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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푹 잤다. 잠들고 일어날 때까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아직 퇴근하지 못한 능선 위쪽의 달을 올려다봤다. ‘우리를 지켜줘서 고마워. 근데 너 많이 외롭구나!’ 텐트에서 가부좌하고 명상을 했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났다.
텐트 밖으로 날이 밝기 시작했다. 하화도에서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배를 탈 시간이 밀물이 밀려오듯 빠르게 다가왔다. 서쪽 바다의 먹구름을 보고 조금 빠르게 야영지에서 철수할 준비를 했다. 아침의 바닷바람은 차가웠고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쏟아지지는 않았다.
배낭을 다 꾸리고 주변 정리까지 마친 후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봤다. 봄과 가까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섬과 섬의 공간은 더없이 가깝게 느껴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보이지만 현실은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멀었다. 상화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야영지를 벗어나자 하화도 선착장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영어회화를 들으며 걸어갔다. 구름 사이로 이따금 비추는 햇볕은 따뜻했지만, 여전히 바닷바람은 차가웠다. 선착장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선착장 주변을 걸어 다녔다. 배가 올 때까지 하릴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뱃고동이 울렸다. 상화도에서 출발한 배가 10분 먼저 도착했다. 하화도에 들어올 때와 반대로 개도 제도를 거쳐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이틀 만에 다시 진남시장에 왔다. 점심은 먹고 헤어져야 할 것 같았다. 옛골집에서 내장국밥에 순대를 먹었다. 물론 나는 여수생막걸리도 먹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끝이 났다. 혼자보다 둘이라서 더 좋았던 순간이었다.
내가 하룻밤 거쳐야 할 곳이라 느껴지는 곳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찾아왔다. 자기가 마음 편하게 느낀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누가 이야기해준다고 삶을 이해할 수는 없다. 언제나 나는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는 중에 고난도 겪으면서 삶의 의미를 배우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이렇게 또 한 계단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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