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첫째 주 목요일 아침에 나는 카키색 바지에 검은 스웨터를 입고 검은색 목도리를 한 후 아이보리색 점퍼를 입었다. 발목까지 오는 운동화를 신고 검은 장갑을 낀 체 미세먼지가 하늘을 여러 번 덧칠한 희끄무레한 하늘을 올려다본 후 길을 걸었다. 내가 걷는 왕복 8차선 도로는 지하터널을 빠져나온 차량이 학교 앞 횡단보도 앞에서 속력을 줄였고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엄마 손에 이끌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길가에 아무렇게 놓인 공유 전동킥보드는 이용자의 비양심만큼 녹슬어 있었다. 오늘 한낮의 기온이 영상 7℃까지 올라가는 겨울치고는 따뜻한 1월의 한낮이다. 스물다섯 살 여름 나의 첫 해외여행으로 한 달 동안 베트남을 다녀왔다. 그 이후 싱가포르, 인도, 네팔,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

흐린 날이었다. 이미 해는 떴지만 안 뜬 것처럼 어두컴컴했다. 갈천약수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을 먹고 구룡령으로 향했다. 어제부터 강원도를 뒤덮은 미세먼지로 인해 시야가 황태해장국처럼 희뿌옇게 흐려졌다. 차창으로 보이는 달만이 막 떠오른 햇빛을 받아 뚜렷한 형태로 산을 넘고 있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지나간 것처럼 길이 구불구불하고 험했던 옛길은 어느새 아스팔트 포장길로 변해 있었다. 나는 백두대간에 서 있었다. 뼛속까지 전해지는 강한 울림 때문에 우리나라 등줄기에 나 홀로 선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차가운 바람 속에 구불구불 이어진 구룡령 고갯길의 음침한 그늘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구룡령에서 갈전곡봉까지는 체 4km가 안 되었지만 나는 서둘러 길을 걸었다. 걷다가 능선 아래를 내려다보면 ..

또다시 길을 나섰다. 막걸리 두 병을 사 들고 어제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걸어갔다. 내가 빨리 걸으면 걸을수록 남쪽에 떠 있는 해와 점점 가까워졌다. 나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긴 머리카락을 흐트러지게 했다.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걷고 있는 나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등허리에 땀이 흥건했다. 잠시 쉬었다 가려고 웅장하게 서 있는 느티나무 그늘에 앉았다. 익어가는 대추를 바라보며 뜨거워진 몸의 열기를 식혔다. 그늘을 만들지 못하는 나무는 이미 나무가 아니다. 그늘이 움직인다는 것은 나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해의 움직임에 따라 나무 그늘의 위치와 모양이 바뀌어야 한다. 길 위를 지키는 사마귀가 있었다. ‘갈막잔등’으로 향하는 언덕길 모퉁이를 돌아서니 한낮의 햇빛을 받아 한층 더 달궈진 콘크리트 위에 권..

여전히 어스름이 깔린 새벽이다 텐트에서 눈을 떴다. 나는 결코 불면의 밤을 보낸 것이 아니다. 새 나라의 어린이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을 뿐이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어디인지 나는 지금 어떻게 밤을 보내고 있는지 어둠이 뒤덮고 있는 바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하늘에 총총한 별들은 무엇을 비추고 있는지……. 그런 게 궁금했을 뿐이다.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벗어나 나의 행위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나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가? 그렇게 새벽을 맞았다. 새벽이슬이 내리고 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해풍이 찝찝하게 내 피부에 와 닿는다. 새벽에는 쌀쌀했다. 청명한 가을밤, 별이 이처럼 빛나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검은 어둠 위에 별이 총총한 밤하늘과 대비되어 텐..

달리도에 도착했다. 내가 걸어야 할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된 해안 길이다. 선착장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어느 섬에나 볼 수 있는 그런 조금은 밋밋한 길을 걸었다. 넓은 바다에 지주식 김 양식장이 펼쳐져 있고 해안가 모퉁이를 굽이 돌아가는 길은 인적 없는 쓸쓸한 곡선으로 뻗어 있었다. 새로 지어진 마을회관 파란색·빨간색 양철지붕 이지러진 담벼락 밭에 길게 늘어선 비닐하우스 논의 누렇게 익어가고 있는 벼 길가의 해당화……. 꾹 눌러쓴 모자 아래로 보이는 원달마을은 정적이면서 단출한 풍경이다. 나는 그 길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었다. 언덕을 올랐다. 희미하게만 보이던 언덕길은 전봇대를 따라 원달마을 뒤편의 ‘갈막잔등’이라 부르는 곳을 른다. 그 길은 가난하고 굴곡진 옛사람들의 삶의 길이었다. 뱃고동 소리가 가..

나는 오늘도 배낭을 졸라맨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가벼운 운동화를 신었다. 출근길 지하철은 지옥철답게 사람들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나는 주말이나 연휴가 지난 월요일이나 평일에 여행을 간다. 남들 다 노는 주말이나 연휴에는 될 수 있으면 집에 머무른다. 교통체증과 북적거림이 싫어 절대로 여행은 다니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남들 일할 때 당당하게 놀러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는 목포 달리도에서 야영을 하려고 한다. 열차에 올랐다. 서대전에서 09시 44분 목포행 첫 무궁화호 1401, 1호차 3번 좌석에 앉았다. 출근 시간이 지난 시각이라 열차는 한산했다. 열차는 천천히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빨라졌다. 창밖 풍경은 이미 가을이 찾아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동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아무런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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