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30(수) ~ 12. 06(화) / 6박 7일 

북규슈(후쿠오카, 나가사키, 쿠마모토, 모지코, 시모노세키 등)를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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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여행 6일차]

하카타에서 미야지다케 신사 가기, 미야지다케 신사,

후쿠오카 여행[우동 타이라,  골목길, 나카 강, 톈진 중앙공원, 아크로스 후쿠오카, 캐널시티 하카타, 야나가바시 시장]

 

하카타-후쿠마 전철요금, 편도 480엔
JR 가고시마 본선(구간쾌속 모지코)
후쿠마역

 

흐린 날이었다.

바람이 불고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지는 쌀쌀한 날이었다. 하늘에는 회색 구름이 바다처럼 넓게 깔려있었다. 나는 하카타역에서 JR 가고시마 본선 전철을 타고 후쿠마역으로 향했다. 전철 안에는 출근하는 회사원, 등교하는 학생 등 각자의 용무를 위해 전철을 탄 사람들이 핸드폰을 보거나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출입문 쪽에 서 있었다.

출입문이 열리면 정류장에 제일 먼저 내릴 수 있는 곳이었다. 전철의 속도만큼 외부 풍경이 창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후쿠오카의 시골 풍경이지만 어쩐지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었다. 나는 후쿠마역에 도착할 때까지 창밖을 응시하며 그렇게 서 있었다.

 

후쿠마 거리 가로수
후쿠마 거리 일본주택
버스정류장
미야지다케 신사 입구

 

나는 후쿠마역을 나와 도로를 건넜다.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기에 그냥 걷기로 했다. 이곳도 희끄무레한 구름이 가득한 날씨였다. 해는 구름 뒤에 숨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직선으로 뻗은 도로에는 가로수가 내가 갈 곳을 안내하고 있었다. 가로수 잎들은 미미한 바람에도 하나둘 춤을 추기 시작했다. 12월의 잔뜩 찌푸린 날씨는 이 거리에서 다 볼 수 있었다.

나를 급하게 만든 건 아랫배의 통증이었다.

점점 주기가 짧아지는 통증을 겨우 참아가며 잰걸음으로 어느 주차장 화장실에 도착했다. 5분이 지나 다시 화장실을 나왔을 때는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하늘은 조금 전에 보던 그 하늘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좀 더 환해진 듯했다. 도로 위 교통표지판을 보고 미야지다케 신사(宮地嶽神社)에 거의 다 왔음을 알아차렸다.

 

미야지다케 신사 입구, 빛의 길

 

도로를 건너 우회전을 했다.

도리이를 지나 상점이 끝나는 지점에서 계단을 올랐다. 계단은 가파르게 보였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많은 힘이 들지는 않았다. 신사 뒤쪽은 산이고 앞쪽은 미야지하마 해변(Miyajihama Beach)이 있는 바다가 있었다. 그 바다가 바로 현해탄이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일직선의 길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신사에서 모래가 아름다운 해변까지는 15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계절상 빛의 길은 볼 수 없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 오른쪽 공간에 일몰을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사진을 보니 10월과 2월에 얼마나 멋진 일몰 풍경을 볼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난 한참을 그곳에 서서 바다까지 길게 뻗은 길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야지다케 신사
원숭이

 

신사 입구는 한산했다.

신사에 들어가기 전 일본인들은 손을 씻고 입을 헹궜다. 신사 참배에 앞서 마음가짐을 다 잡는 일종의 의식이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신사는 한산했고 침묵이 흘렀다. 아예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삼삼오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신사 안은 어떠한 소음도 용납되지 않는 곳처럼 고요했다.

미야지다케 신사에는 일본 제일의 대주 연줄, 대북, 대령이 있었다. 이 중 대주 연줄은 지름 2.6m, 길이 11m, 무게 3톤이나 나갔다. 어마어마한 대주 연줄은 매년 12월에 새것으로 바꾼다고 한다.

원숭이를 발견했다.

신사에서 나와 계단을 향해 걸어가는데 찻집 앞 공터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조련사의 말 한마디에 원숭이는 편안한 자세로 무언가를 응시하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사람들이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오히려 원숭이는 모여드는 사람들을 못 본 척 곁눈질로 보는 듯했다. 우리가 원숭이를 신기하게 바라보듯이 원숭이도 사람들을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보고 있었다.

 

후쿠마 거리 전깃줄
JR 가고시마 본선(구간 쾌속)
드립 커피 구매 후

 

후쿠마역을 향해 걸었다.

도로 좌우의 전봇대의 전깃줄이 도로를 따라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이미 한번 걸었던 길이라 어느새 익숙한 거리처럼 느껴졌다. 후쿠마역에서 전차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돌아왔다.

마치 멀리 떠났다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사람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월요일의 하카타역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구글 지도를 검색해 보고 Kaldi Coffee Farm에서 드립 커피를 샀다.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아침을 안 먹어서 그런지 더 배가 고팠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갑자기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다.

 

우동 타이라

 

몸이 원하는 것에 관심을 두기로 했다.

이 순간 내 몸이 원하는 것은 몸을 따뜻하게 해줄 뜨거운 국물이었다.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곧장 걸어갔다. 안 가본 곳이기에 일말의 의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 몸이 원하는 한 우동 타이라에서 우동을 맛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줄 서 있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식당 밖으로 줄을 선 사람이 5명이라서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줄을 섰다. 키와미야 함바그 이후 무언가를 먹기 위해 줄을 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한두 명씩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줄이 줄어드는 것 같았지만 내 뒤로 줄은 더 길어졌다. 식당 안에도 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기운이 조금 빠졌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초만원이었다. 이런 상황을 밖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메뉴
주방
주방이 보이는 식당내부

 

줄을 선 상태에서 메뉴판을 받았다.

일본어와 숫자로 표기된 메뉴판을 보고도 절대 당황하지 않았다. 나는 우동 먹으로 왔으니까. 주문을 받으러 왔을 때 ‘recommend menu, please.’라고 말했다. 그런데 영어를 잘 하는 여사장이 어떤 메뉴를 알려줬다. 미소를 띠며 속사포처럼 영어로 설명을 계속했다. ‘OK, I’ll take it.‘

칸막이 너머 주방은 분주했다.

유독 흰색 메리야스의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저씨는 면만 뽑았다. 뽑고, 또 뽑고. 정말 쉬지 않고 면을 뽑았다. 이렇게 뽑은 면을 삶은 후 그릇에 담아 육수를 붓고 그 위에 고명을 얹어서 나왔다. 주방과 홀의 손발이 척척 맞았다. 괜히 대박집이겠는가

 

소고기, 튀김, 파가 들어간 우동

 

줄을 선 후 12분 만에 자리에 앉았다.

우동은 15분이 지난 후에 내 앞에 놓였다. 식당 안의 훈훈한 공기처럼 뜨거운 국물과 진한 육수 맛의 우동을 보니 '내가 참 선택을 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우동 이름은 모르겠고 고명으로 소고기, 튀김, 파가 올려져 있었다.

그릇을 들고 육수를 마셨다.

육수는 짜지 않고 깔끔하면서 담백했다. 칼칼하게 먹으려고 고춧가루를 조금씩 골고루 뿌렸다. 우동 면발은 중간 크기 면인데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한 것이 씹는 식감마저 아주 좋았다. ‘후루룩후루룩기다리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훨씬 짧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좋은 맛과 질이라면 언제든지 다시 찾고 싶은 식당이다.

 

후쿠오카 골목여행

 

하늘이 한층 낮아졌다.

비가 내리는 오후가 찾아왔다. 차량과 우산을 든 행인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도로 건너에 SUN ROAD라는 아케이드 시장이 있어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녹색 신호등이 불을 밝히자 잊고 있던 뭔가가 생각난 듯 빗속을 뛰어 아케이드로 들어섰다.

가볍게 흩날리는 겨울비조차도 따뜻하고 고요했다.

시간이 지나 비가 멈춘 흐린 날이지만 경쾌하고 즐거운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나의 여행방식과 어울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골목길을 연출했다. 어떤 건물도, 어떤 상점도, 어떤 주차장도, 어떤 전봇대도 그 골목을 다니는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렸다. 마치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던 사람처럼 익숙한 것을 대하듯 나는 골목을 걸었다. 골목과 골목을 걷는 사람들이 내 여행방식을 대변해 주는 듯 그렇게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다.

 

톈진 중앙공원에서 바라본 아크로스 후쿠오카 건물

 

톈진 중앙공원 나무 벤치에 앉았다.

꼼짝 안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를 했다. 그곳에서 아크로스 후쿠오카 건물이 잘 보였다.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만든 자연에서도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듯했다. 얼마 전 산 아사히 맥주가 알코올 제로의 무알코올 맥주였다. 무열량의 다이어트 콜라가 판매되고, 카페인 없는 무카페인 커피가 판매되듯이 아크로스 후쿠오카 건물은 자연미 없는 인공 자연을, 미적인 자연만을 구축해 놓았다. 인공적인 자연을 보고 감탄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카 강
캐널시티 하카타
참치, 고래 등 4종류의 회

 

해가 지면서 빗줄기가 굵어졌다.

낙숫물이 흘러내리듯 지붕에서 처마를 흘러 땅으로 떨어졌다. 우산을 든 사람들이 나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낮의 밝음은 어느새 뭉개지듯 번져 밤의 어둠으로 변했다. 거리의 조명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유독 캐널시티 하카타의 조명만이 뭉개지듯 번져 더욱 빛을 발산했다.

시간은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규슈 아니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이지만 우리들의 즐거운 시간은 영원히 멈추지 않았다. 야나가바시 시장에서 참치, 고래 등 4종류의 회를 샀고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맥주도 샀다. 우리는 호텔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술 한잔 기울이며 상대를 바라보고 말에 솔직한 마음을 담아 이번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년 유럽 캠핑 여행을 생각하면서 3년 만의 해외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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