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인생이 있다.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비가 온 후 맑게 갠 기분 좋은 아침이다. 세 번째 여권갱신을 한 후 벌써 1년이 지났다. 20, 30대에는 먹고사는 현실적인 경제문제에 부딪혔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여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길 위에 인생이 있다. 나에게 길은 여행이다. 내 인생의 최대 승부처인 여행에 이제는 시간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 아직은 40대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지만, 한국 나이로는 벌써 50대에 접어들었다.

마흔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분기별로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다. 문득 생각나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린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면 더 좋겠지만 직업은 직업일 뿐이다. 직업이 되었을 때 더는 좋아지지 않는다. 현실은 취미로 하는 것과 직업으로 하는 것은 다르다. 난 여전히 여행이 취미다.

 

여행은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남겨둔 것에 대해 고민하지도 미련을 두어서도 안 된다. 여행을 위한 준비가 끝났다면 마음 닿는 곳으로 향해야 한다. 여행은 사무치게 외로울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달콤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여행지에서는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걸어 다닌다. 지나치게 빠른 이동보다는 느린 속도로 공기 온도를 느끼는 그런 여행이 좋다. 속도가 느린 만큼 감성의 온도는 높아진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아름다운 경치는 내 눈과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서 내 눈길을 머물게 하는 풍경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흘깃 쳐다본 낯선 장소에 상상력을 더하는 것이다. 어느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면서 마음에 평온을 찾는 것이다.

 

여행은 삶의 일부분이다.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는다. 여행 그 자체가 좋을 뿐이다. 지금은 어떤 나라나 도시를 마음에 두고 꼼꼼히 여행을 준비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장소가 자석처럼 나를 끌어당기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그곳으로 간다. 떠나고 싶은 장소가 있고 떠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어느새 그곳에 내가 가 있다.

여행은 인생의 여백을 만드는 일이다. 바람의 물결이 흐른다. 구름은 흩어지고 하늘은 맑게 갠다. 나그네처럼 세상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한다. 정처 없이 한 곳에 갔다가 정처 없이 그곳을 떠난다. 거친 세상이지만 절대 서러워하지 않는다.

돌아갈 곳이 있기에 여행을 떠난다. 어떤 경험을 한 여행이든 추억은 남는다. 여행 중에 불쑥 뭔가를 깨닫게 되고 이 땅에 살고 있다는 기쁨을 느낀다.

 

여행을 통해서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삶은 두 가지를 통해 이룰 수 있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여행을 통해 능력의 한계를 계속 넓혀 자아실현을 이루고 있다.

약간의 들뜸, 낯섦, 힘듦, 감탄. 여행은 언제나 한밤의 꿈처럼 짧게 느껴지고 풍요롭고 다채롭다. 행복에 대한 시각은 여행을 다닐수록 달라진다. 내 앞에 펼쳐질 여행지의 모습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닌 여행 중에 발견되는 것이다.

 

지금도 망설이고 있다면

 

여행을 가느냐, 그냥 이대로 있느냐에 대해 자문해 보라.

뭘 보기 위해 여행을 가느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낯선 곳의 짙은 땅 냄새, 초목 냄새, 비릿한 바다 냄새를 맡고 눈부신 파란 하늘을 보기 위해 떠난다.

여행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여행한 곳은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다. 여행은 내가 보지 못한 수많은 처음을 경험하러 떠나는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