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일상탈출을 꿈꾼다.

엎치락뒤치락 자다 깨면 평범한 하루가 시작되고 별일도 없는 일상이 반복된다. 뻔한 일상은 나태한 생활의 연속이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므로 항상 매 순간을 충실히 보내고 싶다.

나는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돈이 많다고 훌쩍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비로소 떠날 수 있다. 신선한 자연과 만나게 되면 한껏 몸을 움직여도 지친 마음은 자연이 알아서 다독여줄 것이다.

 

내 삶은 내 것이 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의지하는 삶은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한다. 내가 떠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창문 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즐기기 위하여, 느리게 방랑하며 나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 싶기 때문이다.

한곳에 머물러 안주하는 것은 내 삶이 아니다. 거친 세상 속에서 육체적으로 힘들더라도 영혼이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내 생각이 고정될 수는 있어도 고정된 아름다움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달리는 삶의 시간을 감당하려면 주위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관찰자의 충만한 눈을 가져야 한다. 들여다본다는 것은 아름다움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성장을 멈춘 한겨울, 눈 덮인 산을 오를 때 나는 살아 있는 걸 느낀다. 한 걸음씩 내딛는 발자국마다 세월을 견딜 준비를 하게 된다. 게다가 아주 강렬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그 욕망은 걸음마다 부풀어 팽창한다.

 

감각의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외부의 모든 것들이 오감을 통해 내 몸으로 스며들면 온통 기분 좋은 떨림으로 가득 차게 된다. 내 최초의 감각을 깨운 것은 캠핑이었고 감각을 확장하고 발전시킨 것은 숲길이다.

숲은 내 영혼의 휴식처다.

고요한 숲길에 검은 그림자가 숲을 누비며 움직인다. 숲은 자연의 소리로 나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자 자연에 푹 젖어 들게 된다. 나는 숲을 좋아하고 숲은 그런 나를 반겨준다.

 

나는 숲에서 땀을 흘리는 육체노동이 좋다.

비가 와도 폭염주의보가 발령돼도 눈이 와도 한파주의보가 발령돼도 전국 어디든 숲길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육체는 볼펜이고 숲은 공책이 된다. 육체는 내 생각을 전달받아 움직이게 되고 숲에는 내 생각이 표현된 숲길이 만들어진다.

새로운 숲길을 개척하기 위해 미지의 숲으로 들어서는 모험을 즐기지만 길을 잃을까 봐 걱정하지는 않는다. 숲은 순수의 공간이고 끊임없이 향기로운 내음을 생산하는 순환의 공간이다.

 

내음이 없는 숲은 사막처럼 삭막하다.

이미 닦여져 있는 숲길에서는 많은 사람의 체취가 섞여 있다. 이런 곳에서는 내 감각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인적이 거의 없는 덤불 숲속을 정신없이 헤맨다.

나뭇가지에 뺨을 맞기도 하고 가시에 온몸이 긁히기도 한다. 숲속에서 나는 지금 어디쯤 있는지 푸석거리는 소리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난다. 어떤 시련이 있어도 좋은 숲길을 찾고자 하는 내 마음은 한결같다.

 

오늘도 나는 일상을 탈출하여 숲에 왔다.

숲 내음 가득한 바람이 부드럽게 나를 감싸 안아준다. 길동무인 바람이 인도하는 곳으로 숲속을 걷는다. 숲속을 거닐 때 내 마음은 고요하고 차분해진다. 계곡물이 흐르고 새소리가 들리는 바위에 앉아 명상에 빠져든다. 들숨과 날숨의 호흡 속에 숲과 하나 되는 이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

내가 걸었던 그 길이 나만의 숲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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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거리 여행자다. 나는 집이 좋지만, 집에 있으면 곧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나는 거리의 현실을 직시하지만, 꿈속에 살려고 늘 노력 중이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여행은 생활이며 생존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어느 장소를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여행은 떠나고 싶을 때 과감히 떠날 수 있는 결단력만 있으면 된다. 여행 장소를 보는 시각은 사물을 얼마나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은 다 다르고 다른 인생의 길을 걷는다. 인생이 그러한데 더군다나 똑같은 여행은 있을 수 없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여행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완벽한 여행 준비는 없다. 시험공부 하듯 여행을 준비하면 세세한 것에 대한 순간의 몰입을 방해받는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다. 일단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상이 잘 내려다보이는 비행기 창가 좌석에 앉아 농도 짙은 어둠이 깔린 창공을 손바닥으로 지우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밖을 내다봐도 창공에 불빛 한점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는 어둠보다 더 진한 암흑 속을 통과 중이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제주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바다를 발밑에 두고 머리로 창공을 이고 있어야 한다. 일주일 후에 다시 돌아갈 바다를 건너고 있다.

 

한라산(관음사~성판악, 영실~어리목)

 

비가 내려 마음이 심란하다. 관음사에서 백록담으로 향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무모해 보인다.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비바람은 점점 강력해진다. 악천후로 고생하면서도 결국 정상에 올랐다. 또렷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숙소에서 젖은 등산화를 말리며 눈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눈이 내린다. 새벽 눈 같은 마음으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내 마음을 눈처럼 희고 깨끗하게 씻어 주었으면 한다. 갑작스러운 추위로 도로에 쌓인 눈이 얼어버렸다. 6시에 숙소를 나왔지만, 도로통제로 인해 영실 주차장에는 11시쯤 도착했다.

세상은 온통 흰 눈으로 덮여있다.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눈의 충돌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흰 눈이 세상을 향해 자유낙하를 하고 있다. 나무에 쌓인 눈을 두 손으로 모아본다. 솜이불처럼 가볍지만 차갑다. 바람결에 흩날리지 않으려고 서로서로 팔짱을 끼고 버티고 있다. 한라산에서 눈을 보니 강아지처럼 그저 좋다.

눈보라에 사방이 난리가 났다. 제정신 못 차릴 정도로 차가운 눈보라의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다. 나는 장갑을 끼고 모자를 눌러쓴 후 주머니에 장갑 낀 손을 넣었다. 산 아래는 고요하고 맑은데 산 위로 올라갈수록 날린 눈과 눈보라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산을 뒤덮은 수천만 개의 눈이 얼어 얼음꽃이 피었다. 눈이 괜히 온 게 아니었다. 바람에 길게 뻗은 눈길 위를 걷는다. 내가 가야 할 길이다. 겨울 산을 올라봐야 산을 진정으로 알게 된다.

어디서 오는 바람인가? 부드러운 바람이 옷자락을 흔들고 지나간다. 나무에 눌어붙은 흰 눈에서 맑고 투명한 냉기가 흘러나온다. 산은 높고 햇살은 더욱 눈에 부시다. 무서운 기세로 폭설이 몰아친 후에 찾아온 짧은 평화의 순간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이 이 기쁨을 누린다. 한 줄기 빛이 헐벗은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땅에 안착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함박눈이 내려 세상을 온통 하얗게 뒤덮어도 한줄기 햇빛만으로도 눈을 녹여 땅속에 스미게 한다.

해발고도가 높아 춥지만, 마음은 시원하고 흰 눈은 차갑지만, 가슴은 포근하다. 눈은 하늘에서 흐르고 풀덤불 위에도 나무에도 상고대 꽃이 피는 자리가 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사는 모습이 의젓해 보인다. 구름을 뚫고 터벅터벅 산을 올라 그 좋은 자리에 왔다. 흰 이불 덮고 미동도 하지 않는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은 듯 고요함이 가득하다.

 

이중섭 미술관

 

나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가? 눈은 뜨고 있는데 아무것도 본 것이 없다. 항상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어떤 일을 결정짓지 못하고 정신없이 분주한 생활을 하다 보니 필요한 것만 보게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한 행동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분주해도 여유는 순간마다 찾아오는데 잡으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사물을 자세히 보면 묘한 기쁨과 쾌락을 얻을 수 있다.

작품은 작가의 정신세계가 추구하는 것을 눈의 호기심을 위해 재현하는 것이다. 눈은 작가의 정신세계의 일부 또는 전부가 반영된 작품을 보는 것이 된다. 예술성은 작가의 정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아름다움은 오직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작품에 기울이는 관심으로 드러난다.

 

서귀포 앞바다

 

폭설이 내린 뒤 하늘의 기척은 말쑥하고 아름답다. 버스를 타고 중문에 왔다. 바닷가 기암절벽이 조금씩 무너진 자리를 보고나니 마음이 내려앉는다. 기온은 따뜻하지만, 파도는 크게 일렁인다. 얼굴을 때리는 바닷바람은 뼛속까지 한기가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외투의 옷깃을 세운다. 해변의 모래는 스펀지같이 푹신하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발자국이 찍혀다 이내 사그라진다. 희고 길게 뻗은 햇빛이 구름을 가로지르며 바다 한가운데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길을 걷다가 길을 잃었다. 바람이 온몸으로 세상을 흔들리게 만드는 동안 태양도 온몸으로 세상에 빛을 뿌리고 있다. 서귀포 앞바다 가를 지나가고 있던 나를 누군가가 훔쳐보고 있다. 멋들어진 호텔과 쭈뼛쭈뼛 서 있는 워싱턴 야자수가 누가 지나가나 눈길도 주지 않고 몰래 쳐다보고 있다. 이런 곳을 내가 지나가고 있다. 비로소 세상을 담은 바다를 들여다본다. 오늘 하루도 금세 지나간다.

오늘 하루 잘 보냈는가? 짧은 겨울 해가 서산 뒤로 저물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밤이 찾아오면 오늘도 넉넉하지 않은 마음 살피려고 달을 보며 서 있다. 모든 것이 풍족하게 넘쳐나는 세상살이도 남의 호흡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것이 부족하게 보인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처럼 나만의 호흡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 나의 삶을 알차게 살아야 세상이 아름답다.

 

목욕합시다

 

여행은 몸으로 하는 공부다. 글씨나 숫자로 하는 공부보다 몸으로 하는 공부가 발뒤꿈치에 굳은살이 박인 것처럼 오래 기억된다. 여행할 때 사람들의 감각은 고양이처럼 예민하고 생쥐처럼 빠르게 반응한다. 특히 눈은 세상을 그저 바라보는 눈이 아니라 세상의 사물을 깊게 들여다보는 눈이어야 한다. 반짝이는 두 눈빛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여행자가 풍경의 아름다움에만 심취해 있으면 하수이고, 풍경과 어우러져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으면 고수이다.

제주에서 일주일 동안 혼자 목욕을 했다.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며 비에 목욕했다. 윗세오름을 오르면서는 세상을 하얗게 만든 눈으로 목욕했다. 해안가를 걸으면서 몸이 날아갈 듯한 바닷바람에 목욕했다. 해가 뜬 한낮에는 따뜻한 햇볕에 목욕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어서 제주 오셔서 같이 목욕 안 하시렵니까? 올해가 힘들다면 내년에 꼭 함께 목욕합시다.

 

 

비 오는 제주, 갈 곳이 없어지고 할 일도 없어졌다.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문득 그런 날이 있다. 공기에 비 냄새가 섞여 있지만 내 마음을 적시기에 아직 양이 부족하다. 행복을 충만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날씨라는 약간의 결핍이 필요하다.

안개에 물들고 싶은 새벽이다. 어둠을 바라보며 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새벽부터 한라산 산행을 시작한다. 어둠 속에 내동댕이쳐졌지만 익숙함에 곧 안도감을 느낀다. 이 순간도 조만간 지나가겠지.

 

괜찮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짙은 어둠을 내 뒤에 두고 열심히 산을 오른다. 걸음에 집중하다 보니 먼동이 떴고 어느새 편백 숲이다. 위풍당당한 발걸음에 신이 절로 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평범하다, 특별하다'란 말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품 안에 자연을 담을 수 없지만, 마음속에는 나만의 자연이 존재한다. 숲을 지키는 나무는 하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해준다. 숲은 인간의 본보기다. 나무는 홀로 살지 않고 이웃 나무들과 숲을 이룬다.

아직 익지 않은 과실처럼 숲의 냄새도 풋풋하다. 절기는 입춘을 지났지만, 조석으로는 겨울을 실감하게끔 쌀쌀하다. 한낮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한없이 높기만 하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하늘에 닿을까? 바다같이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나룻배처럼 떠다닌다. 나뭇가지 사이로 맑고 투명한 햇빛이 대지에 닿으면 유릿가루처럼 빛을 낸다. 그 빛을 멍하니 바라보면 풋풋한 숲에서도 상큼한 나무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구상나무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면 구상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고사한 구상나무지만 죽은 나무라 생각되지 않는다.

한라산의 아침은 평화롭고 구상나무는 싱그럽다. 푸른 색채에 빛나는 나뭇결무늬가 무성하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얼어 있던 상고대가 녹아 무성한 숲으로 빛을 발산하며 스며든다. 한라산은 높지만 그윽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쉬고 싶을 때는 언제나 그곳으로 찾아가 내 보금자리를 만든다. 자연의 의연한 기상과 늠름함에 매료된 순간이다. 기분 좋다.

산은 구름에 기대어 살고 구름은 바람에 기대어 산다. 기대어 산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살아갈 만한 곳이다. 오늘 내가 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파도처럼 바람에 출렁이는 맑은 하늘이다.

한라산만 52번째

 

눈부시게 맑은 날 한라산 정상에서 백록담을 쳐다본다. 한반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하늘보다 더 청량한 세상의 첫 공기를 마신다.

세상의 주인은 자연이다. 한 생명으로 세상에 나온 것처럼 세상을 자연으로부터 빌려 한평생을 사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에 대한 소유욕은 자연을 황폐화한다. 끊임없는 소유욕은 언젠가 화마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자연이 원금이라면 자연이 사계절 동안 우리에게 주는 모든 것은 이자다. 세상 이치가 이자로 먹고살아야 한다. 원금으로 먹고살기 시작하면 금세 황폐해지고 만다. 물질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을 정복하려고만 한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한라산의 아름다움은 끝이 없고 어느 등산가의 욕망도 무궁무진하다. 구름으로 뒤덮인 날, 비바람이 부는 날,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 비록 환상적인 풍경을 못 보고 허공을 향해 고함만 지르다 가도 그저 좋았다. 복 받게도 오늘은 청량한 봄 날씨다. 나는 오늘의 한라산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2018년 제주 여름 여행5 - 한라산 등산



사람은 발생한 모든 일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은 모두 정당한 것이며

남이 한 말과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기정사실화 하는 경향이 있다.



말벌 집 - 산행시 벌 조심하세요.



자신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다보니

사실 왜곡을 하게 되고 그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어버린다.


자신의 기억이 새롭게 바뀌어 버린 것이다.

핵심이 없는 장황한 말에 스스로가 말려들어 횡설수설 떠들기만 한다.


세상에 별의별 사람 많지만 미친놈도 참 많다.

이런 놈들은 말벌 침 맛을 봐야 하는데... 



속밭대피소 인근 삼나무숲



어제밤 나의 제주 단골 숙소인

예하게스트하우스에서 옥창민 도전자(이하 창민)와 만났다.


오늘의 한라산 등산을 위해

바쁜 일정을 조정하여 어렵게 제주에 온 것이다.


우리는 2009년 지리산둘레길을 걷다가 처음 만났다.

그러고보니 그와 인연을 맺은지도 10년이다.


세월 참 빠르다.




진달래밭 대피소



한라산 산행이 처음인 창민이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산을 오르고 있다.


성판악에서 500m 생수를 8개나 사더니

배낭이 무겁다며 나에게 넌지시 2개를 내민다.


까마귀 때문인가??


매점이 없어진 성판악 대피소는

활기도 없고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구상나무 군락지

엉겅퀴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안개같은 구름이 짙게 내리깔리고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풍경은 점점 달라진다.

구상나무 군락지가 태풍 솔릭의 피해를 많이 입은 듯 했다.


한라산에는 기록적인 강풍이 몰아쳤고

이틀간 최고 1,0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역경을 이겨낸 엉겅퀴 꽃을 바라보니

내 가슴이 뭉클하다.





한라산 동능정상에 서다



오늘은 2018년이 시작된 이후 237일째 되는 날이다.

이는 2018년이 앞으로 128일만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은 8월 25일이고

창민이는 생애 처음으로 한라산을 올랐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유로울 것,

꼭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각오이다.


결정하는 순간 모든 것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창민이가 그랬듯이...




옥창민 - 고고학자



성판악으로 하산을 한 후

창민이는 한라산 등정 인증서를 받았다.


크게 기뻐하는 창민이의 모습을 바라보니

보는 내가 더 기쁘다.


우리는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


이것이 내 삶이다.




제주시청 인근 '호근동' 돔베고기와 모듬순대



한라산 산행이후

돔베고기가 먹고 싶어하는 창민이를 위해

제주시청 인근의 호근동에 왔다.


오후 5시 30분에 문을 여는 호근동은

제주의 숨은 맛집 중 하나이다.


쭉쭉... 한잔 들더라고~~~



실키의 '나 안쾐찮아' 중에서



한국사회는 유독 나이를 따진다.


초중고때는 학년의 차이에 따라,

대학때는 입학년도(즉, 학번)에 따라 선후배가 결정된다.


사회에 나와도 학연, 지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을 만나면 '1)고향이 어디죠? 2)출신학교는?'을 물어보는게 순리처럼 되어 있다.


같은 고향이거나 동문이라도 되면 바로 나이를 묻는다.

바로 선후배가 결정되고, 아무렇지 않게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을 넘게 된다.


친해지랬지 막 대하랬니??


나와 창민이는 자주만나지는 못하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고 친하다고 막대하지 않는다.


친함에는 존중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5일차 여정]

예하게스트하우스 - 한라산 산행(성판악~진달래밭 대피소~한라산 동능정상/백록담) - 제주시청 인근 호근동 - 예하게스트하우스

[제주오름]노꼬메오름



이틀동안 계속된 한라산 산행을 마치고

오늘은 한가롭게 레트카를 타고 제주 오름투어를 나섰습니다.


제일 먼저 새별오름을 방문한 다음

인근의 위치하고 있는 노꼬메오름을 찾았습니다.





새별오름에서 제주시 방향으로

도로(평화로)를 타고 어음 1교차로에서 산록도로 우회전한 후

2.2km쯤 더 가면 노꼬메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석을 만나게 됩니다. 






표지석에서 우회전하여

소길동공동목장안 도로를 따라가면 오름주차장이 나옵니다.


겨울이지만 햇살이 따뜻한 날이라서

노꼬메오름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습니다.






오름주차장에서 오름 정상까지는 2.32km입니다.

왕복 4.64km이고 2시간이면 여유있게 노꼬메오름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목장안으로 연결되는 등산로출입문을 통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화장실을 잠시 들렀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목장안 포장도로를 따라 노꼬메오름을 쳐다보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노꼬메는 떨어진 두개의 오름으로 되어 있는데

좀 높고 큰 오름을 "큰노꼬메", 좀 낮고 작은 오름을 "족은노꼬메"라 부릅니다.





청명한 하늘을 배경삼아

얼굴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싱그러운 바람을 느끼며

말똥내음이 배어있는 목장길을 따라 숲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초록의 해송숲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는 숲에는

야자매트가 깔려진 숲길이 만들어낸 여백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은 틀림없는 겨울인데

봄이나 가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두명이 걷기에 아주 딱 적당한 숲길에는

재잘재잘 소리를 내는 이름모를 새가 우리를 반겨주기도 합니다.


쑥부쟁이, 개여뀌, 한라꽃향유 등이 만개한 가을에

이길을 꼭 다시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완만한 숲길이 끝나는 부분에 제1쉼터가 있습니다.

제1쉼터를 지나면 경사는 갑자기 가파라지고 돌계단을 힘겹게 올라야 합니다.

중간에 제2쉼터도 있으니 벅찬 숨을 고르고 쉬었다 천천히 가면 됩니다.


어느새 초록의 해송숲은 사라지고

마른 잎을 떨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서어나무, 단풍나무, 산딸나무, 사람주나무, 때죽나무, 참꽃나무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 순간에

숲에 가려졌던 시야가 확 뚫리면서 완만한 오름능성길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억새의 물결뒤로

한라산 서남쪽 능선과 주변 오름들이 눈앞에 장관을 이루며 펼쳐집니다.







완만한 능선으로 연결된 두개의 봉우리는

은빛억새의 물결로 마치 수를 놓은 듯한 환상의 길입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억새꽃이 졌어도...


제가 왜 가을에 다시 오고싶어하는지 아시겠죠??





큰노꼬메로 향하는 억새길에는

북동쪽에 이웃한 족은노꼬메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족은노꼬메는 경사가 낮지만 가시덤불을 비롯한 자연림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오름정상은 가운데가 우묵하고 남북으로 두 봉우리가 마주보는 형태의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표고 833m 큰노꼬메오름에 올랐습니다.


큰노꼬메오름은 상당한 높이와 가파른 사면을 이루며

남/북 양쪽에 두개의 봉우리를 품고 있는 큰 화산채입니다.


노꼬메오름은 오름이 갖고 있는 규모, 경사, 분화구 등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오름들 중에서 화산지형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오름입니다.





큰노꼬메오름 정상에 서 있으면

제주 바닷바람의 시원함과 상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날씨도 맑아서

주변오름들과 비양도를 비롯한 제주 서부지역과

제주시내까지 아주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어제는 만세동산에서 이곳을 바라봤는데

오늘은 큰노꼬메오름에서 한라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라산은 보는 장소에 따라 천태만상으로 보입니다.

제주쪽에서 보면 멀리 양 어깨를 길게 펼치고 앉아 있는 위용이

장엄하고 아득하게 먼 나라의 산으로 보입니다.


가슴이 탁 트이게 만드는 아름다운 한라산의 풍광은

오늘도 내가 한라산 어느곳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한라산 산행 - 영실매표소에서 어리목까지



어제는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산행하면서

멀리 양 어깨를 길게 펼치고 앉아 있는 위용이 장엄한 한라산과

동능정상에서 백록담의 아름다움을 아주 잠깐이지만 구경했습니다.






전날 서귀포에서 숙박한 우리는

숙소인근의 천년맛집에서 시래기국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130번 버스를 타고 중문초등학교에 왔습니다.


중문초등학교에서 교차로 방향으로 200m 걸어가면 1100도로입구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740번(중문사거리-제주터미널)을 타고 영실매표소로 가면 됩니다.





영실매표소에서는

도로옆 목재테크로드를 따라 걷게 됩니다.


2.5km 목재테크로드는 지루할수도 있지만

도로 주변의 숲을 감상하면서 걷다보면 어느덧 영실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 구간을 걷기 싫으시다면

영실매표소에서 택시를 타고 영실까지 가면 됩니다.





영실의 해발고도는 1,280m이고

윗세오름을 오르기 위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영실은 윗세오름에 도달하기 위한 최단코스의 시작점입니다.


산행이 시작되면 우거진 소나무 숲이 나타납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하게 잘 자라서 솔숲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소나무가 울창한 솔숲 옆에는 아름다운 계곡도 흐릅니다.

여름이면 시원한 물소리가 산속 에어컨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영실기암과 비폭포 - 2013년 6월]

[2016년 12월]



한여름 폭우가 내리고 난 후에는

영실 기암절벽 사이로 폭포가 흘러내려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영주십경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영실 기암은

한라산의 원시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곳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보다 더 청명한 날은 없을 듯 싶습니다.

주변풍광이 선명하고 아주 또렷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데크계단을 따라 걷고 있는 발걸음에

미지의 힘이 작용하여 새로운 기운이 저절로 솟아나고 있습니다.


가만히 쳐다만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야... 좋다!!!



[병풍바위]

[오백나한]



한라산 정상의 남서쪽 산허리에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들이 하늘로 솟아 있는 모습을 병풍바위라 부릅니다.


석가여래가 설법하던 영산과 흡사하다 하여 영실이라고 일컫는데

병풍바위위 능선으로는 오백나한(오백장군)상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춘화, 녹음, 단풍, 설경 등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모습과

울창한 수림이 어울려 빼어난 경치를 보여주는 명승지입니다.





2012년 훼손된 등산로를 정비하여

새롭게 목재데크 계단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용공간과 보존공간의 명확한 구분은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영실기암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영실기암의 아름다움과 견줄만한 것이

주변 이곳저곳에 솟아오른 세계 최대의 오름 군락지입니다.


오름은 제주어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를 말합니다.

제주에는 360여개의 크고 작은 오름이 있으며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내에는 46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구상나무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고 있는 특산종입니다.


한라산 해발 1300m 이상 고지대에 구상나무 숲이 있으나

현재는 나무의 활력이 저하되어 말라 죽는 현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구상나무 숲이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오랫동안 한라산을 아름답게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구상나무 숲의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덧 선작지왓이라고 부르는 초원지대가 나타났습니다.


'서 있다',

작지'돌',

은 제주 사투리로서 '밭'을 뜻합니다.





저멀리 백록담 화구벽도 보입니다.


봄에는 돌 틈사이로 피어나는 산철쭉과 털진달래가 붉게 꽃의 바다를 이루고,

여름에는 하얀 뭉게구름과 함께 녹색의 물결을 이루어 산상의 정원을 연출하고,

가을에는 작은 나무들이 단풍을 만들어내고,

겨울에는 눈부신 아름다운 설경을 만들어내는 장소입니다.






시원한 한라산의 물맛을 느끼면서 노루샘을 지났습니다.

노루샘은 사제비샘과 더불어 영실-어리목 코스의 오아시스 그 자체입니다.


위세오름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시야에는 윗세오름 대피소가 들어왔습니다.





12월초순이지만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바람막이 점퍼차림에

목에는 니트워머를 착용하고

선글라스까지 끼고...

윗세오름에서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남자

넌 누구냐???






산행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배낭을 벗었습니다.


윗세오름에 올랐으니

대피소에서 컵라면(1,500원)을 사서 꼭 먹고 하산을 해야 합니다.

컵라면을 들고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라산 산행의 묘미는 언제나 컵라면입니다.






컵라면도 먹으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했습니다.


위세오름 주변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천천히 둘러보고 어리목으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윗세오름에서 만세동산까지는 목재데크를 따라 걸어가면 됩니다.

 





만세동산은 예전에 한라산에 우,마를 방목했을 때

높은 곳에서 말이나 소들을 감시했다고 하여 망동산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고도차가 거의 없는 고산평원으로

노루의 출현 빈도가 높은 편이라고 하지만 오늘은 노루가 목격되지 않았습니다.





제주시내와 바다, 오름 풍경을 구경하면서

돌계단을 따라 하산을 하면 사제비동산을 지나게 됩니다.

사제비동산은 원래 아름다운 숲길과 산철쭉, 털진달래가 장관을 이루는 초원입니다.

 

2012년 4월 24일 발생한 산불의 흔적은

지금은 다행이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릿대 등 하층식생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사시사철 그 물줄기가 그칠줄 모르는 사제비샘은

노루샘과 더불어 영실-어리목 코스의 오아시스 그 자체입니다


사제비동산부터는 경사지의 하산길이 시작됩니다.

경사지의 하산길에는 웅장한 서어나무도 만나게 되고 신갈나무 숲도 지나게 됩니다.





이 숲은 녹음이 짙을때는 청량함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낙엽이 지고 겨울이 되면 또다른 것을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신갈나무, 서어나무 등 키 큰 나무의 가지에 붙어 사는 반기생식물인 겨우살이는

숲이 겨울잠에 빠져 있을 때 빨강, 노랑의 신비한 보석같은 열매를 맺어 겨울을 나는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됩니다.





경사진 등산로가 끝나가고 어리목이 가까우면

한밝천 Y계곡에 난 어리목 목교를 만나게 됩니다.


한밝천 목교 개통으로 등산객의 안전한 산행과

갑작스런 호우로 인하여  하산도중 고립 방지와 아울러

인적단절로 하천의 생태자원보호와 동물의 이동통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목교를 지나면

어리목은 지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영실과 더불어 길목이라는 뜻의 어리목은

한라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어리목에서도 도로옆 목재데크를 따라

약 1km 걸어서 내려가면 1100도로 어리목버스정류장을 만나게 됩니다.

한라산 산행 - 성판악에서 관음사까지



제주여행을 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 한라산입니다.

한라산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 그런 마음이 드는것 같습니다.


이번 7박 8일간의 제주여행 일정중에서도 역시 제일 먼저 찾은 곳이 역시 한라산입니다.

이렇다보니 제주에 올때마다 한라산은 빠지면 안되는 하나의 성지로 저에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81번(5.16-중문고속화) 버스를 타고 성판악휴게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성판악은 제주시 조천읍과 서귀포시 남원읍의 경계에 있는 높이 1,215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통해 예상은 했지만 아주 흐린 날씨입니다.

오후에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도 있습니다.





작년 12월에 한라산을 찾았을때는

대설주의보로 정상이 통제되어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만 산행이 가능했었습니다.


일기예보가 어떻든... 진짜 한라산 날씨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성판악에서 시작하여 관음사로 하산을 할 예정입니다.


2015년 5월 삼각봉 낙석으로 인해 출입통제 된

관음사 구간이 2016년 10월 1일부터 해제되어 다시 꼭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성판악에서 속밭대피소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걷게 됩니다.


등산로 주변에는 굴거리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분포되어 있습니다.


굴거리나무는 반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며 생장속도가 느립니다.

그래서인지 4년전에 처음 굴거리나무를 보았을때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불에 견디는 힘이 있으나 나무에서 새싹이 잘 나오지 않으므로 나뭇가지를 자르면 잘 자라지 않습니다.



2016년 12월 

2015년 12월 



데크로드를 따라 삼나무숲을 지나기도 합니다.

작년 이맘때는 이곳에서 새하얀 설산의 풍경을 제대로 느꼈던 곳입니다.


그때의 그 풍경과 추억을 되새기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무인대피소인 속밭대피소에서 쉼없이 이동했던 발걸음을 잠시 멈췄습니다.

하지만 흐린 날씨,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차가운 바람으로 그 멈춤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낸 이끼낀 돌담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오름 전망대 갈림길을 지나갔습니다.


사라오름은 1,324미터에 위치한 산정호수를 낀 기생화산입니다.

한라산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주도 오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라오름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조릿대로 가득한 등산로를 따라 진달래밭 대피소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은 현재 일대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제주조릿대의 급속한 확산으로 진달래가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조릿대는 최근 한라산 중턱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새로운 환경의 파괴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제주조릿대의 번성과 함께 이 지역에서 자라던 희귀식물들이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며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햇볕 한점없이 흐리고 추운 날입니다.

차가운 바람은 사방팔방으로 연신 불어대고 있습니다.





오늘 2016년 12월 1일부터

청정 한라산 보전을 위하여 일회용도시락 반입이 금지되었습니다.

단, 김밥과 햄버거는 허용됩니다.


이는 식사 후 도시락에서 나오는 잔반과 과일껍질 등을

탐방로변 및 은폐된 곳에 버림으로써 생태계 파괴의 주원인이 되었기때문입니다.





똑같은 컵라면이라도

이곳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먹는 컵라면이 가장 맛있습니다.

컵라면으로 체온도 올리고 허기도 달랬습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등산허용시간이 계절에 따라 다릅니다.

동절기에는 12시전에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야 정상에 갈 수 있습니다.





울퉁불퉁 돌길의 등산로는 구름이 주변을 온통 감싸고 있습니다.

흰구름이 배경이 되어 고사된 구상나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구상나무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고 있는 특산종입니다.


한라산 해발 1300m 이상 고지대 52군데에 총 795㏊의 숲이 형성되어 있으나

2000년대 들어 급속도로 면적이 감소하고 있으며, 나무의 활력이 저하되어 말라 죽는 현상이 급증하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자연이 만들어낸

상고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상고대는 서리가 나무나 풀 따위 물체에 들러붙어 눈처럼 된 것을 말합니다.

마치 5월의 봄날에 흰 벚꽃이 핀 것처럼 아름답게 보입니다.






해발 1900m를 지났습니다.

구름으로 가득하여 겨우 한치 앞만 분간할 수 있을 뿐입니다.


마지막까지 힘을 내어 한라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백록담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찍기위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저도 한라산동능정상 표지목에서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한라산은 예로부터 두무악, 원산이라고 불리웠습니다.

한라라고 말하는 것은 은하를 끌어 당길만 하기 때문이고,
두무악이라 하니 봉우리마다 평평하기 때문이며, 원산이라 하니 높고 둥글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2016년 12월



여전히 한라산 정상은 구름으로 뒤덮혀 있으며

엄청난 찬바람이 우리 몸을 제대로 못 가누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람아... 구름을 이동시켜라...

잠시동안 계속 주문을 외웠습니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고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9년동안 30여차례 한라산을 올랐는데도

제대로 몇번 구경하지 못했던 백록담을 아주 잠깐이나마 다시 보았습니다.


'흰 사슴이 못'이라는 백록담에는

하늘에만 산다는 하얀 사슴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터라서 그런 이름이 지어진 거라는 사연이 있습니다.

한라산 동능정상에서 백록담의 아름다운 경관을 내 두눈으로 다시 볼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된 것입니다.


한라산은 고려 목종 때인 1092년과 1097년 5년을 사이에 두고

두 차례의 화산폭발이 있었고 그 뒤 900여 년 동안 화산폭발이 없었습니다.


한라산은 신령스러운 산이어서 오를 때 큰 소리를 지르거나 부정한 짓을 하면

금시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개가 끼고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 고생한다는 내용이 여러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아름다운 백록담의 경관을 두 눈으로 직접 감상한 흥분때문인지
동능정상에서 관음사로 내려가는 발걸음은 다른 어느때보다도 가벼웠습니다.


이때 아주 가까이서 보게 된 까마귀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라산에는 큰부리까마귀 1천여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3년 3월

2016년 12월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지만큼 아름다운 나무는 없을 것입니다.

최근에서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한라산 구상나무를 살리기 위한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구상나무의 멸종에 대비하기 위해 2004년도부터 구상나무 증식기술개발 연구를 해 왔습니다.

그 결과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나무로 증식하는 기술을 최근 개발하고, 대규모 보존원 조성에 착수했습니다.



장구목오름

민오름



추억의 산장 용진각대피소로의 하산길은

급경사지의 돌계단과 목재계단을 내려가야 합니다.


관음사코스가 힘들다고 하는 첫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급경사지의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져 있고 호흡을 잘 못하면 숨이 '꼴가닥'하고 넘어갈지 모릅니다. 


하지만, 장구목오름과 민오름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장구목오름과 삼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구 같이 좁아져 있어 장구목오름이라고 합니다.

예로부터 민오름 정상부분에 나무가 자라지 않아 민대가리동산이라고 했습니다





해발 1,500m에 위치한 추억의 산장

용진각대피소를 지나 용진각현수교를 지났습니다.


용진각현수교를 건너면

시원하고 깨끗한 계곡물을 먹을 수 있습니다.





삼각봉대피소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삼각봉대피소의 이름은 삼각봉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삼각봉 낙석으로 인해 출입통제 되었다 해제된 이곳을 다시 걷게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삼각봉대피소는 일절 물품을 팔지 않는 무인대피소입니다.
특히, 여름철에 관음사 코스로 올라오는 등반객들은 식수 등을 충분히 보유하고 오셔야 합니다.



2013년 3월 

2016년 12월



탐라계곡으로의 하산은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조릿대로 가득한 등산로 사이로 웅장한 소나무 숲이 있습니다.
한라산의 기후가 고도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서식하는 식생도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수 있습니다.





한라산은 건천이라서 평소엔 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물이 흘렀다면 어마어마한 모습을 드러냈을 것입니다.
사진으로 표현 안되는 현장의 생생함을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탐라계곡에서 올려다보면 구름이 넘나드는
왕관릉, 삼각봉의 경관, 근처 넓은 비탈의 연초록 조릿대는 참으로 멋있습니다.






탐라계곡에서 숯가마터와 구린굴 굴빙고를 지났습니다.

주변의 난대림 활엽수와 조릿대가 어우러져 멋진 등산로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완만한 경사의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 도착을 합니다.





제주시와 관음사로 오고가는 대중교통이 있지만

토,일 및 공휴일만 운행하기때문에 평일에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한라산은 보는 장소에 따라 천태만상으로 보입니다.


제주쪽에서 보면 멀리 양 어깨를 길게 펼치고 앉아 있는 위용이 장엄하고 아득하게 먼 나라의 산으로 보입니다.

서귀포에서 보면 한라산은 가깝고 편안하고 친근하게 보입니다.


같이 산행을 한 진여화 셰르파, 서정필 셰르파와 함께

관음사휴게소에서 해물파전에 막걸리로 산행을 뒷풀이를 했습니다.

한라산 산행 - 충청 Sherpa와 함께하는 도전

 

 

 

 

 

 

 

 

 

 

 

 

 

 

 

 

 

선발대로 제주에 먼저 도착한 충청세르파 3명(김창현, 문성식, 서정필)이 먼저 서귀포에 도착했습니다.

이중섭 거주지 및 거리, 자구리 해안, 정방폭포, 작가의 산책길 등을 탐방하면서 나른한 오후를 여유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탐방후 숙소인 서귀포수련원 바로 앞에 있는 평화식당이라는 곳에서 전복뚝배기에 한라산 소주한잔 마시면서 일행을 기다립니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충청 Sherpa와 함께하는 도전" 2015년 마지막 이벤트인 한라산 산행을 위해

4인의 충청 Sherpa(김창현, 문성식, 서정필, 이장원)와 6명의 명산100 도전자(김종률, 민경두 ,박정옥, 배순이, 이승희, 정안수)가 서귀포 수련원에 모였습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구입한

회(참방어)

전복

모닥치기

야채와 김

등으로 간단한(??) 만찬을 준비하여 완등 축하파티를 미리 열었습니다.

 

 

 

 

 

 

배순이(98좌), 이승희(99좌) 도전자님은 다음날 명산 100 완주를 백록담에서 하실 예정입니다.

시작을 잘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끝을 잘 맺는 사람들은 적습니다. 명산100 완주자들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12월 16일(수) 6AM.

한라산 산행을 위해 완전군장(??)을 갖춘 10명의 사람들이 새벽부터 서귀포 시내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불꺼진 거리를 헤메는 이유는 단지 아침밥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서 가까운 식당에서 순대국밥으로 아침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을 먹은 후 서귀포 동문로터리에서 버스를 타고 성판악에 도착을 했습니다.

산행준비를 하고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간간히 불고 있는 약간 흐린 날씨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좋았습니다.

 

 

 

 

 

 

산행이 시작되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것보다 훨씬 좋기에 기쁜 마음으로 눈을 맞으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숲속에 들어서니 차가운 바람도 약해지고 몸에서 열도 나고 해서 모두들 두꺼운 겉옷을 벗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등산로 주위에 가득한 조릿대는 이미 눈으로 덮여 한폭의 그림이 되어 버렸습니다.

속밭대피소 바로 아래 삼나무군락지를 지날때는 한박눈으로 변해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습니다.

 

 

 

 

 

 

이윽고 속밭대피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한것도 사실입니다.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아이젠을 착용하고 진달래밭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눈들이 그들의 어깨를 누르는 듯

모두의 발걸음이 조금씩 더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꽃을 심어야 꽃밭에 여백이 생깁니다.

오늘은 눈이 내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 여백이 생겼습니다.

 

 

 

 

 

진달래밭에 다달를수록

정면을 똑바로 보기 힘들정도로 차갑고 매서운 바람과 함께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서둘러서 진달래밭으로 향했습니다. 헉헉~ 숨이 차 오릅니다.

 

 

 

 

 

오전 10시 20분.

힘겹게 진달래밭에 도착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상악화로 통제된 것입니다.

물이 홍수가 된다고 물을 나무랄 수 있나?

흙이 무너져 사태가 난다고 흙을 나무랄 수 있나?

 

 

 

 

 

 

진한 아쉬움이 우리의 가슴속에 남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라산 동능정상으로 발걸음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는 우리에게 상당한 힘을 부여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상황을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원할때 다시 한라산을 찾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성판악 코스로 다시 하산하면서 새햐안 설산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정상등정을 못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한 성판악 탐방센터에 다시 도착하여 이날의 산행을 정리합니다.

서울에서 오신 도전자분들과 여기서 아쉽지만 작별의 인사를 하면서 다음을 기약해봅니다.

충청세르파 4명(이장원, 김창현, 문성식, 서정필)은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서귀포 수련원에 도착합니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하여 서귀포 수련원 근처의 "덕성원"이라는 중국음식점을 방문합니다.

사천짜장, 해물짬뽕, 탕수육 등을 포장하여  숙소인 "서귀포 수련원"에서 충청세르파분 4명이 성대한 만찬과 함께 오붓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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