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여행 1일차] 대전에서 후쿠오카 가기, 후쿠오카공항에서 하카타 오는 법,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 교자전문점 아사히켄 등
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규슈여행 1일차]
대전에서 후쿠오카 가기, 후쿠오카공항에서 하카타 오는 법,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 교자전문점 아사히켄 등
가슴이 설렌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옷가지와 세면도구, 책 한 권이면 충분했다. 비가 올지도 모르니 우산도 챙겼다.
‘으음, 좋았어.’
카키색 가방이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홍콩, 마카오, 러시아 등을 여행하면서 5년 넘게 가지고 다닌 애착이 가는 배낭이다. 오전 9시 20분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대문을 닫고 인도를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만큼 나는 흥분되어 있었지만, 집에 혼자 남아계신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인천공항까지의 여정은 길었다.
유성온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대전역에 왔다. 성심당에서 빵을 산 후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왔다. 서울역에서 오후 1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 1청사에 도착하니 오후 2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3년 만이군.’
2019년 11월, 14박 15일 동안 러시아 횡단 열차 여행이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다. 내가 얼마나 해외여행을 그리워했는지를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인천공항의 따뜻한 공기가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30분 먼저 도착한 대구 친구 K를 제주항공 앞에서 만났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식당가의 면 전문점에 들어갔다. 주문한 물냉면이 나오기 전에 성심당 빵을 먹었다.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으로 식당 측에 양해를 구하고 먹었다. 빵과 냉면은 어색한 조합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다.
출국장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그 줄 뒤에 우리가 섰고 우리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서서 더 긴 줄을 만들었다. 20여 분 만에 보안검색대를 지나고 자동출국 심사를 마쳤다. 아직은 여전히 썰렁한 느낌의 탑승동 로비를 걸어 16번 게이트로 향했다. 비행준비 중인 제주항공 여객기를 보니 규슈여행이 시작되었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탑승이 시작되었다. 탑승권을 스캔하는 소리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비행기로 향하는 탑승구 통로에서 마음을 다잡아봤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좌석은 5D. 오른쪽 라인 앞쪽에서 세 번째 통로 좌석이었다. 좌석은 하루 전에 E-TICKET으로 예약을 했다. 나는 늘 통로 좌석을 선택한다. 비행기 탑승과 하차가 가장 수월하기 때문이다.
‘시간 낭비는 없었다.’라고 단언한다.
오후 4시 20분에 이륙했어야 하는 비행기는 정확히 27분이 더 지난 후 활주로를 내달려 허공을 향해 솟구쳤다. 이륙이 지연되고 있다고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에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 모든 일은 이유 없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내가 그 사실을 인지하느냐 인지하지 못하느냐의 차일 뿐이다. 항공기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 말만 기억하면 감정낭비는 더는 하지 않아도 된다.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비행이 끝났다.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주변 세상이 바뀌었다. 구름 위를 떠다니던 나는 어느새 밤의 세계에 진입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앞쪽 통로 좌석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입국 절차를 마쳤다. 오후 6시 17분, 후쿠오카에 첫발을 디뎠다.
난 여행이 두렵지 않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야 한다. 처음 와본 곳이지만 마치 일상처럼 다니던 것처럼 몸이 움직였다. 친구 K는 나의 이런 모습에 깜짝 놀라 했다.
‘어떻게 가려고?’
‘셔틀버스 타면 돼’
동남아는 주로 택시가 이동수단이지만 일본은 교통편이 발달해 우리나라처럼 생각하고 교통편을 알아본 것이다. 1번 정류장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후쿠오카공항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하카타역에 왔다.
유심칩, 도시락 와이파이, 로밍 등은 하지 않았다.
해외여행을 다닐 때마다 구글 오프라인 지도만을 준비해서 다녔다. 남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난 특별한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 지도만 보면 어디든 방황하지 않고 찾아갈 수 있다. 내가 지나간 곳을 사진을 보듯 이미지로 내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다.
하카타역의 규모만큼 사람이 많았다.
출구를 향해 인파를 해치면서 나아갔다. 하카타역 광장은 이미 크리스마스 축제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보지 못한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촛불·종·별·꼬마 전등을 달아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우리의 방문을 반가워하는 듯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작품들이 조명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숙소로 향하는 길은 하카타역보다는 어두웠다. 차량이 반대로 운행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와 다른 풍경은 딱히 없었다. 불 켜진 가로등은 한국만큼 주위를 밝게 만들지는 못했다. 침침한 밤의 거리를 자유롭게 걸어 6일 동안 투숙할 호텔에 도착했다.
CROSS LIFE HAKATA YANAGIBASHI
ORIX HOTELS & RESORTS
내 마음속의 숙소와 같았다.
외관은 웅장하고 직원은 친절하고 숙소는 깨끗하며 부대시설은 완벽했다. 일본에서 1일 3만 원 초반대 가격으로 이런 좋은 호텔에 머물 수 없다. 이번에 아고다 VIP Platinum 등급 혜택을 제대로 봤다. 여행지의 숙소는 편안해야 한다. 집처럼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어야 한다.
6박을 숙박할 예정이다.
매일 이동하는 여행과 한 곳에 머물며 다니는 여행은 본질에서 차이가 있다. 한곳에 머무는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마주하는 것처럼 하루하루 떠난 여행지에서 어떻게 할지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6일 동안 나는 호텔의 손님이지만 그 6일 동안 1105호 객실의 주인이기도 하다.
정탐꾼처럼 밤거리를 걸었다.
나카 강을 따라 좁은 골목을 무작정 걸었다. 어둠은 이미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희미한 가로등 불 속에 우리의 걸음은 개선장군처럼 기세가 등등했다. 텐진의 맛집들은 긴 줄이 서 있고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는 이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시계는 9시를 향해 쉬지 않고 초침이 움직였지만, 우리가 들어갈 자리는 아직 찾지 못했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교자 전문점 아사히켄을 우연히 발견했다. 나는 한자 ‘餃子’가 만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는 한자를 보니 기분이 들떠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할머니 두 분이 운영하는 소탈한 일본식 만둣집이었다. 일본어를 못해도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키며 주문했다.
여행 첫날 첫 끼를 만두와 아사히 맥주로 시작했다.
앙증맞게 생긴 찐만두와 튀김만두가 10개가 얇게 썰어진 양배추 산맥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이었다. 나무젓가락으로 만두를 집어 간장에 찍은 후 입에 넣었다.
‘맛있다.’
‘오이시’
아는 일본말이 몇 개 되지 않지만, 내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서로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식당의 정감이 있는 분위기와 맛있는 만두에 난 이미 취해버렸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나는 버번위스키 Jim Bean과 도시락 등을 샀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K는 우유를 샀다. 그래도 첫날밤인데 그냥 잘 수는 없었다. 얼음을 넣은 유리잔에 버번위스키가 출렁거린다. 고소한 옥수수 향이 입안을 감싼다. 목 넘김이 뜨겁고 강렬하지만 긴 여운은 남지 않았다. 여행 내내 버번위스키 Jim Bean은 맥주와 더불어 밤 친구가 돼 주었다.
‘잘 자게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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