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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 맛집/중국 샤먼(하문), 무이산(우이산), 남정

중국 복건성 여행 2일차 : 샤먼여행[고량서(숙장화원, 피아노발물관, 일광암), 링링서커스, 유람선, 중산로 등]

by 지적인 보헤미안(Bohemian) 2026. 1. 24.

불현듯 눈이 떠졌다. 숙취는 없었지만, 정신이 멍한 상태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오전 550. 알람이 울리려면 10분이 남아 있었지만 바로 알람을 해제했다. 운동화를 신고 반바지 차림으로 객실을 나섰다. 어제처럼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새벽이라 그런지 조금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호텔 주변을 한 바퀴 걸은 후 조식을 먹으러 갔다.

 

때에 맞춰 아침을 먹으러 삼삼오오 식당에 나타났다. 음식을 쭉 둘러본 후에 내가 선택한 것은 쌀국수였다. 해장도 할 겸 따뜻한 국물이 몸에 들어가야 생기를 얻는 나이니까. 간이 안 되어 싱거운 국물은 우육면 재료를 넣어 간을 맞추었다. 잘 구워진 베이컨으로 쌀국수를 싸 먹어도 맛이 좋았다. 아침을 먹지 않는 권모시기를 위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객실로 올라갔다.

 

하이창 메리어트 호텔 앞 풍경
호텔 조식

 

 

하이에나 떼처럼 호텔 로비를 어슬렁거리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은 집합시각이 다 되었다는 의미였다. 버스 타기 전, 한 모금이라도 더 빨아보겠다는 굳은 의지의 흡연자들이 내 뿜는 담배 연기가 상쾌한 아침 공기를 오염시켰다.

 

호텔에서 선착장까지는 버스로 5분 걸렸다. 여권을 스캔하고 얼굴을 찍고 배표의 밥 코드를 찍고 난 후에 터미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화창한 날씨를 즐기며 오전 830분 페리를 타고 고량서로 향했다. 어젯밤에 본 샤먼 본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딱딱한 콘크리트의 회색 건물들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흡연자들

 

 

출발한 지 10분 만에 고량서에 도착했다. 숙장화원까지 갈 전동카트를 탈 때까지 선착장 인근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뭐가 그리들 즐거운지 별일 아닌 것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압권은 승남이가 박모시기에게 준 홍삼의 유통기한이 9개월 지난 것 때문에 연신 웃음거리가 생성되었다. 여행은 원래 이런저런 사건들이 얽혀 만들어내는 감정이지.

 

페리
고량서

 

 

뛰뛰. 뛰뛰.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전통카트를 막아설 때마다 운전자는 거침없이 클랙슨을 울렸다. 이곳에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일지 모르지만 전동카트에 탄 우리는 조금 낯부끄러운 행동이라 생각했다. 내가 걸어가다 이런 상황에 부닥쳤으면 큰소리로 한마디 했을 것이다. “차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지. 이 쓰벌 놈아!”

 

전동카트

 

 

입자가 고운 모래 해변에서 5분여 시간을 보내다가 숙장화원에 들어섰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입구와 출구가 같기에 정해진 시각까지 집합하면 되었지만 결국 긴 줄을 이루며 무리를 지어 이동하게 되었다.

 

일광암 등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바다를 배경으로 하되 바다를 은은하게 감추고 있는 것이 숙장화원의 모습이었다. 피아노 박물관에는 오래된 피아노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한량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 저절로 들었다.

 

숙장화원 입구 모래해변
숙장화원에서 바라본 일광암

피아노박물관
피아노박물관 출구 전망대

 

 

일광암으로 올라가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발견했다. 안 봤으면 몰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곳에서 권모시기에게 인생 사진을 부탁했다. 이때 인근 상점에서 내가 모녀지간이라 부르는 한모시기와 김모시기가 냉장고 마그네틱을 구경하고 있었고 우리가 동참한 후 권모시기가 마그네틱을 하나씩 사주었다. 땡큐! 베리 감사. 많은 나라를 다니며 여행을 다녔지만, 냉장고 마그네틱을 손에 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내 방 냉장고 문에 잘 불어 있어 그것을 볼 때마다 그 순간이 생각난다.

 

 

 

너무 여유를 부렸던 탓일까? 맥주를 마시다 말고 부리나케 일광암 입구에 올라갔다. 결국, 다시 못 마셨지만, 남은 맥주는 뜨거워지기 전에 일광암을 내려와 마시겠다고 외쳤다. 말하지 않아도 쳐다보는 눈빛의 따가움을 내가 왜 모르랴. 여권과 입장권을 받고 일광암을 올랐다.

 

일광암은 고량서에서 가장 먼재 해를 맞는 자리이며 거대한 화강암 바위였다. 비좁은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 정상에 올랐건만 인파에 휩쓸려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정상에서 계단을 내려왔을 때 주변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샤먼 시가지와 고량서 전역 바다 너머 섬까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일광암
일광암 전망대 올라가는 길
일광암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일광암을 내려온 후 전통카트를 다고 반대쪽 선착장으로 향했다. 어느새 섬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아침과 비교하면 훨씬 많아졌다. 이번에는 배를 타는 데 여권은 필요 없었다. 20여 분간 배를 타고 샤먼 본섬 선착장으로 간 후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

 

전동카트
페리타고 샤먼 본섬으로

 

 

점심은 딤섬을 먹는다고 했는데 따뜻하지 않아서 특별하게 맛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오후에 링링 서커스를 보고 바로 저녁을 먹어야 한다는 가이드의 말 때문이었다. 그것도 무한리필 삼겹살을. 어째 오늘 사육당하는 기분인데. 기름진 음식이 몸에 들어가고 술도 연신 마셔대니 배가 살살 아팠지만, 아직까진 참을 수 있는 고통이었다.

 

점심식사

 

 

그늘이 없는 동물원 주차장은 한낮이 되니 햇볕이 더 따가웠다. 공연시간에 맞춰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몰려들고 있었다. 여기서도 얼굴인식을 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서커스 구경 전에 판다를 구경하려 했지만, 외부 방사장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동물원을 천천히 구경하다 바로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1만 명 이상을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웅장한 규모였지만 오늘 관광객이 얼마 되지 않아 1층을 제외하고는 객석의 빈자리가 많았다. 나는 2층 정중앙에 있는 VIP석 바로 뒤편 앞 좌석에 앉았다.

 

공연시각이 되자 조명이 꺼지고 세계 각국에서 모인 최정상급 공연단의 다채로운 무대가 시작되었다. 가이드의 말처럼 실내는 그렇게 춥지 않았지만 30분쯤 지났을 때 배가 심하게 아팠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연장을 벗어나 화장실에 다녀왔다. 한결 편안한 상태로 다시 공연을 관람했다.

 

링링서커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밖으로 나왔을 때 판단가 외부 방사장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많은 사람이 판다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사람들에 떠밀리 가면서 판다를 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판다를 구경했다기보다는 판다가 사람 구경을 한 셈이다.

 

판다
박모시기

 

 

점심을 먹은 지 채 4시간도 지나지 않아 무한리필 삼겹살을 저녁으로 먹었다. 냄비에서 김치찌개가 끓고 불판 위에는 항정살과 삼겹살이 구워졌다. 분주한 손과 달리 입은 생각보다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소주잔과 맥주잔이 부딪치며 건배를 외쳤건만 리필은커녕 첫 접시도 다 못 먹고 식당을 나와야 했다. 대체 왜 우리를 사육하려고 하는 거야.

 

소화도 시킬 겸 주변을 걷다가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밀크티를 다 함께 마셨다. 시원하고 좋았는데 먹은 만큼 버려야 한다는 진리 때문에 화장실을 다녀오는 수고스러움을 겪었다.

 

해당 사진이 없어서 삼인조 정모 사진으로 대체

 

 

세상은 이미 빛의 영역에서 어둠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유람선을 타러 선착장에 왔는데 주변 야경이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유람선에 올라 술부터 주문했다. 난 버드와이저 병맥주를 들고 먼저 갑판으로 올라갔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유명한 야경들은 많이 봤지만, 이번처럼 초라한 야경은 처음 보았다. 그래서 더 갑판에서 공연하는 건지 모르겠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부르다니. 굳이 유람선까지 타고 야경을 봐야 할지 의문이 들었고 그래서 더 술을 마신 것 같다.

 

유럄선 야경투어

 

 

오후 830분이 지났는데도 아직 일정이 남아 있었다. 선착장에서 걸어서 중산로로 향했다.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나는 일행과 떨어져 말없이 거리를 걸었다. 상점에서 선물을 살 생각은 추오도 없지만 맥주만큼은 마시고 싶었다. 알리페이로 결제한 후 내가 선택한 흑맥주를 컵에 따랐다. 모든 과정은 스스로 해야 하지만 여행의 색다른 재미를 더해줬다. . 맛있다.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긴 시간이었고 그만큼 많은 것을 봤고 많은 것을 먹은 하루였다. 내일은 무이산으로 가는데 오전 720분 출발이란다. 짐도 다시 싸야 하는데 할 일이 참 많은 밤이다. 오늘 밤은 영업하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 하고 말았다. 문모시기 차장! 너는 기억이 없겠지. 낮부터 맛이 갔으니.

 

문모시기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