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정원
조식

 

늦잠을 잤다.

. 그렇다고 아예 늦게 일어난 것은 아니라 오전 7시쯤 잠에서 깼다. 오전 5시에 알람은 왜 안 울렸지? 조식을 먹기 위해 길고 긴 수도원 복도를 지나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 정원은 아침의 싱그러움과 새소리의 청아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 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침을 맞았다.’

조식은 빵, , 버터, 시리얼, 요구르트, 주스, 커피 등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거의 마시지 않는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빵과 시리얼은 입에 물렸지만 배고픈 것보다는 낫기에 눈 딱 감고 먹었다. 수도원은 은근히 비밀스러운 공간이 많았다. 햇살이 수도원을 집어삼키기 전에 은밀한 공간을 내가 먼저 즐겼다.

 

콜로세움

 

공원을 지나 콜로세움으로 갔다.

어제 처음으로 마주했던 콜로세움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다. 수도원과 가깝다 보니 저절로 발걸음이 향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콜로세움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침 햇살에 비친 콜로세움은 오후의 콜로세움과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내일은 조금 더 일찍 나와봐야겠다.

 

로마 골목

 

로마의 좁은 골목을 걸었다. 이국적인 풍경보다는 쓰레기와 지린내 같은 냄새가 내 신경을 자극했다. 꼭 로마뿐만 아니라 내가 지나온 밀라노, 베네치아, 베로나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나의 관점에서는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이렇게 더럽고 냄새나는 도시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테널

 

 

 

 

트레비 분수

 

터널을 지났다. 다시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그곳에 바로크 양식의 최대 걸작품인 트레비 분수가 있었다. 고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명한 처녀의 샘으로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들에게 물을 준 한 처녀의 전설을 분수로 만든 것이다.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온다거나 사랑하는 이와 맺어진다는 속설로도 유명해진 곳이다.

 

스페인 광장

 

 

 

 

스페인 계단, 광장

 

사람들을 피해 재빠르게 이동했다. 골목을 걸을 때는 언제나 여유롭게 주변을 세세하게 살피며 걸었다. 우뚝 솟아 있는 성모의 원주를 지났더니 스페인 계단이 있는 광장이 나왔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먹으며 내려왔던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계단을 오른 후 광장을 내려다봤다. 많은 사람이 계단을 바라보거나 계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다시 골목을 걸었다. 골목마다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타짜 도로, 카페라테

 

이탈리아 3대 카페 중 하나인 타짜 도로에 들어갔다. 판테온 바로 앞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포장된 원두를 살펴본 후 몇 가지를 골랐다. 여행을 다닐 때 다른 것은 안 사는데 커피는 꼭 사 간다. 에스프레소는 이미 마셨기 때문에 계산하면서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영수증을 주고 잠시 기다렸더니 내 앞 테이블에 카페라테가 놓였다. 당을 보충하려고 주문했는데 설탕까지 넣어서 마셨다. 타자 도로에서 서서 마시는 카페라테는 나에게는 특별한 맛이었다.

 

 

 

 

판테온

 

판테온으로 향했다. 얼떨결에 줄을 섰고 사람들의 떠밀려 판테온에 들어갔다. 고대 로마 시대는 다신교였다. 모든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신전이 판테온이다. 돔 천장의 원형 구멍으로 빛이 투과되어 신비함이 더해졌다.

 

산트 유스타치오 더 커피
골목 정체

 

로마의 좁은 골목에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승합차가 나 몰라라 골목에 주차하고 운전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늘어선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렸고 운전자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곳이 또 다른 로마 3대 카페 중 하나인 산트 유스타치오 더 커피가 있는 골목이었다.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이런 소동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플라타너스 거리
성천사성 (Castel Sant’Angelo)
성천사성에서 바라본 성 베드로 대성전

 

로마 대법원 앞의 테베레강 인근은 플라타너스가 그늘 터널을 만들었다. 강 너머에는 원통 모양의 건축물인 성천사성(Castel Sant’Angelo)이 있었다.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는 다리에서 성천사성을 찍는 야경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고개를 돌리면 자연스럽게 바티칸이 보였다. 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걸으면 성 베드로 대성전이 도로를 감싸 안은 듯 서 있었다.

 

비티칸 시국

 

 

 

 

바티칸 시국에 들어섰다. 줄을 선 엄청난 인파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거대한 기둥의 통로를 어슬렁거리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지만, 종교란 무엇인지? 믿음이란 무엇인지? 사람들은 왜 이곳을 찾아오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자니콜라

 

 

 

 

자니콜로로 향했다. 한참을 도로를 따라 걷다가 샛길로 들어섰다. 작은 공원을 지나 성벽을 따라 걸었다. 높은 곳에서 로마를 내려다보고 싶었다. 산꾼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디든 꼭 오르려 하니까. 뜨거운 햇살을 부채로 가려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너무 허술한 방법이었다. 모자를 썼다 벗기를 반복했고 나무 그늘에 들어섰을 때는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탁 트인 로마를 기대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 이럴 때도 있는 거지식수대에서 물을 마신 후 하산을 했다.

 

가리발디 다리에서 바라본 테베레강
포르티코(Portico)
조국의 제단
로마의 골목계단

 

점심시간이라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오늘 나는 한식을 먹을 생각이다. 한식을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터보를 달아놓은 듯 빨라졌다. 가리발디 다리를 건너 조국의 제단까지 한달음에 걸었다. 하루 만에 익숙해진 로마거리를 거침없이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한식 뷔페 맘마 꼬레아나(Mamma Coreana)의 문을 거침없이 열고 들어갔다.

 

맘마 꼬레아나 (Mamma Coreana), 한식 뷔페

 

많은 한국인이 식사 중이었고 소수의 일본인, 중국인, 유럽인들이 보였다. 내 손은 눈보다 빨랐다. 큰 접시에 한 가지도 빠짐없이 모든 음식을 조금씩 다 담았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한식인가? 당연히 시원한 맥주도 마셨다. 보통은 첫 모금만 맛있는데. 맥주 한 병이 다 맛있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강렬했던 식사는 지금까지 없었다.

사소한 행복감에 기분은 최고조에 달했다수도원으로 돌아온 후 저녁이 될 때까지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산타 마리아 대성당

 

 

 

 

시간이 금방 지났다. 더위가 그나마 한풀 꺾인 시각에 수도원을 나섰다. 산타 마리아 대성당으로 향했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때의 긴장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어둠에 익숙해지니까 실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제자리에 서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이 온통 금빛이었다. 그냥 입이 쩍 벌어졌고 진한 여운이 밀려왔다.

 

테르미니역

 

테르미니역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전 노선이 최소 20분에서 최대 130분까지 연착되었다. 나도 밀라노역에서 이미 연착을 경험했지만, 이탈리아의 기차시스템이 대체 왜 이런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차역의 혼돈 속에서도 나는 침착하게 내일 탈 공항행 기차표를 끊었다.

 

Tin House

 

어제 오후에 눈여겨보았던 중식 식당에 갔다. 탄탄면과 동파육, 칭다오 맥주를 주문했다. 짜고 기름진 음식을 맥주로 잘 다스리며 식사를 마쳤다. 어찌 되었건 간에 오늘은 양식, 한식, 중식을 다 먹는 최초의 날이었다. 그중에서 역시 한식이 최고였다. ‘역시, 난 한국인!’

 

콜로세움 야경
수도원 정원에서 한잔

 

콜로세움의 야경을 보다가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밤인데도 여전히 더웠다. 찬물로 샤워하고 로비 정원에서 한국음악을 들으면서 맥주와 칵테일을 마셨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 혼자서 기분을 내봤다. 과연, 이번 여행은 나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 나에게는 2123일이 한없이 짧게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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