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백패킹 7일차 제주공항]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춥지도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랜턴을 켜 놓고 소란스럽지 않게 배낭을 꾸렸다. 이번 제주 백패킹은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야영했다. 텐트, 보온 옷(우모복), 보온 신발(다운 슈즈), 경량 침낭, 담요, 랜턴, 라디오, 소형냄비, 소형버너, 시에라컵이 전부다. 40L 배낭에 모든 장비를 다 넣었다. 배낭을 어깨에 짊어졌다. 왜 이렇게 가볍지!

 

 

새벽어둠을 뚫고 걸었다.

제주 백패킹의 유종의 미는 공항까지 걸어가는 것이었다. 새벽어둠을 뚫고 날이 밝을 즘 공항에 도착했다. 이른 새벽 한산한 도로의 여명이 아름다웠다. 배낭을 수화물로 맡기고 보안 절차를 마쳤다. 탑승구로 향하는 길에 면세점을 구경했다. 신축된 18번 탑승구로 향했다. 평소보다 한적한 공항 탑승장이었다. 느지막하게 비행기에 탑승했다. 나의 제주 백패킹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제주 백패킹 6일차 이호테우해수욕장]

 

알람 소리에 깼다.

한 번도 중간에 잠에서 깨지 않고 푹 잤다. 내일 아침 비행기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이 실질적인 마지막 야영하는 날이다. 숙소를 예약할지 다른 곳에서 야영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화장실을 다녀왔다. 라디오를 켠 후 물을 끓여 커피를 마셨다.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바람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202번 버스를 타고 현사마을에서 하차했다.

월요일 오전 11, 해송 숲 야영장. 내가 이호테우해변을 구경하려고 그곳에 간 것 아니었다. 빨간색과 하얀색의 트로이 목마 등대 때문도 아니었다. 야영장에서 야영할 수 있는지 확인하러 간 것이었다. 여기도 다른 야영장과 다르지 않았다. 인적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텐트로 야영장은 꽉 찼다. 나의 결정은 빨랐다. 해송 숲 가장자리 빈 곳에 텐트를 쳤다. 내일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애기동백나무가 심겨 있었다.

예전에 야영장으로 이용되었던 해송 숲은 쓰레기도 없고 방치된 텐트도 없어서 깨끗하고 보기 좋았다. 왜 자연은 가꾸고 보호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등대를 구경한 후 해안가를 따라 도두봉까지 걸었다. 그리 높지 않은 도두봉에 산책하듯 올랐다. 드넓은 활주로가 펼쳐진 제주공항과 흰 눈이 남아있는 백록담 북벽의 한라산이 한눈에 조망되었다.

 

 

동태찌개에 단무지 반찬은 이상하지 않은가?

도두봉에서 내려와 오일등식당으로 향했다. 사라봉 인근의 슬기식당과 쌍벽을 이루는 동태찌개 전문점이다. 반찬으로 단무지, 김치, 깻잎, 고추가 나왔다. 동태찌개는 양푼 한가득 나왔다. 알 가득하고 푹 익은 무가 식감을 자극했다. 식욕을 더 돋우기 위해 막걸리도 마셨다. 낮술은 진리다. 마지막 야영 날이라 종류별로 술을 먹는구나! 야영장으로 돌아가기 전 마트에 들러 포도주를 구매했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했다.

술을 깨기 위해 야영장까지 걸었다. 재킷을 벗어야 할 정도로 한낮은 더웠다. 햇볕 아래 있으면 그늘이 그립고 그늘에 있으면 햇볕이 그리웠다. 관광객들은 모래 해변에서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가로운 풍경을 나만이 즐기는 건 아니었다.

비행은 계속되었다.

공항과 인접한 곳이라 항공기의 이착륙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술기운의 지속을 위해 캔맥주와 포도주를 연이어 마셨다. 평소에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여행만 오면 이렇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셨다.

해변이 소란스럽다.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석양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제주 백패킹을 하는 동안 나도 제대로 된 석양을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 틈에 끼여 해변을 걸었다. 핸드폰 사진 촬영을 수동으로 조절하여 석양을 찍었다. 작품 하나 건진 듯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 석양이었다.

 

 

어둠이 주위를 장악했다.

마지막 야영을 위해 랜턴을 켜지 않았다. 남은 이소가스를 약하게 켜놓고 텐트 안에서 조금씩 포도주를 마셨다. 낮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라기보다는 적막하다는 느낌이었다. 제주 백패킹의 마지막 야영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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