한 몸 한꺼번에 두 길을 갈 수 없어

섭섭히 여기며 오랫동안 서 있었네

길이 휘어 덤불로 사라지는 곳까지


이윽고 다른 쪽을 걸으니 역시 아름다운 길

풀이 무성하고 인적이 덜해

마음이 그쪽으로 더 끌린 걸까

하기야 지나다닌 흔적으로 말하자면 두 길이 거진 같았었지


그날 아침 두 길 모두 잎이 덮여 있었는데

아직은 아무도 걸은 자국 없었지

어쩌랴, 첫째 길은 훗날 걸을 수 밖에

하지만 길이 길로 통하는 세상이니

그 길을 걷게 될 날 기약 없었네


멀고먼 훗날 어딘가에서

한숨지며 오늘 일을 말하고 있으리라

숲속에서 두 길이 갈라졌는데

인적이 덜한 길을 택했었기에

오늘의 이 운명이 정해졌다고

 

 

 

 

 

짧았던 ABC에서의 순간과 아름다운 산맥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하산을 해야 합니다.

ABC트래킹을 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냥 사는 것과 건강하게 사는 것은 다릅니다.

삶의 길이는 현대의약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삶의 깊이는 조절할 수 없습니다.


옛 조상들은 밭에 콩을 심을때, 반드시 콩알을 세알씩 심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땅 속의 벌레들을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새와 짐승들의 몫으로,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벌레, 새, 짐승, 사람은 모두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것을 ABC의 대자연속에서 새삼 되새겨봅니다.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물론 오은선 대장, 서기석 유라시아트렉 대표, 제가 선두에 섰습니다.

 

 

 

 

 

고소증은 고도를 낮추면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아마도 모두들 서서히 고소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MBC를 지나 데우랄리까지 거침없이 걸어갔습니다. 그래서 하산길의 사진은 별로 없습니다.

 

 

 

 

 

오후 12시 15분에 데우랄리에 도착을 했습니다.

올라갈때에 비하면 2배의 시간을 단축한 것입니다.

하산길이라 그런지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할 뿐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점심식사로 자장밥을 먹었습니다.

네팔에서... ABC트래킹을 하면서... 정말로 한국음식 제대로 먹고 갑니다.ㅋㅋ

 

 

 

 

점심식사 후... 하산은 계속되었습니다.

이제는 오은선 대장과 저 둘만이 선두에서 거침없이 하산을 하고 있습니다.

 

 

 

 

오후 3시 40분... 사소한 대화를 나누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인 도반에 도착을 했습니다.

가장 먼저 도착해서 제일 먼저 뜨건물로 샤워를 했습니다. 뜨거운 물 이용은 150NPR을 주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방배정이 끝나고... 한두 사람씩 모이다 보니 어느덧 술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동안 숨겨두었던... 아니 아껴두었던... 한국 소주가 나타났습니다.

이 파티는... 저녁식사 후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못처럼 환한 얼굴로 큰소리 내면서 웃었던 밤이었습니다.


이제... ABC트래킹 일정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언제 지나가나 했던 시간들이 벌써 과거형이 되어버렸습니다.


to be continue.... 6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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