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주 여름 여행3 - 서귀포에서 칩거중



태풍은 이미 제주를 지나갔지만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바람은 여전히 무섭게 불고 있다.



서귀포항에 정박중인 어선들



종일 호텔에 머물고 있다가

바깥 풍경이 궁금하여 우비를 입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강풍이 우비와 부딪히면서 만들어낸 소리가 무섭다.

한걸음씩 발을 내딛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강풍의 영향으로 간간히 내리는 비줄기는

수직낙하를 하지 못하고 사방팔방으로 분무기를 뿌린 듯 흩날린다.



서귀포시 서문서로 5번길의 골목길



비 바람을 맞으며 그냥 걸었다.

관광지가 아닌 제주민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골목을 걸었다.


제주의 골목은 육지의 골목과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골목은 거주민들에게는 삶의 공유물이고 여백이 있는 비움이 있다.

골목은 어디까지나 서민들 사이에만 존재하고 그들에게만 이해 받는 길이다.




와랑와랑 한치짬뽕



특별히 할 일도, 갈곳도 없기에

밖에 나온 김에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중섭거리 인근에 위치한 덕성원은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덕성원 인근에 위치하지만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와랑와랑에 왔다.


목조주택 구조의 내부시설과

옛날농기구 등의 장식품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어릴적에는 짜장면이나 짬뽕이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에 빠졌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짜장면과 짬봉을 다 주문해서 먹는 것이 습관처럼 되버렸다.


오늘은 비바람을 오랜시간 맞아서

따뜻한 국물인 있는 한치짬뽕과 막걸리만을 주문했다.




서귀포항 앞바다와 새연교



태풍이 제주를 지나 육지로 들어섰다고 한다.

한반도를 향해 돌진한 태풍은 어차피 피할 수 없었다.


바람을 맞더라도 육지의 도시에서보다는

해풍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제주도에서 맞고 싶었다.


내가 기대한 것보다 더 충만할 정도로 흠뻑 바람을 맞았다.

나 오늘 바람 맞았어요~~~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내 흑돼지 족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 들려 흙돼지 족발을 샀다.


맥주에는 자유가 있고,

수주에는 힘이 있고,

와인에는 건강이 있고,

그리고 물에는 박테리아가 있다.


이밤이 새도록 술이나 마시며

내일 날씨가 맑기를 기다리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3일차 여정]

더 루케테 호텔-걸매생태공원-와랑와랑-서귀포 매일올레시장-서귀포항

2018년 제주 여름 여행2 - 태풍전야



계획을 그대로 실천하는 여행은 하고 싶지 않다.


여행이 너무 단조롭고,

설렘도 없고,

재미도 없지 않을까?




자구리공원에서의 일출



평소 습관처럼 이불을 덮지 않고 잠을 잤다.

새벽에 살짝 추위를 느껴 이불을 덮기까지 했다.

에어컨을 끄려고 리모컨을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오전 6시, 핸드폰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샤워를 하고 습관처럼 영어공부와 사설 신문기사를 읽었다.


주변이 너무 신선한 것 같아 기온을 확인해 보았다.

26도, 아니 벌써 가을인가? 





소정방폭포와 주변 파도



태양도 태풍소식에 머리를 내밀지 않는 날이다.


서귀포 해안을 따라 걸으면서

바닷바람을 가슴으로 맞서며 소정방폭포로 향했다.


나는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관리해서 살아가는데 익숙하다.

오늘 아침에는 소정방폭포를 구경하면서 한갓지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파도를 보니 태풍이 곧 올것 같다.







고근산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서귀포



'당신을 좋아하게 되면서 나 자신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호리카와 나미의 '당신이 매일매일 좋아져요'에 나오는 말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상대방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린다.

자연을 대할때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다.


변했네... 변했어...

사람이 아니 사람의 마음이 변해놓고

우리는 쉽게 이렇게 말한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인데...





솔동산 고기국수



호텔로 돌아와 낮잠을 자고 나니

바람은 불지만 후텁지근한 날씨에 입맛도 없다.


단지 머릿속에는

냉면, 막국수 등 차가운 음식만 머릿속에 맴돈다.


입맛이 없을때는 덜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지금 나는 제주에서 유명한 차갑지 않은 따뜻한 고기국수를 먹고 있다.


음식은 인간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맛있고 부른 음식은 인간의 오랜 행복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큰 복 가운데 하나이다.





이중섭 창작스튜디오 기획전시실



서귀포 이중섭 창작스튜디오 기획전시실에서 서승환 작가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태풍의 영향으로 먼 밖을 돌아다닐 수 없기에 전시실을 찾았다.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전시실을 찾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을때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감돌았고 괜시리 주눅들었다.


수염난 서작가가 다가와 직접 작품 설명도 해 주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손수 전시 팜플렛도 나에게 전해줬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한걸음 다가 서보자!

한걸음이 딛기가 어렵지만 그 이후부터는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자구리공원 태풍전야



살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비바람이 만들어낸 굉음이 무서울 정도다.


태풍으로 발이 묶인 많은 관광객은 거리에서는 더이상 종적을 찾을 수 없다.

그들은 나처럼 비바람을 피해 일찌감치 실내로 숨어 버렸다.


저녁을 먹었지만 배고프다.

지금은 밖을 나갈 수는 없을정도로 바람이 심하다.

낮에 사다놓은 간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해결해야 할 듯 하다.


방심하지 말자.

자연의 힘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무섭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준비했기에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내일 아침에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태풍이 지나가기를 빈다.



[2일차 여정]

더 루케테 호텔-자구리공원-소정방폭포-고근산-솔동산 고기국수-이중섭 창작스튜디오 기획전시실-서귀포매일올레시장-자구리공원

2018년 제주 여름 여행1 - 기분전환



오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나는 매년 여름이면 제주도로 백패킹을 떠났는데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한다는 소식에 여행으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대전역에서 청주공항가는 누리호 기차



뜨거운 햇살과 아스팔트의 열기가 내 숨통을 조여온다.

배낭을 메고 집에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길을 걷기가 너무 힘이 든다.


유성에서 대전역까지는 지하철로 24분 거리이다.

평소에는 자전거를 탔을 테지만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지하철의 시원함때문에 지상으로 나오기가 싫었다.

후텁지근함속에 쾌쾌한 냄새를 맡으니 또다시 숨이 막힌다.


청주공항행 누리호 기차를 타니

시원함속에 얼읆을 잔뜩 넣은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든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제주로 출발!!!




한산한 제주시 도로(위)와 제주 마방목장(아래)



벌써, 삼복이 다 지나갔다.


아침에는 조금 선선한 느낌이 든다.

워낙 더웠기에 기온이 조금만 낮아도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일상생활을 벗어나고 싶을때가 있다.

매일 반복되고 변함없는 일상을 보내면 무료함을 느낀다.


여행은 어딘가로 떠나는 연습이다.

특별한 것은 전혀 없지만 이보다 더 좋은 기분전환은 세상에 없다.




원앙폭포가 있는 돈내코 계곡



나의 여름휴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제주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향했다.


516도로를 타고 중산간을 넘어서자 버스에서 하차했다.

여름이 되면 꼭 다시 가보고 싶었던 원앙폭포로 향했다.


원앙폭포는 제주의 숨은 비경이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계곡물에 '풍덩',

몸을 담그면 닭살이 돋을 정도로 전율이 느껴진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소리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의 소리를 듣고 싶다.




미악산(솔오름)



오늘 하루는 더없이 맑은 날이다.

지금같아선 태풍이 온다고 누가 믿겠는가??


서귀포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미악산(솔오름)에 올랐다.


늘 하루가 내 생애의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해 본다.

세상을 향해 머뭇거리지 말고 대담하게 맞서며 달려 나가야 한다.


삶은 그렇게 이겨내는 것이다.




아랑조을거리 용이식당, 두루치기



소주와 맥주를 사서 아랑조을거리 용이식당에 왔다.

난 혼자이지만 언제나 용이식당에서는 2인분을 주문한다.

(용이식당은 주류는 판매하지 않고 각자가 마실것을 사가지고 가야 한다.)


미약산을 다녀오느라 내내 걸었더니

분수터진 땀샘은 마를새 없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소맥 한잔과 두루치기 한쌈을 번갈아 가며 먹는다.

무엇을 먹든 맛있게 먹으면 음식은 보약이 되는 것이다.






새연교와 서귀포항의 야경



오늘부터 3일동안은 서귀포에 머물면서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다닐 생각이다.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중이다.

가뭄에 단비이지만 강품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비가 온다고 생각하니 좋은데

그것이 태풍이라니 조금은 걱정스러운 밤이다.



[1일차 여정]

유성 집-대전역-청주공항-제주공항-돈내코유원지-미악산(솔오름)-용이식당-더 루케테 호텔-새연교(서귀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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