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여행보다는 방랑하고 싶다.

여행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 추억이 집단으로 저장되는 여행에 싫증이 나기 시작한다. 지나치게 빠른 이동보다는 느린 속도로 삶의 온도를 느끼고 싶다. 속도가 느린 만큼 감성의 온도는 높아진다.

방랑자처럼 일정한 목적이 없이 세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기도 한다.

오늘 날씨처럼 내일도 맑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는 어차피 지나간 세월이지 잘못된 세월은 아니다. 어떠한 어려움을 겪어도 따뜻한 봄날은 다시 찾아온다. 햇볕 따뜻한 봄날에 벚꽃 피는 것을 걱정한 내가 부끄러워진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지만 자신의 삶을 예단해 버리면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지 못한다.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닫지 못했어도 오늘의 나는 과거보다 한층 더 성숙해졌다.

 

방랑은 완행버스와 같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의 목적지를 이 마을 저 마을 빠짐없이 다 둘러가는 느림보 버스 같은 것이다. 아침에 완행버스를 타고 훌쩍 떠났다가 저녁에 막차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방랑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낯선 장소로 인도한다. 미지의 세상에 과감히 들어가서 모험을 즐기는 방랑자가 되고 싶다.

 

방랑자는 명사이지만 동사의 의미가 크다.

방랑자라는 명사 속에는 떠돌이가 지피는 작은 불꽃이 담겨 있다. “봄은 산뜻함이 좋고 여름은 싱그러움이 좋다. 가을은 풍요로움이 좋고 겨울은 총명함이 좋다. 나는 즐거운 떠돌이, 낯설음을 음미하면서 즐겁게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방랑자는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 헤매야 한다.

 

방랑은 방랑자의 가치관이 반영된다.

방랑자는 방랑으로 미지의 세상과 사람을 만난다. 방랑자는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미지의 세상에 대해 현재의 관점으로 해석하게 된다.

방랑자가 되는 것은 나의 선택이고 방랑은 방랑자의 길이다. 방랑은 방랑자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행위이다. 방랑하는 삶이 진정한 인생 여행이다. 방랑자는 세상을 떠돌아다니지만, 결코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멍하니 앉아 무위자연(無爲自然) 하며 내 먼 미래를 생각해 본다.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은 무엇일까? 잠시 내 뒤를 돌아본다. 견딜 수 있는 고난을 겪었고 짧지만 강렬한 꽃길도 걸었다. 지금 떠나고 싶으면 언제나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얼마나 멋진 삶인가?

바람을 등지고 바다 위 신선한 햇빛 속으로 떠나는 돛단배 같은 것이 방랑이다. 나에게 방랑은 가장 큰 즐거움이자 죽을 때까지 함께 하고 싶은 소중한 친구이다. 나는 방랑을 좋아하며 방랑하다가 세월이 가는 걸 잊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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