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중앙역

 

잘츠부르크에서의 이틀째 아침이 밝았다.

어제 빈에서 왔는데 오늘은 할슈타트를 다녀올 생각이다. 오랜만에 마시는 커피를 들고 오전 711분 기차를 탔다. 이른 아침이라 기차는 한산했다. 좌석을 예약하지 않았는데 앉을 자리가 많았다.

 

Attnang-Puchheim 역

 

 

 

 

할슈타트 역

 

오전 84분에 Attnang-Puchheim에서 환승을 한 후 왼쪽 창가에 앉았다. 막 그문덴 역을 지났을 때 왼쪽 차창으로 크라운 호수가 기차의 움직임 속도만큼 영화의 한 프레임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바트이슐 역에 도착했을 때는 기차 안이 소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탔다. 방목한 소의 모습을 찍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을 때 거대한 할슈타트 호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기차는 호수를 왼쪽으로 돌아 할슈타트 역에 도착했다.

 

할슈타트 호수

 

하늘은 흐렸고 바람은 차가웠다.

반바지와 반소매를 입은 사람은 나 혼자였다. 호수는 배를 타고 건너야 했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줄지어 배에 올랐다. 왕복요금은 7유로였다. 왕복표를 한꺼번에 주기 때문에 표를 무심코 버리면 안 된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질 때 운항을 시작했고 5분 남짓 걸려 반대쪽 선착장에 도착했다.

 

할슈타트

 

이곳이 말로만 듣던 할슈타트인가? 첫발을 디디면서 호수와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있는 오래된 주택을 뚫어지라 응시했다. ‘정말 아름답구나!’ 전망대로 이동하는데 도로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조용히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관광지 어디서나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

 

할슈타트

 

사진을 찍는 순간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자연과 오래된 건축물이 만들어낸 풍경은 인위적으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었다. 건축물 사이의 좁은 골목을 계속 걸었다. 어떤 곳에는 나무가 집에 기대어 자랐다. 어쩌면 집과 나무는 연리지처럼 한 몸이 된 지 오래되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눈개승마가 집 마당에 피어 있었다. 여러 종류의 꽃, 담쟁이덩굴, 나무가 집을 보호하는 경호원처럼 느껴졌다. 우연히 목제 울타리 사이로 본 다이빙대가 호수를 풀장처럼 이용하는 사람은 누구일지 부러웠다.

 

소금광산 올라가는 등산로

 

좁은 계단을 올랐다.

오르다 보니 임도와 만났고 임도를 걷다가 소금광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발견했다. 등산로는 녹음이 진 숲 터널처럼 지그재그로 오르막을 올랐고 새소리가 끊이지 않고 숲에 메아리쳤다. 숲길에는 미나리아재비, 러브 풍로초, 몬타나 수레국화 등과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어 나를 맞아 주었다. 그렇게 20여 분을 혼자 걷다가 앞서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났다. 아이를 등에 태우고 아버지가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이가 이 순간을 기억해야 할 텐데.’

 

스카이워크

 

 

 

 

 

 

10여 분이 더 지나 스카이워크에 도착했다. 사방이 탁 트인 스카이워크 끝에 서서 기암절벽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와 거기에 기대어 사는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이게 바로 세계문화유산 할슈타트의 모습이다.’ 더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면 된다.

 

할슈타트
스카이워크
소금광산
푸니쿨라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풍경을 안주 삼았다. 풍류는 이런 장소에서 즐기는 것이다. 세상 최고의 테라스는 바로 여기였다. 푸니콜라를 타고 올라왔다면 이런 정도의 감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몸을 움직여 힘들 때 느끼는 감정은 그렇지 않을 때의 감정보다 무한대로 감상적인 상태가 된다. 1시간 동안 그렇게 앉아 있다가 올라왔던 그 길로 하산을 했다.

 

식수대
계곡

 

 

 

 

어느덧 햇살이 뜨겁게 느껴졌다.

마을 사이로 호수로 흘러들어오는 물줄기를 따라 걸었다. 마을을 걷는 것 자체가 좋았다. 맑고 투명한 물소리가 발걸음에 리듬감을 실어줬다. 숲에 들어가기 전 식수를 채웠고 잘 정비된 숲길을 따라 숲속을 걸어갔다. 계곡 물소리는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하면서 연주를 시작했고 새들은 다양한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폭포가는 숲길
할슈타트 폭포

 

대부분 숲길이 평탄했다. 폭포로 향하는 숲길만 오르막 경사였다. 숲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꼈고 물소리의 청량감이 마음을 정화해줬다. 폭포는 2개였다. 왼쪽 폭포는 굵고 강렬하게 물줄기를 쏟아냈고 오른쪽 폭포는 높은 곳에서 좁고 길게 물줄기를 쏟아냈다. 폭포를 보고 있으니 입을 벌려 그대로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자연은 이렇게 신비로운 존재다.

 

한적한 마을

 

 

 

 

할슈타트
할슈타트 호수

 

숲에서 나와 한적한 마을을 거닐었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을 바라봤다. 내가 가까이 다가서도 도망치지 않고 연신 풀을 뜯었다. 번화가에 다시 들어섰다. 거리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았다. 오후 415분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갔다.

바람이 점점 거세지더니 호수에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비가 내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게 비를 뿌렸다. 건물 처마 아래에서 우비를 입고 바람 방향과 반대로 서서 고개를 숙였다. 조금이나마 비를 덜 맞으려는 나의 행동이었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관광객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다행히 제시간에 배를 탔고 건너편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트라운 호수
Attnang-Puchheim 역, 독일행 기차

 

기차는 4분 연착했다.

이때까지도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환승역인 Attnang-Puchheim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OBB 앱으로 오스트리아 기차를 예약했는데 오후 61분에 도착한 독일 기차를 탄 것이다. 환승 출발 시각이 같았고 플랫폼도 같아서 아무런 의심 없이 기차에 올랐다. 이층 기차에 식당칸까지 있어 너무 좋았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의자에 앉았다. 승무원이 와서 표 검사를 하기 전까지도 내가 기차를 잘못 탄 것을 알지 못했다. OBB 앱으로 확인한 결과 기차는 8분 연착된 사실을 그때야 알았다. 역무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현장에서 17.2유로를 주고 기차표를 다시 구매했다. OBB 앱으로 예약한 할슈타트 왕복 기차요금과 맞먹는 가격이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저녁값을 날렸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논스톱 쾌속 기차라 잘츠부르크에 30여 분 만에 도착했다.

 

무지개
호텔 자허
잘자흐강 야경
미라벨정원 야경

 

호스텔에 와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내일 사용할 잘츠부르크 카드를 사러 호텔 자허 잘츠부르크로 갔다. 잠시 멈췄던 비는 또다시 내렸고 야경을 보겠다는 내 굳은 의지를 꺾어버렸다. 맥주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와 테라스에서 마셨다.

오늘 하루는 역동적인 하루를 보냈다. 객실에 들어서는데 어둠 속에 코를 고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모두 힘들었구나!’ 서둘러 양치만 하고 침대에 누웠다. 카톡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보내고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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