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주봉 산행 - 오은선과 더불어 사는 세상 '시산제'

 

 

블랙야크 충청셰르파 2월 이벤트 산행의 일환으로

옥천 안남면 둔주봉에서 '오은선과 더불어 사는 세상'의 시산제에 참석을 하기로 했습니다.

 

전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겨울비는 오늘 아침에도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옥천 안남면 둔주봉을 가기 위해

저는 집 인근의 유성온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대전역으로 갈 예정입니다.

 

지하철 타고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옥천버스운송 노선으로 안남면에 갈 계획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즐거운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전역에서 무궁화호 기차를 탄 후, 11분만에 옥천역에 내렸습니다.

너무나도 빨리 옥천역에 도착을 했기에 기차안에서 책을 읽는 등의 무언가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른 아침의 한가로운 옥천역을 빠져나와

횡단보도를 건넌 후 우체국을 인근의 옥천버스운송에 도착을 했습니다.

 

안남면으로 향하는 버스는 40분 후에나 출발을 합니다.

그래서 천천히 옥천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금구천이 흐르는 금구교를 지나

옥천시내를 통과하여 중앙교까지 거침없이 걸었습니다.

 

 

 

 

이른 아침의 옥천시내는

도시와는 뭔가 많이 다른 느낌의 활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벌써 문이 열려 있고

약을 사는 사람도 있는 옥천 중앙약국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대학교 동창의 아버님이 운영하시는 약국입니다.

옥천에 온 김에 안부인사를 여쭈기 위해서 잠시 들렸습니다.

 

 

 

 

대학 동창은 저와 마찬가지로 산림자원학 전공하고 졸업까지 했는데

그 다음해에 바로 대학 시험을 다시 치른 후  충남대학교 의대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전 선병원 내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옥천시내에 왔는데... 어딘가요??

중앙약국에 있는데 김창현 셰르파가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중앙약국 앞에서 김창현, 서정필 셰르파를 만난 후

김창현 셰르파의 차를 타고 안남면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옥천버스운송을 타고 안남면으로 가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 버렸습니다.

편리함과 빠름은 얻은 대신에 어릴적 향수를 느껴보려고 했던 시골버스의 낭만을 잃고 말았습니다.

 

 

 

 

안남면에 도착을 한 후

아침식사를 하지 않은 김창현, 서정필 셰르파와 인근식당에 올갱이해장국을 먹기 위해 들어갔습니다.

아침식사를 먹는 동안 이정훈, 부부(김태양, 이상철) 셰르파들이 도착을 했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안남면사무소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오은선과더불어사는세상

마을입구 도로에서 버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주차장에 도착한 버스에서

각양각색의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뜬금없이 단체사진도 찍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짧은 혼란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시끄럽고 벅적거려 매우 요란했던 주차장이

오은선 대장의 구령으로 일사분란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맨손체조가 시작된 것입니다.

 

 

 

 

체조가 끝난 후

본격적인 둔주봉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오늘은 둔주봉 산행보다는

오은선과 더불어 사는 세상의 시산제가 가장 큰 핵심입니다.

 

 

 

 

산행 초입에서는 둔주봉 전망대가 보입니다.

 

둔주봉은 해발 384m에 불과한 자그마한 동네 뒤산이지만

최근에는 옥천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명소가 되었습니다.

 

 

 

 

안남초등학교를 끼고 돌아 연주리 마을로 들어서니

어릴적 추억의 놀이감이었던 연탄재를 발견했습니다.

 

연탄은 잘 타게 하려고 위 아래로 통하는 여러 구멍이 뚫려 있어 구멍탄입니다.

구멍 수에 따라 구공탄, 십구공탄, 삼십이공탄으로도 부르지만, 일반 가정에 쓰이는 연탄은 구멍이 22개입니다.

 

안도현의 시가 생각이 났다.

너에게 묻는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제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개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치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평화로운 연주리 마을길을 한무리의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옥천지역 신문사에서 취재를 나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흰색 다운자켓을 입은 분들입니다.

 

 

 

 

마을길, 임도길을 지나 점촌고개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곳에서부터는 숲길을 따라 둔주봉 정자로 향했습니다.

 

숲길이지만 따뜻한 날씨로 인하여 얼었던 길이 녹으면서 미끄러워

둔주봉 정자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숲길 양 옆에는 리기다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초봄같은 날씨이고 비가 내릴 듯 말듯 한 날씨라 엄청나게 후텁지근하면서 땀이 비오듯 흘렀습니다.

 

 

 

 

15분이 지났을 때 둔주봉 정자에 도착을 했습니다.

둔주봉 정자 주변은 산수화군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으로 데크설치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둔주봉 정자에서는

동이면 청마리와 석탄리, 안내면 장계리가 보입니다.

 

 

 

 

 

강 건너로 한반도 좌우반전 모습을 한 풍경이 보입니다.

금강의 물줄기가 빚어낸 한반도 지형이 한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물길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있으니

이 곳이 이름부터 ‘기름질 옥(沃)’에 ‘내 천’(川)인 옥천이라는 것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둔주봉 정자 주변에서 한반도 지형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봤습니다.

저 멀리 한반도 지형을 맴도는 강물은 아무 말 없이 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전 옥천군 산림조합장의

둔주봉/등주봉에 관한 이야기를 오은선 대장이 경청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다시보는 반가운 얼굴입니다.

작년 10월 ABC트래킹을 함께 다녀온 후 블랙야크 셰르파 송년회에서의 짧은 만남만 있었을 뿐입니다.

 

 

 

 

이윽고

둔주봉 정자아래에서 오은선과 더불어 사는 세상 '시산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해마다 새해 시작될 무렵

산악인들 지키고 보호하는 에게 지내는 제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국민의례와 산악인의 선서가 있은 후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시산제 제례 순서에 따라서 강신, 참신, 초헌, 독축, 아헌, 종헌, 헌작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축문을 태워 하늘로 올려보내는 소지를 끝으로 시산제의 폐회가 선언되었습니다.

 

다함께 음복을 한 후에는 둔주봉 산행이 이어졌습니다.

 

 

 

 

 

 하산 후에는

모두 한자리에 모여 뒷풀이 시간도 가졌습니다.

 

우려했던 비가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였고

오은선과 더불어 사는 세상의 반가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고

개인적으로는 산행보다 더 값진 옥천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뒷풀이 장소 한쪽 벽면에 있었던 박옥분(82세) 할머님의 시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맜있는 음식

준비해준 만내딸

뒤로 두고

집에 오니

플만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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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반가운 사람들

뒤로 두고

집에 오니

아쉬움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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