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눈을 감고 있다고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다. 아침의 어스름이 한낮의 강렬한 빛을 알지 못하듯 내 배고픔도 알지 못할 것이다. 홀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어젯밤의 숙취를 고수를 잔뜩 넣은 쌀국수로 치유하면서 여행의 고단함과 설렘을 절반으로 나누어 가진다. 먹다 보니 어느새 쌀국수를 세 그릇이나 먹고 있다.

 

해는 어김없이 떠오른다. 다만 안개에 휩싸여 수줍어하는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중국 서남부 분지인 쓰촨성의 중심도시 청두(성도)에 서 있다. 청두(성도)는 땅이 기름지고 물이 풍부해 하늘의 곳간이라는 뜻의 천부지국(天府之國)으로 불린다.

버스를 타고 청두(성도) 시내로 향한다. 천부국제호텔이 청두 외곽에 위치해서 차창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고즈넉하다. 버스 출발과 동시에 여행일정과 관련된 현지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가이드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눈은 창밖을 바라본다.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풍경이지만 거리가 놀랄 정도로 너무 깨끗하다. 길가에 흔히 너부러져 있는 쓰레기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어느새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는 도심으로 접어들고 있다. 오토바이, 자동차, 버스 등이 넓은 도로에 가득하다. 한국에서도 자주 경험하지 못하는 출근길 교통혼잡이 생경하다. 버스는 대로를 벗어나 우회전을 한다. 대로보다는 훨씬 한적한 도로에 접어든 것이다. 호텔을 출발한 지 1시간 30여 분이 지나서야 무후사(武侯祠)에 도착했다.

 

 

 

 

이곳 청두(성도)는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가 세운 나라 촉한(蜀漢)의 중심지이다. 제갈량이 출병하면서 후왕에게 적어 올린 글, 출사표를 시작으로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기억은 못 하는데도 삼국지를 책으로 읽은 보람은 있었다. 부릅뜬 눈이 인상적인 용맹한 장비(왼쪽), 백성을 돌보는데 헌신적이었던 유비(가운데), 충성과 절의가 하늘보다 높은 관우(오른쪽)도 모셔져 있다. 그들을 바라보면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영웅심이 느껴진다.

유비가 삼고초려로 모셔올 만큼 뛰어난 지략가인 제갈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名垂宇宙(명수우주 - 이름이 온 천하를 울린다)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당나라 시인 두보가 제갈량을 기리며 쓴 시의 한 대목이다. 무후사는 제갈량을 기리기 위해 만든 사당이고 중국에서 유일하게 임금과 신하가 함께 모셔진 사당이다. 유비가 묻혀있는 능을 한 바퀴 돈 후 무후사를 나왔다.

 

여러분은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중 누구를 더 추앙하는가?

 

 

 

무후사 옆 금리거리(锦里)로 들어섰다. 금리는 삼국시대의 옛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전통거리이다. 우리나라 인사동과 비슷한 거리이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았는데 스타벅스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옛 건물에서 맛보는 현대의 커피 맛은 어떨까?

이 순간만큼은 쓴 커피보다는 시원한 것이 필요하다. 두리번거리면 거리를 걷다가 시원한 맥주를 파는 가게에 들어선다. 우리에게 주어진 40분은 맥주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너무 비싼 맥주 가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30mL 하이네켄 6병이 280위안(50,400). 오전 1030분부터 맥주를 마시며 청두(성도)에서 호사를 즐기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거리는 점점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맥주를 다 마시고 금리거리를 쏜살같이 걷었다. 외국에 나오면 하나쯤은 꼭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이곳에선 쓰촨성의 전통 직업인 귀 청소부에게 귀 청소를 받는 것이다. 최저금액인 30위안(5,400)으로 이색적인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꽉 막혔던 곳이 뚫린 것처럼 시원하다. 집합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아 여유로운 체험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청두(성도)에 가면 귀 청소는 꼭 받아보세요.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향한다. 아침을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여행을 다니다 보면 늘 배가 고프다. 매운맛의 본고장에서 훠궈(火鍋)를 맛볼 기회가 생겼다. 훠궈는 청나라 4대 황제인 강희황제 때부터 먹던 음식으로 맵고 진하게 끓인 육수에 고기, 채소, 해산물 등을 담가 먹는 음식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식당에 들어선 순간 특유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먼저 각자 취향에 맞게 소스를 만든다. 난 참기름에 고수, , 마늘을 가득 넣고 비볐다. 나는 군침이 도는데 커다란 냄비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다. 백탕(白湯)은 고기나 채소로 낸 육수이며 홍탕(紅湯)은 백탕에 쓰촨 고추, 산초 등을 넣은 것이다.

한국 사람 입맛에 맞추느라 홍탕도 그리 맵지는 않았다. 나는 주로 다른 사람들이 먹지 않는 소나 돼지 부속물(특히 천엽)을 소스에 찍어 먹었다. 간간이 맥주를 마시며 소스에 첨가된 고수와 마늘의 알싸하고 얼얼한 맛을 중화시켰다. 사천지역은 습도가 높아 훠궈를 먹으면 체내의 습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매운 음식을 먹고 땀까지 흘리니 한결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나만 너무 잘 먹는 거 같아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청나라의 옛 모습을 간직한 관착항자(宽窄巷子)에 왔다. 청나라의 관리들이 살던 곳으로 주택, 화원, 상점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터벅터벅 천천히 골목을 걷는다. 나는 몇백 년 전으로 돌아가 청나라의 어느 골목에 서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현대인들이다. 내 존재를 숨기기 위해 오가는 사람들 속에 나를 던진다. 그들과 함께 거리를 구경하고 고서점, 상점 등을 둘러본다.

 

사실 중국 전통차를 마시며 천극을 구경하고 싶었다. 하지만 1시간의 자유시간은 무엇을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북경에 경극이 있다면 쓰촨성에는 천극이 있다. 천극은 희극의 일종으로 지역마다 각기 다른 특색이 있다. 천극의 가장 큰 특징은 변검이고, 변검의 가장 큰 특징은 가면으로 그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다.

 

골목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느 건물 앞에 변검을 쓴 천극 배우가 부채를 들고 서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서 신서유기 촬영지를 천천히 둘러보며 걷는다. 겨울이지만 낮 기온은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처럼 따뜻하다.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자유여행으로 왔다면 이곳에서 오래 머무르며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천극도 구경하고, 쇼핑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또다시 버스를 타고 춘희로로 이동했다. 춘희로는 젊음의 거리이고 유명 고가브랜드 매장이 즐비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과 비슷한 거리이다. 춘희로의 IFS 몰에는 성도를 상징하는 대형 판다가 외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인도에 서 있는 우리는 마치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무언가 결심한 듯 쇼핑과 거리가 먼 중년 남자들은 술집을 찾아 거리를 헤맨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술을 마실 공간은 없었다. 그렇게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합장소로 돌아온다. 아무리 패키지 코스라지만 왜 이곳에 왔는지 다들 의아해하는 분위기이다.

 

 

 

어제저녁을 먹은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표정들이 어둡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패키지여행에 나도 진이 다 빠진다. 어찌 되었건 청도(성도)에서의 일정은 여기까지이다.

오후 550분쯤 청두(성도) 텐푸공항에 왔다. 오후 815분에 여강(리장)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가이드와 헤어졌다. 이틀 후에 이곳 현지가이드와는 다시 만날 것이다. 생각보다 무척 까다로운 보안검사를 마치고 204 게이트로 향한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탑승 게이트 거리가 왜 그렇게 멀던지 20분은 걸은 것 같다.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지친 몸을 의자에 기댄 체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죽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지루하면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그냥 서성이고, 흡연자들은 흡연실을 찾아 공항을 돌아다닌다. 여행 하루 만에 표정이 피곤함에 곤죽이 되었다.

예정된 탑승시간보다 일찍 탑승이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비행기가 일찍 뜨지는 않았다. 비행기는 어둠 속에서 활주로를 힘차게 달려 허공을 날았다. 절대로 편안하지 않은 1시간 5분의 비행을 마치고 여강(리장) 산이공항(丽江三义机场)에 도착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활주로를 잠시 걷는다. 이곳은 해발고도가 높지만 나는 아무런 증세도 느끼지 못한다.

 

이곳 현지가이드와 만나 리장 다부객잔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을 시작한다. 버스 안에서 내일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듣는다. 핵심은 내일 옥룡설산을 오른다는 것이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40분이 걸렸다. 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로써 기나긴 공식일정은 끝이 났다. 방 배정을 마치고 각자의 숙소에 짐을 풀었다. ~!!

 

 

 

 

우리가 그냥 잘 사람들인가? 술집을 찾아 밖으로 나왔다. 리장고성의 bar 거리는 너무 멀고 숙소 앞 야시장으로 향한다. 꼬치를 굽는 숯불에서 흰 연기가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 삼아 춤을 추고 있다. 테이블을 세 개 붙여놓고 목욕탕의자에 앉는다. 맥주는 기본이고 안주로 각종 꼬치, 굴찜, 볶음국수, 쌀국수 등을 주문하여 먹는다. 우리의 밤은 낮보다 훨씬 즐거워 보인다.

 

오예~(La la la la)

넌 네게 oh yes 네 말은 다 yes

이렇게 Say Yes

Let’s go party, come on!

 

(중략)

 

내게로 Y 멋쟁 E

여기에서 놀면 어때?(yes yes yes)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감에 잠을 설쳤다. 불면증에 걸린 사람처럼 한밤을 지새운 것 같은 느낌이다. 불청객처럼 어둠 속에서 눈을 두리번거린다. 오른손을 더듬어 책과 안경 사이에 놓여있는 휴대전화를 집어 든다. 오전 31. 시간을 확인하는데 짧은 헛기침이 나온다.

 

어스름한 새벽에 집을 나섰다. 기온은 영상이지만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는데도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시린 발을 분주하게 움직여본다. 여명이 밝아오는데 아직도 달은 밤보다는 희미한 모습으로 하늘을 배회 중이다. 세상이 한층 밝아졌을 때 114번 버스를 탔다. 차창 밖으로 햇살이 눈에 부시다. 세상은 늘 그렇듯 환하게 미소 짓는다. 오늘 아침은 유독 화창하다.

 

 

 

집을 나선 지 2시간이 지나간다. 서대전에서 6, 북대전에서 6명을 태운 버스는 대전을 벗어나자 거침없이 고속도로를 내달린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강렬한 햇살을 커튼으로 가린다 해도 따가움이 느껴지듯 여행의 들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편안한 우등좌석에 몸을 기대어 차창으로 스쳐 지나가는 익숙한 겨울 풍경을 바라본다. 또 이렇게 한해가 또 지나가는구나!

 

어느덧 버스는 인천대교를 달리고 있다. 5개월 만에 다시 인천공항에 왔다. 인제에서 온 이 부장이 합류하여 총 13명 완전체가 결성되었다. 예전에 느꼈던 인천공항의 북적거림은 전혀 없다. 하나투어 데스크에서 중국 복수비자를 받고 서둘러 E17~21 카운터에서 사천항공 탑승수속을 마쳤다. 5분간의 기다림을 끝내고 보안검색대로 향하는 순간 새로운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Some doors close forever, others open in most unexpected places.

(어떤 문이 영원히 닫힐 때 가장 예상치 못했던 다른 문이 열린다.)

 

공항의 한산함은 면세점까지 이어진다. 평일 낮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면세점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린다. 내 발걸음이 멈춘 곳은 주류를 판매하는 곳이다. 장식장에 진열된 술 중에서 Glenfiddich 위스키에 두 눈이 꽂힌다.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술을 산다. 오늘 밤은 뜻깊은 저녁이 될 테니까.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탑승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행기는 활주로에 큰 마찰음을 남긴다. 허공에 몸이 놓였을 때 기분이 왜 그리 이상한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 .’ 20분이 지났을 때 안전띠 해제 음이 울린다. 비행기가 수평을 잡고 안정이 되었을 때 기내엔 묘한 음식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냄새는 내 허기진 위장을 뒤틀리게 하고 입안에는 어느새 침이 고인다.

짧은 시간 동안 비좁은 항공기는 모든 것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음료, 기내식, , 음료가 승무원들의 움직임에 맞춰 승객에게 주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부산물들이 회수된다. 그 순간이 지나면 조명 불은 희미해지고 시끄럽지만 고요한 기내에서 혼자만의 시간에 빠진다.

 

열린 창으로 햇빛이 반사되어 더욱 하얗게 빛나는 11월의 솜이불 같은 구름을 바라본다. 허공 위에 펼쳐진 백옥같은 양탄자는 먼지 낀 티끌까지 깨끗하게 씻어주는 느낌이다. 이번 여행에 기억해야 할 것은 오직 깨끗한 마음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여기서 깨끗하다라는 뜻은 마음씨나 행동 따위가 떳떳하고 올바르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은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잠이라도 들었으면 좋을 테지만 두 눈은 멀뚱멀뚱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1분이 한 시간 같은 느낌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좁은 복도를 서성이다 화장실을 다녀온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다.

 

 

 

 

 

이국적인 것은 없었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전혀 없다. 한 시간의 지루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버스가 있는 공항 밖으로 나온다. 이곳엔 다른 세계의 또 다른 어둠이 장막을 두르고 있었다. 이곳은 안개로 유명한 청두(성도)이다.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한다. 거리의 가로등 불빛은 안개에 가려져 희뿌옇게 번져 보인다. 저녁은 중국 음식이다. 어떤 요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모두가 음식 특유의 향 때문에 선뜩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오직 나만이 그 맛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풍성한 음식을 앞에 놓고 모두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술이 등장한다. 각자의 취향대로 중국 술, 위스키, 맥주를 마신다. 오늘 저녁처럼 술잔을 든 순간보다 더 유쾌한 시간은 없을 듯하다. 술 한잔에 작은 추억 하나가 몸으로 스며든다. 입과 코끝에 쾌쾌한 마라(麻辣) 냄새를 느끼자 다시 한번 이곳이 중국임을 실감한다.

 

 

 

천부국제호텔에 도착하여 방 배정을 했다. 나는 무열 형과 같은 방이다. 삼삼오오 옆 방에 모여 월드컵 지역 예선 한·중전 축구경기를 본다. 경기 내내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를 마신다. 컵라면은 저녁을 제대로 못 먹은 배고픈 하이에나의 차지가 된다. 이강인 선수가 찬 코너킥을 손흥민 선수가 헤딩으로 골을 넣는다. 아주 자연스럽게 고함을 지르고 손뼉도 친다. 그 바람에 또 건배하고 소주를 마신다. 마치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처럼 술잔은 쉼 없이 돌고 돈다.

 

취기가 돌아 바람을 쐬려 밖으로 나갔다. 호텔 주변 공원을 지나 동료들이 있는 곳까지 걸었다. 호텔에서 청두(성도) 시내까지는 너무 거리가 멀다. 인근 식당에서 꼬치와 맥주로 청두(성도) 시내로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랜다.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인과 아무 의미 없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것이 그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인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라도 밤을 즐기고픈 그네들의 마음은 내가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시길.’

 

여행도시 성도(1박)-여강(2박)-성도(1박)

 

(주)하늘그린, (주)가을 회사 동료들

 

사무실 해외워크샵으로 하나투어 패키지를 이용함

 

일정 : 45일 사천항공

출발 : 2023.11.21.() 14:25 17:15, 3U3974, 03시간 50분 소요

도착 : 2023.11.25.() 09:00 13:25, 3U3973, 03시간 25분 소요

 

사천항공

 

 

[1일차] 인천, 성도

인천

인천(ICN) 출발(14:25) 성도(TFU) 도착(17:15), 03시간 503U3974

성도(成都天府国际机场)

가이드 미팅

석식 (현지식[중식])

천부국제호텔로 이동

 

 

 

[2일차] 성도(무후사/금리거리/관착항자/춘희로IFS), 여강

조식 (호텔식)

가이드 미팅

무후사(武侯祠)

- 제갈량을 모신 사당 무후사

중국 3세기를 풍미한 유비, 장비, 관우를 비롯하여 촉나라의 여러 명장을 거느린 전설의 전략가 제갈공명, 그 제갈량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사당입니다. 무후사라는 이름은 제갈량이 죽은 후 붙여진 시호인 충무후(忠無候)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삼국지의 역사 속 인물들을 한곳에서 느껴보세요

금리거리(锦里古街)

- 삼국시대 옛 거리의 모습을 간직한 금리 거리

삼국시대의 옛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전통의 거리로, 여러 골목 사이로 전통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맛있는 먹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쇼핑센터와 먹거리가 각각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합니다. 관광객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금리 거리에서 중국 전통 먹거리를 먹으며 쇼핑 거리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중식 특식 (사천 샤브샤브-훠궈(火锅))

관착항자(宽窄巷子-넓고 좁은 골목)

- 촉한과 청나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거리

사천성 성도가 촉한의 도읍으로 정해지고 형성될 무렵부터 있던 터를 청나라 강희대제 때 발전시켜 조성한 거리입니다. 청나라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둔 거리이며 이곳에 이르면 마치 세월이 몇백 년 전으로 돌아간 듯 청나라의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촉한과 청나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거리의 분위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춘희로 IFS (春熙路步行街)

- 성도 젊음의 거리

춘희로 중심에 위치한 IFS 몰에는 성도를 상징하는 대형 팬더가 외벽을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특별한 사진 촬영과 함께 IFS 몰 내의 많은 쇼핑몰과 푸드코트 등을 여유롭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석식

여강이동(丽江市), 여강산이공항(丽江三义机场)

성도(TFU) 출발(20:15) 여강(LJG) 도착(21:40), 01시간 253U6687

가이드미팅

리장 다부객잔으로 이동

 

 

[3일차] 여강(옥룡설산, 람월곡, 인상여강쇼, 동파만신원, 옥수채, 여강고성)

조식 (호텔식)

옥룡설산(玉龍雪山)

- 옥빛 용을 머금은 거대한 설산

여강의 빼놓을 수 없는 상징, 옥룡설산은 이름 그대로 1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 설산입니다. 여강의 20km 떨어진 서북부에 웅장하게 서 있는데, 여강 시내에서 이곳의 주봉을 볼 수 있습니다. 주봉은 5,500M에 달하며, 아래쪽으로는 구채구의 비취색 물빛을 연상케하는 백수하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 산맥이 마치 은색의 용이 춤을 추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옥룡'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옥룡설산은 중국에서 손꼽히는 명산으로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습니다.

람월곡(蓝月谷)

Blue Moon Valley 람월곡

옥룡설산의 눈이 눈아 흐르는 계곡물에 비친 달빛이 푸르다 하여 람월곡으로 불립니다. 옥룡설산 풍경구에 있으며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옥빛물을 모아 계단식 인공구조물을 만들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백수하와 함께 고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중식 (현지식[중식])

인상여강쇼

- 목숨을 걸고 차마고도로 떠나는 마방의 이야기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한 마방들의 삶과 애환을 표현하고 있는 공연입니다. 목숨을 걸고 차마고도로 떠나는 남자들과 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여인들의 일상 등이 전개됩니다.

동파만신원

- 나시족의 신성한 성지

나시족을 대표하는 만신을 모시고 있는 나시족의 신성한 성지입니다. 나시족은 자체적으로 문자와 언어가 있어 곳곳에 벽화로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동파 상형문자는 여강에 살고 있는 나시족들이 사용하던 문자로서 중국에서 제일 처음 발견된 갑골문자 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문자입니다. 1400개의 단자가 있으며 단어가 풍부하고 세밀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화되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상형문자입니다.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세요

옥수채

- 옥 같은 물이 흐르는 곳

옥수채는 옥과 같은 물이 흐르는 곳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곳은 나시족의 성지이면서, 동파 문화가 시작된 곳입니다. 여강 시내로 흘러드는 식수의 발원지로, 옥룡설산에서 녹아내린 물이 이곳에서 흑룡담을 거쳐 시내로 스며듭니다.

석식 (현지식[중식], 버섯 샤브샤브)

여강고성, 여강고성 나이트투어

- 800년 전 모습을 간직한 동화속 마을, 리장고성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여강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나시족의 거주지입니다. 나시족의 독특한 양식한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돌로 만든 다리, 강물, 푸른 나무와 오래된 거리가 어우러져 동화 같은 마을 풍경을 연출합니다. 낮의 차분함과 밤의 화려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곳입니다.

리장 다부객잔으로 이동

 

[4일차]

조식 (호텔식)

가이드 미팅

흑룡담(黑龙潭公园)

- 흑룡담 공원

여강 시내 북쪽의 상산 밑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호수공원인 흑룡담은 나시족의 건축과 문화를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알아볼 수 있는 곳입니다. 공원 내에는 푸른 버드나무 고목과 누각, 정자 등이 서로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흑룡담의 호수 물은 수정같이 맑은 물로 유명합니다. 옥룡설산의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이 호수를 이루는데 호수에 비친 옥룡설산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호도협으로 이동 (2시간 소요)

호도협(虎跳峡)

차마고도의 시작

호랑이가 뛰어넘은 협곡이라는 뜻의 호도협은 여강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옥룡설산과 합바설산을 가르는 거대한 협곡으로 그 산세가 험해서 가파르게 굽이치는 물길이 많으며, 계곡의 움직임이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칩니다. 페루의 마추피추와 뉴질랜드의 밀포드와 더불어 세계 3대 트래킹 코스로 통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 차마고도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중식 특식 (오골계 백숙) - 차마객잔(茶馬客栈) 닭백숙

호도협 미니 트레킹

-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호도협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핵심 코스입니다. 산세가 완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즐기는 호도협 미니 트레킹! 차마고도의 시작인 호도협 곳곳에서 수백 년 전 차마고도의 흔적을 엿보며 대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세요.

여강으로 이동 (2시간 소요)

속하고진

- 천년의 향기를 간직한 차마고도 쉼터

높은 봉우리 아래 위치한 마을이라는 뜻의 속하고진은 리장 고성의 외곽과 옥룡설산 밑에 위치한 고성입니다. 티벳과 사천을 잇는 차마고도의 교역지였던 이곳은 나사족의 선조가 이 지역에 정착하여 처음 세운 마을입니다. 리장 고성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석식 (현지식[한식])

여강 공항으로 이동 후 국내선 탑승

여강(LJG) 출발(22:25) 성도(TFU) 도착(23:40), 01시간 153U6688

천국국제호텔로 이동

 

[5일차]

가이드 미팅

조식 (도시락)

- 이른 오전 출발로 조식은 간단한 도시락(과일, 생수, , 음료)으로 제공

공항으로 이동

성도

성도(TFU) 출발(09:00) 인천(ICN) 도착(13:25), 03시간 253U3973

인천

잠에서 깬다.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비가 내린다. 시계를 보니 오전 459분이다. 알람이 울리기 바로 직전이다. 커피를 마시려고 텐트에서 나온다. 버너에 불을 켜고 물을 채운 냄비를 올려놓는다. 물이 끓는 소리가 빗소리에 맞춰 화음을 더한다. 스테인리스 컵에 카누를 쏟고 끓은 물을 붓는다. 진한 커피 향이 수증기로 변해 원두막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세상은 점점 그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산을 쓰고 야영장을 걷는다.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비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내 다리를 적신다. 잔디에서 야영하던 사람들은 어수선하지만 분주하게 텐트를 철수하고 있다. 나는 매표소 앞 의자에 앉아 비가 내리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본다. ‘아무래도 온종일 배가 내리겠는걸다시 빗속을 걸어 원두막으로 돌아온다. 원두막에 도착했을 때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의자에 앉아 가장 편한 자세로 빗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비는 쉬지 않고 떠들기 시작한다.

 

태양을 볼 수 없는 날이다.

샤워기의 물줄기처럼 광기가 어린 냉기를 품은 비가 내린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세상은 멈춘 것 같지만 실상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비가 끼를 부리기 시작하면 의미 없이 내리는 빗줄기는 없다.

낮술을 먹는다. 할 일이 딱히 없을 때는 술을 먹는 게 최고의 해결책일 수 있다. 술안주는 라면이다.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수프와 면을 넣고 330초를 끓이면 된다. 소주 1 : 맥주 2의 소맥을 스테인리스 컵에 제조한다. 소맥을 마시고 라면 국물을 마신다. 비가 오는 날엔 라면 국물이 최고다. 낮술과 마시며 녹음이 가득한 곶자왈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흐르지 않을 것 같은 하루도 끝내는 저물고 만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며 보낸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분다.

곶자왈을 지나온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나를 깨운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침의 싱그러운 합창이 나의 귀를 간지럽힌다. 텐트가 있는 원두막을 밖으로 나오니 곶자왈의 향기가 내 오감을 자극한다.

오두막은 시원하기보다 서늘하다. 서늘함 때문에 스웨터를 입은 야영객들이 부산스럽게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그들 시야에 민소매를 입은 내가 야영 전문가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재빠르게 철수준비를 마친다. 밤새 폭우로 곶자왈을 뒤흔들던 하늘은 회색 구름만이 둥둥 떠 있다.

 

새로운 아침, 새로운 하루다.

이제 야영은 끝났지만 계속 야영을 하는 듯한 잔상이 눈앞을 떠나지 않는다. 곶자왈에서의 야영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도시에 머무를 때와 다른 방향으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버스를 타는 것으로 이번 야영을 마무리한다. 이제 다시 회색빛으로 물든 소음 가득한 도시로 돌아갈 시간이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4일간의 곶자왈에서의 야영은 내 영혼에 짙은 자국을 남겼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때의 일들이 세월이 지난 다음에도 되새김질하고 싶어서이다.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간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떠나자!

 

 

 

햇살 가득한 아침이다.

음울하고 축축한 날씨가 이어지는 동안 거친 비바람 속에서 지내온 내 몸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기분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맑은 하늘을 본지도 오래된 듯한 느낌이다. 청명한 하늘은 내 안의 우울한 감정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다.

곶자왈에 들어서면 녹음이 드리워져 있고 위에는 큼지막한 나무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나뭇잎은 바람에 살랑거리고 상쾌한 공기는 내 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간다. 우거진 수관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 어둠과 균형을 이룬다. 곶자왈에는 난대와 온대 수종이 함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푸르른 잎을 가득 채운 곶자왈은 어떠한 시련도 이겨내고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산책길에서 곶자왈을 바라보면 싱그러움이 가득한 이끼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지표를 뒤덮고 있다. 이런 곶자왈을 걷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감각의 모든 세포가 깨어나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순식간에 찾아낸다. 곶자왈 어느 지점에서 꽃을 피운 투구꽃을 발견했을 때처럼 특별할 것 없는 사소한 일상이 작은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즐거움을 양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즐거운 일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아무 볼품없는 도시 거리보다는 곶자왈이 훨씬 흥미 있고 가치 있는 장소이다.

 

여기는 큰지그리오름이다.

넓은 곶자왈 저편에는 완만한 산등성이의 여린 오름 곡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곶자왈은 평평하고 넓은데 오름에 가깝게 다가오니 날이 선 칼날처럼 경사가 급하다. 걷는 속도에 완급조절을 하고 리듬감을 살려 오름에 올라선다.

심장이 요동치고 호흡은 거칠지만, 확 트인 시야에 아늑함을 느낀다. 저 멀리 사람이 길게 엎드려 있는 듯한 한라산의 곡선에선 느슨함을 느낀다. 이곳의 조망은 보는 방향에 따라, 시각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 느낌과 아름다움이 다를 것이다.

가을 햇볕은 따스하다기보단 뜨겁고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는 풀벌레를 유혹이라도 하듯 흐느껴 울어댄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경험한 만큼만 느낄 수 있다.

 

구름이 많이 낀 맑은 날이다.

오름에서 내려와 다시 곶자왈을 되돌아 걸어간다. 휴양림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탄다. 왼쪽 창가 자리에 앉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본다. 한적한 버스는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포장도로를 막힘 없이 내달린다. 순식간에 종점에 도착한다.

서귀포다. 뚜벅뚜벅 인도를 걸어간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났을 때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간다. 1인용 식탁에 앉은 후 주문을 한다. ‘순대 백반하고 막걸리 주세요늦은 점심을 먹는다. 허기진 위장을 가득 채울 때까지.

저녁 찬거리를 산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다시 야영장으로 간다. 이미 해는 서산으로 기울었다. 잔디밭 야영데크에 자리한 사람들은 이미 불을 밝히고 있다. 야영장 도로에 설치된 조명 빛에 의지한 체 원두막으로 걸어간다. 그곳에는 내 손톱만큼 자란 초승달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밤은 외롭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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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남아있는 곶자왈 아침

외곽 길을 따라 활기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이름 모를 풀벌레가 아침을 알리듯 큰 소리로 울어댄다. 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길은 꼬불꼬불 길게 이어져 있고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가 길가에 널브러져 있다. 길 좌우가 숲으로 둘러싸여 길 자체는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야영장 입구로 들어선다. 구름이 집어삼킨 곶자왈 숲을 보며 뚜벅뚜벅 걷는다. 비 때문에 더욱 짙어진 잔디밭과 대조적으로 하늘은 흐릿한 회색 색깔이 펼쳐져 있다. 돌담길을 걷는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길에 달팽이가 우아한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다. ‘산딸나무 열매를 다 먹으려면 하루는 더 걸릴 듯.’

 

비가 그쳤다.

제주의 가을을 만끽하러 버스를 타고 표선해수욕장에 왔다. 검푸른 바다가 보이는 해변을 차분히 걷는다. 빠져들 듯이 바다를 응시하다 정자 한쪽 구석에 앉는다. 하늘은 파란 도화지에 흰 밀가루를 뿌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시간을 가만히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풍향이 바뀌고 있다. 정면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측면에서 불어온다. 비가 그쳐 따가워진 가을 햇살 속으로 바람을 맞으며 걸어 들어간다. 한참을 걸어 마트에 도착한다. 오늘 밤에 먹을 음식물을 산 후 버스를 타고 다시 야영장으로 돌아간다.

 

어제 비가 너무 내렸나?

야영장 원두막에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혼자만의 세상, 너무 좋다. 혼자라서 가장 제정신이 들 때니까 쓸쓸하지 않다. 소맥을 마시며 이른 저녁을 먹는다. 고요함을 깨뜨리는 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음뿐이다. 라디오를 끄고 멍하니 주변을 바라본다. 어둠이 살며시 세상을 덮기 시작한다.

인공 빛에 의지한 체 의자에 앉아 있다. 어둠 속의 낯선 곳이라 몸이 떨린다. 그때 노루의 울음소리가 스산하게 들린다.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노루의 울음소리를 따라 외친다. 몇 번이나 울리던 노루의 울음소리가 잠잠해지고 인공 빛 아래 나는 다시 소맥을 마신다. 어둠, 동물 소리, , 나무, 바람, 돌 등 더는 나를 거스르게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욕망을 품지 않는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살고 싶지도 않고,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한 자동차를 운전하고 싶지도 않고, 명품으로 겉모습을 한껏 치장하고 싶지도 않고,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벌고 싶지도 않다. 나의 욕망은 그들의 욕망은 다르다. 그래서 그들과 같이 달리지 않는다. 솔직히 그들의 욕망 중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은 거의 없다.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욕망의 굴레 속에 지지부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물건중에 신제품은 거의 없다. 옷은 새 옷을 사본지가 10년도 넘었다. 실제로는 옷은 사지만 모두 중고 옷을 산다. 자세히 살펴보면 유일한 신제품은 등산화, 운동화가 전부인 것 같다. 불필요한 지출에 최대한 돈을 최대한 아낀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을,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떠다닌다.

50여 분의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제주공항은 시끄러운 비행기 엔진 출력 소리만큼이나 거센 비가 워싱턴 야자수 앞 도로를 때리고 있다. 버스를 탔다. 빗속을 달리는 버스 중앙자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차창 밖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1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제주, 그대로인 듯하지만, 왠지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터미널이 가까워지면서 빗줄기는 다소나마 가늘어지고 있다.

같은 제주지만 공항과 터미널은 다른 세계인 듯싶다. 터미널은 텔레비전의 잡다한 소음 소리와 분식집의 어묵 냄새가 선풍기 바람에 뒤섞여 구석구석에 퍼지고 있다. 시장 같은 터미널 풍경 속 구석진 자리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타야 할 버스는 곧 출발할 듯 엔진이 뜨거워지고 있다. ‘, 다른 건 몰라도 이소가스는 꼭 사야 하는데.’

우산을 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비가 내리는 거리를 물웅덩이를 피해 조심스럽게 마트까지 걷는다. 맥주 6, 여행용 소주 2, 이소가스를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에코백에 물건을 담고 다시 터미널에 왔다. 배낭에 대충 물건들을 옮겨놓고 터미널 풍경을 바라본다. 버스 시간까지는 아직 45분이 남았다. 난 원래 계획적이고 급한 성격이지만 여행할 때만큼은 행동이 느긋해진다.

 

복잡한 도심을 버스가 부드럽게 비껴간다.

나는 버스 안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세상을 작은 창으로 바라본다. 40여 분 후, 버스가 인적 드문 정류장에 멈춰 서고 큰 버스에서 작은 사람이 우산을 펼치면서 나온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버스는 직선의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왼손으로 우산을 들고, 어깨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작은 사람이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으로 향한다.

체크인하는 동안 비는 더 거세게 내린다. 예약한 B17 오두막은 깊은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왼손으로 우산을 들고, 어깨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작은 사람이 또다시 걷는다. 잔디 야영장 옆 곡선 길을 걷다가 문득 멈춰선다. 길에 물이 고여있다. CROCS를 신은 발을 내려다보고 그대로 물이 가득한 도로를 첨벙첨벙 걷는다. 오두막 몇 개를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무가 우거진 공간에 오두막이 또 있다. 뚜벅뚜벅 그 길을 계속 걷다가 멈춰선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덩그러니 오두막 한 채가 있다.

 

곶자왈은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어둠을 씻어내는 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밤의 풍경은 조금씩 변해간다. 나는 오두막에 갇힌 채 소주 1 : 맥주 2의 소맥을 탄 스테인리스 잔을 손에 쥐고 멍하니 어둠을 응시하고 있다. 술 한 모금을 마신다. 세상은 멈춘 것 같지만 실상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번개가 치듯 어둠 속에 실오라기 빛이 보였다가 사라진다. 얼마후 천둥소리가 들려오고 비는 여전히 세상을 향해 감추었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오두막 안에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본다. 라디오는 혼자 떠들고 있고 테이블에 술과 안주가 있는데 거의 마시질 않고 있다. 깜깜한 곶자왈에 랜턴을 비추고 퍼붓는 빗줄기만 하염없이 쳐다보다 의자로 돌아가 술을 마신다.

비는 멈출 생각이 없다. 호우경보 문자가 오고 비가 내릴수록 감성이 더해지니 우중 캠핑을 하러 제주까지 온 보람이 있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 노곤한 몸을 누인다. 두 귀는 라디오 소리에 집중하나 빗소리에 밀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안경을 벗고 무거워진 눈꺼풀을 닫는다. 세상의 소음은 점점 멀어지고 이내 잠에 빠진다.

 

걷다보니 유럽, 50대 한량의 유럽 배낭여행

 

2023년 6월 7일부터 29일까지 21박 23일간의 유럽 여행은

체코(프라하, 체스키크룸로프)

 헝가리(부다페스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슬로바키아(브라티슬라바)

 스위스(취리히, 인터라켄, 그린델발트, 루체른, 체르마트)

이탈리아(밀라노, 베네치아, 베로나, 로마)

6개국 16개 도시를 다녔고, 독일을 기차를 타고 잠시 스쳐 지나갔다.

 

[21박 23일간의 여행일정]

 

[21박 23일간의 여행준비]

 숙소예약

혼자라서 호스텔 Dormitory를 이용함

숙박 앱 아고다(agoda)를 이용하여 4달전부터 예약을 함

AgodaVip Platinum으로 vip 특가 혜택을 최대 25% 할인 받았음

 

- 체코 프라하(3박) : Luma Terra Prague hostel

- 체코 프라하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1박) : 야간 슬리핑 기차 이용

- 헝가리 부다페스트(1박) : Maverick Urban Lodge

- 오스트리아 빈(3박) : Do Step Inn Central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3박) : Wolfgang's managed by a&o

- 스위스 그린델발트(5박) : Eiger Lodge

- 이탈리아 베네치아 메스트레(3박) : Anda vence

- 이탈리아 로마(2박) : Casa per Ferie San Giuseppe di Cluny

 

 교통편 예약

나라별 도시간 이동은 주로 버스를 이용

(예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할슈타트와 이탈리아 베네치아 메스트레-베네치아 본섬까지는 기차이용)

나라간 이동은 주로 기차를 이용함

(예외, 오스트리아 빈-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는 버스이용)

 

- 버스

1. 레지오젯(https://regiojet.com/) 이용

^ 체코 프라하 - 체스키 크롬루프

2. 플릭스버스(https://global.flixbus.com/)

^ 오스트리아 빈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 이탈리아 베네치아 메스트레 - 베로나

 

- 기차

1. 체코 기차(https://www.cd.cz/en/default.htm)

^ 체코 프라하 - 헝가리 부다페스트

2. 오스트리아 기차(https://shop.oebbtickets.at/en/ticket

^헝가리 부다페스트 - 오스트리아 빈

^오스트리아 빈 - 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 할슈타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 스위스 인터라켄 동역

3. 스위스 기차(https://www.sbb.ch/en)

^인터라켄 동역 - 그린델발트 터미널

^세이브 데이 패스 사용(루체른, 체르마트)

^그린델발트 터미널 - 스피츠

4. 이탈리아 기차( https://www.trenitalia.com/en.html )

^스위스 스피츠 - 이탈리아 밀라노

5. 이탈리아 기차( https://www.italotreno.it/en )

^밀라노 - 베네치아 메스트레

^베네치아 메스트레-베네치아 본섬

^베네치아 메스트레 - 로마

 

 콘센트

스위스는 여행용 어댑터가 필요

그외 나라는 우리나라와 동일

(단, 전압이 230V라 오래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 - 실제로 핸드폰은 문제없었는데 보조배터리가 충전중 고장)

 

□ 환전

현금(유로화)과 하나트래블로그카드를 사용함

환율이 저렴할때 미리 현금 환전하고 하나트래블로그카드에 충전함

 

^ 유로 환전

1,336.75원/1유로

(현금과 하나트래블로그카드 같이 사용)

^ 스위스 프랑 환전

1,416.89원/1스위스 프랑

(하나트래블로그카드만 사용)

 

[21박 23일간의 여행비용]

 

6월 7일 집을 나와

6월 29일 다시 집으로 오기까지의 모든 비용

(국내 교통비도 포함됨)

 

총 여행비용은 3,563,350원

 

 

일자별 여행비용

 

항목별 여행비용

항공권, 교통비, 숙박비, 식비, 기타비용으로 구분함

 

 

1. 항공권

1,277,600원

 

대한항공

 

대한항공 직항으로

체코 프라하 in, 이탈리아 로마 out

다구간 설정을 통해 구매함

 

 

2. 교통비

694,619원

 

레지오젯
플릭스버스
체코 슬리핑 기차
오스트리아 기차(왼쪽), 스위스 기차(오른쪽)
트램(노면전차)
체코 프라하 버스
프라하 지하철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선착장

 

교통비에는 국내 교통비(집-인천공항 2터미널)까지의 왕복 버스요금이 포함됨

국가에서 국가로의 이동은 버스, 기차를 이용했고 국가 내 도시별 이동은 버스, 배, 트램을 이용함

 

 

3. 숙박비

798,009원

 

Luma Terra Prague hostel - 체코 프라하(3박)
Maverick Urban Lodge - 헝가리 부다페스트(1박)
Do Step Inn Central - 오스트리아 빈(3박)
Wolfgang's managed by a&o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3박)
Eiger Lodge - 스위스 그린델발트(5박)
Anda vence - 이탈리아 베네치아 메스트레(3박)
Casa per Ferie San Giuseppe di Cluny - 이탈리아 로마(2박)

 

 

4. 식비

721,420원

 

 

 

5. 기타 비용

71,702원

 

Wolfgang's managed by a&o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숙소에서 세탁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카드 구입

 

기타 비용에는

말톡 유심칩(30일 12G) 구입, 세탁비, 잘츠부르크 카드 구입 등이 포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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