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청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청소기로 미세먼지를 흡입한 후 물걸레로 깨끗하게 닦아내고 싶다. 능선에서 도심의 아파트를 바라다본다. 한정된 토지를 공유하며 허공에 떠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소공포증은 없을 것이다. 공간을 찾아 늘어나는 회색의 도심 고층아파트보다 점점 줄어드는 너른 들녘의 휑함이 더 눈에 들어온다.

 

숲 향기

 

오늘도 날렵한 산꾼처럼 장시간 길 없는 숲을 해치고 다닌다. 내가 걸어 들어온 숲에 자연이 숨죽이며 깨어나고 있다. 내 시선은 나뭇가지 사이의 허공을 향하고 있지만 내 평화로운 마음은 숲속을 향해 열려 있다. 마음으로 자연을 느껴본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연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숲에는 나무 하늘엔 흰 구름,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날마다 새로워진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좋은 향기가 난다. , 낙엽, 나무 향기에 취한다. 속살을 다 드러낸 나무뿌리를 보고 마음이 상하기도하지만, 동물 발자국이나 분변을 보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벗을 본 것처럼 반갑기만 하다. 산에는 여러 존재가 다채롭게 서식하고 고유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정상에 서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평온해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화를 시작한다. ‘대지가 너무 메말라 가는데 비를 내려 주시겠어요?’ 하늘이 대답한다. ‘비가 오면 추위가 찾아올 텐데 헐벗은 산이 감기라도 걸릴까 봐 걱정이야.’ 자연은 온몸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비를 피하려고 우산을 드는 건 사람밖에 없다.

 

들어서다

 

내가 지나간 자리, 눈에 잘 띄는 나뭇가지에 빨간 끈을 매어 놓는다. 구봉산 능선길을 놔두고 깎아지른 능선 암벽 밑으로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돌너덜 위에 썩지 않고 쌓인 낙엽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자니 여간해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 사람 발자국 없는 곳이지만 야생동물이 이동한 흔적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 흔적을 따라 걸어갈 때면 고마운 마음에 발을 살포시 올려놓게 된다. 그 옛날, 숲속을 지나간 흔적은 이내 길이 되기도 한다.

산은 그저 견딘다. 더워도 견디고 추워도 견딘다. 꽃이 져도 견디고 잎이 떨어져도 견딘다. 바람에 나무가 꺾이고 넘어져도 견디고 암벽이 갈라져 암석이 떨어져도 견딘다. 아무 말 없이 견디기만 하는 산이 안쓰러워 오늘도 산을 찾아 위로의 말을 전한다. 소나무 그늘에 홀로 붉게 물든 단풍이 있다. 산의 활엽수 나무는 대부분 잎을 다 떨구었는데 외로이 홀로 서서 하늘을 향해 일인시위 중이다.

나무가 나무를 때린다. 바람이 세게 불기라도 하면 큰 나무의 가지가 휘청거리며 작은 나무의 얼굴을 때린다.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바람결에 취해 자꾸 따귀를 때린다. 가끔은 큰 나무의 그런 행동을 말려도 보고 타일러도 본다. ‘같이 잘 지내야지라고 말은 하지만, 바람이 부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라 내 마음만 애가 탈 뿐이다. 세상을 사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겨울이지만 바람을 맞고 싶을 정도로 더운 한낮이다. 바람이 불어오자 즐거운 세상 소식을 들은 것처럼 입꼬리가 올라가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높이 올라야 더 멀리 볼 수 있기에 가파른 암벽 능선을 과감히 기어오른다. 솟구쳐 흐르는 땀 줄기가 식어 한기를 느낄 때까지 노루벌을 바라보며 서 있다. 산에 오면 언제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다가온 겨울이 부끄러워 홍조 띤 잎으로 어색하게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본다. 노루벌을 흐르는 물소리에서 힘겹게 한해를 살아온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섞여 있다. 차가워진 수온만큼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큰소리로 외쳐본다. ‘조금만 더 힘내자고요!’

 

 

블랙야크 마운틴북 명산100 도전기 95, 구봉산 산행



가을이라고 해야 하나?

겨울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올가을들어 가장 추운 날입니다.

하늘 표정은 굉장히 맑지만 찬 바람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날 아침에 대전에서 출발한 산악회버스가

어릴적 방학때면 자주 찾았던 금산 외가집을 지나서 구봉주차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구봉산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싸늘하고 스산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산행시작전에 구봉산주변 등산로를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구봉산주차장을 출발하여 1봉~8봉을 지나 구봉산 정상과 바람재를 거쳐

구봉산장가든으로 하산을 한 후 도로를 따라 구봉산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산행입니다.





비니,

버프,

장갑,

내피를 끼운 바람막이 점퍼,

겨울등산바지 등

사진 그대로 산행전에 완전무장을 했습니다.


온몸에서 땀이 날때까지는

이 복장 그대로 산행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나뭇잎을 모두 떨군 바짝 마른 나무들은

추운 바람을 견디기 위해 몸을 더 움츠리고 있습니다.


그 밑으로 아직 쓸리지 않은 낙엽과 맨살을 드러낸 등산로가

아주 대조적인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산행이 계속될수록

온 몸은 지속적으로 열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1봉에 도착을 해서 내피를 끼운 바람막이 점퍼를 벗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이제는 시원한 바람으로 변해 나를 반겨주고 있습니다.


저멀리 위치하고 있는 용담호 주변을 바라볼수록

용담댐 건설로 수몰된 내 친가의 기억이 살짝꿍 떠오릅니다.





2봉과 3봉을 거쳐 4봉에 올랐습니다.

봉을 하나 오를때마다 오르내림을 번갈아 해야 했습니다.

춥지만 맑은 날이라서 주천면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4봉과 5봉사이에는 구름다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구름다리 입구까지 왔지만 건널 수는 없었습니다.


허걱... 4봉~5봉을 연결한 구름다리는

5봉 인근에 통행금지 표지판을 세워두고 봉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옛 등산로를 따라

위험한 급경사지 바위를 올라 우회하여 5봉에 올랐습니다.


이게 뭡니까??

"구봉산 등산로 정비사업으로 통행이 위험하오니 가급적 통행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2봉~9봉]"



[5봉~6봉]

[7봉~8봉]

[돈내미재]



이렇게 등산로를 폐쇄하려면

구봉산주차장과 돈내미재에서 통금금지를 시키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가급적 통행자제란 현수막만 설치해 놓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욕을 해대면서 그냥 하산을 했습니다.
구봉산 정상에서 돈내미재를 지나 구름다리를 보러 오신 등산객들도

6봉쪽에서 어의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다가 되돌아가 하산을 했습니다.






돈내미재에서 구봉산으로 올라오는 길은 급경사이지만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그 힘겨움이 눈 녹득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구봉산 정상에서 블랙야크 마운틴북 명산100 도전기

95번째 구봉산 산행의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9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구봉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웅장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산세가 좋고 주변 조망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내가 왜 이처럼 아름다운 산을 이제서야 왔을까요??





자연이 빚은 걸작인 소나무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 하산을 했습니다.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도

오늘 구봉산을 찾은 나처럼 외로움을 느끼고 있겠지요??




이렇게 갑자기 등산로를 폐쇄하려면

구봉산주차장과 돈내미재에서 통금금지를 시키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가급적 통행자제란 현수막만 설치해 놓고 있습니다.


구봉산을 찾는 모든 도전자는

구봉산주차장에서 구봉산장가든 앞 숲길을 통해 바람재를 거쳐 구봉산 정상에 올라가시길 바랍니다.

[대전 백패킹]노루벌야영장

 

 

여러가지 이유로 한동안 미루웠던 백패킹!!!

오늘 이 순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갑작스럽게 배낭을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대전 근교의 노루벌야영장으로 향했습니다.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를 2번 갈아타고 30여분만에 노루벌 버스정류장에서 하차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노루벌 야영장까지는 상보안유원지 캠핑장을 지나 1.4km의 갑천변길을 걸어가면 됩니다.

 

햇살의 따사로움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시원스럽게 흐르는 갑천변 걷기 시작했습니다.

 

 

 

 

구봉산이 올려다보이고 갑천이라고 불리우는

물줄기가 쉴새없이 흐르고 있는 그 자리, 노루벌 야영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99.99999%가 오토캠퍼인지라 다들 편하게 이곳에 온 것 같습니다.

나처럼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온 백패커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ㅋㅋ

 

 

 

 

갑천의 물줄기가 보이는 천변 한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서둘러 타프와 텐트를 치고 이제는 조금은 뜨거운 한낮의 햇살을 피해 서둘러 그늘로 숨어 들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내 주변을 둘러보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수없이 많은 텐트가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겨울이 가고 완연한 봄입니다.

물가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시 텐트로 돌아와서

도시락으로 가져온 유부초밥을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물론... 시원한 맥주도 마시면서~~

 

 

 

 

노루벌 야영장은 무료 야영장이지만

개수대는 없고 간이화장실 1동만 있는 갑천변 자갈밭야영장입니다.

 

 

 

 

이곳은 반딧불이 서식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노루벌에는 운문산 반딧불이와 늦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반딧불이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정서곤충과

환경을 측정하는 척도로써 이용되는 환경지표곤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반딧불이를 반디, 반딧불, 개똥벌레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반딧불이는 왜 사라져 갈까요?

 

맹독성 농약, 생활하수, 산업폐수에 의한 수질오염으로 반딧불이 유충의 서식이 불가능해지고

반딧불이는 다슬기와 달팽이를 먹고 사는데 이러한 먹이가 없어 생활 할 수 있는 환경이 파괴되고

콘크리트와 인공 제방이 들어서면서 서식공간이 사라지고 있고

가로등과 건물들에서 발생되는 인공조명의 밝은 빛으로 인하여

반딧불이가 짝짓기를 위해 발하는 빛이 차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프 그늘아래 바베큐미니체어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집을 떠나는 순간에는 책을 가지고 다닙니다.

그게 버릇이 된 것인지... 습관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삶의 일 부분이 이미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 내가 읽으려고 가져온 책은 카피라이터 정철이 쓴 "인생의 목적어"입니다.

 

책을 읽기 위해서

멀리까지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오늘처럼 캠핑을 무작정 오기도 하고...

행선지도 정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타기도 합니다.

 

책 속에서는 틈을 만나기 때문에... 틈속에 갇혀져 살고 있는 나를 만나려고... 책을 읽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책에 빠져 있는 동안에 해가 구봉산 너머로 작별을 고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어둠이라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내가 백패킹의 만찬을 위해 준비한 것은

"연어구이" 입니다.

 

 

 

 

신김치와 파를 구어서 연어와 함께 한입 크게 먹으면

꿀꺽~~~ 맛이 끝내줍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포도주!!!

 

소통, 용기, 추억, 셀렘, 위로, 여유

생각보다 많은 일이 술이 합니다.

하지만 과음이 일으키는 실수로 인해 술을 격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작은 부작용 때문에 고마운 효과를 모두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 일과 같은 것입니다.

 

하정우가 나오는 "사람일때가 좋다"라는 요즘 광고문구가 있습니다.

그래... 술은 사람일때까지만 마시면 됩니다.

 

 

 

 

저녁만찬이 왁자지껄??하게 끝나고 나니...

어느덧 주변은 온통 어둠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럴때가 아닙니다.

어둠에 맞선 대항을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특수부대를 파견했습니다.

마른 풀들을 불씨로 만들어 그 위에 잔 나뭇가지를 올려 놓았습니다.

 

 

 

 

소심한 캠프파이어로 어둠과 대항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금방 자멸하고 말았지만요.

 

자멸...

그러고보니 이게 자멸을 뜻하는 건지 금방 깨달았습니다.

 

 

 

 

나는 즉시 본대에 구원병을 요청했습니다.

정말로 믿음직스러운 구원병이 마들렌랜턴 장군입니다.

마들렌랜턴 장군이 어둠에 대항하여 내 사이트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 기쁜 순간을 어찌 잊으리요!!

어둠을 물리친 마들렌랜턴 장군에게 성대하게 라면파티를 열어 주었습니다.

 

참치도 넣고 파도 썰어넣고... 포도주도 내려주었습니다.

라면은 역시 신김치이기에 저녁먹다 남은 김치를 전량 하사했습니다.

 

 

 

 

성대한 전승기념 파티를 마치고 기쁜 마음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마들렌랜턴 장군은 나를 호위하며 어둠에 맞서 주었습니다.

 

자갈밭위에 조그만 텐트에 감사한다.

나의 피로를 풀어주는 피로회복제이니까.

씻지도 않고 술에 취해 쓰러지는 나를 말없이 받아주었지.

또한 어김없이 아침이라는 선물을 나에게 주니 니 덕에 기운을 차리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어.

자그마한 내 공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야.

 

고마워~~~

 

 

 

 

마들렌랜턴 장군의 활약으로 우리는 어둠을 물리쳤습니다.

 

 

 

 

어느덧 어둠의 하루가 지나고 해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둠은 전쟁에서의 패배를 쉽게 인정하지 않고

밤새도록 내 사이트에 이슬이라는 물 공격을 감행한 후에 스스로 물러갔습니다.

 

 

 

 

어둠이 남기고 간 흔적들로 구봉산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서둘러 배낭을 다시 꾸려 구봉산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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